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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 95화

무료소설 나 혼자 스킬융합: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95화

#95화 무명검의 의미.

 

 

 

 

 

응우옌에 손가락에 맺힌 오러.

 

그는 그걸 허공에 내질렀다. 손끝에 맺혔던 오러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대련장 주변에 있는 벽에 쫙 달라붙었다.

 

그건 마치 실 같았다.

 

응우옌은 뒤로 뛰어 실에 올라탔다.

 

아주 얇았지만, A급 헌터 특유의 균형 감각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선우영은 실을 유심히 관찰했다.

 

‘응우옌이 올라가도 튼튼하게 버티는군.’

 

하긴, 오러로 만든 실인데 그 정도 내구성은 가지고 있겠지.

 

선우영은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했다.

 

응우옌은 잔뜩 신났다.

 

“정말 오랜만이군. 헌터를 은퇴한 이후 이 스킬을 써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응우옌의 스킬.

 

[거미줄]

 

오러를 가느다란 실로 만들어 전투에 활용한다.

 

“방심하지 마세요. 이거 꽤 대단한 기술이거든요.”

 

응우옌의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몸의 좌우 반동으로 오러의 실을 움직였다.

 

신축성이 좋았다.

 

선우영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신축성으로 쭉 늘어난 실이 쭉 당겨지더니, 선우영을 향해 쇄도했다.

 

“?!”

 

선우영은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저런 식으로 공격해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휙.

 

선우영은 서둘러 몸을 수그렸다.

 

오러의 실이 그의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다.

 

스윽.

 

머리카락 한 올이 잘렸다.

 

오러의 실은 그대로 대련장 바닥 모퉁이를 잘라버렸다.

 

엄청난 절삭력이다.

 

선우영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신축성이 좋은데 절삭력마저 대단하고? 그 두 가지가 동시에 공존하다니.’

 

선우영은 미간을 좁혔다.

 

아니다.

 

저건 보통실이 아니다.

 

스킬이지.

 

‘신축성과 절삭력… 그 두 가지를 응우옌이 상황에 따라 조종하는 거겠지.’

 

그게 틀림없었다.

 

‘이거 잘못하면 좀 다쳤습니다, 정도로 안 끝나겠는데?’

 

선우영은 위기감을 느꼈다.

 

아랫배가 꽉 쪼이는 긴장감을 은퇴 헌터에게서 느끼다니.

 

“은퇴 헌터 맞습니까? 현역으로 활동하셔도 충분하신 거 아니에요?”

 

“하하하, 그게 가능했다면 계속했겠죠. 아쉽게도 몸이 늙어서 오래 싸울 수가 없거든요.”

 

응우옌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지겨웠던 지루함을 벗어나자 목소리마저 조절이 안 됐나 보다.

 

응우옌은 곳곳에 쳐진 오러의 실에 올라타 신축성을 높이고, 튀어 나가는 성질을 이용해 연달아 공격을 날렸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선우영은 응우옌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았다.

 

‘점점 빨라진다.’

 

오러의 실이 가진 신축성을 활용한 공격. 심지어 다른 쪽으로 이동할 때도 튕겨 나가는 힘을 이용해 가속도를 붙였다.

 

그에 따라 공격 속도와 위력이 높아만 갔다.

 

선우영은 오러의 실을 피하며 이리저리 이동했다.

 

상대방의 사소한 움직임.

 

거기에 맞추어 역동적으로 반응했다.

 

덕분에 아직 부상은 없었다.

 

‘오래 끌면 끌수록 불리한 전투. 슬슬 마무리 지어야겠는데?’

 

선우영은 입꼬리를 올렸다.

 

확실히 응우옌이 대단하긴 하지만 아직 자신도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선우영은 투명화를 썼다.

 

“?!”

 

그가 돌연 사라지자 응우옌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졌다.

 

살짝 멈칫하는 동작이 섞였다.

 

‘선우영은 어디 갔지?’

 

그리 생각할 무렵.

 

퍼억!

 

돌연 턱에 강렬한 충격을 느꼈다.

 

몸이 반 바퀴를 돌았고, 시야에 들어오는 건 새파란 하늘이었다.

 

등은 바닥에 대어져 있었다.

 

충격이 얼마나 아찔하던지 턱이 화끈거렸다.

 

시야도 약간 흐릿했고.

 

“제 승리죠?”

 

이윽고, 투명화를 풀며 선우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 한 방.

 

힘차게 내지른 주먹에 패배했다.

 

“하하하, 내가 졌군.”

 

패배했음에도 응우옌은 오히려 후련한 듯했다.

 

그가 만들어낸 오러의 실, [거미줄]이 사라지며 승부가 끝났다.

 

그걸 지켜보던 정운은 콜라를 빨대로 쪽쪽 빨며 눈을 껌뻑였다.

 

‘역시 선우영 아저씨가 이겼네.’

 

중간쯤엔 설마 패배하나 싶어서 손에 땀을 쥐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선우영이 응우옌에게 손을 뻗었다.

 

“훗. 부축 고맙습니다.”

 

응우옌이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집사는 포션을 가져와 다친 응우옌에게 건넸다.

 

그걸 상처에다가 바르고.

 

벌컥벌컥 삼키기도 했다.

 

그러자 그의 부상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후우!!”

 

포션을 전부 삼킨 응우옌.

 

그는 집사에게 빈 병을 건네며 선우영을 바라봤다.

 

“정말 재미있는 승부였습니다.”

 

“그랬다니 다행이네요.”

 

“하하하, 이거 평생 이야깃거리가 되겠군요. 스킬 융합 능력자와 대련을 펼쳐 단 한 번 위기 상황에 빠뜨려봤다고요.”

 

응우옌은 허리에 손을 얹었다.

 

분명 패배한 사람은 그였는데, 하는 행동은 승자처럼 당당했다.

 

선우영은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저, 그러면 흑운철은…….”

 

“아-! 승부에 몰입해서 깜빡했네요. 약속대로 드리겠습니다. 저희 집에 개인 금고가 있습니다. 따라오시죠.”

 

승부에 만족한 응우옌은 흔쾌히 흑운철을 내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우영을 데리고 개인 금고로 향했다.

 

드르륵.

 

촤라락.

 

2톤 가까이 되는 금고 문이 열렸다.

 

금고 문이 얼마나 커다랗던지, 선우영의 키보다 훨씬 높았다.

 

한 2미터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거기다 입구를 막는 철창까지 있었다. 그건 또 위아래로 움직이며 사라졌다.

 

선우영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오?!”

 

개인 금고라고 하더니, 별의별 물건들이 있었다.

 

희귀한 물품들이 잔뜩이다.

 

응우옌은 그중에서도 맨 끝에 있는 장식장에 갔다.

 

사면이 유리로 된 장식장.

 

마치 박물관에서 유물을 전시하는 듯했다.

 

끼이익.

 

응우옌은 장식장의 유리 벽을 열고 흑운철을 꺼냈다.

 

“집사!”

 

응우옌이 집사를 부르자 그가 007에 나올법한 검은색 가방을 가져왔다.

 

응우옌은 거기에 흑운철을 담았다.

 

“선우영 씨, 받으시죠.”

 

집사는 선우영에게 흑운철이 담긴 가방을 건넸다.

 

선우영은 그걸 받아들었다.

 

그러자 응우옌이 그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자자, 선우영 씨. 이렇게 보내는 것도 아쉬운데 같이 식사나 하시죠.”

 

“오, 감사합니다.”

 

“하하하. 일류 요리사들이 있으니 맘껏 드시죠.”

 

선우영이 맘에 들었던 응우옌.

 

그는 선우영이 베트남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극진히 대접했다.

 

같이 연극도 관람하고 TV도 봤다.

 

심지어 공항에서도 배웅해줬다.

 

“아이고, 이렇게 떠나면 또 언제 보려나.”

 

응우옌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나중에 또 놀러 오겠습니다.”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베트남에 오시면 가장 먼저 저한테 연락하시는 겁니다?”

 

“당연하죠!”

 

선우영은 그리 말하며 응우옌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도 손을 흔들어줬다.

 

그렇게 헤어지고, 선우영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구나.’

 

선우영은 의자에 기댔다.

 

흑운철 구한다고 무리했더니 몸이 무겁다.

 

‘남들은 다들 휴가라고 편히 쉬고 있을 텐데, 어째 나만 이렇게 고생하냐.’

 

선우영은 손깍지를 뒤통수에 댔다.

 

옆에 있던 정운은 콜라를 마시며 비행기에서 틀어주는 영화를 관람했다.

 

“아저씨, 베트남 여행 재미있었죠?”

 

“그래, 재미는 있었지.”

 

선우영은 자신이 무릎에 놓은 가방을 두들겼다.

 

흑운철을 구했으니….

 

‘이제 박인혁 씨가 무명검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되겠네.’

 

 

 

 

 

* * *

 

 

 

 

 

선우영은 흑운철을 가지고 PS웨펀에 갔다.

 

포르쉐가 도로를 달렸다.

 

선우영은 한시라도 빨리 무명검을 만들고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끼이익.

 

PS웨펀에 도착했다.

 

직원들은 다 휴가를 떠나고 박인혁 혼자 있었다.

 

“선우영 씨!!”

 

박인혁은 그가 도착하자 한걸음에 달려왔다.

 

“흑운철은 구해오셨습니까?”

 

선우영은 대답 대신 가방을 열어 흑운철을 보여줬다.

 

흑색의 쇳덩이.

 

그걸 본 박인혁은 눈이 반짝였다.

 

얼마나 탐스럽게 바라보던지 흑운철을 만지려는 손가락이 꼼지락거렸다.

 

“이게 흑운철….”

 

박인혁은 그걸 손으로 잡고 감격에 겨운 감탄사를 내질렀다.

 

선우영은 질문을 던졌다.

 

“이제 만드시려는 무기를 완벽하게 만드실 수 있죠?”

 

“네. 이 제작법도 전부 선우영 씨 덕분입니다. 선우영 씨가 주셨던 노트 덕분에 힌트를 얻었거든요.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를 받은 선우영은 웃음보가 터질뻔했다.

 

그 노트가 사실 미래의 박인혁이 적은 내용이라면 아마 놀라 자빠지겠지?

 

선우영은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미래든 과거든…… 결국 박인혁이라는 한 사람이 적어서 뭔가 통하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무명검을 만드는데 이렇게 시간이 단축될 줄은 몰랐다.

 

박인혁은 보물을 옮기듯 흑운철을 조심조심 공방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용광로에 녹이며 작업에 들어갔다.

 

공방에는 다양한 재료들이 있었다.

 

광물만 있지 않았다.

 

오우거의 심장.

 

오크의 힘줄.

 

미노타우르스의 뿔.

 

그 외 기타 등등.

 

정말 범상치 않은 재료들 투성이었다.

 

깡깡깡.

 

모루에서 철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뭔지도 모르는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재료들을 가공했다.

 

작업은 종일 이어졌다.

 

아침에 시작되었지만, 저녁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았다.

 

선우영은 공방에서 하룻밤을 청했고.

 

박인혁은 계속 작업에 열중했다.

 

그렇게 이틀가량이 흘렀다.

 

아침에 눈을 뜬 선우영은 탁자에 올려진 검을 발견했다.

 

시커먼 칼날.

 

무게 중심이 칼끝에 몰려 파괴력을 극단적으로 올린 디자인.

 

선우영은 전율이 치솟았다.

 

‘무명검!!’

 

틀림없다.

 

미래에서 봤던 무명검과 똑같은 모습이다.

 

박인혁은 탁자에 놓인 검을 째려보며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미간까지 찌푸렸다.

 

마치 이 말썽꾸러기를 어쩌면 좋겠냐는 분위기였다.

 

선우영은 한껏 들뜬 목소리를 냈다.

 

“박인혁 씨, 드디어 완성된 겁니까?”

 

“…….”

 

박인혁은 대답 대신 침묵을 지켰다.

 

뭐가 잘못된 걸까.

 

선우영은 그의 표정을 살폈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뭐라도 잘못됐습니까?”

 

“네. 아주 단단히 잘못됐습니다.”

 

박인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며 뒷머리를 긁적이기 시작했다.

 

선우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잘못됐다뇨? 제가 볼 적엔 괜찮아 보이는데요?”

 

“아닙니다. 이건 검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어째서입니까?”

 

“한번 써보시면 아실 겁니다.”

 

선우영은 박인혁이 실패작이라 부른 무명검을 손에 쥐었다.

 

파괴력이 극대화된 검.

 

시커먼 칼날.

 

손에 쥐는 맛도 괜찮다.

 

‘아무리 봐도 이거 완성품 같은데….’

 

박인혁은 왜 저럴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큭?!”

 

선우영은 신음성을 터뜨렸다.

 

오러가…….

 

자신의 오러가 검에 빨려 들어간다.

 

‘이, 이게 무슨?!’

 

검이 마구잡이로 오러를 집어삼킨다.

 

걸신들린 것처럼!

 

오러를 그만 빨아들이게 만들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자기 멋대로 움직인다.

 

고분고분하지 않다.

 

‘젠장!’

 

선우영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거친 야생마를 길들이는 기분이다.

 

이상하다.

 

미래에선 어떻게 이런 문제점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어떻게 이런 문제점을 아무렇지 않게 극복한 걸까.

 

선우영은 이를 악물었다.

 

‘그래. 이 검의 본래 주인은 세계랭킹 1위 페일이야.’

 

그 정도 되는 남자니까, 이런 괴물 같은 검을 아무렇지 않게 다뤘을 거다.

 

선우영은 각오가 서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검이 주인의 자질을 시험한다는 건가?”

 

맘에 든다.

 

이 시련을 극복하고 명검을 손에 넣겠다.

 

선우영은 무명검과 승부를 내듯 절대 손에서 검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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