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스킬융합 170화
무료소설 나 혼자 스킬융합: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170화
#170화 벨리알
벨리알의 검은 날개가 하늘에 펄럭였다.
어찌나 빠르게 나는지 주변 풍경이 스쳐 갔다.
‘마몬 님이 당하셨을까?’
벨리알은 그게 궁금했다.
‘아니야. 마몬 님이 습격받으셨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도움을 요청하셨겠지.’
홀로 싸우다 죽지 않으셨을 거다.
벨리알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무기 제조와 조달이 늦어지고 있는 거지?’
마몬이 살아있다면 이런 일은 없을 거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겠지.’
벨리알은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광물 채취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드워프 숫자가 줄어 생산량이 하락했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꼬박 일주일을 날아 도착한 블레셋.
“이, 이게 무슨?!”
벨리알은 말을 더듬으며 허공에서 블레셋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하도 어이없어 눈을 껌뻑였다.
자기 눈깔이 어떻게 된 건 아닌지, 혹여나 지금 보고 있는 풍경이 환각은 아닐지 의심마저 들었다.
“어째서?”
블레셋에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드워프들과 사람만 있다.
게다가 처음 보는 무기를 들고 있었다.
‘저건 뭐야?’
혹시 지구의 무기인 걸까?
벨리알은 빠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마몬을 찾았다.
‘안 보이신다.’
평소라면 가마에 탄 채로 드워프 노예들을 감시하셨을 텐데.
‘설마?’
정말로 마몬이 패배했단 말인가?
‘페일의 짓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긴 걸까.
‘지구에서 페일이 기연을 얻어 강해졌나? 아니면 혹시….’
지구에 걸출한 인물이 넘어와 마몬을 죽였을지 모른다.
벨리알은 고개를 휘저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지구는 마나조차 없었던 나약한 차원.
그곳에 강자는 없다.
잘 해봐야 어나더의 일반 사람들 수준이겠지.
‘페일이 했을 거야.’
벨리알은 곧이곧대로 판단했다.
놈은 이를 으득 갈았다.
‘블레셋은 무기 제작에 필수적인 지역인데.’
그곳을 빼앗겼다.
앞으로 무기 공급에 차질이 생길 건 당연했다.
‘제기랄.’
벨리알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거기다 블레셋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된 모습이었다.
물자와 자원, 식량.
심지어 국가를 다스릴 조직까지 완성된 듯싶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군사들이 성벽을 지키고 드워프들이 광산 일을 체계적으로 할 리 없을 테니까.’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봤기에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벨리알은 블레셋에서 거리를 벌려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루시퍼의 명령 때문이었다.
‘적들과 맞서지 말고 정찰만을 명령하셨다. 빨리 정보를 전달해야 옳아.’
벨리알은 루시퍼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가다 갑자기 멈췄다.
‘잠깐만?’
블레셋에 가까운 곳.
벨제부브가 다스리는 헤스본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헤스본은 어떻게 됐지?’
군단장들은 아직 적들의 침공 사실을 모른다.
그렇다면, 블레셋과 가장 가깝게 위치한 헤스본에 무슨 변고가 있지 않을까?
‘블레셋은 둘째치고 헤스본이 함락되면 진짜 큰일이야.’
블레셋이 광산에서 무기를 뽑아내는 지형이라면, 헤스본은 넓게 펼쳐진 평야를 바탕으로 어마어마한 식량 생산이 가능한 곳이다.
무기야 망가져도 수리해 쓰면 되지만, 음식은 매일 소비되니 아낀다고 아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헤스본의 상태도 살펴야 한다.’
벨리알은 날개를 좌우로 크게 펼쳤다.
그 모습은 마치 독수리가 세차게 날아오르기 전에 자세를 가다듬는 듯했다.
뻥!!
공기압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벨리알은 단 한 번 날갯짓했다. 고작 한 번의 날갯짓으로 어마어마한 돌풍을 일으키며 허공을 꿰뚫었다.
탄환처럼 날아가는 벨리알.
‘스킬까지 썼으니 금방 도착할 수 있겠지.’
녀석의 몸이 구름을 가르고.
지나간 자리마다 나무가 흔들리며 이파리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곧 도착한다.’
벨리알은 속도를 급감시켰다.
고속으로 이동하던 몸을 멈춰 세우며.
펄럭.
벨리알은 더욱 높이 허공을 날았다.
적들의 눈에 띄면 안 된다.
‘허공을 높이 날면 적들이 날 발견하지 못하겠지?’
멀리서 보면 새처럼 보일 거다.
만약 헤스본까지 함락되었다면, 군단장을 죽인 페일이 그곳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벨리알은 천천히.
하지만 냉정하고 침착하게.
구름에 몸을 숨기며 또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천리안]
멀리 있는 풍경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세세히 볼 수 있는 스킬이다.
벨리알은 지상을 살폈다.
‘주변의 전투 흔적.’
녀석은 레오와 선우영 일행이 싸웠던 장소를 쳐다봤다.
‘다수의 인간이 죽었다.’
구름에 맞추어 천천히 움직이던 벨리알은 저 멀리 있는 성을 발견했다.
그녀는 움찔했다.
‘뭐, 뭐야?!’
성벽이 무너져있다.
틀림없는 전투의 흔적이었다.
‘설마, 벨제부브 님도?’
벨리알은 가슴이 확 옥죄는 감각을 맛봤다.
천리안으로 성을 살펴봤다.
몬스터가 안 보인다.
벨제부브 님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있는 건 인간들 뿐.
게다가 블레셋에서 봤던 무기로 무장한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무너진 성을 복구하고 있었다.
벨리알은 머리가 멍해졌다.
머릿속이 백지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교전이 길었다면 벨제부브 님께서 다른 군단장님들한테 전서구를 보내셨을 거야.’
하지만 그런 전서구는 없었다.
적들이 단숨에 기습하여 벨제부브까지 해치웠다면, 습격 사실을 알릴 틈도 없었을 거다.
‘페일, 도대체 얼마나 강해진 거냐.’
벨리알은 소름이 돋았다.
전율이 허리를 타고 쫘악 올라와 전두엽을 강타했다.
이로써 군단장 3명이 죽었다.
벨제부브.
마몬.
벨페고르.
군단장들이 절반이나 당했으니, 아주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상황이 불리하다.
‘페일은 더 이상 얕볼만한 상대가 아니야.’
도대체 지구에서 무슨 일을 겪었기에 저리 강해졌는지 모르겠지만, 제일 먼저 죽여야 할 대상이란 건 확실하게 알겠다.
‘페일한테 들키기 전에 돌아가야겠군.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는 건 너무 위험해.’
서둘러 루시퍼에게 돌아가려는 순간.
벨리알은 인기척을 느꼈다.
그것도 등 뒤에서.
‘페일?!’
서둘러 뒤를 돌아보니.
웬 남자가 있다.
검은 머리를 한 사내였다. 허리춤에는 두 자루의 검이 매달려 있었다.
‘페일이 아니야?’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페일도 아닌 남자에게 자신의 기척이 들켰다.
“뭐 하는 놈이냐!!”
벨리알이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쯧, 거참 시끄럽네.”
스르릉.
눈앞의 남자가 검을 뽑았다.
벨리알은 서둘러 마법진을 형성했다. 그녀는 마법사였으니까.
남자는 피식거렸다.
“아, 너도 벨페고르처럼 마법을 사용하냐?”
“벨페고르 님 수준까진 아니지만, 네까짓 건 손쉽게 이길 수준은 된다.”
“야, 그러면 앞뒤가 안 맞잖아.”
“뭐?”
“벨페고르를 죽인 사람이 난데, 네가 날 죽이겠다고?”
“…….”
벨리알은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분명 군단장들이 페일한테 죽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뭐라고?
페일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이 남자한테 죽었다니.
벨리알은 믿지 않았다.
“웃기는군. 허세를 부려서 빈틈을 만들려는 모양인데, 그딴 헛수작은 안 통해.”
“흐음. 허세 아닌데? 실제로 너의 기척을 단숨에 눈치채고 이곳까지 도착한 건 나뿐이거든.”
“웃기는 놈이군. 죽이기 전에 이름이나 물어보자.”
“내 이름? 선우영.”
눈앞에 있는 남자의 정체는 선우영이었다.
그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성의 보수 상황을 확인하다 무언가 수상쩍은 걸 발견했다.
새하얀 구름들 사이로.
새까만 점이 하나 있었다.
남들이었다면 놓쳤을 아주 별거 아닌 거였지만.
선우영은 그걸 흘려넘기지 않았다.
적들에게 자신들이 어나더에 도착했단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야 이득을 볼 수 있으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투명화를 쓰고 구름 속으로 순간이동 했다.
그러자 눈앞에 웬 여자가 있었다.
날개를 가진 여자가.
적인지, 아니면 어나더의 다른 종족인지 알고 싶어 투명화를 풀었는데.
대뜸 적대감을 보이는 게 아닌가.
적이란 걸 알아채고 바로 검을 뽑았다.
벨리알은 마법진을 만들고 선우영을 향해 거대한 불을 쏘았다.
바람까지 섞인 공격.
불길이 거세지고, 공격 범위마저 넓어졌다.
구름이 갈라져 사라졌다.
어마어마한 열기와 불꽃으로 인해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거대한 재앙을 보는 듯했다.
“후훗.”
벨리알은 불길에 삼켜진 선우영을 보고 승리를 확신하였다.
이 공격은 그녀가 익힌 마법 중 가장 강력했다.
그러나,
“뭘 웃어?”
선우영은 불길 속에서도 너무나 멀쩡했다.
벨리알은 움찔했다.
“어, 어떻게? 어떻게 내 공격을 맞고도 멀쩡할 수 있지?”
“말했잖아. 내가 벨페고르 죽였다니까?”
“…….”
벨리알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군단장을 죽인 인물.
그건 페일이 아니었다.
페일은 그저 군단장을 죽일 인물을 데려왔을 뿐이다.
‘큰일이다.’
자신이 아군에게 돌아가지 않아도, 루시퍼라면 적들이 어나더에 침공했단 사실을 알아차릴 거다.
헤스본에서 오던 식량 조달이 늦어지면, 여기까지 함락되었겠구나 예상하겠지.
하지만,
‘페일이 아니라 선우영.’
군단장을 쓰러뜨린 인물은 저 녀석이다.
그거까진 모르실 거다.
루시퍼는 무력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뛰어난 인물.
만약 페일에 초점을 맞춰서 전략을 짰다간 선우영한테 역으로 당해버릴 거다.
‘제기랄, 이걸 알려야 해.’
벨리알이 서둘러 도망치려 하자 선우영이 녀석의 바로 옆으로 이동했다.
“느려.”
벨리알은 육체가 아래로 추락했다.
등이 따갑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니 날개 한 짝이 잘렸다.
비행할 수 없는 상황.
선우영은 빠르게 하강하여 벨리알의 복부에 발차기를 날렸다.
“커헉!!”
벨리알은 배때기에 발차기를 당한 채 땅바닥으로 추락하였다.
콰아앙.
땅이 부서지며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
“쿨럭.”
벨리알은 핏물을 토해냈다.
그녀는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선우영을 쳐다봤다.
자길 죽이지 않는다.
그게 뭘 뜻하겠나.
‘고문해서 정보를 뜯어내겠단 거겠지.’
그것만큼은 안된다.
벨리알은 마법진을 생성하여 자신의 머리를 겨눴다.
퍼엉.
그녀의 머리가 폭발했다.
뼛조각이 사방으로 튀었고 뇌수가 흘러나왔다.
선우영은 혀를 찼다.
“쯧, 자결이라니.”
심문해서 정보를 뜯어낼 생각이었는데, 제법 기개가 있는 적이었다.
선우영은 검을 칼집에 넣었다.
‘정찰까지 시킨 걸 보면 적들도 슬슬 내가 어나더에 왔다는 걸 눈치챈 모양인데?’
뭐, 슬슬 들킬 타이밍이 되긴 했다.
아마 블레셋과 헤스본이 함락됐단 사실도 조만간 알아차리겠지.
‘적들이 공격해올지 모르겠군.’
선우영은 다양한 수를 머릿속에 그렸다.
‘앞으로는 군단장들이 협력해서 한꺼번에 덤비려나? 아무래도 작전 회의를 열어봐야겠는데.’
선우영은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며칠이 흘렀다.
루시퍼는 블레셋 방향을 쳐다보며 어금니를 으득 갈았다.
벨리알이 돌아오지 않는다.
충성심이 높은 녀석이 어디서 헛짓거리할 리는 없다.
‘페일!!’
녀석이 어나더로 돌아왔다.
루시퍼는 허리춤에 찬 칼을 뽑으며 분을 터뜨렸다.
그는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군단장들에게 전서구를 보내라. 적들이 어나더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