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9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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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91화
제3장 멸살(滅殺) (2)
무진은 바위산 사이로 들어갔다.
제왕성의 주변을 지키고 있던 전사들 5명이 무진과 천득구를 보았다. 그들은 뜻하지 않은 외지인에 어리둥절했다.
사혈운무는 생문을 제외하고는 들어올 수 없는 사지(死地)였다. 수백 년 동안 침입자가 없었던 사혈운무를 뚫고 들어온 무진과 천득구로 인해 순간 어찌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었다.
곧 전사들은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웬 놈들이냐?”
“침입자다! 이놈들아!”
사라라락!
천득구가 먼저 나섰다.
무진과 천득구는 굳이 정체를 숨기지 않았다. 제왕성에 남아 있는 전사들은 많지 않았다. 있어봐야 집을 지키는 놈들이 전부일 것이다.
천득구는 망설이지 않고 살수를 뿌렸다. 극의 달한 보법이 펼쳐지자 전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5명을 순식간에 해치운 천득구는 남아 있는 먹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남의 피를 볼수록 천득구는 희열을 느꼈다. 검신을 타고 흐르는 핏물이 달콤한 꿀과 같았다.
“침입자를 막아랏!”
“좋구나! 어서 덤벼라!”
신호를 받은 제왕성의 전사들이 신속하게 전열을 재정비하며 대항해 왔다.
무진의 시선이 제왕성의 중심부에 향했다. 천득구가 난리를 치든 말든 무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제왕성은 사라져야 할 곳이다. 분탕질을 친다고 해도 상관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무진은 천득구를 남겨두고 제왕성의 입구로 걸었다. 전사들 중 일부가 무진의 앞을 막아섰다. 그것이 불운이었다. 차라리 보지 않았다면 좀 더 오래 살아 있었을 것이다.
“멈춰라!”
지독한 살기를 뿜어내며 무진에게 검을 뻗었다. 무진은 다가오는 검을 보면서도 시큰둥했다. 별다른 감흥조차 없는 놈들이 덤벼드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귀찮군.”
무진은 손바닥을 들어 올려 안에서 바깥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강력한 경력이 바람을 타고 횡으로 퍼졌다.
퍼퍼퍼퍼펑!
덤벼 들어오던 10명의 전사들이 그 자리에서 밀가루반죽이 되어 버렸다. 붉은 고깃덩어리가 되어 버린 전사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즉사했다.
뒤에서 덤벼오던 전사들은 발에 못이 박힌 듯 멈춰버리고 말았다.
“저…럴 수가!”
“사…신!”
두려움을 모르던 전사들은 무진의 무감각한 일수에 얼어버렸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무진은 제왕성의 입구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크하하하하! 어서 덤비지 않고 뭐 해!”
시끄러운 병장기 소리 사이로 천득구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전사들은 소름이 돋았다. 악마와 같은 살기를 뿌리며 천진하게 웃는 천득구가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뭐 저런!”
미친 살인마도 제왕성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반면에 천득구는 달랐다. 하늘이 내린 미친놈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미친놈이 되어야만 천살성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다.
벌써 수십 명의 전사들이 천득구의 검에 유명을 달리했다. 남아 있는 전사들은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친놈 손에 죽으면 죽어서도 미친놈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제왕성을 수비하는 섬마단(殲魔團)의 단주 구대성은 천득구의 무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대로는 제왕성에 남아 있는 전사들이 모조리 다 죽을지도 몰랐다.
“어디서 이런 놈들이!”
정면대결로는 승산이 많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은 구대성은 천득구를 함정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지옥혈로 들여보내야 한다!’
제왕성의 비지이면서 전사들조차 꺼리는 장소다. 피에 미친놈이니 희생을 치르면서 끌어들이면 따라올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구대성은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미친놈처럼 굴지만 눈치 하나는 귀신같은 천득구다.
‘이것들까지 나를 물로 보네! 어디 당해봐라!’
“크크크!”
천득구가 품속에 숨겨둔 것을 생각하며 음산한 웃음을 지었다.
제왕성의 내부로 들어온 무진은 마주치는 전사들을 일수에 피떡으로 만들어 버리고 중심부로 걸어갔다. 다가오는 족족 죽어나가자 무진이 걸어가는 방향이 금세 혈로(血路)가 되었다.
무진의 관심은 제왕성의 중심에서 퍼져 나오는 기이한 기운에 있었다. 심령을 건드리는 사악함은 인간을 마물로 만들기에 충분한 기운이었다.
‘혈신을 만든 장소인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혈신의 능력을 경험해본 무진은 직감을 믿었다. 신기한 것은 대법이 끝났음에도 이 정도의 기운을 풍긴다는 것 자체가 흥미를 끌었다.
제왕성의 굽이진 통로를 걸어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대전이 나왔다. 곳곳에 악마상이 조각되어 있고, 사이한 기운이 대전 안을 감싸고 있었다.
5장에 달하는 2개의 돌기둥 사이로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의 끝에는 악마상이 조각되어 있는 문이 있었다. 닫힌 문에서 혈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무진이 계단 위로 올라서려고 하자 제왕성의 내부를 지키는 거한이 막아섰다.
“물러서라!”
쩌렁쩌렁한 외침이 대전을 울렸다.
그는 거탑철왕(巨塔鐵王) 구양대경이었다. 사자천왕 구양천강의 동생이며, 천왕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실력자다.
사실 순수한 힘으로 따지면 제왕성 내에서도 그를 이길 자는 거의 없었다. 머리가 약간 모자라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지만 그의 강함은 전사들도 인정하고 있었다.
그는 구양천강으로부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제왕성을 지키라는 명을 받았다.
구양대경은 대전에 침입한 무진을 용서할 수 없었다. 대전은 혈신을 모시는 신성한 장소로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없는 곳이다. 신을 영접하는 장소에 미천한 인간이 침입했다는 것 자체가 불경이었다.
“신성한 장소에 발을 들인 죄, 죽음뿐이다!”
거탑철왕의 몸은 9척이나 되었다. 거대한 덩치는 산악에 버금갔다. 그가 달려오자 무진의 시야가 완전히 가렸다.
퓨우우웅!
철왕무경(鐵王武經)을 연성한 구양대경의 몸은 강철보다 단단하고, 웬만한 강기를 튕겨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구양대경의 움직임은 육중한 몸과는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빠르고 공격적이었다. 쇄도하는 돌진력만으로 놓고 보면 비호보다 빨랐다.
사나운 맹수처럼 돌진한 구양대경이 권을 뻗었다. 솥뚜껑만 한 주먹은 무진의 얼굴보다 더 컸다.
무진은 제법 단련된 구양대경의 권격에 맞서 권을 뻗었다.
쿠아아아앙!
쿠다다다당!
강렬한 폭음과 동시에 구양대경이 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볼썽사납게 튕겨 나갔다. 돌기둥에 부딪친 구양대경은 일어서기도 힘들었다. 철탑처럼 단단하고, 강인했던 육체가 살얼음처럼 금이 갔다.
구양대경은 부서진 오른 주먹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권과 권이 부딪친 순간 구양대경은 승리를 자신했다. 이제까지 자신의 권과 부딪친 자치고 살아남은 자가 없었다. 그런데 결과는 구양대경의 패배였다.
“철왕무경은 무적…인데!”
“그 정도가 무적인가.”
“닥…쳐!”
무진이 생각하는 무적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이다. 구양대경은 무적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수라탄강기에 의한 충격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구양대경은 다시 일어서서 달려들었다. 구양천강이 지키라고 한 이상 목숨이 끊어지는 한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구양대경은 철왕무경의 모든 내력을 끌어올렸다.
“의지가 제법이군.”
구양대경의 의지가 대단했다. 하지만 수라탄강기는 만만한 기운이 아니다. 내부에 숨 쉬고 있는 수라탄강기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았다. 기운을 끌어올리자 수라탄강기 역시 맹수처럼 사나워졌다.
“으으윽! 쿨럭!”
내력을 끌어올리던 구양대경이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수라탄강기가 순식간에 철왕무경의 내력을 파괴시켰다. 집어삼키는 것이 아닌 내력을 끊어버리고 전신 혈맥을 뭉갰다.
외공이 극에 달한 구양대경이라고 해도 공력이 끊어지고, 전신혈맥이 녹아 버린 상태에서 움직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럴…수는 없어! 크으으윽!”
쿠우웅!
혈맥이 뭉개지는 고통과 동시에 거대한 산악이 힘없이 바닥에 머리를 찍었다.
무진은 죽어 가는 구양대경을 잠시지만 눈여겨보았다. 주인을 위해 목숨을 거는 충성심은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누구나 자신의 목숨을 소중하다. 여벌의 목숨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닌 이상 타인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제왕성의 전사들은 충성심 하나로 일치단결이 되어 있었다. 절대적인 강함만으로 이 정도의 충성심을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세월인가, 아니면 잊힌 과거의 영광 때문인가.’
무진은 둘 중 어느 것도 답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무진이 이룩한 세상은 힘에 의해서 지켜지고 있다. 힘이 있으면 지배하고, 힘이 없으며 지배되는 세상이었다. 약육강식, 강자지존의 원칙만이 자리하고 있다.
잠깐의 상념이 뇌리를 스쳤다. 그러나 생각은 하되 고민은 하지 않았다. 강함이 절대라는 믿음은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여기는 무진이다.
무진은 계단을 올라 석문에 섰다. 문에 새겨진 돌 조각이 살아 움직일 것처럼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마계를 연결하는 문을 연상케 만들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망설이겠지만 무진은 달랐다. 망설임과 두려움은 무진에게 찾아볼 수 없다.
석문은 만년한철보다 단단했다. 문 주위에는 기괴한 문양의 수식이 적혀 있었다. 문이 진법의 축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진은 석문을 두드려보다가 열 수 있는 방법이 진을 깨거나 석문을 부수는 것뿐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진을 해체하는 것보다는 문을 부수는 것이 무진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무진의 주먹에 기운이 서렸다.
푸아아앙!
아무리 단단해도 무진의 권격 앞에서는 평범한 문이나 다름없다. 석문은 견디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문이 혈기를 막아 주었나 보군.”
문 안은 어두웠다. 짙은 어둠 속에 피를 머금은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잠시라도 혈기에 노출이 되면 절대고수도 미쳐버릴 수 있을 정도로 대단했다. 무진은 어둠 속을 관통하여 걸어 들어갔다.
내부의 어둠은 장벽처럼 견고했다. 혈기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짙어지고 있었다.
‘음?’
미세한 파동이 느껴졌다.
무언가가 깨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깨어난 기운은 사람의 기운과는 달랐다. 지독한 혈기였다.
혈신의 혈기보다 더욱더 강했다. 피에 젖은 마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섬뜩한 혈기가 번쩍이더니 무진을 향해 쇄도했다. 굉장한 속도였다. 빛보다 빠른 것 같았다. 무진은 수라탄강기를 끌어올려 쏘아져 오는 마물을 막아섰다.
투아아아앙!
주춤!
한 걸음이지만 무진이 물러섰다. 전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도 무진을 물러서게 만든 존재는 범상치 않았다.
무진의 통천안이 발통되었다. 혈기를 감싸고 있는 존재는 인간이 아니었다. 살아 있다고도 할 수 없는 움직이는 인형과 같았다.
“강시.”
일반적인 강시라면 무진의 수라탄강기에 의해 터져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혈기를 감싸고 있는 강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무진을 적대시하고 있었다.
“혈기 자체는 네가 더 짙군.”
혈신 철무성과 비교하면 부족한 역량이다. 다만, 혈기는 철무성보다 훨씬 더 짙고 음험했다. 특이한 현상이지만 무진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혈신이 되기 위해서는 혈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혈기를 다스리지 않으면 혈기에 먹혀버릴 수 있었다.
철무성은 제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혈기를 견디지 못했다.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혈기는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기운이었다.
그래서 철무성은 혈기를 가다듬기 위해서 재물이 필요했다. 혈기의 순수한 힘은 흡수하면서 혈기의 찌꺼기를 배출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무진의 눈앞에 있는 강시다.
보통 강시는 아닐 것이다. 혈기를 감당하기 위해서 혈천강시를 만들어 놓았을 것이 분명했다.
혈천강시는 혈천마교의 비전수법인 아수라대법(阿修羅大法)에 의해서 강화된 강시였다. 극에 달한 음기는 혈기를 빨아들이는 모체 역할을 했다.
혈신에 비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그 위력은 천왕이 전부 덤벼도 이긴다 장담할 수 없는 능력을 지녔다.
그런데도 사용하지 못하고 가두어 둔 것은 제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혈기의 가장 더러운 부분을 흡수했으니 제어가 될 리 만무했다.
카카카카카!
혈천강시는 기이한 소리를 내었다. 귀를 어지럽히는 소리는 인간의 마성을 자극하는 능력이 있었다.
슈슈슈슉!
파아아아앙!
혈천강시는 일반적인 강시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인성이 혈기에 마비가 되어 있는 것을 제외하면 극강의 마물이었다.
부자연스럽고, 속도가 느린 강시와 다르게 굉장한 속도로 무진에게 달려들었다. 잔영이 생길 정도로 빨랐다.
전신으로 무진에게 부딪쳐 왔다. 무진도 경시하지 않고 팔을 교차하여 혈천강시의 전신을 밀어내었다. 공수가 부딪칠 때마다 파공성이 대기를 진동시켰다.
파파팟!
한 호흡이 쉬어지기 전에 50여 초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혈천강시의 무력은 생각 이상으로 정련이 잘 되어 있었다. 전사였을 때 가지고 있던 무인의 본능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초식이 없고, 투박하지만 패력이 존재했다. 또한 무척이나 단단했다.
무진의 권력에는 수라탄강기가 서려 있다. 수라탄강기가 내부에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도 혈천강시는 별다른 타격을 입은 흔적이 없었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혈천강시의 몸에 존재하는 혈기가 수라탄강기를 밀어내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제법이군.”
공세를 받아주는 수비적인 입장에서 무진은 조금 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마음이 일어서면 기세가 변한다. 초극을 넘어서는 무진의 기세는 만물을 장악하는 능력이 있었다.
혈천강시는 위기감을 느꼈는지 섣불리 공격하지 않았다.
정체된 시간이 길어지자 무진이 먼저 움직였다. 발을 한번 내딛자 혈기로 가득 찬 어둠의 공간이 좌우로 벌어졌다.
직선의 빠름에 현란함은 필요 없다. 극강의 빠름은 모든 것을 제압할 수 있었다. 탄력을 받은 무진의 권격이 뻗어나갔다.
터어어어엉!
푸아아아아앙!
강철을 두드린 듯한 파공성이 퍼져 나갔다.
충격을 받은 혈천강시의 몸이 공동의 벽면을 파고들었다. 단단한 벽면에 박힌 혈천강시는 한동안 꿈쩍하지 못했다.
쓰러져 있는 적을 상대로 기다려주는 것이 일반적인 무인이겠지만 무진은 달랐다. 상대가 마물이라서가 아니라 죽여야 하는 적이라면 사정을 봐주지 않는 것이 무진이었다.
박혀 있는 혈천강시의 오른쪽 발목을 붙잡고 벽면에서 뽑아 바닥에 내리찍었다.
쿠우우웅! 쿠우우웅!
혈천강시는 본능적으로 기운을 숨겨 무진이 방심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무진에게 방심은 존재하지 않았다. 발목을 시작으로 내부에 전달되는 수라탄강기와 더불어 지면에 부딪칠 때마다 느껴지는 충격으로 인해 혈천강시는 괴성을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앙!
무진은 인정을 두지 않았다. 잡아서 들어 올린 상태에서 무지막지한 권격을 쏟아내었다. 일수에 바위산을 무너뜨릴 수 있는 무서운 위력이었다.
퍼퍼퍼퍼퍼퍼퍼퍽!
혈천강시의 단단한 몸이 짓이겨 지고 있었다. 금강불괴를 능가하는 육체가 뭉개지는 광경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혈천강시는 얼굴의 형체를 구분하기 힘들 지경으로 망가져 갔다.
크아아아아앙!
뜻밖의 비명성에 무진은 손속을 멈추었다.
“고통을 느낀다 이건가.”
강시가 되어 버린 이상 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더군다나 혈천강시는 생강시가 아니다. 죽어 있는 강시였다. 고통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특이한 일이기에 무진의 흥미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