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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88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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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88화

제2장 유인(誘因) (9)

 

크아아앗!

쿠아아앙!

화산이 폭발하는 굉음과 동시에 무적전사 2명이 20장 이상 하늘로 솟구쳤다. 사람의 몸이 저처럼 가볍게 승천하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러나 올라가면 내려오는 것이 진리다.

무적전사는 머리를 아래로 내밀고 바닥에 추락했다. 바닥에 안착한 전사들은 으깨진 두부처럼 박살났다. 몸의 뼈란 뼈는 완전히 부서져 버린 것 같았다.

멍!

단 한 방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진형을 갖추고 있던 무적전사들이었다. 위험을 감지하고 견고한 방어를 취했는데도 불구하고 막아내지 못했다.

아니 이건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위력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무적전사들은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더군다나 수평으로 권풍을 날렸는데 수직으로 솟구쳤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상상하기도 두려웠다.

“말…도 안 돼!”

이기어검은 들어봤어도 쏘아낸 권풍을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현실은 눈앞에 펼쳐졌다. 직선으로 쏘아낸 권풍이 승룡풍(昇龍風)이 되어 하늘로 솟구친 것이다.

“이럴 수는 없어!”

무적전사단은 동료의 어이없는 죽음에 분노와 허탈감을 느꼈다. 이대로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무적전사단은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무진을 향해 전후좌우 사방에서 공격을 했다.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차단한 후 벗어나려는 무진을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슈우우웅!

카아앙!

검과 검을 맞댄 쇳소리가 처량하게 울렸다. 전력을 다한 검속이었다. 공간을 좁히며 들어왔기에 절대지경의 고수라도 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할 수 있다면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그들의 예상을 외면해 버렸다. 찌르고 들어간 검이 잔상을 찔렀다. 언제 어떻게 움직였는지 아무도 느끼지 못했다.

“이…형…환위!”

보법이 극이 달하면 잔영이 생겨 찰나의 시간 동안 유지된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름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사각을 배제한 찌르기였다. 도대체 어디로 빠져나갔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퍼엉! 퍼엉!

두 번의 파공성이 들리고 기습을 가하려고 했던 2명의 전사가 살가죽과 뼈가 뭉개진 채 박살이 났다. 사람이 고깃덩어리가 되어 버리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전사들은 대경실색했다. 단련된 무인을 박살내는 권풍의 위력은 둘째치고 너무 빨랐다. 속도에서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어느새 무진은 그들의 중심부를 파고들었다.

“헛!”

헛바람이 절로 터져 나왔다. 공간과 공간의 이동 동선이 보이지 않았다. 일직선으로 선이 움직였다는 말도 부족했다. 그대로 공간을 뛰어넘어 다른 공간으로 넘어왔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간격이 한 자 이내로 좁혀졌다. 검을 휘두르기에는 애매한 간격이다. 4명이 붙어 있는 상태라 역으로 움직일 거리와 시간이 부족했다. 그들이 움직이기 전에 무진의 권각술은 휘둘러지고 있었다.

정권이 뻗어갔다. 고개를 돌려 회피하려는 간격을 무시하고 들어오는 정권은 턱을 부숴버렸다. 바람처럼 돌아간 얼굴은 형체를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뻐어어억!

투다다당!

한 대 맞은 순간 혼이 날아갔다. 3명이 다급하게 방어형태를 취했다.

“느려.”

무진은 신형은 작은 틈을 넓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무진에게 한정된 공간은 없었다. 공간이 없다면 부수고, 뚫어버리면 그만이다.

힘의 집중이 극에 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권압이 발생한다. 그 힘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권압에 의해 생성된 와류가 전사의 방어를 좌우로 튕겨내 버렸다.

퍼어어어억!

“크윽!”

두 팔이 좌우로 벌어지자 가슴의 정중앙이 텅 비었다. 극히 짧은 순간이다. 그러나 전사는 절망과 공포를 느껴야 했다. 그 순간이 왜 그렇게 느리고 무서운지 알지 못했다.

무진의 권격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전사의 가슴 중앙을 가격했다. 권격이 가슴의 뼈를 부서뜨렸다.

충격파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등 뒤까지 전달된 파괴력은 척추를 부수고 살가죽을 찢어발겼다. 구부러진 낫처럼 휘어진 전사는 대포처럼 쏘아져 나갔다.

타아앙!

나머지 2명 중 1명의 전사가 검강을 휘둘렀다. 동료의 죽음을 배제하고 전력을 다한 것이다.

검강이 무진의 허리를 베어버릴 것 같은 찰나에 손날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어졌다. 피륙과 부딪친 검강이 맥없이 바닥을 내리찍었다.

전사는 검신을 타고 검병까지 전달되어 손끝에서 발끝까지 울리는 파괴력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수라탄강기는 흐름의 강기다. 적의 기운을 파괴하기 위해서 태어난 잔혹한 기운이었다. 그렇기에 적의 강기를 타고 중심점까지 파괴시켜버릴 수 있다.

수라탄강기에 적중당한 전사의 내부는 용암을 들이마신 것처럼 녹아 버리고 만다. 단전은 물론 내부의 장기까지 뭉개버린다.

덜! 덜! 덜!

살아 있다는 듯이 떨리고 있는 것은 그저 마지막을 불태우는 몸뚱이의 반항일 뿐이었다.

이제 8명의 전사 중 남아 있는 전사는 1명뿐이다. 홀로 남은 전사 여불탁은 무진을 사람처럼 보지 않았다. 그의 생애 이토록 황당하고 어이없는 경우는 처음이다.

차를 한 잔 마실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초절정고수들로 이루어진 무적전사단이 한 사람으로 인해 전부 죽어 버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두려움과 공포, 좌절이 여불탁의 뇌리를 채웠다.

“죽어랏!”

그는 이성을 잃은 채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일그러진 얼굴만큼이나 여불탁은 흔들리고 있었다. 평정심을 잃은 무인은 죽은 무인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무공은 혼탁하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검이 사선으로 베어졌다. 잔영이 검력에 베어져서 사라졌다. 다시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혼이 몸을 떠났다. 무진의 권격이 여불탁의 심장을 꿰뚫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냉정한 일격이었다.

일각 안에 전사들을 모두 해치운 무진은 천득구와 천왕들의 공수를 지켜보았다.

“12명 중 8명이 죽었으니 4명이 남았군. 그 정도면 어느 정도는 평수를 이루겠어.”

무진의 계산 속에 싸우고 있는 천왕들은 죽은 것으로 치부되었다. 천득구를 이긴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다. 무진은 전번처럼 약속을 하지 않았다.

남아 있는 천왕과 제왕성의 전사들을 죽이러 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전력의 균형이 깨진다. 깨진 균형을 팽팽하게 만들어 놓았으니 무진이 할 일은 이제 한 가지뿐이었다.

파아아아앙!

맹렬한 기운이 부딪치고 난 후 천득구의 신형이 뒤로 밀려나 있었다. 혈광을 번뜩이고 있는 천득구는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였다.

확실히 천왕과 전사들의 실력 차이는 있었다. 천왕의 무력은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각자가 지닌 장점을 극대화하여 합공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틈을 만들기 위해서 천득구는 갖은 수를 다 써보았지만 천왕들의 대처는 능수능란했다.

“젠장! 치사하게!”

여유롭게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는 4천왕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그들은 다급했다. 천득구의 무력이 그들의 예상을 넘어섰다. 한계점에 다다를수록 더 강해지고 있었다.

천살지기와 부딪칠 때마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내공력이 미세하지만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것은 어쩌면 4천왕이다.

더군다나 천득구는 일수에 끝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았다.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보이는 번뜩이는 노림수와 기기묘묘한 움직임은 천왕들의 예측 범위를 초월하고 있었다.

‘어디서 이런 괴물들이!’

무적전사단이 죽어버린 것을 느꼈다.

사실 천득구보다 뒤에서 구경하고 있는 무진이 더 걱정이었다. 무적전사단 8명이 합공하면 천왕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 일다경도 되기 전에 무적전사단을 죽일 자신은 천왕들도 없었다.

‘이놈들이 다른 천왕과 전사들을 상대했다면! 설마 이것이 함정이란 말인가!’

측정하기 어려운 무력이 없다면 계획할 수 없는 함정이다. 혈신을 도주시키고, 그걸 미끼로 제왕성의 주력인 천왕들을 유인하여 각개 격파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비웃고 말 어처구니없는 계획이다.

하지만 무진의 무력을 본 순간 불길함이 사실로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나 4천왕은 인정하지 못했다. 혈신을 인간의 무력으로 이기다니 그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인가!

‘그럴 리 없다! 하지만 놈들의 정체는 반드시 성에 알려야 한다!’

이런 괴물 같은 놈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제왕성은 모르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천왕들은 알고 있었다.

만일 이 상태로 놈들이 제왕성의 뒤통수를 공격하면 정말 큰일이었다. 제왕성에 마지막 보루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막아낼 수 있다 장담하지 못했다.

천왕들은 천득구를 압박하면서 전음을 사용했다.

[어서 빨리 이놈을 제압하고 여길 벗어나야 하오!]

천득구를 제압해서 인질로 사용하거나 놈을 죽이는 틈을 이용해서 벗어나야 했다.

무진과 대결해서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놈의 무력은 보여준 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다. 무적전사단을 도륙 내고도 놈은 어깨를 들썩이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한 호흡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이 아닌가!

내면에 감추고 있는 힘을 생각할수록 소름이 돋았다.

끄덕!

천왕들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천득구는 눈치가 귀신처럼 빠르다. 눈동자 돌아가는 것만 봐도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잡것들이 나를 상대로 수작질을 부려!’

수작질에 놀아나지 않으려는 천득구는 일부러 크게 소리쳤다.

“수작질이 통할 것 같아! 주군! 이놈들이 수작질 부린데요!”

움찔!

크게 소리쳤다.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고자질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유치한 수법이다.

그렇지만 천왕들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렸다. 뭔가 수를 계획하기도 전에 들켜버렸기 때문이다.

천득구의 소리를 듣고 무진이 움직이면 계획이고, 뭐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천득구는 수작질에 걸려들 만큼 멍청하지 않다. 또한 무진이 이른다고 해서 도와줄 것이라는 예상은 눈곱만치도 않았다. 단지 놈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서 한 수작이었다.

천득구의 잔머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급이었다.

멈칫거리는 순간 천득구가 재빠르게 보법으로 펼쳐 음양천양 도패륵에게 접근했다.

천뢰검법의 천뢰분멸(天雷焚滅)이 펼쳐졌다. 뇌전의 줄기가 네모반듯한 진형을 갖추며 직선으로 뻗어나갔다. 공간을 뇌전으로 불사지르는 듯한 불똥이 튀었다. 맹렬한 속도의 뇌전에 다급해진 도패륵이었다.

그는 음양굉천마공(陰陽宏天魔功)을 운용하여 빙음천겁장(氷陰天怯掌)의 빙음천벽(氷陰天壁)을 형성했다. 방어형태의 반투명한 빙벽이 도패륵을 감쌌다. 호신강기에 버금가는 빙음천벽이었다. 어중간한 강기로는 뚫을 수 없다.

쿠아아앙!

쩌쩌저적!

뇌전이 부딪친 빙벽의 중심부가 메마른 농지처럼 갈라지며 균열이 발생했다. 빙음천벽이 갈라지는 것을 본 천득구는 지체하지 않고 검력을 다시 한 번 분출했다. 천뢰검법에서 가장 빠른 천뢰섬격(天雷閃擊)이었다.

천뢰섬격이 빙음천벽의 갈라진 틈을 뚫고 들어왔다. 음양천왕의 위기를 본 마라천왕 구적철이 마라혈왕권(魔羅血王拳)의 혈왕탄(血王彈)을 날렸다.

천뢰섬격과 혈왕탄이 공중에서 폭사를 했다.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도패륵이 충격에 휘말리기는 했지만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다.

“쳇!”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아쉬운 천득구였다.

‘저놈은 골로 보낼 수 있었는데! 아깝다! 이런!’

지금은 아쉬움을 토로할 여유로운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 천왕들의 공격권에서 벗어나서 간격을 조율할 때였다.

금안천왕 기자선과 백미천왕 자무천이 옆구리와 등 뒤를 공격해 왔다. 천득구는 좌에서 우로 필사적으로 회피했다. 공간을 가르는 검력과 도력이 스치고 지나갔다.

주르르륵!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그러나 완전히 회피하지 못한 천득구의 등에 긴 도상이 남았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갔으면 척추가 갈라질 뻔한 상황이었다.

“열 받게 만드네!”

요즘 들어 계속 피를 보고 있었다. 남의 피와는 다르게 자신의 피는 황금보다 더 값지다고 생각하는 천득구다.

살기가 번들거리자 천살지기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천득구의 심경에 따라 천살지기는 변화무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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