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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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78화
제1장 무신 대 혈신 2 (3)
파파파팟!
한순간에 108번의 공격이 이어졌다. 혈신의 공격은 질풍노도와 같았다. 무진은 이를 악물며 막아섰지만 힘의 역부족이 드러나고 있었다.
방어에도 한계가 있었다. 두 배 이상 강력해진 혈신의 공격을 막는 것이 힘에 부쳤다. 부딪칠 때마다 수라탄강기가 뒤틀리고 있었다.
“으윽!”
핏물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는 무진이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다. 혈신이 발산하는 피의 마력은 심령까지도 타격을 준다. 절대고수도 무사하기 힘들었다.
그에 반해 무진은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했다. 몸이 걸레처럼 망가지고 있었지만 눈빛이 죽지 않았다. 오히려 활화산처럼 살아나고 있었다. 침전되어 있던 몸이 극한까지 몰고 가자 생동감이 꿈틀거렸다.
투지가 샘솟고, 기력이 살아났다. 수라탄강기가 점에서 시작하여 하나의 거대한 완성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다 하여 당장에 승부를 뒤집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혈신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혈신은 공격이 지속적으로 막히자 화가 치솟았는지 더욱더 진한 혈기를 뿜어내었다. 흩뿌려지는 혈기는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무진을 압박했다.
무진은 조여 오는 혈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몸에 닿을 때마다 수라탄강기와 격돌하는 것을 느낀 것이다. 강기를 부숴버리는 수라탄강기가 이 정도로 압박을 느낀다는 것이 대단할 따름이다.
‘지지 않는다.’
무진은 투지를 불태웠다.
투신지체의 가장 큰 힘은 포기하지 않는 인내였다. 적의 힘이 강하다 하여 포기하는 어수룩한 인간들과는 달랐다. 끝까지 참고 견디며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 무기가 되었다.
무진의 눈빛이 혈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관(觀)했다. 빠르다하여 궤적이 없는 것이 아니다. 또한 힘이 강하다 하여 이기는 것이 아니다. 무진은 현재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혈신의 빈틈을 확인하는 즉시 대응을 했다. 무진은 작은 빈틈을 크게 만들었다.
무초식의 혈천강기가 회수될 때 무진의 수라탄강기가 빈틈을 뚫고 정확하게 가격했다. 한 방으로는 충격을 받지도 않는 혈신이다. 무진은 일격을 뻗고 난 후 수십 초를 방어에 주력했다.
무진의 신형이 바닥에 꽂혔다가 지상으로 상승했다. 혈신은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무진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투아아앙! 투꽈꽈꽝!
대지가 반으로 쪼개지고, 건물이 송두리째 가루가 되어 버렸다.
타아앗!
혈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 지속적인 공격으로 인해 혈신의 공격이 무진의 눈과 몸에 익숙해졌다. 그렇다 해도 무진은 섣부르게 공격을 하지 않았다. 혈신의 능력을 가늠하고 확실한 타격을 입힐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일격, 일격에 주력했다.
퍼퍽!
단발성의 공격을 허용한 혈신은 충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변함없이 무진을 공략해 나갔다. 온몸이 걸레처럼 짓이겨질 때까지도 무진은 기다렸다. 그리고 수백 초식을 겨루었을 때 무진은 남아 있는 전 내력을 쏟아 부었다.
혈신을 부활시켰던 기해 즉, 단전에 무진의 진력이 퍼부어졌다. 산을 부수고, 대지를 가르는 위력 앞에서도 끄떡없던 혈신의 신형이 휘청거렸다.
혈신은 일순간 몸을 움직이기 어려웠다.
“크으으으으윽!”
고통을 받은 혈신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무진을 바라보았다. 무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갔다.
씨익!
“이제야 효력을 발하는군.”
무진은 일격에 혼신의 무력을 기울였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수라탄강기를 혈신의 기해에 주입시켰다.
일타의 위력은 혈신의 능력에 제압됐을지 몰라도 끊임없이 주입된 수라탄강기가 마침내 날뛰기 시작했다. 마지막 일격에 기울인 혼연일체심강격(渾然一體心剛擊)은 수라탄강기의 총체였다.
기해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혈신의 공능이 수라탄강기에 의해 파격을 맞이했다. 공력은 막힘없는 회전에 의해서 힘을 분출시킨다. 힘의 중심점이 파격을 맞이할 경우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혈신은 수라탄강기를 몰아내기 위해서 전력을 기울여야 했다. 당연히 무진의 공격을 대비할 여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후우우우!”
심호흡을 한 무진은 기운을 한 점에 모았다. 남아 있는 수라혼원심공의 전력을 사용할 작정이다.
이제 무진도 힘의 여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바보짓이었다. 이후에 혈신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마음과 무력이 일치해야 했다. 힘의 분출은 그 다음이었다. 가다듬은 무진의 기력은 전에 비해 강하다고 할 수 없으나 비수와 같이 예리했다.
혈신은 기해를 중심으로 날뛰는 수라탄강기를 제어하지 못해 광분하고 있었다. 고통이 극에 달할수록 분노도 상승했다.
무진은 미련을 두지 않고 권을 뻗었다. 상중하로 구분되는 머리, 심장, 단전의 중앙인 심장을 가격했다.
혈신의 공능은 놀랍게도 상단전의 개방이었다. 하지만 상단전의 개방은 중단전이 받쳐주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하단전에서 시작된 기운이 중단전을 통해 상단전으로 가는 길을 끊어버리려는 것이다.
통천심을 통해 혈신의 공능을 파악한 무진이다. 단숨에 혈신의 기력을 끊는 방법을 알아냈다. 물론 알았다고 해도 기해의 공격이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퍼어어어억!
심장을 가격 당한 혈신은 미칠 듯한 괴성을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앙!”
거칠게 피를 토한 혈신은 마지막 반격을 가했다. 평소의 무진이라면 피할 수 있었겠지만 기력이 다한 무진은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크윽!”
무진의 입가에 핏물이 흘러내렸다. 제법 충격이 컸는지 휘청거리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그에 반해 혈신은 단전과 심장에 충격을 받자 더 이상 혈기를 뿜어내지 못했다. 겉으로 보면 무진에 비해서 멀쩡한 편이지만 내부는 기력이 완전히 소멸되어 버리기 직전이었다.
혈광을 번뜩이던 눈빛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러자 내부에 갇혀 있던 철무성이 혈신의 자리를 대신했다. 철무성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잠재의식 속에 갇혀 있기는 했어도 무진과의 혈전은 기억하고 있었다.
“네놈은 도대체?”
혈신이 되기 위해서 무성이 치른 희생은 참혹했다. 아직 핏기도 가시지 않은 아이들의 정기와 피를 흡수해야 했다. 인간으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진을 이기지 못했다.
“이럴 리가 없다! 혈신은 무적이다!”
“큭!”
무진의 입가에 조소가 맺혔다.
“사술에 의해서 강해진 주제에 제국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통제하지 못하는 힘은 있으나 마나한 것이다.”
“닥…쳐랏! 네놈도 정상적으로 얻은 힘은 아닐 것이다!”
혈신에 버금가는 무진의 무력이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힘을 얻을 수 없다고 본 무성이다. 일반적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무진의 강함은 평범함을 넘어섰으니 말이다.
“네놈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게 좋아.”
“그…럴 리 없어! 네놈을 죽여주마!”
무성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격렬한 분노와 좌절이 솟구쳤다. 절대의 힘이 부정당하자 인간이 되어 버린 무성이다. 혈신이라는 껍질이 벗겨진 무성은 무진을 향한 지독한 시기와 질투, 적의가 휘몰아쳤다.
“이미 승부는 끝났다.”
“닥쳐! 아직 네놈은 죽일 수 있다!”
미세하지만 혈기가 뿜어져 나왔다. 분노에 의해서 혈천진기가 운용된 것이다.
무진은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기력을 다한 것도 있지만 승부는 여기까지였다.
적의 힘을 가늠하고 자신의 힘을 측정한 것이다. 무진은 아직까지 필적할만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그렇기에 진실 된 힘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번 승부로 인해서 무진은 한층 더 강해졌다. 그리고 더 강해질 것이다. 무진에게 적수는 그런 존재다. 혈신의 능력을 가늠했으니 쓸모는 다했다.
“이제 그만 도망쳐 줘야겠다.”
“네놈을 죽이지 않는 이상 어림도 없다!”
“과연 그렇게 될까.”
“네놈의 힘도 바닥이다! 허장성세가 통할 것 같으냐!”
“물론 내 힘은 다했다.”
무진은 순순히 인정했다. 거짓을 말할 필요는 없다.
무성은 득의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건방을 떨어도 최후의 승자는 자신이라고 여겼다. 미약한 혈천진기만으로도 초절정고수를 상대할 수 있었다. 서 있는 것이 고작인 무진을 죽이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같잖은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죽을 때가 되니 겁이 나는 것이냐!”
“죽을 때라.”
태연한 무진이다. 손을 쓰기도 힘든 상황에서 여유가 넘쳤다.
‘응?’
검은 바람이 무진이 뒤로 도열했다. 흑풍은 신속하고 정확했다. 군더더기조차 없는 매끄러운 움직임이다. 일사불란하게 진형을 유지했다.
무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기력이 다하는 순간 기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 정도로 가까이 접근하는 존재를 몰랐다는 것은 놈들의 실력이 초절정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흑영대 100명이 주변을 장악했다.
무진은 뒷걸음을 친 무성을 바라보았다. 좀 전까지 자신을 죽이겠다고 달려들었지만 무리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이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나.”
“비겁한!”
“이곳까지 혼자 온 것이 잘못이지.”
무진의 비아냥거림에 무성은 이를 악물었다. 도저히 승산이 없는 상황이다. 완전한 상태였다면 흑영대 따위야 한 수면 끝내 버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다. 흑영대가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이상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무진이 명령이 떨어졌다.
“쳐라.”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흑영대 전원이 무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흑영1호 단유성은 복잡한 심경으로 무성을 상대했다. 무진을 저토록 지치게 만든 존재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무진이 이겼다. 그리고 무진의 계획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엄청난 괴물조차 주군의 수단이 된단 말인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무성은 손발이 어지러웠다. 흑영대는 일대일 대결을 벌이지 않았다. 합격진을 형성하여 무성을 압박했다.
‘벗어나야 한다!’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무성은 공간을 확보하고 쉴 수 있는 틈을 만들어 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흑영대의 집요한 공격은 틈이 보이지 않았다.
단유성은 차륜전을 가했다. 교차하는 지점에서 번갈아 가면서 무성을 상대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순간에 끝을 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순간순간 매섭게 뻗어오는 무성의 반격은 섬뜩할 정도였다. 기력이 다한 자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굉장하다!’
빠져나가려고 하는 의지가 대단했다. 죽이려는 의도가 없다고는 하나 흑영대의 합격진은 절대고수를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었다. 지친 상태에서 이렇게까지 버티는 것만 해도 대단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겠지.’
단유성은 무진에게서 받은 단검을 꺼냈다. 단검은 악마의 상이 검병에 그려져 있고, 예리한 검신은 피를 머금은 것처럼 붉었다.
단유성이 신호를 보내자 진의 형태가 바뀌었다. 10명이 조를 이루어 무성의 시야를 가렸다. 합격진을 좌우로 교차하여 무성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무성은 사각을 뚫고 들어오는 흑영대의 매서운 공격에 지속적으로 밀렸다. 빠져나가려는 궤도를 완전히 봉쇄해 버렸기에 한정된 공간에서 움직여야 했다.
“빌…어먹을!”
헛!
시야가 어지러운 상태에서 단검이 날아왔다.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무성이 몸을 틀어 단검을 피했다. 그러자 3방향에서 30개의 비수가 쏟아져 나왔다. 공중으로 피했다가는 벌집이 될 수 있었다. 수치스럽지만 바닥을 굴러 비수를 비했다. 그리고 일어섰을 때 비수가 또다시 날아왔다.
치이이익!
“치…사한!”
비수에 살짝 닿은 옷이 검게 탔다. 비수에는 독이 발라져 있었다. 스치기라도 하면 혈수로 변하는 치명적인 독이었다.
무성은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비틀고, 신형을 재촉했다. 하지만 육방을 차지하고 있는 흑영대의 공격을 모두 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뜨끔!
불에 데인 듯한 통증이 느껴지자 무성은 현기증이 났다. 무성은 단전에 박힌 검이 믿어지지 않았다. 감각이 무뎌지기는 했어도 단전에 검을 허용할 줄은 몰랐다.
비틀! 비틀!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마치 피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검에 의한 충격보다 검 자체에서 발하는 흡입력 때문에 더 고통스러웠다. 보통 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흡혈마검이라고 하지. 제대로 된 운기 없이 검을 뺐다가는 목숨을 보장하기 어려울 거야.”
무진은 친절하게 검의 이름을 설명해 주었다. 천사혈(天死血), 뇌력마도(雷力魔刀), 흡혈마검(吸血魔劍)을 일컬어 무림3대금지마병이라고 불린다.
그 중에서도 흡혈마검은 피와 정기를 흡수하는 검이다. 몸에 닿기만 해도 심령에 타격을 주는 마검으로 강호의 금지마병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무진의 설명에 치를 떤 무성이다.
“사…악…한!”
“어차피 네놈은 날 욕할 자격이 없다. 극악한 대법으로 무력을 얻은 주제에 날 탓할 수 있느냐.”
1천의 무고한 어린 생명을 죽인 무성이다. 그보다 더한 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할 말이 없어진 무성은 입을 닫았다. 그리고 내부에 남아 있는 마지막 기력을 쥐어짜서 터뜨렸다. 어차피 이대로는 죽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 수단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