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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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6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6화 마법사다운 결투 (2)
3위계 메이지.
카넬 메그넘은 무료했다.
“너, 그 멍청이 못 봤냐?”
“멍청이? 아. 유렌 그놈? 글쎄. 나도 못 봤네.”
최근 마법 실험의 성과도 호평이고, 심장의 마력도 꾸준히 늘고 있다.
몇 년 전 받아들인 제자들도, 얼마 전 정식 3위계 마법사가 되어 독립했다.
공적과 실력. 모든 면이 순조로웠다.
높아만 보였던 4레벨도, 이젠 그리 멀지만은 않게 보이니.
하지만, 가슴속에서 이 울렁거리는 따분함은 뭘까?
“응? 그 쓰레기? 그러고 보니 나도 요새 직접 본 적은 없네.”
“……그래?”
카넬은 무료함의 원인을 금세 깨달았다.
유렌 슈나이더.
그 멍청이가 웬일인지 보이지 않아, 그를 짓밟은 지가 벌써 열흘이 넘어있던 것이다.
‘이 쓰레기 놈, 어디에 처박힌 거지?’
툭툭 몇 마디만 던져도, 금세 절망에 빠져 엉엉 우는 꼴을 보는 게 참으로 재밌었는데.
“아, 그러고 보니. 그놈 관련해서 최근 묘한 소문이 들리던데.”
“응? 어떤?”
“이른 새벽마다, 상업 구역에서 병사들하고 같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나? 그것도 마법도 안 쓴 채로.”
“에엥? 뭐야 그게?”
“하핫. 그 멍청이 머릿속을 어찌 알겠어.”
그래서 왔다.
일부러 이 새벽에 일어나, 이 지저분한 상업 지구로.
그래서 언제나처럼,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고 질질 짜는 얼굴을 보려고 했는데…….
“뭐야? 야. 듣고 있어? 밑에만 비실한 줄 알았더니 귓구멍까지 막혔네? 이거 참 큰일이구만. ……아하! 그럼 이러면 되겠다. 이쑤시개만 한 그걸 뚝! 떼서 그 막힌 귀나 좀 후비는 게 어때? 크기든 굵기든 아주 딱 맞을 텐데!”
“프흐흐흡……!”
“크큭!”
뭐지, 이건?
지금 왜 자신이 비웃음을 당하고 있는 거지?
카넬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독하게 저속하면서도 가슴을 후벼 파는 독설.
게다가 그걸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는 주위의 평민들.
아니다. 이건 아니다.
메그넘 자작가의 3남이자, 재능 있는 마법사로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그다.
이런 상황은 있어선 안 됐다.
게다가, 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게 그 멍청이 유렌이라니?
멍해 있던 카넬의 머리에, 피가 확 돌았다.
이가 갈리고, 머리와 손발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이, 이, 이-!!”
“얼씨구. 이젠 입구멍까지? 우리 도련님은 뭐 제대로 뚫려있는 게 없나봐? 그래도 뒤는 뚫려있어야 싸기라도 하…….”
“이 개자식아! 결투다아!”
분노로 불타는 마법사의 고함이, 아침 하늘 위로 높게 울려 퍼졌다.
* *
빙고.
제대로 낚았다.
상업 구역 안에 존재하는, 유일한 결투장.
유렌은 여유 있게 웃으며, 그 주변을 둘러보았다.
“와. 이 구역에서 결투라고?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게. 원래 결투는 마법 구역이나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거 아니었어?”
“하하. 거기에서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까 못 참았을걸? 너도 아까 보면 알았을 거야. 저 로브를 안 입은 쪽이 어찌나 입을 잘 놀리는지, 그 자리에서 폭발 안 한 게 다행일 정도였다고.”
“어이! 물러서! 더! 구경하다가 골로 가고 싶어?”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려 애를 썼고, 병사들은 그들을 일정 선까지 물러나게 하고 있었다.
“자, 자! 입안에서 맛나게 씹히는, 달콤한 설탕 과자 팝니다!”
심지어 눈치 빠른 몇몇 상인들은, 재빠르게 상품들을 판에 싣고 달려와 장사를 하고 있었다.
‘하긴, 자고로 싸움 구경은 뭘 씹으면서 하는 게 최고지.’
유렌은 이미 식어버린 꼬치를 씹으며, 주변이 시끌벅적해진 것에 만족했다.
이미 알려진 던전을 조금 빠르고 수월하게 깨는 것보단, 이쪽이 명성 쌓기에 압도적으로 좋겠지.
“험, 험. 그럼 결투를 할 두 사람은 이쪽으로 오시오!”
갑자기 불려온 중년의 마법사는, 당황함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양쪽을 불렀다.
그는 3위계의 결투 담당관으로 오래 일했지만, 이렇게 급박히. 그것도 상업 구역에서 결투를 맡은 적은 손에 꼽았다.
“……죽인다, 죽여버린다! 이 쓰레기 자식!”
“오, 무섭네.”
살기로 가득 찬 카넬.
그를 무시하며 소스가 묻은 입가를 슬쩍 닦는 유렌.
담당관은 기묘한 눈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이 젊은이가 그 유렌이라고?’
담당관 역시도 유렌에 대한 소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 소문과 결투 계약서에 적힌 조건을 보곤, 반강제적인 결투가 아닐까 걱정했는데…….
아무리 봐도 그렇겐 보이진 않았다. 이 조건이야 그저 감정이 폭발한 젊은이들의 치기겠지.
‘억지 결투는 아니니 됐나.’
마법사간의 결투는, 마법의 시초인 대마도사 테르파티스가 만든 신성한 행위.
단순히 강자가 약자를 핍박하는 것으로 이용되어선, 안 될 것이었다.
담당관은 완성된 결투 계약서를 펼치며 두 사람에게 내밀었다.
“자. 그럼, 여기에 적힌 결투의 이유와 승자의 권리. 모두 확실하오? 맞으면 마력으로 서명하시오.”
양쪽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채 마력을 움직였다.
파앗
양쪽의 마력이 두루마기를 훑고 넘어가자, 곧 두 사람의 이름이 나타났다.
카넬 메그넘
유렌 슈나이더
”비록 두 사람은 서로의 명예를 걸고 겨루게 되었지만, 본디 우리는 거룩한 마법의 시초- 테르파티스님의 의지를 물려받은 똑같은 후배들이네. 부디 공정한 대결을 펼치도록!”
지잉-
담당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결투장 전체가 얇고 투명한 실드로 휩싸였다.
안이 환하게 비치는지라, 시민들은 과자를 씹으며 안심한 채 결투장을 바라보았다.
“……찢어 죽여주마!”
“할 수 있으면.”
서로 덕담을 내뱉은 두 사람은, 담당관의 지시에 따라 결투장의 좌우 중간쯤에 있는 표시 된 곳에 섰다.
두 사람이 대치한 거리는 대략 열 걸음.
마법사에겐, 말 그대로 바싹 붙어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거리.
“양측, 뒤로 몸을 돌리시오!”
응?
유렌은 눈을 약간 둥글게 뜨면서도 그 말에 차분히 따랐다.
‘뭐, 일단 결투의 룰이나 의식 자체는 알고 있으니까.
지금 것은 처음 듣긴 했지만, 뭐 사소한 부분이야 다를 수도 있지.
그가 제국의 기사였던 시절. 당시 부대에 마법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투항해오거나, 왕국 출신의 마법사가 극소수지만 존재는 했었다.
그들에게서 마법사들도 결투를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 방식이 기사와 아주 흡사하다는 것도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땐 꽤 놀랐었지.’
마법사와 기사의 몇 없는 공통점이, 이 결투 문화였으니까.
“그럼 각자 의식을 치른 후, 결투를 시작하시오!”
-지이잉
담당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열 걸음 뒤에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 마력은 조용하지만 신속히 뜨겁게 변해갔다.
‘어쭈. 이게 기습을?’
유렌은 의식을 생략하고 다짜고짜 마법을 전개하는 카넬에게 조금 놀랐다.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명예를 반쯤 포기한 행위였으니까.
이거 도발을 너무 심하게 했나?
카넬의 마력은 3레벨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꽤나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뭐, 이쪽은 제대로 지킬 거지만.’
딱 봐도 비겁하게 기습한 쪽과 그럼에도 의식을 지키며 정정당당하게 상대한 쪽.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어느 쪽이 더 보기에 멋질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터.
“흐읍-!”
유렌은 재빠르게 뒤로 돌면서, 왼손으로 오른손의 장갑을 벗겨 그대로 – 내던졌다.
이는 결투의 의식- 장갑이나 모자를 벗어, 상대방의 얼굴로 던지는 것을 그대로 실행한 것이다.
쒸이이이익-
유렌이 힘껏 던진 두꺼운 장갑은, 무서운 속도로 카넬의 얼굴 쪽으로 날아갔다.
“어?”
유렌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렬하게 말이다.
“어?”
막 마법의 발동을 마친 카넬 역시,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니. 지금 내 얼굴 쪽으로 날아오는 저게 뭐지?
굳어버린 카넬의 머리 위 5미터.
조금 전 그의 손에서 나온 불꽃이, 메그넘 가문의 상징인 두 송이의 백합을 아름답게 피워내고 있었다.
그가 생성한 ‘결투의 의식’이었다.
“어어?”
두 결투자는 물론, 옆에서 지켜보던 시민들 역시 멍해 있는 가운데-
장갑이 날아들었다.
*
카넬에겐, 두 가지 불행이 따랐다.
첫 번째는, 상대인 유렌이 알고 있는 미래의 결투 의식과 현재의 그것이 다르다는 것.
현재 마법사간의 결투 의식은, 마법으로 문장을 만들어 소속 가문이나 마탑의 상징을 모두에게 공표하는 것이다.
화염이든, 얼음이든, 뇌전이든. 무엇으로 하든 상관없었다.
이것이 화려할수록, 가문이나 마탑의 존재를 더 잘 알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약 10년 후.
전쟁이 심각해지고, 결투는 전장에서도 벌어졌기 때문에, 의식은 단순히 소지품을 던지는 약식으로 바뀌어버린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카넬은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바로 유렌의 육체가, 투척의 달인이었던 영혼의 기술을 일부나마 발휘한 것이었다.
과거 그가 던졌던 투창엔, 수많은 마법사가 실드가 뚫려 꼬챙이가 되었었다.
그가 던졌던 돌멩이엔, 수많은 병사와 마력이 떨어진 마법사들의 머리가 박살났었다.
영혼이 기억하던 기술.
그리고 조금 전 온몸으로 돌렸던 마력 회전으로 활성화되고 있던 육체.
그 두 가지가 조합되어 나온 투사체는, 모두가 놀랄 정도의 속도로 날아갔다.
쒸이이이익
“어?”
놀라 크게 떠진 카넬의 눈동자에, 강하게 회전하는 두꺼운 가죽 장갑이 비췄다.
어느새인가 바로 얼굴 앞에 다가온 그것이, 그의 오른뺨을 힘차게 갈겼다.
뻐어억-
카넬의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쇠 맛과 격통.
카넬은 시각과 통각, 그리고 미각에 강렬한 충격을 느끼며 뒤로 나자빠졌다.
붉은 핏물과 허연 알갱이들을 마구 토해내면서 말이다.
“끄어어어-!”
푸른 로브를 붉게 물들인 카넬은, 바닥을 뒹굴며 끄억끄억 울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격통이, 그를 무너트리고 있었다.
“메, 메이지 유렌! 이게 대체…….”
담당관이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자, 유렌은 그저 어깨만을 으쓱였다.
-아. 10년 뒤엔, 이 방식이 맞다고.
……라고 변명을 해봐야 미친놈 취급밖에 더 받겠는가.
차라리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게 낫지.
“……음.”
“…….”
조금 전까지 기대에 찬 웅성거림이 가득했던 광장에 조용한 침묵만이 달렸다.
시민들이 바랐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번개가 튀고 화염이 번쩍이는…….
그런 마법사들의 화려한 결투를 상상했다.
하지만 이건 뭔가.
차라리 시장에서 흔히 벌어지는 동네 불량배들의 주먹질이 이것보단 볼 맛이 나겠다.
‘젠장. 이쪽이 의식을 어긴 것처럼 되어버렸잖아.’
‘메이지 유렌의 승리 선언을 해야 하나? 아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뭐야. 그렇게나 잘난 척하더니, 장갑 하나 못 받아서 질질 짜?’
‘……무슨 마법사들 결투가 이래?’
당황과 실망.
거리의 모두가 두 감정 속에 잠겨 할 말을 잃은 깊은 침묵 속.
“으어거어어어……”
비참하게 바닥을 구르는 카넬의 위로, 그가 띄웠던 백합 모양의 불꽃만이 허무하게 빛나고 있었다.
* *
그날 저녁.
마법 지구에서 가장 높고 화려한 고층 건물 안.
거대한 원탁이 들어간 커다란 방에, 화려한 로브를 입은 네 명의 마법사가 각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콰앙!
불타는 것 같이 이글거리는 붉은 색의 로브를 입은 중년 남자가, 원탁을 강하게 치며 소리쳤다.
“처벌할 수 없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하지만 그의 격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건 공정한 결투 아닌가? 어디를 처벌해야 하지?”
“의식을 치르고 있을 때 기습한 것이 공정하다고?!”
“규정상으로 문제는 없어. 의식은 어디까지나 규정 외의 행윌 텐데? 어머. 설마 그것도 잊어버린 거야? 정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네.”
“툰드라!”
붉은 로브의 중년은 자신을 잔뜩 비꼰 은청색 머리의 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정작 툰드라라고 불린 그 여인은, 오히려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왜? 내가 틀린 소리를 했어? 혹시 너무 오랫동안 결투를 하지 않아 잊어먹은 거라면, 기억나게 해줄게. 네이슨.”
쩌정!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주변이 싸늘히 얼어붙었다.
네이슨의 얼굴이 굳어질 그때, 녹색 로브를 입은 거한이 싱긋 웃으며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하하핫! 너무 그렇게 날 세우지 말게나, 툰드라! 네이슨은 그저 조카의 얼굴이 박살 나 열 받았을 뿐이니!”
“어머, 이빨이 절반이나 나가버린 그 멍청이가 조카였어? 그것 참 안 됐네.”
“이 연놈들이…….”
둘의 연계에, 네이슨의 얼굴이 그의 로브 색만큼이나 붉게 타올랐다.
으드득!
5위계 위저드의 분노에 주위의 마력이 뒤틀렸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만 들 하시죠.”
얌전히 있던 청색 머리 청년의 한 마디에 툰드라의 얼음도, 네이슨의 마력도 모두 대기로 흩어졌다.
덤으로 큰 소리로 껄껄 웃던 거한마저 조용해졌다.
“비록 그가 의식을 제대로 지키지 않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종의 예절. 규정을 어기지 않았으니 처벌은 내릴 수 없습니다.”
“……큭.”
“만약 그가 규정을 어겼다고 해도, 3위계 메이지 하나의 처벌 문제를 굳이 이 회의에 끌고 들어올 건 아니지 않나요? 네이슨.”
“그, 그렇긴 하지만.”
사근사근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청년의 말에 네이슨은 말을 잃었다.
청년은 짧게 한숨을 쉬며, 상대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일깨워주었다.
“하지만, 현장의 담당관은 상대의 승리 선언을 하지 않았더군요. 보고서에서도 승리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고요.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아리라 믿습니다.”
“……아!”
“흥.”
“으하하! 이제 알았나 보군!”
청년의 힌트에, 네이슨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미녀와 거한은 재미없다는 얼굴을 지었지만.
“그래, 그렇군! 공식적으로 승리한 게 아닌 이상, 이의제기 시 그 빌어먹을 놈은 상대의 대리인과 결투를 이어나가야 해! 그렇다면……!”
네이슨 자신은 그놈과 결투를 할 수 없다. 격의 차이가 너무 심했으니까.
하지만 그의 밑에는 놈과 대결이 성립되는 마법사들이 잔뜩 있었다.
네이슨은 그놈을 압도적으로 밟아버릴, 4레벨 마법사의 명단을 머릿속에 재빠르게 작성했다.
“자, 이제 됐나요? 그럼, 오늘의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청년의 말에 세 명의 위저드는 차분히 그에게 집중했다.
‘이제야 집중되는 분위기네. 그 메이지에겐 안 된 일이지만.’
청년은 그 불운한 메이지에게 짧게나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보나마나 네이슨이 준비한 세이지 위계에게 너덜너덜하게 밟히겠지.
‘어차피 내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도, 네이슨 스스로가 곧 깨달았을 테니.’
그는 그렇게 위안하며 유렌이란 메이지를 잊기로 했다.
5레벨 위저드 안에서도 필두에 서 있는 그다. 이보다 중요한 일은 너무나 많았다.
별 볼 일 없는 메이지 하나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여유 따윈 없다.
“자, 그럼 이쪽에 소속된 하위 마탑들의 연구 실적이 나날이 감소하는 이유가…….”
하지만 그는 예상하지 못했다.
가까운 날짜에, 그 잊어버리기로 한 메이지의 이름을 질리도록 듣게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