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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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1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1화 운수 좋은 날 (3)
트롤.
원래는 약 2.5m 정도의, 황색 털을 가진 못생긴 괴물.
괴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오우거보단 약하며, 재생력이 좋긴 하지만 그것 역시 오크보단 느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레벨 이하의 견습 마법사들에게 가능하면 트롤을 피하라고 가르치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트롤 특유의 마법 내성 때문이었다.
슈우우우-
보스 트롤의 얇게 파인 어깨에서, 흰 연기가 치솟더니 곧 상처가 아물었다.
유렌이 기습으로 날린, 소위 ‘비틀린 창날 던지기’가, 그리 큰 타격을 주지 못한 것이었다.
“와. 이걸로도 큰 상처가 안 난다고?”
이 정도면 중급마법인 ‘유르의 창날’을 한번 비튼 것과 비슷한 파괴력일 텐데,
유렌은 보스 트롤의 튼튼하면서도 마법 내성이 뛰어난 털가죽을 보며 감탄했다.
저 정도면, 일반 트롤보다 최소 몇 배는 튼튼해 보였다.
‘나중에 벗겨서 쓰면 쓸만하겠군.’
“크캬아아아아-!!”
그 감탄에 대한 보답은, 분노 어린 강렬한 일격이었다.
보스 트롤이 전력으로 휘두른 것은, 그저 투박하고 원시적인 돌 몽둥이였다.
다만 5m가 넘는 놈의 키에 걸맞은, 차라리 돌기둥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부아아앙-!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아니라, 찢어발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 몽둥이는 엄청난 속도로 유렌의 왼쪽 어깨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
스치기만 해도 어깨는 물론이고, 상반신은 가볍게 실종될 만한 크기와 위력.
워낙 빠르고, 범위가 넓어 설령 신체 강화마법을 쓰더라도 피하긴 쉽지 않아 보였다.
실드?
오우거 이상의 완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놈이다.
급작스럽게 만든 실드로는 그대로 박살 날 게 뻔했다. 워낙 거대하니 빗겨내기도 힘들 것이고.
“디그.”
하지만 그런 긴급한 상황에서도, 유렌은 재빠르게 정답을 찾았다.
쿠웅-!
유렌은 발밑의 땅과 함께, 통째로 무너져 내리며 그 일격을 머리 위로 비껴가게 했다.
“캬아아악?!”
그리고, 혼란에 빠져 상대를 찾는 놈의 앞에 에어워크로 둥실 떠오르며 등장했다.
우드드드득-!
세 바퀴 돌려 비틀어진, 열 개의 마법 화살과 함께 말이다.
슈우욱-!
비틀어진 마법 화살이, 놀라 동그랗게 떠진 놈의 오른눈을 향해 돌진했다.
파괴력을 높인 마법 화살 세 발이 연달아 안구로 들어가자, 안구가 터지며 녹색의 피가 튀었다.
“크캬아아아아-!!”
아무리 놈이라도 이건 버티지 못하겠는지, 두 손으로 눈을 쥐며 발광을 시작했다.
터터텅-!
남은 일곱 발은 비록 손가죽에 막혀 사라졌지만, 놈은 오른눈을 잃고 무기를 놓쳤다.
이만하면 충분히 이쪽의 이득이다.
‘어차피 곧 재생하겠지. 그러기 전에 큰 거 한 방을…….’
유렌이 재빨리 다음 수를 준비하는 그 순간.
“크어어억!”
오른쪽에서, 사람의 비명이 터져 올랐다.
재빨리 고개를 돌린 유렌의 시야에, 땅바닥에 엎어져 있는 실행부대원과 그것을 밟으려고 하는 변종 트롤이 보였다.
뒤에서 다른 한 명이 필사적으로 주문을 외우고 있지만, 아무래도 제때 닿긴 힘들어 보였다.
‘이런!’
유렌의 손과 마력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 *
실행부대 중 한 명. 안토니는 혼란스러웠다.
실전을 처음 겪은 건 20여 년 전.
견습 마법사 시절, 몬스터와 사람을 한꺼번에 죽인 전투에서였다.
그 후로, 엘리트 부대라 불리는 실행부대에 들어온 지 10여 년.
안토니는 이제 자신이 어엿한 한 사람의 베틀 메이지라고 자부했다.
물론 자신이 대장 같은 천재나, 최근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계속 보여주는 호위 대상 같은 규격 외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실전 전투라는 방면 안에서는 충분히 한 사람 몫은 한다고 여겼다.
바로 조금 전까진 말이다.
“크어어억!”
안토니는 데굴데굴 굴러, 변종 트롤 앞에 무방비로 엎어졌다.
저놈이 엄청난 속도로 던진 나무를 간신히 피하긴 했지만, 결국 파편에 스쳐 이렇게 자빠지고 만 것이다.
‘시, 신체 강화마법을 쓰지 않고 싸우기가 이렇게 힘들었었다니!’
안토니는 공포감이 드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강화마법에 너무나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분명, 싸움 전 호위 대상에게 강화마법은 쓰지 말라고 똑똑히 들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싸움에 돌입하자마자 그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아차!
-이런 멍청아!
왜냐면 자신도 모르게, 강화마법을 쓰면서 전투태세를 취했던 것이었다.
호위 대상의 말대로 강화마법은 걸리자마자 풀어졌고, 그 대가로 그는 지금 이렇게 엎어져 있었다.
‘젠장. 한 사람 분의 배틀 메이지는 무슨!’
뒤에서 동료가 서둘러 캐스팅을 하는 것이 들려왔지만, 이미 늦었다.
동료의 주문보다 저 빌어먹을 트롤이 먼저 자신을 밟아 으깰 것이다.
“젠장! 내 금고는 니들이 알아서 나눠 가…….”
유언 아닌 유언을 남기려 하던 안토니는, 트롤의 머리 옆에서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며 말을 바꿨다.
“……가지지 마라!”
차원의 경계에서, 거대한 바위가 튀어나와 트롤의 머리를 퍽- 하고 강타했다.
“캬아아악-?!”
변종 트롤놈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나가떨어졌고, 밑으로 떨어지던 큰 바위는 다시 공간이 열리며 그 속으로 사라졌다.
“정신 똑바로 차려! 다음은 없으니까!”
그리고 호위 대상- 유렌의 고함이 들려왔다.
“……젠장. 고맙소!”
안토니는 이를 으드득 갈고는, 재빨리 일어나 동료의 곁으로 물러났다.
대체 누가 누구의 호위 대상인가.
저쪽의 천재성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3위계의 메이지다.
그런데도, 제일 큰 놈을 혼자 상대하는 와중에도 이쪽을 구했다.
반면 이쪽은 4위계의 세이지가 둘.
그런데도, 어처구니없게 한 명이 죽을 뻔했다.
안토니는 주먹을 꽉 쥔 채, 자신의 로드를 들어 올렸다.
그의 눈에 별 타격을 받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변종 트롤이 들어왔다.
“저놈은, 우리끼리 어떻게든 잡자.”
“그래, 그게 우리 실행부대의 최소한의 자존심이다.”
뒤에 있는 동료 역시 각오를 다지며 마력을 끌어모았다.
‘혹시 이럴 때를 상정한 체력 훈련이었나? 젠장. 나도 살아나가면 받게 해달라고 부탁해봐야겠군,’
안토니는 페닌이 참가했던 유렌의 훈련을 떠올리며, 의지를 다졌다.
일단, 살아야 부탁을 하든가 말든가 할 것인가.
“죽어라!”
퍼어엉-!
두 실행부대원은 이를 악물고 변종 트롤과의 전투를 시작했다.
‘좋아. 살았군.’
유렌은 다시 실행부대원 둘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곤, 회색 주머니에서 손을 뗐다.
놈들은 어지간한 마법들은 그냥 무시해버린다.
그러니 저런 상황에선, 그냥 물리로 쑤셔 박아버리는 것이 더 나았다.
“크캬아아아아-!!”
아마 이놈에겐, 그것도 잘 안 통하겠지만.
유렌은 이미 눈을 재생시킨 채, 이쪽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보스 트롤놈과 눈싸움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튼튼하다.
힘은 오우거보다 강하고, 덩치에 비하면 상당히 날렵했다.
하급 마법은 물론이고, 파괴성을 증폭시킨 중급 마법조차 큰 데미지를 주지 못한다.
보통의 메이지라면, 아니 4위계인 세이지라도 이놈을 이기긴 힘들겠지.
위저드나, 미래 전쟁 시절의 세이지라도 되면 또 모를까.
유렌은 이런 강한 상대가 나왔음에도, 마음 어딘가에서 기대감에 들뜨는 자신이 느껴졌다.
‘그래. 생각해 보니, 이 몸으로 전력을 다한 적이 없었구나.’
유렌은 스태프를 앞으로 내밀고, 마치 창을 잡듯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조용히 정신을 집중했다.
유렌의 두 눈에, 오로지 저 흉악한 보스 트롤 놈만이 비췄다.
주위 배경이 점점 사라지고, 시간의 흐름은 조금씩 느려졌으며 주위는 조용해졌다.
이 몸으론 처음 느끼는, ‘집중의 단계’였다.
“간다.”
유렌은 발에 마력을 조금씩 증폭시키며,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다.
부우우웅-!
놈은 재빠르게 돌기둥 같은 돌 방망이를 유렌의 옆구리를 향해 휘둘렀다.
거대하고 리치가 길어 피하기 어려운 일격이다.
탓-
하지만 유렌은 폴짝 뛰어올라 그것을 피하더니, 추가 공격이 오기 전 공중에서 무언가를 밟고 몸의 방향을 틀었다.
어느샌가 생성시켜 놓은 작은 실드를 발판으로 삼은 것이다.
퍼엉-
그리고 둔탁한 소리가 나며, 유렌의 몸은 마치 대포와도 같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발끝으로 소규모의 마력을 실드와 함께 폭발시킨 반동이었다.
기사의 기술 중 하나인 ‘돌격’과 실드의 조합인 셈이었다.
푸우욱-!
스태프의 끝에 달린 반투명한 비틀린 창날이, 다시 한번 놈의 어깨에 박혔다.
창날은 이번에도 놈에게 큰 상처를 주진 못했지만, 조금 전과는 달랐다.
“돌아라.”
위이이잉-!
“크캬아아아악-!!”
놈의 어깨에 박혀있던 반투명한 창날이, 바람 마법의 응용에 의해 고속으로 돌아갔다.
창날이 박혀있던 상처는 급속도로 커지며 더 깊게 넓혀졌다.
놈은 고통스러운지 반대쪽 팔로 유렌을 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유렌은 어느새 바람 마법을 자신에게 사용.
돌풍에 휘말려 저 뒤로 훌쩍 날아간 것이다.
“하나.”
유렌은 그렇게 중얼거린 다음, 재빨리 공중에서 다시 실드를 생성.
그것을 밟고 다시 ‘돌격’으로 놈에게 돌진했다.
“캬아아아악-!!”
당연히도, 놈은 이번엔 경계하며 돌진해 오는 유렌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쒸이이익-
멀리서도 휘둘러지는 풍압이 느껴질 만큼 강력한 주먹.
하지만 유렌은 놈의 밑에 ‘늪’ 마법을 쓴 것만으로 주먹을 빗나가게 했다.
“캬악?!”
마법 내성은 어디까지나 놈의 가죽 속에나 있는 것이지, 그 밑의 땅에까지 있진 않으니까.
갑작스레 발밑이 질척거려 균형을 잡지 못하는 놈의 몸에, 다시 유렌의 창날이 뚫고 들어갔다.
“둘.”
위이이잉-!
회전하는 창날.
시끄럽게 터지는 놈의 비명.
그리고 다시 재빠르게 물러나는 유렌.
이 광경이 반복되었다.
피하고, 찌르고, 회전시킨다.
“셋, 넷, 다섯……!”
땅은 파이고, 공중에선 바람이 일었으며, 창날은 이곳저곳에서 회전했다.
“캬아아아아……!!”
비록 하나하나가 큰 타격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쌓여나가자 놈의 움직임이 조금씩 느려졌다.
재생이 상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 왠지 웃기는군.’
유렌은 현 상황이 아이러니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놈은 이 몸으로 격돌한 상대 중, 가장 마법이 통하지 않는 상대.
그런 놈을 상대로, 간접적이라지만 가장 많은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유렌은 지금 이런 상황이 점점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포격이나, 무기의 대용이 아닌 체술과의 조화.
유렌은 지금, 마법을 자신의 일부로서 그 어느 때보다 깊이 느끼고 있었다.
‘그래. 지금의 난, 마법사다. 좀 특이하긴 하지만!’
“캬아아아……!”
놈의 눈은 점점 공포에 질려 탁해졌지만, 유렌의 눈은 즐거움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조금씩, 몸이 더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감각은 점점 더 예민해지고, 집중은 더욱더 깊어졌다.
두근두근-
심장에 있는 마력들이 꿈틀거리며 심장을 더 빠르게 뛰게 만들었다.
고동이 빨라졌지만, 전혀 흥분하거나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가 맑아져, 정신은 더 또렷해졌다.
“하핫……!”
안 그래도 조화롭던 유렌의 체술과 마법이, 점점 딜레이가 적어져 마치 하나의 기술처럼 보였다.
웃으며 움직이는 유렌의 전신에서, 조금씩 푸른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 *
“슬슬 뒈지십쇼!”
으드드득-
레이칸은 전력을 다해, 자신의 굵은 스태프를 번쩍 들어 올렸다.
트롤의 팔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은 두꺼운 팔에 엄청난 근육이 터질 듯이 불끈거렸다.
레이칸은 그런 엄청난 팔로 마력까지 증폭시켜 – 그대로 변종 트롤의 머리를 강하게 후려쳤다.
뻐어어억-!
“꾸에에에엑-!!”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터지는 듯한 소리아 함께, 변종 트롤의 머리 반쪽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러고도 주춤주춤 서 있던 놈은, 10여 초가 지난 다음에야, 겨우 뒤로 쓰러졌다.
쿠웅-!
“후우-! 진짜 끈질김다!”
레이칸은 지친 얼굴로 얼굴에 땀을 닦으며 자리에 앉았다.
아무리 변종이라지만, 이건 단단해도 너무 단단한 게 아닌가.
뭐 재생력에 한계가 있는지, 조금 전 10번째의 일격에선 일어나지 못했지만.
“역시 보면 볼수록 맘에 듬다!”
레이칸은 레드 라이트닝에서 맞춘, 자신 전용의 스태프를 보며 씨익 웃었다.
성인 남자의 허벅지만 한 두께에, 길이가 3m나 되는 거대한 스태프.
레이칸의 요청에 의해, 500kg까지 무게를 올릴 수 있는 베두인의 회심의 물건이었다.
“100kg까지 버티다니. 놈도 제법이었슴다!”
레이칸은 스태프의 무게를 줄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허억-! 허억-!”
“지, 진짜 간신히 이겼다.”
먼저 실행부대 쪽은, 어찌어찌 이긴 것 같았다.
둘은 지쳐 보였지만, 그래도 다행히 커다란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4위계 둘이 저렇게까지 지칠 정도로 이 변종 놈이 강했던가?
상성을 생각하지 못한 레이칸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곧 생각을 멈추고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쪽에선 온몸에서 푸른빛을 번쩍이는 유렌이, 거대한 트롤의 목을 공중으로 날려버리고 있었다.
목을 잃은 거대한 은청색의 몸뚱이가, 잠시 부들부들 떨다가 뒤로 쓰러졌다.
쿠웅-!
“역시 마스터는 굉장함다! 저 큰놈을 저렇게…… 음?!”
레이칸은 감탄하던 와중, 유렌의 전신에서 반짝이는 푸른빛을 보았다.
“저, 저건?!”
입을 쩍 벌리고 유렌을 지켜보던 레이칸은, 손을 흔들며 자신의 마스터에게 달려갔다.
“마스터! 대단함다! 벌써 3레벨의 끝에 다다르신검까?!”
험악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