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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 177화

무료소설 나 혼자 스킬융합: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6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177화

#178화 협장 테이블.

 

 

 

 

 

선우영의 말에 릴리트는 빙긋 웃었다.

 

사내들의 마음을 녹여버릴 정도로 아리따운 미소였지만, 속내는 시커멨다.

 

‘완전 바보는 아니군.’

 

그럴듯한 말로 속이려 했는데 안 통한다.

 

‘거짓말이 통할 상대는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진실을 어느 정도 밝혀야겠다.

 

“아스모데우스 군단장님은 마계 일인자가 되고 싶어 하십니다.”

 

“그래서 사이타나를 죽이려 한다? 좋아. 이제야 좀 이유가 그럴듯해지는군.”

 

선우영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릴리트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스모데우스 님의 목적은 마계 일인자. 그리고 선우영 님의 목표는 사이타나를 무찌르고 평화를 되찾는 것. 목적은 다르나 사이타나를 무찌른단 과정은 똑같죠.”

 

“그래서?”

 

“사이타나를 무찌르고 아스모데우스 님이 마계 일인자가 된다면, 더 이상의 침공은 없을 겁니다. 마계로 돌아갈 것이며, 다른 차원 침공은 일절 없을 겁니다.”

 

릴리트는 그리 이야기했다.

 

아스모데우스가 마계 일인자가 된다면 평화가 주어진다.

 

듣기엔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하지만 선우영은 그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아스모데우스가 마계 일인자가 되고 싶어 한단 이야기는 사실이겠지.’

 

그게 아니라면 굳이 사이타나를 배신할 이유가 없으니까.

 

‘내가 못 믿는 건, 녀석이 일인자가 되면 순순히 마계로 돌아가겠단 소리야. 더 이상 세상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말이 안 된다.

 

마계 일인자가 되겠단 욕심을 가진 녀석이 그렇게 순순히 침공을 멈춘다고?

 

심지어 배신까지 하는 놈이?

 

선우영은 피식 웃으며 떠보듯 릴리트에게 한마디 했다.

 

“사이타나와 내가 혈전을 벌여 둘 다 지쳤을 때, 뒤통수 때릴 생각은 아니겠지?”

 

“당연합니다.”

 

릴리트는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말도 거짓이다.

 

아스모데우스는 당연히 선우영도 배신할 생각이었다.

 

사이타나와 선우영이 격전을 벌여 지쳐있을 때, 둘을 공격해 없애버릴 요량이었다.

 

상처 입고 지쳐있을 때라면 아스모데우스도 사이타나와 선우영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을 테니까.

 

사이타나도 없고.

 

다른 군단장들도 없으며

 

선우영까지 없다면.

 

‘그 누구도 아스모데우스 님을 막을 수 없지.’

 

릴리트는 그리 생각했다.

 

상황만 잘 흘러간다면 분명 아스모데우스의 세상이 올 거다.

 

하지만 선우영이 바보인가.

 

그는 릴리트를 하염없이 째려봤다.

 

‘이것들이 날 호구로 아나? ‘뭐? 아스모데우스가 날 배신 안 해?’

 

웃기는 소리다.

 

딱 봐도 어떻게 움직일지 머릿속에서 그려지는데 말이다.

 

‘최종 결전에서 배신하고 나와 사이타나를 공격할 계획이겠지. 자기보다 강한 녀석들이 모두 죽으면 누구도 자길 이길 수 없을 테니까.’

 

신용할 수 없다.

 

‘동맹을 맺어도 결국엔 서로를 이용할 뿐. 적당한 시기에 배신해야 할 관계.’

 

동맹이 이뤄진다면 딱 이런 상황이 된다.

 

신용이라곤 쥐뿔도 없다.

 

하지만,

 

‘군단장들을 쓰러뜨릴 때, 아스모데우스는 꽤 유용한 카드가 될 거야.’

 

신용은 없어도 쓸모는 있다.

 

선우영은 속으로 씨익 웃었다.

 

‘아스모데우스, 넌 날 이용할 계획이겠지만… 반대로 내가 널 이용해주마.’

 

선우영은 그리 다짐했다.

 

그는 릴리트한테 질문을 휙 던졌다.

 

“동맹은 신용 관계인데. 신용의 증표로 뭘 줄 수 있지?”

 

“이건 어떠신지요?”

 

릴리트가 마법으로 어떤 상자를 소환했다.

 

선우영은 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래서 이게 뭐냐고 묻듯 눈짓을 줬다.

 

“굴란의 목입니다.”

 

선우영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상자를 열었다.

 

정말 굴란의 목이 있었다.

 

어떻게 녀석의 시체를 아스모데우스가 가지고 있는 걸까.

 

선우영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굴란 녀석! 사이타나의 밑으로 들어가자고 그리 주장하더니만, 사실은 아스모데우스와 끈이 있었던 모양이군.’

 

아스모데우스의 사주로 사이타나 밑으로 들어가자 오크들을 설득했었나 보다.

 

‘이런 멍청한 놈.’

 

몰래 배신하고, 심지어 오크들을 선동하더니만 그 결과가 저거라니.

 

‘이용당하다 쓸모없어져 죽었군.’

 

선우영은 상자를 덮었다.

 

릴리트는 빙긋 웃었다.

 

“선물이 맘에 드셨으면 좋겠군요. 아스모데우스 님은 배신자를 싫어하시거든요.”

 

선우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이타나를 배신하려는 놈이 배신자가 싫다고? 정말 웃기는군.’

 

선우영은 딱딱한 얼굴을 했다.

 

그는 릴리트를 향해 상자를 밀어냈다.

 

“시체를 가져와 놓고 선물? 이건 도대체 무슨 도발이지?”

 

선우영의 분노.

 

릴리트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단 표정을 지었다.

 

“뭐가 문제입니까?”

 

“굴란 따위는 내가 맘먹으면 언제든 죽일 수 있어. 근데 고작 이딴 놈의 목을 가져와선 선물이라 으스대다니. 웃기는군.”

 

“맘에 들지 않으셨다니 안타깝군요.”

 

릴리트는 그리 답했다.

 

그러며 속으로 트집을 잡는다고 여겼다.

 

그래, 맞다.

 

선우영은 괜한 트집을 잡고 있었다.

 

“아스모데우스한테 가서 전해. 동맹을 맺고 싶다면 이딴 게 아니라 진짜 쓸모있는 선물이어야 한다고 말이야.”

 

릴리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잔뜩 흥분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쭉날쭉해졌다.

 

“너무 오만하시군요.”

 

“오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상황판단 하는 게 어때?”

 

“뭐라고요?!”

 

“난 이 동맹이 결렬되어도 상관없는 사람이야. 하지만 너네는 그럴까?”

 

“…….”

 

“사이타나를 해치우려면 반드시 내 힘이 필요하지. 아쉬운 건 너희야.”

 

“벨제부브, 벨페고르, 마몬. 이렇게 세 명은 각자 상대해 쓰러뜨릴 수 있었을지 몰라도, 군단장들이 한꺼번에 덤비면 아무리 선우영 님이라도 힘드실 텐데요?”

 

“맞아. 힘들긴 하지.”

 

선우영은 그걸 인정했다.

 

그러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나보다 더 곤란한 녀석은 아스모데우스야. 이 동맹이 협상 결렬됐을 때를 생각해보라고.”

 

“무슨 뜻이죠?”

 

“만약 사이타나에게 오늘 있었던 동맹 협상이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분명 아스모데우스를 처치하겠다고 노발대발할걸?”

 

“그건….”

 

“그때, 내 도움이 없으면 어떻게 될 것 같아?”

 

“…….”

 

“난 협상이 결렬되어도 딱히 피해 보는 건 없어. 하지만 아스모데우스는 사이타나에게 죽겠지.”

 

선우영은 릴리트를 삿대질하며 중요한 점을 콕 짚었다.

 

“이 협상이 결렬되면 죽는 건 아스모데우스야. 나한테 동맹 협상하러 온 시점부터 주도권은 나한테 있는 거야. 이 점을 꼭 명심해.”

 

릴리트는 이를 으드득 갈았다.

 

그녀는 치마를 주먹으로 움켜쥐며 묘한 살기를 드러냈다.

 

분노가 치밀었다.

 

협상이 결렬되면 제일 피해 보는 건 아스모데우스가 맞았다.

 

화를 내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절대 이 동맹 협상을 결렬시킬 순 없었으니까.

 

선우영은 미소 지었다.

 

“자, 그러니까. 아스모데우스한테 가서 전해. 동맹을 맺고 싶다면 좀 더 좋은 선물로 성의를 보이라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릴리트는 더 이상 뭐라 반박하지 못했다.

 

선우영을 째려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성을 나섰다.

 

아스모데우스에게 선우영의 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선우영은 창밖으로 떠나가는 릴리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등에서 박쥐 날개를 꺼내 하늘을 활보했다.

 

‘후훗, 뭘 가져올지 기대되는군.’

 

선우영은 릴리트가 부디 아주 진귀한 걸 가져오길 바랐다.

 

 

 

 

 

* * *

 

 

 

 

 

릴리트는 모든 경위를 아스모데우스에게 전달했다.

 

더 좋은 선물을 주지 않으면 동맹을 안 맺겠단 선우영. 그의 말을 들은 아스모데우스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일이 생각보다 번거로워졌는데?’

 

선우영은 자신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단 걸 알고 있었다.

 

아스모데우스는 기다란 소파에 누워 고민에 잠겼다.

 

‘동맹을 맺지 않으면 제일 곤란해지는 건 나야.’

 

스스로 찾아가 동맹을 맺자고 했으니, 이 소식이 늦든 빠르든 사이타나의 귀에 들어갈 거다.

 

동맹 맺는 속도가 지체되면 자신이 불리해진다.

 

‘빨리 동맹을 맺어야 해.’

 

동맹 맺는 속도가 느려져서 사이타나가 눈치채고 쳐들어오면 자기만 죽는다.

 

‘시간이 부족해.’

 

적당한 선물 던져줬다가 계속 반려 당하면 골치만 아파진다.

 

어쩔 수 없다.

 

‘내가 가진 최고의 선물을 주는 수밖에.’

 

아스모데우스는 그리 생각했다.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창고로 걸어갔다.

 

릴리트가 뒤를 따랐다.

 

마법진들이 마구 나열된 창고의 문.

 

아무나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결계로 보호된 상태였다.

 

아스모데우스는 알 수 없는 언어를 중얼거리며 마법진에 손을 댔다.

 

휘이잉.

 

마법진에서 거센 돌풍이 불었다.

 

릴리트와 아스모데우스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마법진들은 빛무리가 되어 사라졌다.

 

결계가 해제된 창고의 문.

 

끼이익.

 

아스모데우스와 릴리트는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각종 금은보화가 가득했다.

 

황금.

 

고가의 예술작품.

 

각종 보검.

 

다양한 보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값진 물건을 고르라면, 맨 끝에 진열된 스킬석이었다.

 

아스모데우스는 스킬석이 놓인 선반에 섰다.

 

“이걸 선우영에게 선물로 보내라.”

 

아스모데우스의 명령.

 

릴리트는 어깨를 움찔거리며, 시선을 아래로 옮기더니 말이 없어졌다.

 

“왜 대답이 없느냐.”

 

“외람되오나. 감히 한마디 드려도 되겠습니까?”

 

“해봐라.”

 

“이 스킬석을 선우영에게 주는 걸 반대합니다. 너무나 강한 스킬이라 타인에게 함부로 양도해선 안 됩니다.”

 

“나도 알고 있다. 이 스킬석이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스킬을 익힐 수 없다.”

 

“…….”

 

“가지고 있어도 빛 좋은 개살구지. 사용하질 못하니까. 그렇다고 부하들에게 줘버리자니, 군단장급 실력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스킬이지.”

 

“그건 맞습니다.”

 

릴리트도 그걸 인정했다.

 

아스모데우스는 선반에서 스킬석을 꺼내 손가락으로 쓸었다.

 

마치 귀중한 보석을 대하는 듯했다.

 

‘아아, 만약 지금보다 일찍 이 스킬석을 발견했다면 지금쯤 내가 이걸 익혔을 텐데.’

 

참으로 아쉬웠다.

 

이걸 선우영에게 보내야 한다는 게 속 쓰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아스모데우스는 스킬석을 릴리트에게 건넸다.

 

“자, 시간이 없다. 이걸로 선우영의 동맹을 반드시 받아와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릴리트는 두 손으로 치마를 살짝 들어 올려 인사하고 스킬석을 챙겼다.

 

그녀는 성의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펄럭.

 

릴리트는 등에서 날개를 꺼냈다.

 

신체가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르더니, 고속으로 날아갔다.

 

헤스본의 방향으로 날아가는 릴리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스모데우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동맹을 맺으려다 목줄이 채워진 느낌이란 말이지.’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녀는 혀를 차며 자기 집무실로 돌아갔다.

 

 

 

 

 

* * *

 

 

 

 

 

선우영은 다시 돌아온 릴리트를 만나줬다.

 

또다시 펼쳐진 협상 테이블.

 

선우영은 의자에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누가 봐도 상전이었다.

 

릴리트는 순간 화가 치밀어 송곳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니야, 침착하자. 협상이 깨지면 불리한 건 아스모데우스 님이야. 적어도 나 때문에 협상이 깨지면 안 돼.’

 

릴리트는 분노를 참아냈다.

 

그리고 선우영에게 스킬석이 담긴 상자를 건넸다.

 

“말씀하신 선물입니다. 이번엔 맘에 드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건 뭘 가져왔느냐에 따라 달렸지.”

 

선우영은 반쯤 빈정거렸다.

 

그는 상자를 열어 스킬석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뭐야? 이런 스킬이 존재한다고?’

 

선물로 받은 스킬석. 거기에 적혀 있는 스킬 설명을 읽은 선우영은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예상치도 못한 대어가 낚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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