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화 마법사다운 결투 (1)
슈우욱-
베두인이 경악하건 말건, 유렌은 자신의 오른손에 있는 압축 된 마력을 차분히 바라보았다.
‘……설마 이렇게나 간단히 주변에 간섭이 가능할 줄이야.'
기본적으로 마력이란 힘은, 마법사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일정 경지에 이른 전사들도 자연스럽게 쓰게 되는 힘이니까.
다만 처음부터 마력을 이용해 신비로운 현상을 다루는 마법사와, 특정 경지를 넘어야 몸에 마력이 서서히 깃들게 되는 전사.
둘은 근본이 달랐고 시작점도 달랐다. 당연히 운용도 차이가 났다
두근두근-
유렌은 심장을 중심으로 운용하기 시작한 자신의 마력을 느꼈다.
몸 전체로 천천히 마력을 쌓는 전사는, 몸 외엔 간섭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차분하고 안정적이다.
하지만 마법사는 정반대였다.
‘제멋대로 날뛰려 하지만…… 주변의 마력을 다루는 힘은 비교조차 되지 않아.’
스윽-
유렌은 오른 팔을 들어, 압축된 마력을 공중으로 둥둥 띄웠다.
“으헉……!”
선배의 식겁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심장에서 시작된 변덕스러운 마력의 종점.
유렌은 이 불규칙한 현상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루고 있었다.
‘이거. 기사일 적에 적 마법에 간섭한 것보다, 이게 훨씬 쉬운데?’
유렌은 그제야, 전생의 자신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짓을 해왔는지 깨달았다.
어쩐지 대마도사가 원수를 눈앞에 두고 아깝다는 표정을 짓더니만. 이래서였나?
압축된 마력은 공중을 둥둥 떠다니며 그가 의지한 대로 움직였다.
천장 밑 한 뼘.
“허억!”
책상의 바로 위.
“흐윽!”
자신의 정수리의 반 뼘 뒤.
“그, 그만!”
더 버티지 못한 베두인이 크게 소리치자, 유렌은 그제야 마력의 압축을 풀었다.
파스스-
압축이 풀린 마력이 자연스럽게 대기로 흩어졌다.
“후아-.”
간신히 진정한 베두인은 식은땀을 닦으며,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후배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흠. 잠시만요, 선배. 이왕 한 김에 조금만 더 봐볼게요. 어디 보자, 다음 장은…….”
유렌이 너무나 태연히 책을 넘기자, 베두인은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 녀석.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한지 모르는 건가?
‘단순한 마력 다루기의 기초인 마력 모으기로, 내 마력 흡수 마법보다 더한 현상을 만들었어.’
얼마나 주변의 마나에 대한 조작력이 강했으면, 그럴 수 있었을까.
게다가 그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마력 컨트롤을 해내고 나서도, 이렇게 덤덤하다니.
“유렌.”
“네. 선배. 뭐죠?”
“너. 진짜 유렌 슈나이더. 맞냐?”
본래 그가 아는 마법사 유렌의 가장 큰 약점은, 이런 마력 컨트롤과 그것을 다루는 센스.
지금 그가 보는 유렌은 성격도 특성도 모두 달랐다.
지금 눈앞에 있는 저 후배는, 자신이 아는 그가 맞는 걸까?
“그럼 제가 누구겠어요?”
유렌은 어깨를 으쓱이며 그저 깊게 웃을 뿐이었다.
* *
“이렇게나 챙겨 주셔도 됩니까?”
“너 업적 때문에 결투도 한다면서? 그럼 이 정도는 가져가야지.”
약 두 시간 후.
유렌은 휘청거리며, 레드 라이트닝의 출입구 앞에 섰다.
유렌은 손으론 두텁고 검은 쿼터스태프를 들고, 등의 가방엔 두툼한 장갑과 다른 도구들을 집어넣은 상태였다.
이곳 창고에 있던 마도구들이었다.
“아까 내가 헛소리해서, 미안한 것도 있고.”
베두인은 면목이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사고로 성격이 바뀌거나, 마력 흐름이 바뀐 경우를 꽤 많이 봐왔는데도, 이상한 소릴 했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저도 예전의 기억과 지금의 제가 매치가 잘 안 되니까.”
“하하. 그래?”
조금 전.
베두인은 유렌과의 심도 있는 대화 끝에, 자신의 오해(?)를 풀었다.
그만의 마력 파장과, 적지만 유렌이 풀어내는 어릴 적의 몇몇 기억들.
단둘만의 추억은 아니지만, 아는 이도 몇 없는 소소한 기억들이다. 굳이 3자가 조사하리라곤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애초에 고향에 있었을 때랑도 성격이 많이 달라졌었지.’
주변 환경 때문에 성격이 많이 변했던 그였다.
그렇다면 기억에 혼란과 충격이 더해진 지금, 성격이 다시 변한 게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숨어 있던 재능이, 뒤늦게 눈을 뜨는 경우도 있고.
“그래도, 이것들 판매하는 거 아니에요?”
“하핫. 어차피 안 팔리는 것들이니, 걱정하지 마. 솔직히, 난 네가 가져가는 것도 신기해. 진작 폐기처분해야 했던 것들인데.”
뭐, 저 손에 든 묵직한 쿼터스태프 말곤 대부분 악성 재고에 가까운 물건들이었지만.
더 좋은 걸 주려고 해도, 그것들을 원하니 어쩔 수가 있나.
“결투라. 아마 상대를 구하기가 쉽진 않을 거야. 뭐, 정 안되면 나에게 말해. 가까운 던전 정보라도 준비해 둘 테니까.”
“그……런가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결투 상대를 구하기 힘들 거라고?
그럴 리가. 이 육체를 괴롭히고 싶은 녀석들이야 널려 있을 텐데.
유렌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준비한 작은 종이 두루마기를 내밀었다.
“아, 이건 제 작은 선물입니다.”
“응? 이게 뭐야?”
“대단한 건 아니고. 새로운 마도구에 대해 좀 생각해 본 걸 적어 본 거예요.”
“아, 그래? 흠, 고맙다.”
베두인은 아무 기대 없이 두루마기를 받았다.
마음 씀씀이는 고마웠지만, 어차피 초보자의 아이디어다. 도움이 될 리가 없….
“응? 자, 잠깐!”
대충 한 번 슥- 훑어보려던 베두인의 눈이 변했다.
마치 눈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 같이 활활 불타올랐다.
“이걸 이렇게 한다고?! 허? 맞아. 확실히 이 두 개를 이으면 지금보다 효율이 몇 배가!”
“흠, 선배?”
그는 유렌이 놀랄 정도의 기백을 뿜어내며, 두루마기를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았다.
“아, 아! 그래! 고맙다! 유렌! 응! 다음에 보자!”
쿠당탕-
베두인이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거의 구르며 가게 안으로 사라지자, 유렌은 그 뒤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역시, 대륙 최고의 마도구 장인이 될 자질이 있네.”
지금 보여줬던 보여준 물건은, 장래 ‘레드 라이트닝’의 베스트셀러가 될 상품.
제국군에서도, 포획한 제품들을 몰래 쓸 정도로 유명했던 물건이었다.
‘그냥 어떤 물건이고, 대강 어떻게 돌아가는 물건인지만 적었는데도 저렇게 흥분하다니.’
어차피 미래의 베두인이 만들 물건이다. 미리 좀 귀띔을 받아 조금 빨리 만들어도 큰 문제는 없겠지.
유렌은 숙소로 발을 옮겨가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베두인의 의심을 풀기 위해, 유렌의 기억을 더듬는 것은 꽤나 피곤한 작업이었다.
‘뭐, 두 번 다시 이럴 필욘 없겠지만.’
유렌의 일기장과 기억 속에선, 이 베두인처럼 원래의 자신과 가깝게 지내는 인물은 없었다.
그나마 가까운 것이 그 불손한 제자들 정도니, 말 다 한 게 아닌가.
‘일단은 레드 라이트닝의 베두인.’
그와의 친분은 확실히 성립했다.
조금 전 알려준 미래의 마도구가 성공한다면, 그 친분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팍팍 올라가겠지.
‘미래에 초일류가 되는 마도 상점의 장. 그리고 다음은-.
터벅터벅-
유렌의 머리가 조용히, 그리고 재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
“오늘도 나올까?”
“너, 그 소리 벌써 5일째다. 당연히 나오겠지.”
“하루쯤은 쉴 수도 있지 않아?”
“정작 달리는 병사들도, 일 단위로 번갈아서 달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마법사인데도 참 대단해.”
새벽 6시.
따스한 봄의 여신이 대륙을 한창 뒤덮고 있을 이 시기.
벌써 태양은 하늘 위로 빼꼼 고개를 들고 있었다.
”자, 모두 모였으면 아침 구보. 시작!”
이 도시의 소소한 명물인 병사들의 아침 구보.
베르헨의 시민들에겐 그저 평범한 일상에 해당하는 행위였지만, 최근엔 조금 달랐다.
구보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그 증거였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열심히 뛰는 수백의 병사들 뒤.
어깨에 번쩍이는 푸른 천을 두른, 적갈색 머리의 청년에게 시선이 몰렸다.
“후아-.”
일주일 전.
병사들 뒤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다 죽어가던 청년은 이제 없었다.
물론 아직은 병사들보다 좀 더 숨을 가팔라하긴 했지만, 이게 어딘가.
유렌은 손에 낀 두꺼운 장갑을 휘두르며, 묵묵히 병사들의 뒤를 달렸다.
“내가 첫날에 봤을 땐, 정말 죽는 줄 알았다니까? 와. 그런데 일주일 만에 어떻게….”
“그래? 난 엊그제부터 봐서 몰랐지. 그래도 그때보다 오늘이 좀 더 잘 뛰는 것 같기도 하고.”
“메이지인데 몰래 무슨 마법을 쓰지 않았을까?”
“몸에 녹색 빛도 없는데 무슨. 게다가, 설령 몰래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짓을 왜 하겠어? 오후에나 일어나는 마법사가 굳이 이런 아침부터 할 짓도 없게.”
“하긴.”
유렌을 보고 수군거리는 것은, 시민들뿐만이 아니었다.
“헛둘! 헛둘! 거기 신병 둘! 벌써 그렇게 헐떡거리면 어떡해! 저 뒤에 메이지님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아?!”
“하나 둘…… 헉헉. 죄, 죄송합니다!”
“헛둘, 헛둘! 에잉. 쯧쯧. 하여간 요새 신병들은!”
첫날에는 그저 이상한 괴짜를 보는 눈이었다.
셋째 날엔 꾸준한 괴짜를 보는 눈으로 바뀌었다.
다섯째 날엔 단시간 내에 변하는 그를 보며, 놀라는 눈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오늘.
유렌은 이제 그를 경멸의 눈으로 보는 시선은 거의 없다는 것에 만족했다.
여전히 대부분 신기한 괴짜를 보는 눈이지만, 일부는 적게나마 긍정적으로 변하기까지 했으니.
‘뭐, 애초에 저들의 감정이야 깊지 않았으니.’
진심으로 그를 경멸하는 마법사, 귀족들과는 달리, 평민들은 소문에 가볍게 휘둘렸을 뿐.
그 가벼운 것은, 그만큼 뒤집기도 힘들지 않은 법이었다.
유렌은 그렇게 구보를 마치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음. 역시 이것까진 무리였나?’
유렌은 손에 끼워져 있는 두꺼운 장갑을 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이 장갑은 사용자의 마력을 넣으면 무게를 늘려주는 마도구.
얼마 전, 레드 라이트닝에서 가져온 떨이 중 하나였다.
본래는 속에 철구를 넣어 낙하 실험으로 쓰려 했다고 들었지만….
‘수련용으로 좋아 보여 가져온 건데. 역시 좀 일렀어.’
생각보다 무게를 늘려주는 폭이 너무 컸다. 1kg부터 늘어났으면 좋겠지만, 3kg부터 시작이니.
아직 3kg의 장갑을 양손에 끼고 달리는 것은 육체적으로 무리였다.
‘천천히 마력이나 순환시켜야겠군.’
두근두근-
유렌은 차분히 상점 구역의 대로를 걸어가며, 심장의 마력을 몸 구석구석까지 회전시켰다.
혹사당하여 손상된 근육에, 마력이 훑고 지나가며 회복을 돕는 것이 느껴졌다.
‘느낌이 좋아,’
몸의 구석까지 마력을 활성화해, 단련에 속도를 더하는 것이, 마력을 각성한 기사의 방식.
유렌은 전생에서 익숙한 그 방식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있었다.
‘효과는 기사 때보다 훨씬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덕에 유렌의 육체는 단순 일주일이 아닌, 월 단위로 단련한 효과를 내고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레드 라이트닝에 들려야겠군. 던전 공략에 필요한 도구들을 챙기려면.’
유렌은 이후 할 일로 생각을 돌렸다.
일단 위계 강등을 피하려면, 그만큼의 업적을 세워야 했다.
가능하면 1:1로 명성을 띄울 수 있는 결투로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았다.
지난 일주일.
적당히 강한 3위계 마법사들에게 결투를 신청했지만, 돌아오는 건 전부 비웃음 섞인 거절이었으니까.
-내가 왜 너 따위랑 결투를 해야 하지?
-하. 우습군. 꺼져! 내 명예를 똥통에 빠트린 생각 따윈 없으니까!
‘이 기회에 반 죽여주지! 라며 수락할 놈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완벽한 유렌의 착각이었다.
일단 육체의 대화로 시작하는 기사들과는 다르게, 마법사들은 대부분 정신적으로 서서히 조여 가는 것을 선호했다.
그들은 모두가 무시하는 상대와 정면으로 드잡이질을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뭐, 그래놓고 뒤에선 실적 강탈과 연구비 갈취. 실험 훼방 등. 음습한 짓은 다 하고 있었지만.
‘차라리 이쪽에서 시비를 걸어서 두들겨 패면? 아냐. 그건 최후의 수다.’
세상은 생각보다 명분이 훨씬 중요하다.
특히나 앞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그로선 더욱 그럴듯한 명분이 필요했다.
위계 강등을 면한 공적 – 이쪽에서 시비 걸고 두들겨 팸.
이게 시작이란 건 좀 그렇지 않은가.
‘던전 갈 준비나 하자.’
유렌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앞에서 맛있는 냄새가 풀풀 풍기는 노점으로 걸어갔다.
“자- 자! 아침이 든든해야 하루가 든든합니다! 맛있는 양념 꼬치가 단돈 3페니!”
지글지글-
적당한 지방이 붙어있는 신선한 고기가,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냄새를 풍기는 양념과 함께 구워지고 있었다.
꼬르륵-
“한 개 부탁해.”
“아, 예! 알겠습니다! 마법사님!”
최근 소문의 마법사가 작은 동전 3개를 내밀자, 잠시 멍했던 상인은 돈을 받고 고개를 숙였다.
마법사가 고기까지? 확실히 괴짜는 괴짜인가보다.
수분 후.
유렌은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꼬치를 받아 들었다.
두꺼운 돼지고기가, 양념과 함께 노릇하게 익어있었다.
“때깔 한 번 끝내주는군.”
입맛을 다시며, 왼손에 든 꼬치를 재빨리 베어 물려는 찰나-
“하. 소문이 진짜였네? 멍청이가 여기서 헛짓을 한다는 게.”
경멸이 듬뿍 담긴 목소리가 뒤통수에 박혔다.
“후우. 너, 완전히 미쳐버리기라도 한 거냐? 일단은 마법사라는 놈이, 무식한 병사 놈들과 함께 뛰어? 정말 답도 없는 얼간이네 이거.”
슥-
유렌은 표정의 변화 없이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푸른 로브를 입은, 젊은 청년 마법사가 이쪽을 업신여기며 비웃고 있었다.
“응? 그건 또 뭐야. 길거리에서 구역질나는 고기까지 처먹어? 너 같은 쓰레기에게 아주 잘 어울리네.”
놈이 낄낄거리는 사이, 유렌은 재빠르게 상황을 살폈다.
느껴지는 마력이나, 로브 색으로 보나 3위계의 메이지가 확실했다. 그리고 그 중에선 마력은 꽤나 높은 편이고.
게다가 제법 큰 소리로 외친 탓에, 주위 시민들도 이쪽을 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빙고.’
응. 이건 먼저 맞은 거다.
본 사람들도 있고.
이쪽이 피해자니, 두들겨 패도 되겠지?
유렌은 재빨리 상점가의 모두가 듣도록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응? 뭐라고? 병사들과 행동을 같이 하고, 노점에서 시민들의 음식을 먹는 게 쓰레기 짓에 망신이라고? 그것 참 심한 말이네!”
“……어?”
그 말에 주위 시민들의 눈빛이 조금 변하는 게 느껴졌다.
저쪽은 시민들을 무시했고, 이쪽은 그걸 반박했다. 게다가 그 내용을 크게 외쳐 주위에 다시 인식시켰다.
한편, 놈은 설마 이쪽이 반박할 줄 몰랐는지, 그저 눈만 커다랗게 키우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수십 년간 군에서 단련된 유렌의 밑바닥 욕설이 작렬했다.
“그런 것보다 진짜 망신인 건, 반쯤 잘린 고블린 불알만도 못한 네 물건이 아닐까? 꼬물거리는 구더기와 비슷하다고 소문이 쫙 난, 너의 안쓰러운 그것 말이야!”
“풋!”
“푸흡!”
사과보다 빨개진 놈의 얼굴이, 불알 잘린 고블린처럼 처참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