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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85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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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85화

제2장 유인(誘因) (6)

 

특급전사들의 수장격인 몽환은 어이없는 진실에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예상은커녕 벌어져서는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3천왕을 죽인 자는 숨조차 헐떡이지 않고 있다. 천왕들을 식후 간식거리 정도로 해치웠다는 뜻이 되었다.

눈앞에 무시무시한 살기를 뿌리고 있는 놈보다 뒤에서 아무런 기세도 내비추지 않고 있는 무진이 더 무서웠다. 만약 무진이 움직이면 그들은 다 죽었다고 복창해야 한다. 천애의 낭떠러지 끝에 발끝으로 버티고 있는 느낌이었다.

때마침 아니나 다를까 특급전사들의 다급함을 외면한 채 천득구가 구원을 요청했다.

특급전사들은 숨이 덜컥 내려앉았다. 뒤에서 공격을 가하면 공격당한 줄도 모른 채 비명횡사해야 한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당하려고 이제까지 피나는 수련을 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주군! 저 좀 도와주십시오!”

“도와주지.”

“감사합니다! 역시 주군이십니다! 주군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멈칫!

특급전사들이 멈칫거렸다. 무진이 나선 이상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무진의 존재를 제왕성에 알리는 것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 죽기 살기로 사방으로 도망치는 것만이 살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말을 무진이 했다.

“저놈을 죽이면 네놈들을 살려주지.”

‘엥?’

천득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 누구를 도와주는 것인가! 평소 농담이라고는 담을 쌓고 사는 존재가 강무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득구는 재차 확인을 해야 했다. 목숨이 달린 일에 구차하거나 질척거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농담이죠?”

“잠재된 힘은 쓸데없는 힘이지. 네 능력을 각성시켜 주지.”

잠재력(潛在力)은 다른 말로 가능성을 뜻하며 발전할 수 있는 숨겨진 힘을 뜻한다. 뜻하지 않은 상황이나, 한계를 넘어설 때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도사들이나 기인들이 순진한 말로 ‘네 잠재력이 참으로 높구나’라는 사탕발림으로 통해 꾀는 경우가 제법 있다.

그러나 잠재력이 있다는 말은 듣기에 따라서는 좋은 말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능력이다.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없는 힘은 무인에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항상 칼끝에 발을 내딛고 사는 무인에게 잠재력이 격발되기를 바라는 것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그전에 비명횡사하는 것이 강호무림이다.

현재 천득구는 지존천마공의 공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숨이 거칠어졌다는 것은 내력과 체력의 소모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륜전을 펼치는 특급전사들과는 다르게 천득구는 쉴 틈이 좀처럼 없었다.

‘이런 떠그럴!’

오늘 정말 그날인 것 같았다.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고, 머리가 두 조각 난다는 날이다. 항문이 찢어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한 천득구는 잠시라도 호흡을 가다듬고, 체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다행히도 특급전사들은 성급하게 공격하고 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무진의 말을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군이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는 것을 놈들이 모르는 게 내게는 다행이군.’

말해줄 의무는 없다. 그걸 말해준다고 놈들이 믿을 리도 없지만 믿게 되도 큰일이었다.

재수 없게도 천득구는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절반을 황천길로 보냈으니 남아 있는 특급전사의 수가 15명이다. 소모한 내력과 체력을 감안하면 승산은 그리 많지 않다. 조금이라도 승산을 높이려면 궁리를 해야 했다.

생각, 고민, 궁리는 구실을 마련하고 구실은 방법을 실천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물론 사방이 꽉 막힌 새장 속에서 무언가를 궁리한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목숨 줄 내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은가!

천득구가 고민하는 동안 특급전사들은 무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아직까지 무진이 덤비지는 않고 있지만 손을 쓰기 시작하면 늦는다.

그들은 무진의 말을 믿지 않았다. 적을 상대로 그따위 허무맹랑한 제안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웠다.

몽환은 부하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신호하면 사방으로 도망쳐.]

특급전사들은 목숨 앞에 비굴하지는 않지만 허무한 죽음을 원하지는 않았다. 일단은 무진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성에 사실을 밝혀야 했다.

몽환이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특급전사 5명이 가지고 있던 연막탄을 바닥에 던졌다.

툭!

연막탄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연기가 퍼졌다. 그때를 노려 특급전사들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퍼어엉!

동시에 튀어나온 상황에서 가장 먼저 앞서가던 특급전사가 그 자리에서 폭사해 버렸다. 무지막지한 위력의 권풍에 적중당한 특급전사는 피륙조차 남지 않은 채 터져 버렸다. 발에 밟혀 뭉개진 개구리보다 못한 처참한 죽음이었다.

퍼어엉! 퍼어엉!

도망쳤던 특급전사 2명이 또다시 폭사했다.

남아 있는 특급전사들은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 멈췄다. 발걸음이 땅바닥에 붙었는지 떨어지지 않았다. 강력한 존재감이 사방을 통제하고 있었다. 돌풍이 불고 연막탄이 사라져 버렸다.

몽환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초절정에 근접한 무인이 반항은커녕 느끼지도 못한 채 죽어 버렸다.

“저런 말도 안 되는 무력이라니!”

“어쭙잖은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특급전사들은 체감했다. 감각에도 잡히지 않는 권풍이다. 위력조차 감히 측정하기 두려울 지경이다. 알고 있다고 해도 막아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3천왕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 무진이 작정하고 손을 쓰면 도망은커녕 모두 죽음이었다. 말 그대로 개죽음이 무엇인지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좀 전에 한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

강한 것은 둘째 치고 제정신인지 의심이 갔다. 그러나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거짓이라고 여기기에는 무진의 무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떼거리로 덤빈다고 해서 이겨낼 수 있으면 진작 도망쳤을 것이다.

이제는 무진의 말을 믿어야만 했다. 이대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개죽음 당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특급전사들은 사력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생에 대한 욕구가 전투력을 급상승시켰다. 특급전사들은 천득구를 타오르는 눈빛으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천득구의 표정이 일그러지다 못해 붉게 달아올랐다.

‘이것들이 이제 깨달았네!’

3명이 줄어든 것은 반길 일이지만 그것보다 문제는 특급전사들의 필사적인 태도였다. 좀 전보다 못한 상황이 되었다. 살기 위해서는 천득구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죽는 한이 있어도 무진이 도와주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특급전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살기 위한 필사적인 의지가 보였다. 천득구는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똥됐다!’

기력을 회복하기는 했는데 어중간했다. 지존천마공의 공능이 대단하다고 해도 이것가지고서는 될 것 같지 않다. 다급함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하고 있지만 그것이 맘처럼 되지는 않았다.

특급전사들은 천득구의 가공할 무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쳐 있었다. 몽환을 필두로 특급전사들이 승부수를 띄웠다. 시간을 지체했다가 무진의 마음이 변하면 큰일이었다. 천득구를 처리하고 난 후 틈을 봐서 도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특급전사들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3명이 한 조가 되어 천득구를 공격했다. 동귀어진의 승부수였다.

타타탕!

목 끝을 베어오는 검을 간신히 피한 천득구가 다급하게 뒷걸음쳤다. 일격이 끝나고 난 후 6명이 정면을 치고 들어왔다.

천득구의 수발이 어지럽게 펼쳐졌다. 뒤로도 완벽하게 피할 수 없는 형태였다. 나머지 3명이 후방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치사하게!”

일격필살의 의지가 실린 검격이라 어쭙잖은 방어를 했다가는 꼬챙이에 꿰인 오리구이가 될 수 있었다. 찰나간의 간격 속에 생사의 갈림길이 펼쳐지고 있었다. 위기일발의 상황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사아악!

주르르륵!

시간이 지날수록 천득구의 전신이 피로 물들어가 갔다. 피를 뒤집어쓴 혈인이 되어 가는 상황에서 천득구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천득구의 미소는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천득구의 눈동자가 붉게 변했다. 붉은 안광이 섬뜩한 한기를 뿜어내었다.

“크크크크!”

천살성에게 인간의 성향을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무진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제압을 당하고 있었던 천살성이 드디어 본래의 모습을 찾아갔다.

피의 마성을 지닌 천살성은 궁지에 몰릴수록 강해진다. 애초에 단숨에 끝을 내면 모를까 각성을 하기 시작한 천살성은 걷잡을 수 없는 성장을 한다.

타아앙!

검력과 검력이 부딪친 순간 특급전사들이 밀렸다.

천득구는 반발력을 이용하여 뒤로 반회전을 한 후 특급전사들의 다리를 베어냈다.

다리는 몸을 지탱하는 중심점이다. 다리 하나를 잃었다는 것은 전투력을 상실했다는 뜻이 된다.

천득구는 특급전사들의 수족 중에 하나씩을 공격했다. 단번에 목숨을 빼앗아 버릴 수 있는 얼굴과 심장 등은 본능적으로 방어를 하게 되어 있지만 수족은 달랐다.

물론 그로 인해 천득구의 몸도 상처가 나고 있었다. 하지만 천살성의 기운이 천득구의 몸을 보호하고 있기에 어중간한 상처는 금세 아물었다.

“지독한!”

“다 죽여주마! 크크크!”

천득구는 천살성의 기운을 활용하자 그 능력이 배가되었다. 대결을 펼칠수록 정교해지고, 능숙해졌다. 왜 그토록 세상이 천살성을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다.

천살성은 피와 살기, 전투에 의해서 강해지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괴…물!”

몽환은 미칠 지경이었다. 조금 전까지 숨을 헐떡이던 놈이 몇 배는 더 강해졌다. 그리고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몰아붙이는 것도 점점 힘에 부쳤다. 천득구의 신형이 바람을 가르기 시작하자 특급전사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다. 삽시간에 절반도 남지 않았다. 그것도 부상을 당한 6명이 전부였다.

죽일 수 있다는 믿음이 절망으로 바뀌어가자 남은 것은 지독한 분노였다.

“네놈만은 죽이겠다!”

특급전사들이 이를 악물며 달려들었다.

검격과 검격이 교차하는 순간 천득구의 검에 피륙이 꿰뚫렸다. 죽어 가는 전사는 사력을 다했다. 있은 힘을 다해 천득구의 검신을 잡았다.

죽음 초월한 의지가 검을 움켜쥐자 천득구는 미련 없이 검을 버렸다. 병기를 수족처럼 다루는 무인들과는 다르게 천득구는 병기에 의지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병기를 쥐고 있는 동안 공격을 하려던 특급전사들은 방향을 잃었다. 거리를 확보한 천득구는 무영살권의 음영살격을 응용하여 천살강기를 뻗었다. 음험한 살기가 하나로 응결이 되더니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퍼펑! 퍼펑!

쿠당탕!

살기로 응축된 무형의 강기가 특급전사 2명의 몸을 격타했다. 명치를 가격한 힘은 특급전사들의 혈맥을 휘저었다.

응축된 천살강기가 퍼지면서 혈맥과 세맥을 타고 흐르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다가 죽어야 했다. 무형살기가 내부에서 터진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고통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전사들은 바르르 몸을 떨다 숨이 멈췄다.

스윽!

죽어 가는 전사의 몸에서 검을 뺀 천득구가 나머지 전사들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천득구는 되도록 잔인하게 전사들은 도륙했다. 죽기 직전까지 살아서 발버둥을 치게 만든 것이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몽환뿐이었다.

“이럴 수는 없다! 네놈들은 도대체 뭐냐?”

분노와 절망이 몽환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괴물 같은 놈들이 한 놈도 아니고 두 놈이나 되었다. 하나는 완성된 괴물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이 각성시킨 괴물이었다.

“캬캬캬캬! 좋구나!”

이성을 상실한 듯한 천득구다. 피가 흐를수록 살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광인의 모습이었다. 피에 대한 욕구가 아직 식지 않았다.

천득구는 몽환의 신체를 산산조각 내 버리고 싶었다. 지체하지 않고 몽환을 향해 검을 뻗었다.

몽환은 달려드는 천득구를 전력을 다해 맞이했다.

차앗!

검과 검이 서로를 뚫고 지나가서 반대쪽에 섰다.

부르르르르!

주르르르륵!

떨리는 몸과 동시에 핏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몽환의 전신이 수백 가닥으로 잘려나갔다.

천득구가 펼친 수법은 천뢰검법의 천뢰검망(天雷劍罔)이었다. 가늘고 질긴 천잠사처럼 검기를 형성하였다. 그물망이 된 천뢰검망이 몽환의 몸을 훑고 지나간 결과였다. 마파두부처럼 잘게 잘린 고기 덩어리가 되어버린 몽환이었다.

“크하하하하하!”

핏물이 얼굴을 적시고, 입가를 타고 흘렀다. 천득구의 입에서 기괴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직까지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천득구는 특급전사들을 다 죽이자 무진을 보았다. 망설이지 않고 검을 뽑아 무진에게 달려들었다.

평소의 천득구와는 달랐다. 무진만 보면 기가 죽어서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천득구가 아니었다. 흉악한 천살성이 고개를 든 이상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살기가 응축된 검강이 무진의 정면을 찌르고 들어왔다. 검에 형성된 검압과 살기가 뭉쳐져 반경 3장을 조여 버렸다. 굉장한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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