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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73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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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73화

제5장 이간계(離間計) (5)

 

하영은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협의를 실천하는 용연비를 지지하기는커녕 도리어 원망하는 것 같았다.

“왜 이러는 거지?”

“같잖은 협의보다 목숨이 소중하다는 뜻이다.”

“그게 무슨 말이야?”

무진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하영이다.

“싸움이 벌어지면 누가 죽을 것 같나.”

“아! 그렇구나!”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는 결론이다. 싸움이 벌어지면 배에 탄 양민들은 어쩔 수 없이 휘말리게 된다. 양민들에게는 목숨이 걸린 일이 된 것이다. 정의를 내세우며 나선 것이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하영은 지금 많은 생각을 했다. 협객행을 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주변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도리어 백해무익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푸아앙!

용연비의 앞으로 무언가 날아왔다. 진무쌍이 가슴속에 숨겨둔 연막탄을 날린 것이다. 갑판에 떨어진 연막탄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연기가 시선을 가렸다.

갑작스런 공격에 놀란 용연비였다. 그녀는 항상 정해진 비무만을 해왔다. 일류고수를 능가하는 실력이지만 그건 온실 속에서 배운 죽은 무공에 불과했다. 수많은 실전과 혈전을 벌인 진무쌍처럼 노련한 수적을 상대로는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진무쌍이 가려진 연기 위로 뛰어올라 도끼를 내리찍었다. 당황하는 순간 타격을 주려는 의도였다. 그것을 눈치 챈 용연비의 사형, 천중도룡(天中刀龍) 호천승이 용연비의 어깨를 잡고 뒤로 당겼다.

쿠우우웅!

대부가 갑판을 두드리자 나무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부법은 직선적인 경향이 강하다. 쉴 새 없이 몰아붙여 이겨야 한다. 공격이 무위로 돌아갈 경우 빈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휘둘러진 도끼를 회수하는 찰나의 간격을 뚫고 호천승의 용린도(龍鱗刀)가 뻗어왔다 용호장의 도법은 무거우면서도 빨랐다. 피하기에는 너무 늦은 진무쌍이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파파파파팟!

화살비가 내리꽂혔다. 호천승은 공격 중에 날아오는 화살세례를 피해야 했다. 그 즉시 천류비선(川流飛仙)을 밟으며 공간을 벌렸다.

호천승의 표정이 변했다. 흔들리는 배에서 화살을 날리는 것은 쉽지 않다. 수적들의 궁술이 생각보다 뛰어났다. 그렇지만 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호천승은 용사군의 진경을 이어받은 천재였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순수 실력만 놓고 보면 정도십룡(正道十龍) 중에서도 상위에 속할 것이다.

타타타탕!

진무쌍은 호천승의 도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에 놀랐다. 배 위에서의 싸움이 처음인 것 같은데 적응력과 순발력이 대단했다.

‘젠장’

진무쌍이 혈왕부법(血王斧法)의 굉천혈(宏天血)을 펼쳤지만 천룡팔황도법(天龍八荒刀法)의 천사파황(天死破荒)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휘청!

신형이 흔들렸다. 지척간의 거리라서 화살을 날리기에는 위험했다. 놈의 일도에 치명상을 입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끝이닷!”

호천승은 망설이지 않고 도를 찔러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시선이 분산되었다.

“이년을 살리고 싶으면 멈춰라!”

호천승의 시선이 돌려졌다. 그곳에 용연비가 인질이 된 채 위협을 받고 있었다. 용연비는 수적들의 비열한 수법에 걸려 제압당했다. 뛰어난 실력에 비해 실전 경험이 미숙한 탓이었다.

쿠아앙!

“크윽!”

멈칫거리는 호천승을 향해 진무쌍이 혈부를 휘둘렀다. 갑작스런 공격에 호천승이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혈색이 좋지 못했다.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

“비겁한!”

“그러길래! 멈추라고 했을 때 멈춰야지.”

진무쌍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호천승과 용연비를 보았다. 이제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호천승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용연비는 목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금속에 몸을 떨었다. 그녀는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놈들이 비겁한 수작만 쓰지 않았다면 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럴 수는 없어!”

“철없는 짓을 한 대가를 받아야지. 크크크!”

“안…돼! 아버지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용연비는 배경만 가진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렸다.

화는 나지만 진무쌍은 적당히 끝을 낼 계획이다. 용연비와 호천승이 죽게 되면 일이 커진다. 그렇다고 그냥 풀어주면 다시 덤벼올 가능성이 있다. 함부로 나서면 안 된다는 것을 조금쯤은 가르쳐줄 생각이다.

진무쌍이 배에 탄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다. 가진 것의 절반을 내놔라!”

살았다는 것에 안도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가진 것의 절반을 또다시 내야 한다. 먼저 걷은 2할과 합하면 7할이 된다. 나머지 3할만 가지고 돌아가야 된다.

소규모 보따리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원망 가득한 눈으로 용연비와 호천승을 보았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용연비와 호천승도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나는…네놈들을 위해서 나선 건데! 버러지 같은 것들이 감히 나를 그런 시선으로 봐!”

용연비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죽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용호장이 버티고 있는 한 수적들이 어찌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풀려나면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을 남김없이 쓸어버리고 싶었다. 사실 그녀는 협객행으로 이름을 날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호천승은 눈치가 제법 있었다. 일을 크게 만든 것은 자신들이다. 해결할 자신이 없으면 애초부터 나서지 말았어야 했다.

‘스승님의 명성에 누를 끼치다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진무쌍의 시선이 한곳에 쏠렸다. 격전 중이라 몰랐지만 면사를 쓴 여인의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몸매만 봐도 답이 나왔다.

‘호오! 미인이구나!’

진무쌍은 자신도 모르게 여인을 향해 걸어갔다. 하영은 우락부락한 진무쌍의 면상에 아미를 찌푸렸다. 좀 더 접근하면 얼굴을 쳐버리고 싶었다.

무진이 소매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졌다.

툭! 데구르르르!

빛에 반사된 누런 황금이 진무쌍의 발치에 굴러왔다. 순간 이해를 하지 못한 진무쌍이다.

“돈이다.”

무진이 명쾌한 답을 내주었다. 먹고 떨어지라는 뜻이다. 노략질을 하는 수적이라고 해도 이런 식의 대접을 받고 좋아할 자는 아무도 없다. 진무쌍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겁도 없이 누구에게! 네놈도 저 꼴이 되고 싶은 것이냐!”

천지구분 못하고 나서면 어떻게 되는지 좀 전에 결과가 나왔다. 진무쌍이 보기에 무진도 용연비와 별 차이 없는 놈처럼 느껴졌다.

“더 필요한가.”

“뭐! 이런 육시랄 놈이!”

“돈을 줬으면 그만 가라.”

“계집이 있다고 만용을 부리는 것이냐!”

진무쌍은 무진을 별 볼일 없는 놈으로 치부했다. 힘이 있다면 돈을 줘서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진무쌍은 여인의 얼굴을 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겉으로 보이는 외양만 봐도 용연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미인이다.

“네놈에게 세상의 흉험함을 알려주마!”

흉악한 기세를 끌어올리며 무진을 위협했다. 당장에라도 무진이 박살 날 것 같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사를 쓴 여인은 태연했다.

하영은 수적의 행동에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호천승에게도 쩔쩔매는 놈이 무진 앞에서 수작질을 벌이고 있었다. 죽고 싶어서 환장한 놈처럼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진무쌍이 공격을 하기가 무섭게 결과가 나왔다.

“커억!”

뜻하지 않은 일이라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건만 버러지들이 덤벼들었다. 무진은 한 번 이상 참는 성격이 아니다. 무진의 손에 진무쌍의 얼굴이 잡혔다.

진무쌍의 얼굴에 비해 무진의 손이 작아 보였다. 무진의 손에 얼굴을 잡힌 진무쌍이 무릎을 꿇었다.

털썩!

압력이 가해지자 얼굴이 조여들고 있었다. 이목구비가 한곳에 모이는 기이한 광경이다.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쳐도 소용없는 짓이었다.

한순간에 상황이 이상하게 변해 버리고 말았다. 용연비를 인질로 잡고 있던 진무쌍의 수하 동탁이 소리쳤다.

“채주님을 놔라! 그렇지 않으면 계집을 죽이겠다!”

동탁은 무진이 진무쌍을 놓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다르게 무진은 거절했다.

“버러지를 죽이든 말든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뭐라…고! 어서 놔라! 진짜로 죽일 것이다!”

무진의 한마디에 용연비는 버러지가 되었다. 그녀는 인질이 된 것도 서럽지만 무진의 태도에 더 화가 났다. 서글픔과 분노에 눈물까지 흘러내렸다.

씨익!

무진은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미소를 보고 웃는다고 할 수 없다. 살심이 깃든 미소는 주변의 대기마저 얼려버리고 있었다.

“죽여라. 나는 내 할 일을 하겠다.”

뿌드드득!

진무쌍의 얼굴이 박살났다. 허연 뇌수와 핏물이 갑판에 흘러내렸다. 머리를 잃은 몸뚱이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용연비와 호천승은 물론 수적들까지 당황했다. 설마 일말의 여지도 없이 죽여 버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건 옆에 있던 하영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을 죽이면서 눈동자도 흔들리지 않다니!’

소름이 돋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와 같았다.

동탁이 이를 악물며 외쳤다.

“네…놈이 감히 채주님을 죽여! 네놈은 물론 이곳에 있는 놈들도 다 죽을 것이다!”

“그전에 네놈이 먼저 죽겠지.”

무진의 손가락이 위에서 아래로 그어졌다. 선이 일직선으로 날아가자 동탁은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병기를 든 채로 반토막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람이 순식간에 갈라지는 모습은 생소하기까지 했다. 무진의 손가락은 지속적으로 움직였다.

“저…럴…수…크앗!”

사아악! 쩌저저적!

배에 탄 수적들은 겁에 질려 뒷걸음을 쳤다. 반항도 수준이 맞아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는 손가락 하나로 십수 명의 수적들을 반토막으로 만드는 괴물이었다.

“도망…쳐!”

살기 위해서 도망쳐봤지만 무진의 손속이 더 빨랐다. 사실 움직일 필요도 없다. 그저 손가락을 휘저으면 그만이다. 그 순간 달아나던 수적 12명의 몸이 이등분이 되었다.

목숨을 건진 용연비와 호천승마저 얼어버렸다. 이토록 무서운 장면은 처음 보았다.

‘저…자는 대체?’

중원에 저와 같은 신위를 지닌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호천승은 순간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설…마!’

무진의 시선이 수적들의 배에 향했다.

“주제를 모르면 대가가 크다는 것을 알아야지.”

일단 손을 쓰기 시작한 무진은 멈추지 않았다. 내부에서 살아 숨 쉬는 극강패력이 뿜어져 나왔다. 형성된 기운은 나선을 이루어 무진의 어깨를 통해 팔로 전해졌고, 주먹에 모였다. 어느 정도의 기운은 자연스럽게 형성시킬 수 있다. 하지만 무진이 생성한 기운은 감히 측정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걸 여실히 깨닫는 하영은 진저리를 쳤다.

‘도대체 이놈 뭐야?’

강한 줄은 알았지만 이건 천외천이었다. 인간으로서는 감히 대적하기 힘든 엄청난 기운을 한순간에 뿜어낸다는 것 자체가 경악할 지경이다.

무진이 수적들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고리처럼 형성된 기운은 나선을 그리며 대포처럼 쏘아졌다.

슈우우우웅!

푸아아아아앙!

거센 물보라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진천뢰를 맞은 것처럼 폭발한 배는 삽시간에 물과 함께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단 한 방으로 전선에 버금가는 수적들의 배가 종이배처럼 사라져 버렸다. 너무나 엄청난 광경에 지켜보는 자들 전부 굳어 버렸다.

“무…신…이닷!”

“도…망쳐!”

3척 충 1척이 사라지자 수적들은 반항한다는 생각을 저 멀리 허공으로 날려 버렸다. 저마다 도망치기 위해서 배를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무진의 권풍은 수적들보다 빨랐다. 두 번의 주먹질이 이어지자 배는 공중분해 되어버렸다. 나뭇조각조차 남지 않고 깔끔하게 사라졌다.

하영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인으로서의 창피함이나 부끄러움 따위는 신경 쓸 것이 못된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장면을 보고 어떻게 멀쩡할 수 있단 말인가! 저건 인간이 발휘할 수 없는 능력이다.

무진은 할 일은 마치자 배의 한쪽에 기대섰다. 마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무심한 얼굴이었다.

하영은 질린다는 듯이 무진을 보았다. 수적들의 행동이 괘씸하기는 하지만 다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너무 잔인한 행동이었다. 1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무진에게서 감정의 변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젠장! 더럽게 무섭네!’

이전에 천하최강자라고 한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무진과 함께 가는 것이 과연 잘하는 짓인지 고민이 되었다.

배에 탄 사람들 전부 무진을 경외의 시선으로 보았다. 오늘 본 일이 꿈만 같았다. 솔직히 같은 하늘아래 땅을 밟고 사는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두려운 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쳐다보는 것 자체가 불경스럽게 여겨질 수 있다고 보았다.

갑판에 주저앉은 용연비를 호천승이 일으켜 세웠다. 용연비는 마음을 안정시킨 후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무진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 수적들에게 인질이 된 것보다 버러지보다 못한 취급을 당했다는 것이 더 서러웠다.

그렇지만 따질 수 없었다. 호천승이 무진의 정체를 알려준 것이다.

[그는 냉혈무신 강무진이다.]

그가 아니라면 약관을 갓 넘은 나이에 이만한 신위를 보일 수 없다. 솔직히 그의 사부, 천중도왕 용사군이 온다고 해도 이긴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아니 이길 수 없는 것이 진실이다. 용사군의 실력이 벽력도제 팽관혁에 비해 우월하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천승과 용연비는 마음을 다스리고 난 후 무진에게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

“무신을 뵙습니다. 구명지은에 감사드립니다!”

“무신의 은혜에 감사드려요!”

감고 있던 무진의 눈동자가 떠졌다. 무심한 눈동자 속에서는 어떠한 감정의 변화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주위의 공기가 무섭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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