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74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74화
제5장 이간계(離間計) (6)
무진의 눈과 마주친 호천승과 용연비는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감히 대적한다는 생각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귀찮았을 뿐이다. 인사치레는 필요 없다.”
무례한 대답에도 호천승과 용연비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 말도 못하고 그들은 배의 선실로 들어갔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곱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판 위에 있어봤자 마음만 상할 뿐이다.
“당…신이 무신 강…무진인가요?”
“그렇다.”
“그런데 왜 밝히지 않았어요!”
“난 숨기지 않았다.”
이름을 밝혔고, 천하최강자라고 했다. 숨기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순간 말문이 막힌 하영은 대꾸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무진에게 존대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난 멍청하지 않은데!’
무진과 만난 후로 계속 바보가 되는 하영이다. 그녀는 멍청하지 않다. 무공뿐만 아니라 학문에도 제법 열을 올렸다. 한림원의 학사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이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 * *
장사(長沙).
호남성의 성도로 규모가 큰 상업도시다. 천하이대상단의 대명상회가 자리하고 있다.
무진과 하영은 배를 타고 장사에서 내렸다. 무진은 할 일이 있다며 헤어지자고 했다.
“그럼 일 끝나고 대명상회로 와요.”
무진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사에서 대명상회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영은 무진과 헤어진 후 곧장 대명상회로 향했다. 대로변을 따라 대명상회에 도착한 하영은 상회주를 만났다.
대명상회의 상회주는 주유성이라는 자였다. 그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홍치제의 동생이다. 그의 출생 자체가 확실하지 않았지만 홍치제가 그의 신분을 확인하고 대명상회를 마련해 주었다.
상인으로서의 자질이 뛰어난 주유성은 대명상회를 천하6대상단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하영의 설명을 들은 주유성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습격자들이 있었단 말이냐?”
“그래요. 숙부!”
“습격한 이유를 아느냐?”
“저를 노린 것 같아요.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사로잡으려는 의도는 파악했지만 이유를 알지 못했다. 주유성은 불길한 기분을 느꼈다.
“우선은 상회의 방비를 강화해야겠구나! 정천맹에서도 무언가를 눈치 채고 무사들을 보내왔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네요.”
절정고수를 능가하는 자들이 20명이나 되었다. 그런 자들이 습격을 해왔다면 또 해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현명했다.
“피곤할 테니 가서 쉬거라.”
“그보다 그거 주세요.”
“뭔…소리냐?”
주유성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 왜 이러세요.”
“하영아! 아무리 너라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
“정말 이러면 재미없어요.”
노려보는 눈빛이 작고한 형님과 같았다. 주유성은 한숨을 내쉬더니 어쩔 수 없음을 깨달았다.
“알았다.”
“고마워요.”
하영이 이곳까지 오게 된 이유는 검(劍) 때문이다. 평범한 검이 아니다. 그녀의 성명절기인 대붕진천검법의 후반3초식의 비밀이 감추어진 검이다. 대붕신검(大鵬神劍)이라고 불리는 검으로 대륙칠대명검에 속한다.
주유성은 대붕신검을 내놓으면서도 아까워서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대붕신검을 내다 팔면 못해도 황금 10만 냥은 거뜬할 것이다. 그런 검을 공짜로 토해내는 상인의 심정은 피를 쏟는 것 같다.
‘얘가 어떻게 알았지. 아무래도 상회 내에 간자가 있는 게 분명해.’
주하영은 공주라는 신분 이외에 황궁을 수호하는 밀천의 천주다. 100년 전 황궁에 불어닥친 혈풍과 대붕신검의 분실로 인해 세력이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엄연히 황궁의 수호자였다.
어둠이 달을 가린 밤.
대명상회의 주변에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담을 넘었다. 신속한 움직임이었다. 대명상회를 지키고 있던 무사들은 일시에 저세상으로 향했다.
삐이이익!
“침입자다!”
대명상회의 경계가 이전보다 삼엄했다. 무사들의 수도 현저하게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자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막으려는 자들을 향해 거침없는 살수를 펼쳤다.
일반적인 무인이 아니다. 100명이나 되는 자들은 절정 이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선 그림자가 지시를 내렸다.
“계집을 찾는데, 방해되는 놈들은 모두 죽여라.”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빠른 시간 내에 계집을 사로잡아 성으로 보내야 한다. 지체했다가는 목숨을 보장하지 못한다.
“웬 놈들이냐?”
대명상회를 수호하는 백룡검(白龍劍) 진운이 호위무인들을 이끌고 그림자들을 막아섰다. 진운의 외침에 대꾸하는 그림자는 없다. 그림자는 진운과 무사들을 향해 살수를 뿌렸다.
“이놈들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살수를 뿌리는 것이냐!”
진운은 절정고수다. 대명상회를 지키는 백룡수호대도 일류고수를 넘어서는 실력자들이다. 웬만한 전력으로는 무너뜨리지 못한다.
그러나 침입자는 그 이상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수 위의 실력 차는 건널 수 없는 강이었다.
“크아앗!”
찰나를 버티지 못하고 백룡수호대가 전멸했다. 백룡수호대주 진운조차 일검을 펼치기도 전에 그림자의 초절한 수법에 잡히고 말았다.
‘뿌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진운의 목이 부러졌다. 그림자는 시간 끌지 않고 내부로 진입해 들어갔다.
주유성과 주하영은 갑작스런 습격에 놀랐다.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황실과 밀접한 대명상회를 이토록 대범하게 쳐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놈들이 왜 너를 노리는 거지?”
“지금은 이유를 따지기보다 피해야 해요!”
하영도 적의 기세가 느껴졌다. 무척이나 어둡고 음습했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막아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하영과 주유성이 방을 나와 외부로 빠져나가려는데 습격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자들은 거침없으며 빨랐다. 대명상회의 무력으로는 일각조차 버티지 못했다
“이…럴 수가!”
주유성은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그림자의 수장이 주하영을 발견하자 곧바로 손을 썼다. 주하영은 대붕신검으로 대응했다.
카아아앙! 팅!
대붕진력을 쏟아 부운 검력이 그림자의 날카로운 손톱에 실린 힘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그녀는 검끝을 타고 흐르는 그림자의 진력에 검병을 놓칠 뻔했다.
‘윽!’
단 한 수에 그녀는 밀려버렸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림자의 조법(爪法)은 기기묘묘해 사각을 형성하기 어려웠다.
그림자의 귀안(鬼眼)이 열렸다. 순간적으로 귀안을 본 주하영은 몸이 경직됐다. 인면지주의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옴짝달싹 하지 못했다.
“치…사한!”
주하영은 사술에 당한 것이 분했다. 그림자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하영의 신체에서 흘러나오는 영기를 확인했다.
‘역시 맞구나!’
제대로 찾았다. 그녀만 데리고 가면 신은 영원불멸할 것이다.
퓨우우웅!
궤적이 보이지 않는 검이 그림자의 사각을 노리며 들어왔다. 그림자는 급히 신형을 틀었다. 검력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몸을 빼기에는 시간이 늦었다. 그림자는 신속하게 귀음수(鬼陰手)를 펼쳐 대응했다.
타아앙!
“크윽!”
충격을 받고 물러난 그림자는 경악했다. 그는 성을 호위하는 12명의 천왕 중에 1명인 귀음천왕(鬼陰天王) 풍청양이었다. 강호16대고수에 비해 부족한 실력이 아니다. 그런 그의 내부에 충격을 주었다. 풍청양은 검을 뻗은 자를 보았다.
“네놈들은 누구냐?”
“정천맹 소속 흑풍대의 대주 차중천이다!”
“네놈들이 여기는 어떻게?”
정천맹에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그보다 정천맹에 저런 고수가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제국을 위협하는 원의 잔당을 맹이 두고 볼 것이라 여겼는가!”
“그…걸 어떻게?”
풍청양은 순간 ‘아차!’하는 심정이다. 정체가 밝혀진 이상 모두 죽여야 했다.
“놈들을 다 죽여라!”
풍청양의 명령에 따라 흑영살단(黑影殺團)이 살수를 뿌렸다. 하지만 밀영대는 이제까지 상대한 대명상회의 무인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주유성과 주하영이 불안한 기색으로 지켜보다 엄청난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정천맹의 무인들은 가공할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무인들이 뿜어내는 기운이 휘말린 건물들이 속수무책으로 부서져 나갔다.
쿠과과광!
부딪친 기운의 여파가 대명상회를 휩쓸었다. 고요한 밤을 소란스럽게 했다. 초절정 고수들의 무력이 어떠한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풍청양은 기가 막혔다. 흑영살단은 그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천맹의 무인들을 한 명도 죽이지 못하고 있었다. 30명 대 100명의 대결이 팽팽하기는커녕 밀리고 있었다. 문제는 풍청양을 공격하는 놈조차 범상치 않았다. 1 대 1의 대결에서 승기를 잡지 못했다.
‘어디서 이런 놈들이!’
일각이 지나자 흑영살단이 일방적으로 도륙당했다. 이제까지 대명상회의 무인들을 학살한 것처럼 역으로 당하고 있었다.
털썩! 털썩!
썩은 짚단처럼 베어 넘기는 정천맹의 무인들이다. 풍천양은 이가 갈렸다. 필생을 다해 키워놓은 수하들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평정심을 찾기 힘들었다. 그는 귀안을 열어 전력을 다했다.
“죽어랏!”
탈백귀마공(脫魄鬼魔功)의 전력이 실린 귀살마장(鬼殺魔掌)을 출수했다.
밀영1호 차중천은 공중에서 반 바퀴를 회전하며 땅을 내딛는 순간 역방향으로 꺾었다. 그러고 나서 천뢰검법의 천뢰섬(天雷閃)을 펼쳤다. 촌각의 틈을 파고드는 차중천의 쾌검에 풍청양의 수발이 어지러워졌다.
밀린다는 것을 인식하기 전에 풍천양의 뒤로 밀영6호 우중백이 자리했다. 우중백이 무영살권의 음영살격을 뻗었다. 위기감을 느낀 풍청양이 반회전을 한 후 귀살마장을 출수하다 차중천의 일검을 허용하고 말았다.
사아악! 뎅강!
풍청양의 오른팔이 잘리고, 흑영살단은 궤멸당하기 직전이었다. 풍청양은 우선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천맹에서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했다.
풍청양은 전음을 사용했다.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흑영살단에게 암시를 걸어 놓았다. 전음을 날리는 즉시 흑영살단의 몸이 검게 물들었다. 흑살공(黑殺功)이라고 불리는 폭혈공(爆血功)이다. 몸을 터뜨려 적에게 타격을 입히는 수법이다.
푸아아아앙!
자살공격의 위력은 가공했다. 절정고수라고 해도 버티기 힘든 공격이다. 밀영대가 공간을 벌리고 뒤로 물러났다.
혼란한 틈에 풍청양은 급히 도주했다.
인육의 파편이 사방으로 퍼지자 전투가 종결되었다. 차중천은 도주하는 풍청양을 쫓지 않았다. 겉으로는 쫓을 시간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정신을 차린 주유성과 주하영이 차중천에게 다가갔다.
“고맙네!”
“아닙니다. 제국의 백성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주유성은 원의 잔당이 힘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들이 가진 힘이 범상치 않았다. 목숨마저 쉽게 내던지는 놈들의 방식에 치가 떨렸다. 오늘 있었던 사실을 황궁에 알려야 했다.
“이보게.”
“하명하십시오.”
“하영이를 황궁까지 데려다 주게.”
“알겠습니다.”
차중천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무진의 명에 따라 북리중천의 비밀부대로 위장을 한 상태다.
주유성은 주하영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오늘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다. 어떻게 해서든 황궁에 알리고 원의 발호를 막아야 한다!”
“저도 알고 있어요!”
그녀도 황녀로서 사명감을 느끼고 있었다. 원의 발호는 대륙의 기틀을 흔드는 위험한 일이다. 작은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나저나 온다면서 언제 오는 거야?’
무진과 함께 오지 않은 것이 후회되는 하영이다. 무진이 있었다면 습격자들을 간단하게 처리해 버렸을 것이다.
풍청양은 팔이 잘린 채 전력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달렸다. 비선을 사용하려면 조금 더 가야 한다. 그는 대명상회를 벗어나 외진 곳으로 향했다.
그가 골목길을 빠져나가 인적이 드문 장소에 들어설 때였다. 앞을 가로막는 청년이 보였다. 밤이지만 그다지 상관할 바는 아니다. 풍청양은 지체하지 않고 살수를 뿌렸다.
슈우우욱!
착!
뻗기가 무섭게 잡혔다. 풍청양은 순간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범상한 놈이 아니었다. 평범한 일수라도 화경의 고수가 펼치는 공격을 잡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풍청양은 잡히는 즉시 반사적으로 무릎을 들어올렸다. 청년의 턱을 노려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풍청양이 수법을 펼치기도 전에 청년의 신형은 시야에서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팔도 기이한 각도로 꺾였다.
뿌드드득!
“크으윽!”
무진은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풍청양의 목을 잡아챘다. 풍청양은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한수 만에 팔이 부러지고 목을 제압당한다는 것을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무진의 무심한 눈동자가 풍청양의 뇌리를 꿰뚫었다. 풍청양은 이를 악물며 귀안을 열었다. 귀신의 눈이라고 불리는 귀안은 영안이다. 평범한 인간은 혼이 빨려 들어가 버릴 수 있다. 그러나 귀안조차 무진의 통천안(通天眼)을 버티지 못했다.
“크윽!”
심령이 날카로운 병기에 뚫리는 것 같았다. 발버둥을 치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괴물이… 있다니!’
통천안은 무진의 뜻대로 풍청양의 뇌리를 헤집었다. 풍청양의 눈동자가 돌아가고, 이마 위의 귀안이 터져 버렸다.
“으아아아악!”
정신이 망가지고, 육신이 죽어 가는 풍청양이다. 무진은 풍청양의 처참한 모습에 개의치 않았다. 심령을 완전히 망가뜨려서라도 비밀을 알아내야 했다. 마침내 무진은 풍청양의 뇌리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었다.
“재밌겠군!”
미소를 짓는 무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