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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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8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8화 없으면 만들어라 (7)
약속의 밤.
“이쪽입니다. 공주님!”
마법으로 어둡게 만든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여기사 – 클레이스는 반투명한 망토를 뒤집어쓴 공주를 재촉했다.
역시 눈에 띄지 않게 검은 일상복을 입은 공주는, 약간 지친 얼굴을 하고서도 꿋꿋이 고개를 끄덕이며 여기사를 따랐다.
‘젠장. 명색이 이 나라의 공주님이신데……. 이런 도둑 같은 꼴을 하고서 몰래 움직여야 한다니.’
질끈-.
클레이스는 입술을 깨물면서도, 빠른 걸음으로 공주를 이끌었다.
이런 곳에서 상념에 빠져 머뭇거리다간, 자신의 주군을 더 큰 위험으로 빠트려 버리는 것이니까.
“……미안해요. 클레이스 경. 제가 조금 더 힘이 있었다면, 근위기사인 당신도 이렇게 숨어다니진…….”
하지만 풀이 죽은듯한 공주의 말에는, 클레이스도 더는 참지 못했다.
“아닙니다. 공주님. 그런 말씀 마십시오. 공주님이 잘못하신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클레이스는 마음속으로 이를 갈며, 한 사람을 저주했다.
2왕자 야니우스, 그 멍청하고 비열한 돼지놈!
비록 절반이라지만, 에레니안 공주와 같은 피를 이어받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짐승 같은 놈.
어릴 적부터 망나니로 왕가의 골칫덩어리였던 놈은, 1왕자의 급사로 가장 유력한 왕위계승자로 꼽히기 시작했다.
뭐,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비록 나라의 앞날이 좀 암울해지긴 하겠지만, 그것이 공주의 목숨과 직결되진 않으니까.
하지만, 그 짐승 같은 놈은 그때부터 더 악독하게 달라졌다.
아직 13세에 불과했던, 이복동생인 에레니안 공주의 목숨을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도 끈질기게.
“휴우-. 저기 위저드 툰드라가 보입니다.”
클레이스는 마음속의 분노를 가라앉히며,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위저드 동료를 공주에게 가리켰다.
“왜 이리 늦었나요? 클레이스 경. 당신이 있으면서도.”
싸늘한 얼굴로 이렇게 하나하나 시비를 걸어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웬일인지 오늘은 이 얼굴조차 반가웠다.
클레이스는 싱긋 웃으며 그녀의 악담을 흘려 넘겼다.
“뭐, 뭐예요? 기분 나쁘게.”
“별것 아닙니다. 그저 이런 상황에 오니 옛 기억이 나서 그런 겁니다.”
10여 년 전. 공주에게 가해진 첫 암살 시도는, 당시 4레벨에 막 올랐던 10대의 천재 소녀. 툰드라의 활약으로 저지할 수 있었다.
그 이후, 공주의 측근이 된 그녀는 클레이스와 끊임없이 부딪히면서도, 공주의 제일가는 측근 중 하나로 여기에 있었다.
“……당신이 그런 소리를 하는 것 보니, 상황의 위험성을 알긴 아는 모양이군요. 몇 번이나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네요.”
툰드라는 그렇게 차갑게 말하긴 했지만, 약간은 쑥스러운 듯 볼을 긁적이며 공주에게 다가갔다.
“후우- 좋아.”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조직’.
흘러나가야 하지 않을 정보를 알고 있으며.
아티팩트라고 불러야 할 엄청난 물건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아무리 적대하는 사이라지만 그것으로 별장에 바위 언덕을 쑤셔 박아버린- 어떻게 보면 반쯤 정신이 나간 짓을 했다.
분명 조직과 접촉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 힘을 빌린다면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터.
꾸욱-
그녀를 허리에 매둔 보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툰드라와 공주를 따라 약속 장소로 들어갔다.
이 검을 뽑지 않아도 공주님이 안전하길 간절히 빌면서.
* *
“반갑습니다. 공주님. 조금 일찍 오셨군요.”
“……아, 예. 반갑습니다. 메이지…… 유렌?”
약속 장소인, 베르헨 변경의 한 빈 저택.
대략 20분 정도 일찍 도착한 공주 일행은, 상대의 뜻밖의 모습에 잠시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 벌써 오셨습니까?”
유렌이 당당하게 테이블에서 마지막 고기를 썰고는 입으로 가져가고 있던 것이다.
“무, 무엄하다! 감히 전하를 맞이하는 장소에서 음식을……!”
“아직 약속 시간은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식사 시간을 방해받은 것은 이쪽입니다만.”
“메이지 유렌의 말이 맞습니다. 클레이스 경. 저희가 빨리 온 것이니까요.”
“큭…….”
“이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군요.”
유렌은 마지막 고기를 만족스러운 얼굴로 씹어 넘기곤 품속에 손을 넣었다.
슈우욱-
그러자 곧바로 작은 차원의 균열이 열려, 식탁과 요리의 흔적들이 순식간에 그곳에 빨려 들어갔다.
“……!!”
“전하!”
툰드라와 클레이스는 놀라 재빨리 공주의 앞에 섰지만, 이미 식탁과 접시 등을 빨아들인 공간의 경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네놈! 이 무슨 불손한……!”
클레이스는 머리끝까지 화가 잔뜩 나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상황이 상황이라도 그녀의 뒤에 계신 분은 이 나라의 왕족.
그런 왕족 앞에서, 아무런 양해도 없이 멋대로 미지의 마법을 사용하다니.
가뜩이나 안전에 민감한 왕족의 앞에선, 심각한 무례로 위협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보검이 칼집에서 뽑혀 나오기 직전.
쿠웅-
소리 없이 나타난 두꺼운 갑옷을 온몸에 둘러싼 거구의 전사 한 명이, 어느새 유렌의 뒤에 묵묵히 서 있었다.
역시 두꺼운 투구로 인해 눈은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칼에서 손 놓으십쇼.”
“……!”
흡사 오우거가 으르릉거리는 듯한 전사의 낮은 목소리에 클레이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이, 이건, 무슨?!’
클레이스는 이를 악물고, 거대한 전사를 노려보았다.
통나무보다 두꺼운 팔과 다리.
왕실의 돌기둥보다도 두터워 보이는 몸통.
그리고 무거운 강철로 보이지만, 경량화 마법도 걸지 않은 철판 같은 두꺼운 갑옷.
게다가 몸 전체에서 크진 않지만, 매우 단단한 마력이 넘실거리며 느껴졌다.
‘이거 보통 놈이 아니야!’
클레이스는 이를 으득 아물고, 전신의 마력을 증폭시킬 준비를 시작했다.
“클레이스 경! 검에서 손을 떼어주세요! 그쪽의 이름 모를 전사분도!”
그때, 등 뒤에서 공주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리자 클레이스는 주춤주춤 물러나며 보검에서 손을 떼었다.
거대한 갑옷 전사 역시, 아무 말 하지 않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제 근위 기사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면목이 없군요. 실례했습니다. 메이지 유렌.”
“고, 공주님!”
“전하!”
두 측근이 그녀의 사과에 놀라 소리쳤지만, 공주는 담담한 얼굴이었다.
물론, 거기서 끝나지만은 않았다.
“다만 절 희롱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저와 대화를 나누고 싶으신지는 밝혀주셨으면 합니다. 전자라면, 전 더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닙니다. 조금 전부터 거듭된 무례. 사과드립니다. 전하.”
공주의 단호한 그 말에, 유렌은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무례에 사과했다.
갑옷을 입고 있던 레이칸도, 허둥지둥거리며 유렌을 따라 고개를 숙였다.
험악해졌던 방 안의 분위기가, 그렇게 조금씩 풀어져 갔다.
* *
유렌은 이번엔 양해를 구하곤, 디멘션 포켓에서 고급 의자를 몇 개를 꺼내 각자가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클레이스와 툰드라는 의자에 무슨 문제가 없는지 검사를 하곤, 셋 다 자리에 앉았다.
‘좋아. 이 정도면 쓸만하군.’
유렌은 마음속으로, 공주 – 에레니안에게 합격점을 주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례를 참는 판단력과 측근을 말리는 침착함. 그리고 상대방에게 보이는 단호함까지.
아직 손이 조금씩 떨리는 게 드러나는 거로 보아 미숙한 점은 있지만, 그래도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계속 지켜볼 만은 하겠어.’
공주와 만나기 전. 유렌은 바로 사과한다는 전제하에 공주를 실험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고, 공주님을 상대로 말임까? 괘, 괜찮겠슴까?
-그래. 레이칸 너는 그냥, 갑옷 입고 무게만 잡아도 돼. 일단 보여주는 게 중요하니까.
-오! 이거, 제 전용 갑옷임까?!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완성됐슴다!
-아, 미안하지만 아직 마법은 새겨지지 않았어. 레드 라이트닝에서 아직 작업 중인 물건을 억지로 가져온 거니, 끝나고 도로 가져다줘야 해.
-그, 그렇슴까…….
만약 소문과 다르게 공주도 한심한 인간이었다면, 그녀를 왕자를 잡을 미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왕좌야, 방계의 누군가를 골라 그가 이으면 되는 것이니깐.
나라가 꽤 혼란스러워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비슷한 멍청이가 왕이 되어 흑막들에게 그대로 조종당하는 것보단 나을 테니.
하지만 직접 만나본 공주는, 상당히 쓸만해 보였다.
그렇다면 다른 의미로 이용할 가치는 충분했다.
“그럼, 그 ‘조직’이 저희에게 제안할 것이, 무엇입니까? 메이지 유렌.”
“여러 가지로 있긴 합니다만, 먼저 이것을 먼저 봐주시길 바랍니다. 공주님.”
유렌이 손뼉을 두 번 치자, 옆 방에서 은색의 가면을 쓴 노인이 공손하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실례하겠습니다.”
노인은 공손히 손안에 든 서류를 레이칸을 제외한 네 사람에게 나눠주곤, 자신도 남은 한 장을 들었다.
“……이건!”
“……! 메그넘가의?”
그 안에는 메그넘가의 몇십 년에 걸친 여러 비리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었다.
공주와 툰드라는 금세 그 서류가 뭔지 알아채고 놀랐지만, 클레이스는 그저 눈만 끔뻑거렸다.
이런, 괜히 한 장 더 준비했나.
유렌은 여기사의 혼란에 빠진 눈빛을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메그넘가가 그동안 평의회와 그 관련 마탑에서 저지른 부정들입니다.”
서류를 든 툰드라가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어느 정도 해 먹으리라 생각은 했는데, 설마 이 정도라니.
“이걸, 저희가 어떻게 다 믿죠?”
“물론, 확실한 증거도 준비했습니다. 원하시면 보여드리죠.”
유렌의 말에 공주와 툰드라의 눈빛이 변했다.
당연하지만, 귀족 가문의 비리란 빠르게 은폐되기 마련이다. 그걸 알아내고, 증거까지 갖춘다고?
이것은 직접 실행한 실무자가 아니고서야,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맙소사.’
‘대체 어떤 정보 조직이 있기에 이런…….’
공주와 툰드라는 침을 꿀꺽 삼키며, 유렌을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둘은 설마 그 실무자가 눈앞에 가면을 쓰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못 한 채, 조직의 정보통의 대단함에 감탄했다.
“이 비리를 한 번에 폭로해버린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메그넘 가문은 왕자파에 속했다.
그 속에서 거대 세력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한 자리를 차지하는 곳.
그 가문을 없애면 분명,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호재가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을걸요? 워낙 얽혀있는 것도 많고, 왕자파의 힘으로 작은 것 몇 개만 처리하고 나머진 묻으려 할 거예요.”
툰드라가 고개를 젓자, 유렌은 싱긋 웃으며 자신의 계획을 전했다.
정식 ‘마탑’을 세운다는 계획을.
“……마탑?! 정식 마탑 말이에요?”
“잠깐, 그러면 혹시 창립 회의에?”
눈치가 빨라서들 좋군.
유렌은 공주와 툰드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클레이스는 혼자 못 알아들은 듯 멍하니 있지만, 무시해도 되겠지.
“제가 위저드 툰드라께 말씀드렸을 겁니다. 저희 조직은 현지에서 일원을 모아서 키워 성장한다고. 마탑은 그 일환이라 보시면 됩니다. 물론, 세우는 김에 최대한 그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고.”
본래 정식 마탑을 세우기 위해선 5위계 이상 고위 마법사들의 인준이 필수.
그 회의 자리는, 각자의 실험이나 연구. 혹은 떠돌기까지 하던 고위 마법사들이 몇 년 만에 한 번 모일까 말까 하는 귀중한 자리다.
이때 평의회 고위직과 그 가문의 비리라는 폭탄을 터트린다면? 아무리 왕자파라고 해도 막을 수 없는 연쇄 폭발이 일어날 게 뻔했다.
공주 쪽에게 굉장히 유리한 폭발 말이다.
“확실히 저희 쪽엔 상당히 매력적인 이야기군요. 하지만, 이걸로 원하시는 건 뭐죠?”
“공주님에겐 베르헨 근방에 땅이 좀 있으시죠? 그곳의 소유권을 10년 정도 받았으면 합니다.”
“……땅, 말인가요?”
공주의 목소리에 의문이 섞였다.
비록 그녀의 세력이 강하지 않다지만, 그래도 왕족은 왕족.
그녀 역시, 나라 이곳저곳에 어느 정도의 토지는 소유하고 있었다.
“예. 그 구역이 맞습니다.”
“……으음?”
공주는 유렌의 설명을 듣고, 더욱 의문에 찬 얼굴이 되었다.
그곳은 베르헨 근방의 산 하나와, 그 밑에 있는 작은 마을 하나 정도가 들어갈 적당히 넓은 땅.
하지만 베르헨 근처답지 않게, 근근이 몬스터도 나오는 지역이라 방치된 지역이었다.
공주도 굳이 말하지 않으면, 자신의 소유인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의 별 볼 일 없는 곳이었다.
“그 자리에 마탑을 세울까 합니다. 뭐, 베르헨의 근방이기도 하고. 몬스터야 별로 문제 될 것도 없고요. 게다가…….”
유렌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새 마탑이 공주님의 땅에 자리를 잡는다면, 공개적으로도 공주님의 지지자가 하나 늘어나는 셈이 되는 것이죠.”
공주와 툰드라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겨우 억눌렀다.
이것마저 오히려 이쪽에 유리한 조건이 아닌가.
그런 별것도 없는 산 한 두 개 정도를 10년 동안 넘겨주는 대신, 정식 마탑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받는 것이다.
음지에서 은밀히 돕는 것과, 대놓고 양지에서 편을 드는 것.
이것은 아무래도 영향력 쪽에서 후자가 더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니까.
“정말, 그것만으로 되겠나요? 아무리 봐도, 이쪽에 너무 유리한데요. 그 산에 또 새로운 던전이라도 숨겨진 게 아닌 이상.”
툰드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냥 대놓고 물었다.
“하하. 그럴 리가요. 정 그러시면 선물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공주님과 저희 조직이 손을 잡은 기념 말이죠.”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선물, 고맙게 받겠습니다.”
공주와 툰드라는 어딘가 찝찝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유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저 산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고 해도, 10년만 지나면 돌려받을 수 있어. 애초에 그냥 방치하는 것보단, 이게 훨씬 이득이고.’
사실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공주 측은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오늘의 이 회담에선 이득만 남았다.
“그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공주님.”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메이지 유렌.”
그렇게, 이날의 회담은 끝이 났다.
공주 쪽은 뜻밖에 얻은 여러 가지 이득과, 이유 모를 찜찜함을 남긴 채로.
유렌 쪽은 노린 걸 전부 달성했다는 성취감을 남긴 채로 말이다.
* *
“주인님, 수고하셨습니다.”
“아아. 그래. 너도 수고했어.”
공주 일행이 돌아간 이후.
노집사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주인에게 다가갔다.
“공주를 앞세워서 그쪽으로 시선과 원한을 돌리게 한다. 확실히 좋은 계획이야.”
“감사합니다.”
공주들은 이쪽의 뒤에 굉장히 큰 조직이 있다고 여겨 거기까진 생각이 닿지 않은 것 같지만, 실제로 유렌의 조직은 이제 막 시작한 상태.
굳이 정면으로 치고받아 좋을 리가 없다.
이럴 땐 선심을 쓰는 척하며 그녀들에게 폭탄을 넘기곤, 대신 폭파해달라고 하는 게 좋았다.
위험을 그쪽에 넘기면서, 이쪽에 빚도 생기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유렌은 그 만족스러운 결과에, 추가로 하나를 더 얻은 상태였다.
“뭔가 물어보고 싶은 느낌인데?”
“역시, 주인님이시군요. 그렇다면, 감히 묻겠습니다. 굳이 그 산을 선택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본래 계획엔 없었습니다만, 갑자기 리스트를 보고 선택하신 거로 압니다. 혹시, 그곳에도 숨겨진 보물이……?”
“보물이라. 하핫. 그런 것은 없어. 굳이 말하면, 그 반대에 가깝지.”
그래. 굳이 말하면, ‘독’에 가까운 물건일 것이다.
10여 년 후. 이 나라에 있어 커다란 재해가 될 물건이니까.
‘하지만 내가 지금 그것을 취하면, 이야기는 좀 달라지지.’
앞으로의 미래를 유의미하게 바꿔줄 만한 물건.
그것이 바로 그 산에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