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스킬융합 1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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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137화
#137화 본선 첫 경기.
라우손을 쓰러뜨린 선우영.
그는 예선전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였다.
1분.
그 시간은 넘기지 않고 모두 쓰러뜨렸다.
그의 활약상은 모두에게 주목받았고, 본선 진출이란 쾌거까지 이뤄냈다.
그의 다음 상대는 케빈.
독일의 헌터였다.
케빈은 텔레비전 모니터로 선우영의 전투 장면을 봤다.
‘정말 대단한데?’
오러의 파괴력.
움직임의 속도.
스킬의 위력.
모든 게 너무나 뛰어났다.
정면에서 싸웠다간 틀림없이 못 이긴다.
‘육체와 오러. 모든 부분이 나보다 뛰어나니까.’
특히나 저 화염이 거슬린다.
‘열기만으로도 난도질당하는 고통을 주는 화염이라니.’
정말 까다로운 스킬이다.
선우영과 싸웠던 헌터들은 고통에 허우적대느라 본 실력의 절반도 내질 못했다.
케빈은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뭐, 화염이 거슬리긴 하지만 충분히 공략해볼 만하군.’
본선부턴 다양한 전술을 이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게 몬스터랑 싸울 때랑 헌터랑 싸울 때의 차이지.’
기초 전투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스킬의 상성이나 전술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물론 선우영의 스킬들은 약점이 없어.’
스킬 융합.
그 능력으로 스킬을 보완시켜 약점 자체를 없애버렸다.
케빈의 눈이 가늘어졌다.
‘약점이 없으니, 독특한 전술로 싸워야지. 나한테는 경험이라는 무기가 있으니까.’
그는 의자에 기대어 리모컨을 눌렀다.
뉴스에서 독일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 독일의 국제 게이트 방어 점수가 또 떨어졌습니다.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고, 몇몇 공장들은…….
케빈은 바로 텔레비전을 껐다.
“젠장.”
듣기 싫은 뉴스를 들었다.
독일은 현재 헌터들의 세대교체기다.
S급 헌터들의 은퇴. 뒤이은 후배들의 대두.
이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S급 헌터들은 은퇴하고 있는데, 그 밑에 있는 A급들의 성장이 더디다는 거지.’
벌써 4명째 S급 헌터가 은퇴했다.
문제는 새롭게 탄생하는 S급 헌터들이 없었단 거다.
당장에 세계랭킹전에 참가한 케빈 역시 50을 넘긴 노년이다. 이젠 금발 머리보다 흰머리가 훨씬 더 많다.
독일 총리가 부탁해서 아직 은퇴하지 않았지만…….
‘나도 2년 전부터 실력이 하락 중이야. 실력을 유지 시키는 것조차 못하고 있고.’
자신까지 은퇴하면 5명의 S급 헌터가 활동을 멈춘다.
그리되면 독일에 남은 S급은 고작 1명.
‘그건 곤란한데.’
능력 넘치는 후배들이 있다면 언제든 은퇴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조국의 후배들은 상당히 부족하다.
비실비실하고.
재능도 모자라다.
‘국제 게이트 방어 점수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이러다간 상위권 유지에 실패하고 중위권으로 떨어질지 몰라.’
골치 아프다.
게이트 관리에 실패하면 국민들의 안전이 위험한 건 당연하다.
경제도 그래프가 하향곡선을 그린다.
공장들도 몬스터들이 나타날지 모른다고 의식해 떠나가면, 실업률이 치솟는다.
케빈은 또다시 혀를 찼다.
“쯧, 제대로 된 후배만 있었어도 내가 노년에 이렇게 고생하지도 않는데.”
이번 세계랭킹전.
최소 30위권에는 들어야, 떨어지는 국제 게이트 방어 점수를 그나마 멈출 수 있다.
자신이 아직 버티는 동안 조국의 A급 헌터들 중에서 S급이 나타나길 빌어야 한다.
만약 실패하면, 타국의 헌터들한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독일로 국적 변경해달라고.
그리되면, 당연히 그쪽 나라에서 항의가 들어올 거고 한바탕 외교 전쟁이 시작된다.
‘옛날만큼 EU가 단합되길 바라는 것도 힘들지.’
케빈은 팔짱을 꼈다.
EU는 하나의 유럽이란 구호가 무색해진 지 오래다.
게이트 등장 이후부터 그랬다.
유럽은 넓고, S급 헌터의 등장은 극히 소수다.
그 탓에 EU 소속 국가들은 자국 헌터들이 EU를 위해 타국으로 게이트를 닫으러 떠나는 걸 싫어했다.
그들이 전 유럽을 떠도느라 자국의 게이트를 닫는데 지장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 탓에 EU는 과거와 같은 단결력을 잃었다.
군사적 연합은 퇴색됐고.
EU 회원국들의 얽히고설켜 버렸던 경제 또한 게이트의 등장 이후, 대부분 풀렸다.
지금에 이르러선, 서로 전쟁하지 말자는 평화연합체 수준.
‘후우, 한국이 부럽네.’
선우영 같은 헌터가 독일에 있었다면 자신도 편안하게 노년을 맞이했을 거다.
‘어쨌든 이번 세계랭킹전에서 선우영을 쓰러뜨려야 해. 아니면……’
케빈은 팔짱을 끼었다.
선우영을 쓰러뜨리는 것도 좋지만, 독일로 국적변경 시키면 어떨까?
재능은 확실하지 않나.
‘듣자 하니, 일본 쪽에서 선우영한테 접근했지만, 국적변경에는 실패했다지? 평범한 방식은 안 될 거야.’
케빈은 생각에 잠겼다.
선우영이 PS웨펀의 대표라는 건 알고 있다. 당연히 무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광물자원을 그가 원하겠지.
케빈은 씨익 웃었다.
‘내 철광 회사를 이용하면 가능할지 모르겠군.’
끼이익.
케빈은 문을 열고 방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 * *
선우영은 건물 라운지에서 커피를 홀짝였다.
탁자에는 벨기에 와플도 있었다.
선우영은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달달한 와플과 씁쓸한 커피의 조화가 제법 매력적이다.
드르륵.
그의 맞은편으로 한 남성이 다가와 의자를 뒤로 끌며 착석했다.
케빈이었다.
선우영은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다음 대전 상대에게 만나자고 하다니….”
케빈은 자기 커피를 홀짝였다.
“선우영, 자네가 PS웨펀의 대표라지?”
“갑자기 그 얘기는 왜 하십니까? 설마, 지금 사업 논의라도 해보자는 건 아니죠? 세계랭킹전이 펼쳐지는 이 시기에?”
“왜 안 되지? 사업 이야기야 어디서든 할 수 있지 않나.”
선우영은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이상했다.
당장 내일 치고받으며 싸워야 할 상대에게 사업 얘기를 꺼낸다니?
‘무슨 꿍꿍이지?’
뭔가 노림수가 있어 보였다.
케빈은 사람 좋은 미소로 흥미로운 제안을 던졌다.
“PS웨펀에서 필요로 하는 철광.”
“?”
“시가보다 30% 싸게 드린다면 어떤가?”
“예!?”
선우영은 놀라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시가보다 30% 싸다고?
그 가격으로 철을 매입해 무기를 만들면 PS웨펀의 수익률이 팍팍 상승할 거다.
“크흠.”
선우영이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할 땐, 분명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
세상살이에 이유 없는 호의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케빈 씨, 원하는 게 뭐죠?”
“자네, 독일로 국적변경 해볼 생각 없나?”
선우영은 순간 멈칫했다.
여기서 그 얘기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선우영은 여유롭게 웃었다.
“독일의 국제 게이트 방어 점수가 계속 하락해서 그러십니까?”
“…….”
정곡을 찔린 케빈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선우영은 커피를 홀짝였다.
독일의 상황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독일로 갈 생각은 없다.
선우영은 케빈을 똑바로 바라봤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그러면 내기는 어떤가?”
“내기요?”
“세계랭킹전에서 내가 이기면 독일로 오게.”
“제가 이기면요?”
“철광을 30% 싸게 판매하지. 어때 나쁘지 않은 조건이지?”
선우영은 눈밑이 꿈틀거렸다.
저런 제안을 하는 걸 보니, 케빈은 이번 대결에서 자신이 이길 것이라 확신하는 모양이다.
“굉장히 도발적이군요.”
선우영은 의자에 허리를 기대고 다리를 꼬았다.
“그래서 싫다는 건가?”
케빈이 묻자
“그 제안 받아들이죠.”
선우영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케빈은 의자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럼 나는 이만….”
“잠깐, 잠깐.”
선우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케빈에게 손바닥을 보였다.
케빈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왜 그러나?”
“구두 합의는 나중에 얼마든지 틀어질 수 있지 않습니까? 명확하게 계약서를 작성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그게 좋겠군.”
선우영의 말에 케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두 합의보다 계약서가 법적 효력이 더 강력하니까.
선우영은 빌딩에 있는 컴퓨터로 가서 계약 내용을 적은 서류를 뽑았다.
케빈은 그걸 찬찬히 살피다 눈썹을 찌푸렸다.
“계약기간이 빠져있군. 설마 평생 철광을 30% 싼 가격에 팔아달라는 건 아니겠지?”
“기간을 정해달라? 그러면 5년은 어떻습니까?”
“3년이 적절할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좀……. 고작 3년이면 차라리 수입처 다변화를 노리는 게 더 이득인데요?”
“좋네. 5년으로 하지.”
선우영은 기간을 적은 계약서를 다시 작성해 가져왔고, 케빈은 거기에 사인했다.
이로써 계약은 완벽히 끝났다.
선우영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서류 봉투에 계약서를 넣었다.
“아, 케빈 씨.”
“무슨 일이지.”
“이번 내기가 결국 독일의 S급 헌터가 부족해서 생긴 일인데. 만약 그걸 해결해줄 단체가 나타나면 어떡하실 겁니까?”
“예로 들면?”
“국제 길드라던가요.”
“하하하, 만약 그런 길드가 있다면 매년 투자…… 아니지, 마음껏 쓰라고 돈을 기부하지.”
“그 말 잊지 마세요.”
선우영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케빈은 눈을 껌뻑였다.
마치 선우영이 국제 길드를 만든다는 소리처럼 들렸다.
‘예이, 설마 아니겠지.’
케빈은 자신의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 * *
다음날.
선우영과 케빈은 대련장으로 올라갔다.
60강 대결.
그 첫 번째 경기는 그들이 맡게 됐다.
선우영은 웃었다.
스르릉.
그는 용광검을 꺼냈다.
케빈은 자신의 무기 창을 들었다.
허공을 날아다니는 드론.
삐이익.
드론에 달린 스피커에서 시합 시작 소리가 들렸다.
선우영은 허벅지에 힘을 줬다.
돌덩이처럼 단단해진 대퇴부 근육이 부풀었다.
퍼엉!!
공기압을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바닥에 선우영의 발 도장이 찍혔다.
그는 단숨에 케빈의 앞으로 이동했다.
어마어마한 속도.
눈 한번 깜빡할 새였다.
케빈은 그의 속도에 가까스로 반응했다.
용광검이 어깨 근처까지 다가왔을 때, 비로소 피해야 한단 생각이 들었다.
아주 근소한 차이.
케빈은 어깨를 옆으로 뺐고.
부우웅.
용광검이 허공을 갈랐다.
공격은 빗나갔다.
케빈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했다.
‘뭐야, 저 속도?!’
너무 빨라서 간신히 반응했다.
자칫 잘못했으면 첫 일격에 패배해버렸을 거다.
오러와 육체.
모두 선우영이 한 수 위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직접 마주해보니 느껴지는 바가 또 달랐다.
‘차이가 압도적이야. 근접전은 자살행위야.’
자신의 예측보다 기본 전투력 차이가 심각했다.
선우영은 너무 강했다.
케빈은 이를 악 깨물었다.
긴장감으로 온몸의 근육이 수축하는 기분이다.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탓에 전투 감각이 둔해졌다.
‘이런 제길.’
케빈은 빠르게 뒤로 뛰어 거리를 벌렸다.
그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하하하, 나이를 오십 넘게 먹고 승부에 겁을 먹다니.’
케빈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호흡을 골라 수축된 근육을 이완시켰다.
선우영은 어깨에 용광검을 올렸다.
“이거 괜찮으시겠어요? 실력 차이가 이렇게 확연한데요. 원하시면 지금 항복하셔도 됩니다.”
“허허허, 젊은이가 농담도 재미있게 하는군.”
케빈은 피식 웃었다.
뭐, 선우영이 강한 건 인정하지만, 자신도 작전 없이 대련장에 올라오진 않았다.
‘아무래도 써야겠지?’
자신이 가진 비장의 전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