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스킬융합 1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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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163화
#163화 블레셋 재건3
군사 회의.
선우영 일행은 성에 모였다.
앞으로의 세부 작전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 시간을 가졌다.
성안의 적당한 방을 골랐다.
문 앞에서 다들 모이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한 명이 오지 않았다.
조용석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아직 나타나지 않은 페일을 찾았다.
“페일 씨가 안 보이네요?”
백영희는 스마트폰으로 시계를 확인했다.
회의 시간이 다 되었는데 아직도 페일이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 있나?”
그녀가 중얼거리던 사이.
탓탓탓.
페일이 나타났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잠깐 모셔 올 분이 계셔서….”
지각한 페일.
그의 뒤에는 어떤 드워프가 있었다.
선우영은 느닷없이 등장한 새로운 인물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누구세요?”
“….”
드워프는 기가 눌린 듯 말을 못 했다.
소심한 성격일까?
선우영은 페일이 데려온 드워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꾀죄죄한 차림.
부스스한 머리카락.
시선이 아래에 꽂혀 다른 사람을 쳐다보고 있지 않다.
굉장히 소심한 사람 같았다.
선우영이 조심스레 물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 드워프는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어버버 말도 못 했다.
바짝 긴장한 모습.
질문한 사람이 덩달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뭐야? 도대체 누구야?’
물어봐도 자기소개가 없다.
페일은 자신이 데려온 드워프, 블릿을 가리키며 대신 말했다.
“블릿 왕자님입니다.”
“네?”
“드워프 왕가의 마지막 적통입니다.”
선우영은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눈앞에 있는 드워프가 왕가의 적통일 줄은 몰랐다.
“아, 인사드립니다. 이번 토벌대를 이끄는 선우영입니다.”
선우영은 블릿에게 인사했다.
최대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브, 블릿입니다.”
블릿은 간신히 자기 이름을 이야기하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선우영은 그 모습을 눈으로 포착했다.
‘뭐지?’
어째서일까, 블릿이 자신을 불편해하는 느낌이다.
‘아니야, 내가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걸 굉장히 불편해하는 듯한데?’
일단 선우영은 모두를 데리고 회의에 들어갔다.
기다란 책상에는 간식으로 먹을 과자와 음료가 있었다.
싸우느라 피곤한 사람들을 위해 가볍게 준비한 주전부리였다.
“이야, 과자다.”
정운은 휙 과자를 집어 입 안으로 넣었다.
“어나더로 넘어오고 나서부터 과자가 얼마나 먹고 싶던지, 꿈에서도 다 나오더라니깐요.”
김철수도 냉큼 한 개 먹었다.
다들 출출했는지, 과자를 오물오물 먹었다.
그렇게 가볍게 배 좀 채우고.
선우영이 사람들에게 말했다.
“자, 이제 회의 시작합시다.”
책상에는 서류가 올라와 있었다.
회의를 위해 다른 사람들이 미리 세팅해뒀다.
선우영은 서류를 집었다.
“이번 안건은 블레셋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일입니다.”
블레셋 탈환에 성공했지만, 드워프들을 이끌 지도자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지구에서 넘어온 사람이 맡아도 된다.
하지만 어나더와 지구는 다른 세계다.
문명이 다르니,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사이타나와 싸워야 하는데, 그런 일로 시끄러워지면 영 골치가 아프다.
결국 드워프들 중에서 뽑아야 했다.
특히나 상징성 있는 인물이 되어야 드워프들의 단합력이 높아지고, 사이타나와 싸울 때 큰 도움이 될 거다.
선우영은 블릿을 가리키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다행히 블릿 왕자님이 계시니, 왕자님께서 드워프 국민들을 이끌어 주시면 되겠네요.”
“네?”
“그러면 이제 대민지원과 앞으로의 협력을 논의해야 하는데, 오늘 중으로 마무리했으면 합니다.”
선우영은 서류 페이지를 넘겼다.
블릿은 소심하게 상의 밑단을 잡아당겼다.
“저기….”
“물론 하루 만에 국정을 논하는 게 짧은 시간이라는 건 알지만, 저희는 다음 군단장을 잡으러 가야 해서 시간이 없습니다.”
“제 말은….”
블릿은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우영은 그의 말소리를 듣지 못하고, 계속 서류 페이지를 넘기며 회의를 진행했다.
“일단 식량 문제가 우선입니다. 저희가 가져온 걸, 블릿 왕자님께 드릴 테니….”
“저기요!”
블릿은 처음으로 크게 목소리를 냈다. 그는 주춤주춤 고개를 들어 선우영을 바라보았다.
서류를 넘기 보던 선우영은 그제야 블릿의 말소리를 들었다.
그는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말씀하시죠.”
선우영이 블릿을 똑바로 바라봤다.
경청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드워프 왕자이니,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지 싶었으니까.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저는 드워프의 지도자가 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자기 의사를 밝힌 블릿.
그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자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다.
선우영은 뜻밖의 의사에 놀라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그보다 더 놀란 건 페일이었다.
“왕자님??”
페일은 블릿의 돌발 행동에 너무 놀란 나머지 머리가 멍해졌다.
블릿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저는 왕자 아닙니다.”
그걸 들은 모두가 잠시 침묵을 머금었다.
페일은 목소리 톤이 들쭉날쭉해질 정도로 당황한 티를 냈다.
“블릿 왕자님!! 왕자님은 드워프 왕가의 마지막 핏줄입니다. 왕자님께서 블레셋을 이끄셔야죠.”
“…….”
블릿은 묵묵부답이었다.
선우영은 숨을 길게 내쉬며 현재 상황을 찬찬히 파악했다.
‘자신감 부족인가?’
오랜 노예 생활로 저렇게 변한 걸까?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자신 없어 하는 행동은…… 솔직히 심각하다 싶어질 정도인데.’
선우영은 그리 생각했다.
뭐,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본인이 싫다면 강제로 시킬 맘은 없다.
“그러시다면 다른 드워프를 지도자로 뽑도록 하죠.”
“잠깐만요!!”
그러자 페일이 반대하고 나섰다.
선우영은 머리를 쓸어올렸다.
블릿은 본인이 하기 싫단 의사를 표현했다. 다른 이야기는 못 해도 그것만큼은 제대로 밝혔다.
선우영은 페일을 바라봤다.
“블릿 왕자님…… 아니, 블릿이 싫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십니까?”
“고집이 아닙니다. 블릿 왕자님의 아버님, 선왕께서는 훌륭한 분으로 많은 드워프들의 지지를 받으셨습니다.”
“전 싫다는 사람한테 강제로 떠넘길 생각 없습니다.”
“드워프 왕가는 특수한 능력을 갖췄는데, 그건 대기 중에 있는 마나만으로 광석을 두들겨 강화하는 능력입니다. 드워프들은 그 능력을 숭배하는 문화를 가졌습니다.”
“그게 그렇게 대단합니까?”
“듀란달을 만들 때 사용되었던 능력입니다.”
“…….”
선우영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모두를 바라보더니, 이내 의견을 밝혔다.
“잠깐, 휴식하죠.”
숨 막히는 분위기가 잠시 누그러들었다.
* * *
성안에 있는 파티장.
그곳에 있는 발코니에 쪼그려 앉아있는 블릿.
그는 회의가 휴식 시간에 들어가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다.
정확히는 여기로 도망쳤다.
회의에 참석하기 싫어서.
‘그립네.’
옛날에는 이곳에서 파티가 열렸었다.
뭐, 드워프의 파티다.
멋있는 드레스나 턱시도를 입고 춤추는 것 따위는 없었다.
거대한 술통.
그걸 수십 개 가져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술 파티를 연다.
때로는 주량 대결도 벌어졌다.
술과 고기를 맘껏 뜯어 먹는 게 드워프의 파티였다.
“그땐 즐거웠는데.”
그 시절에는 아버지도 계셨고.
어머니도 계셨다.
형님들은 유력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며 건배하셨다.
참으로 유쾌했다.
머릿속에 그려진 파티를 그러한 모습인데.
지금 눈앞에 있는 파티장은….
‘휑하네.’
아무것도 없다.
머릿속에 떠오른 파티의 장면은 허망한 꿈처럼 다시 볼 수 없다.
텅 빈 파티장.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와 파티장을 휩쓸었다.
커튼이 흔들거렸다.
마치, 자신이 갈팡질팡 인생을 헤매는 것처럼.
블릿은 침울해졌다.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자기가 뭘 원하는지조차 확신이 안 선다.
“나 같은 게 무슨 지도자야.”
블릿은 중얼거렸다.
마몬이 드워프들의 호전적인 성격을 죽이기 위해 사용한 도구에 불과하다.
“난 한심한 새끼야.”
살기 위해 마몬에게 빌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 모습을 본 드워프들이 충격을 받고 싸우겠단 의지를 완벽히 상실했다.
게다가 노예로서 일했다.
왕가의 상징으로써 싸워야 했던 자신이 살기 위해 노예의 삶은 선택했단 말이다.
심지어 노예 노릇도 제대로 못 했다.
광석 채집량이 할당량을 넘기지 못해 다른 드워프들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자기가 보살펴야 할 백성들한테 보살핌을 받았다.
모두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멍청한 놈. 부모의 원수에게 살려달라고 비는 놈. 싸울 줄도 모르는 놈. 백성의 도움이 아니면 목숨도 부지 못 하는 놈.”
블릿은 자신을 탓했다.
너무나 못난 자기 자신이 싫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그래서 고개를 위로 올리고 하늘을 바라봤다.
그런데.
흠칫!!
바로 위층 창문에서 자길 바라보는 사람을 발견했다.
선우영이었다.
그는 위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블릿이 있는 발코니에 착지했다.
“우와아앗!!”
블릿은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났다.
선우영은 그를 바라봤다.
“사연이 많으신가 봐요?”
“네?”
선우영의 물음에 블릿은 눈을 껌뻑이며 되물었다.
“아까 혼잣말하는 걸 들었는데, 자기 자신한테 크게 실망한 듯한 말투라서요.”
“…….”
블릿은 입을 꾹 닫았다.
또다시 대화를 거부하는 모습.
선우영은 싱긋 웃으며 발코니 난간에 걸터앉았다.
그는 뜬금없이 자기 얘기를 꺼냈다.
“저도 그래요. 살면서 좋지 않은 일을 겪어서 고생 꽤 해봤죠.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삶이 왜 이렇게 힘들까.”
“…….”
“이해합니다. 그 마음이 어떤지.”
선우영도 회귀 이전엔 별별 경험을 다 겪어보지 않았나.
스킬 융합 능력이 있다는 걸 몰라 허송세월 보냈던 시절, 남들에게 무시당하던 시간.
심지어 돈이 없어서 백수 신세가 되었던 생활.
좋은 게 없다.
그 경험 때문에 회귀한 다음엔 돈에 집착했었다.
돈이 최고라고 여겼다.
그런데.
“인생 살아보니까, 그렇더라고요. 인생은 결국 비전이 필요해요.”
“……?”
“무언가를 이루겠다. 목표를 잡으면 나중에 사람과 돈이 모이더라고요.”
“…….”
“결국 뭘 이루겠는가. 그걸 정하는 게 중요했어요.”
블릿은 잠깐 생각에 빠졌다.
뭘 이루려 하는가.
그게 인생이 필요하단 말이 알 듯하면서도 모르겠다.
선우영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뭡니까?”
“네?!”
블릿은 양손 손가락 끝을 부딪치며 허둥지둥거렸다.
“저는 평범한 드워프들처럼 대장장이가 되고 싶어요.”
“아뇨. 그건 이루려는 목표가 아니죠.”
“네?”
“대장장이가 되어 뭘 하고 싶다. 그게 목표죠. 대장장이는 직업에 불과합니다. 비전이 될 수 없어요. 비전은 무언가를 이루겠단 확고한 의지입니다.”
블릿은 우물쭈물했다.
자신이 뭘 이루고 싶어 하는가.
그걸 모르는데, 어떻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저는….”
블릿은 말을 못 하다가.
순간 머릿속에서 자신을 도와줬던 드워프 노인이 떠올랐다.
광물 채취 할당량을 못 채웠을 때, 스스럼없이 자신을 도와줬던 그 할아버지가 말이다.
“저도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어요.”
블릿은 자기도 모르게 나지막이 말했다. 대답해놓고도 자기가 놀라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지금 무슨 말을 했단 말인가.
‘이런 바보!!’
능력도 없는 자신이 그딴 말을 하다니, 자신 따위가 남들을 도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분명 선우영도 비웃을 거다.
블릿은 몸을 움츠리며 슬며시 선우영을 쳐다봤다.
비웃을 줄 알았는데.
선우영은 슬며시 미소 짓고 있었다.
“멋있는 비전이네요.”
그 한마디.
고작 그 한마디에 블릿은 가슴 속에서 무언가 요동치는 감정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