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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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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화 천덕꾸러기 마법사 (1)

 

 

 

-메이지 유렌이 무리한 실험으로 사고를 쳤다.

마도 왕국 크로타니아.

그 수도 베리헨에선 새로운 소문이 빠르게도 퍼지고 있었다.

“하. 그 소식 들었어? 유렌. 그 병신이 또 죽을 뻔했다는군! 그것도 별것도 아닌 실험에 실패해서!”

이곳은 마도 왕국의 수도.

아직 미숙하거나, 실험에 미친 마법사들이 큰 사고를 치는 거야 일 년에도 몇 번이나 있는 일이다.

이번 같이 실험실 하나 완파에, 사람 하나가 다친 정도야 딱히 소문 거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활기차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큭큭. 정말 그 아둔한 놈은 정말 우리 메이지의 망신이라니까? 던전에 도전했다가 혼이 다 빠져서 돌아온 게, 겨우 일주일 전이라고 하지 않았었어?”

“맞아. 꼴에 만회한다고 새로운 실험에 도전했던 모양인데. 하핫! 본인의 무능함만 더 드러낸 거지. 게다가 실험 후엔 환각에 시달려서, 치료해주던 의료 메이지를 다치게 했다는군.”

“뭐? 그 겁쟁이가? 허. 정말 민폐도 새로운 방식으로 끼치는구만.”

바로 그 당사자가 좋지 않은 의미로 유명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유렌 슈나이더.

3레벨의 망신.

견습보다 못한 메이지.

귀족의 찌꺼기.

누구보다 비굴한 겁쟁이.

좋지 않은 이명이라곤 독차지한, 모두가 비웃어도 되는 그런 존재.

마법사들은 당연하게도 그를 맛나게 씹을 새로운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 놈이 메이지 위계를 받았다니. 정말 우스운 일 아닌가?”

“맞아. 마법사의 망신이지!”

그렇게, 유렌의 이름은 또 하나의 비웃음거리가 추가되어 수도에 널리 퍼져나갔다.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 *

 

마법사와의 전쟁에서 전사했더니, 그 적국의 마법사가 되어있었다.

그것도 21년 전의 과거 시점으로.

‘이게 말이나 되는 건가?’

에드빈, 아니 유렌은 멋들어지게 꾸며진 건물의 복도를 뚜벅뚜벅 걸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본래의 자신은 에드빈 드라이언. 39세.

기사들의 나라- 유포니안 제국의 세 번째 검인 소드마스터.

반평생 마법사들을 베어와, 적들에게 붙여진 이명은 ‘마법 학살자.’

하지만 분명, 자신은 그 대마도사 녀석에게 부대와 함께 죽었을 텐데?

이거 혹시, 꿈이나 환상 속인가?

지끈-

정신이 복잡해진 그때. 육체 속에 남아있는 기억이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단편적인 몇몇 기억이, 순식간에 머리에 박혔다.

유렌 슈나이더. 22세.

마도 왕국에서 메이지의 위계를 받은 3레벨의 마법사.

하지만 주위의 거의 모든 사람에게 무시당하는 천덕꾸러기.

“큭!”

유렌은 머리를 움켜쥔 채 잠시 자리에 멈췄다.

뇌가 지끈거리다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응?”

그러자, 앞에서 길을 안내하던 건물의 관리인이 한심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봐. 지금 뭐 하는 짓인가? 내가 바쁘다고 하지 않았나? 얼른얼른 따라오게!”

갈색 로브를 입은 중년의 관리인은 툴툴거리더니, 곧 혼자서 나아갔다.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듯한 유렌의 모습이었지만, 그의 눈엔 동정이나 걱정의 빛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경멸만이 가득했다.

‘저 멍청이, 가지가지 하는군. 정말이지 귀찮게 말이야.’

조금 전.

의료국 소속의 병사 몇몇이 유렌을 들고 와 관리인의 앞에 내려놓았다.

실험 실패의 결과로 정신이 혼미해 기억이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했다.

자신의 방조차 잊어먹었다고 하여, 그의 방이 있는 이 메이지 전용 숙소까지 데려온 것이었다.

-이거 진짜 병신 아닌가?

-하하…….

관리인이 내뱉은 욕설에 병사들도 쓴웃음을 지었다. 겉으로 말은 못 해도, 그들도 속으론 동감하고 있었다.

‘이런 멍청이가, 정식 위계를 받은 마법사라니.’

본디 정식 마법사인 3위계인 그에겐, 견습마법사인 관리인은 꼼짝 못 해야 할 위치다.

이런 태도는 있을 수 없었지만, 상대는 그 멍청이 유렌 아니던가.

“아, 얼른 따라오라니까! 정말 굼뜨기 짝이 없…!”

뒤에서 들리지 않는 발소리에, 관리인이 짜증이 솟구쳐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

빠직-

공기가 변했다.

‘어……어?’

관리인은 자신의 목과 심장에, 보이지 않는 칼날이 마구 쑤셔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온몸에서 소름이 좌르륵 돋았고, 오금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으-억!”

마치, 거대한 맹수 앞에 있는 조그만 쥐새끼가 된 것 같았다.

저벅저벅-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와 함께, 목과 심장의 압박이 점점 더 커져갔다.

조용한 발걸음이었지만, 관리인의 귀에는 천둥처럼 크게 울렸다.

죽음 그 자체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사, 살려…….”

관리인은 2레벨의 견습 마법사다. 전투는 물론이고 결투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전장의 죽음 속에서 버려온 농축 된 살기를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 가자.”

“허억!”

거의 심장이 멈추겠다 싶은 순간.

유렌의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리며, 순식간에 압박이 사라졌다.

덜덜덜-

관리인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네 말대로 빨리 가자니까. 안 들려?”

나지막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가 들리자 관리인은 재빨리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기서 얼빠져 있을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네, 넵!”

자신을 무심히 쳐다보는 저 사람을 기다리게 하다간 더 큰 일이 나리라는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바, 방은 저쪽입니다!”

관리인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후려쳐가며, 필사적으로 방을 안내했다.

지금 자신이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머릿속으로 끊임없는 의문을 던지면서.

 

* *

 

두 명이 누울 정도의 침대가 10개 정도 들어가는, 적당히 커다란 방.

방안에는 수많은 책과 종이. 그리고 여러 가지 마법 재료들이 어질러져 있었다.

누구나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마법사의 방’이었다.

파라라락-

그 안에서 유렌은, 제법 두꺼운 일기장을 빠른 속도로 넘기며 작게 중얼거렸다.

“불쌍하지만, 동시에…… 너무 약하기도 했군.”

유렌은 자신의 육체가 기록한 일기장을 덮고는 한숨을 쉬었다.

자기비하만 전체의 80%가 넘게 쓰여 있는 것을, 과연 일기장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의문이긴 했지만.

그리고 확신했다.

이것은 꿈도 아니고, 환상 마법 속도 아니라고.

‘내가 알 수 없는 환경, 배경들이 너무도 잘 쓰여 있어. 환상 마법은 기본적으로 걸리는 대상이 모르는 것까지 나오게 할 수 없는데.’

전쟁이 벌어지고 15년간.

그는 정말 온갖 종류의 마법을 쓰는 마법쟁이들과 사투를 벌였다.

그중에는 공격 마법뿐만이 아닌, 환각과 환상만으로 상대를 미치게 만들어버리는 놈들도 있었다.

그들의 모가지를 전부 따버린 에드빈의 경험이다. 틀림없었다.

아무리 7레벨의 대마도사라도, 환상 마법의 근본까지 변하게 하진 못할 터.

아니. 애초에 마무리를 하겠다고. 그런 마법까지 쓴 자다.

굳이 이럴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유렌은 천천히 방 가운데에 있는 전신 마법 거울에 다가가 자신을 비췄다.

[대륙력 380년 4월 7일 15:39]

그의 눈에 비치는 건 21년 전의 날짜.

그리고 비실비실한 꺽다리 체형을 가진, 적갈색 머리칼의 남자였다.

유렌은 자신이 깃든, 이 왕국 청년의 몸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멀쩡한 양쪽 눈과 양쪽 팔.

원래는 사라졌던 부위로 보고, 움직이는 건 제법 신선했다.

그 다음은 얼굴과 몸.

마르긴 했지만, 이목구비는 뚜렷한 게 제법 잘생긴 얼굴이긴 했다. 하지만, 전장에서 살아온 그의 기준으론 한없이 유약해 보였다.

‘남자 새끼가 얼굴에 상처 하나 없고.’

비록 눈빛은 형형히 빛나고 있었지만, 그것은 정신의 영향.

얼굴의 힘을 빼자, 얼굴 근육이 자연스럽게 주눅 든 표정으로 변했다.

“젊은 놈이 벌써 얼굴 근육이 굳어져 있어?”

유렌은 기가 막혀 입으로 직접 중얼거렸다.

얼굴만이 아니었다. 상체의 힘을 빼자, 자연스럽게 목과 어깨가 앞으로 굽어갔다.

언제나 고개를 밑으로 처박고 다녔다는 증거였다.

“어쩐지 얼굴과 상체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했더니.”

스륵-

유렌은 투덜거리며 반쯤 불타버린 로브와 내의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앙상하면서 배만 살짝 튀어나와 있는 볼품없는 몸이 거울 속에 비쳤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형편없군. 하지만.’

22세라는 젊은 나이를 생각하면, 전사는커녕 마법사로서도 떨어지는 육체다.

하지만 유렌의 날카로운 눈초리는 그 속에 숨어 있는 두툼한 근골을 놓치지 않았다.

‘말라비틀어진 것 치곤, 의외로 몸의 통이 굵어. 뼈가 얇지 않다는 증거지. 아니, 오히려 두꺼운데? 게다가 키도 있으니.’

주변을 둘러봐 비교하니, 확연히 눈 위치가 올라가 있었다.

오히려 원래 육체보다 확연한 장신이 된 걸 눈치 챈 유렌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심장에서 느껴지는 이 마력의 크기.”

두근- 두근-.

그가 전장에서 상대했던 마법사들의 레벨은 대부분 4레벨 이상.

세이지나 그 위의 위계의 보유자들이었지만, 이 심장에 있는 마력은 그들보다 크게 모자라 보이진 않았다.

한 마디로 종합하면, 육체 자체는 상당히 훌륭한 자질을 지니고 있었다.

유렌이 바보 취급당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이 자질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으니까.

‘이 육체로 다시 태어났다……라기 보단, 새 기회를 얻었다고 봐야겠군.’

죽기 직전.

‘만약’을 부르짖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만약, 전쟁을 조장한 놈들을 미리 막았더라면.

할 수 있다.

지금은 본격적인 전쟁이 터지기 6년 전.

그 흑막들을 생각하면 결코 쉽진 않겠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만약 마법을 배웠다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었을까.

휘리릭-

몸에 쌓여있던 마력의 극히 일부가, 작은 빛이 되어 몸 주변을 재빠르게 요리조리 돌기 시작했다.

평범한 마법사들은 흉내도 내지 못할 자연스러운 마력 컨트롤과, 그로 인해 가능한 마법에 대한 간섭.

전생의 자신을 마법사의 악몽으로 만들어주었던 능력이, 이 육체에도 그대로 이어져 있었다.

높이 올라가지 못하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겠지. 애초에 그 대마도사가 보증까지 해주었는데.

-만약 전쟁이 없었더라면 내 부하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그건 전쟁을 막아보면, 저절로 알 수 있겠지.”

씨익-

유렌은 그리운 부하들의 얼굴들을 떠올리며 깊게 미소 지었다.

이번 생에선, 그 녀석들을 절대로 전장에서 죽게 하지 않을 것이다.

아예 그 전쟁을 없애버릴 예정이니까.

멋대로 알아서 행복하게 살아가라지.

전장이 아닌 곳에서 말이다.

유렌은 거울을 똑바로 바라보며, 두 명의 자신에게 맹세했다.

“에드빈으로서 대전쟁을 막고, 부하들의 목숨을 살릴 거다.”

에드빈의 영혼으로 맹세하는 첫 번째 다짐.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은 이상, 절대적으로 이룰 그의 맹세였다.

그 빌어먹을 흑막 놈들 때문에 흘러야 하지 말아야 할 피가 너무도 많이 흘렀다.

그놈들은 이룰 걸 다 이뤘고.

그런 꼴을 두 번이나 볼까 보냐.

철저하게 방해하고 짓밟아줄 테다.

“그리고 유렌으로서, 모두에게 경외 받는 대마도사가 될 거다.”

유렌의 몸으로 맹세하는 두 번째 다짐.

단편적으로 떠오른 육체의 기억과 그의 일기장에서 본 것은, 주변의 온갖 조롱과 비하로 생긴 절망의 감정이었다.

“널 무시하지 못하게 해주마.”

이 육체가 정신을 잃고, 몸을 잃은 직접적인 계기는 무리한 던전 탐사에 이은 실험이다.

그것은 절망에 의한 자포자기에 의한 것. 어떻게 보면, 소극적인 형태의 자살이나 다름없었다.

“앞으로 너를 모욕하는 것들은,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것이 늦든 빠르든 간에.”

스윽-

유렌은 멀쩡한 오른손을 올려 거울을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편히 잠들어라. 유렌 슈나이더.”

마도 왕국의 수도 베리헨.

그 속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마법사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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