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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7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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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7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7화 없으면 만들어라 (6)

 

 

 

유사 운석의 작렬로 인해, 수도 베르헨에 난리가 난 아침.

유렌은 레이칸과 제자들을 불러 모아, 지난밤에 있던 일들을 담담히 고했다.

“이런 망할 자식들! 제 앞에 있었음, 형체가 없어질 때까지 두들겨 팼음다!”

에리나가 습격당했다는 것을 들은 레이칸은, 분을 참지 못해 주먹을 불끈 쥐며 발을 쾅쾅 굴렀다.

쿵-! 쿵-!

분노한 그의 발 굴림은, 흡사 어제의 그 진동을 조금이나마 생각하게 했다.

“에, 에리나. 정말 괜찮은 거지?”

“응! 마스터가 바로 구해주셨는걸! 헤헤. 감사해요, 마스터!”

“휴우. 그래도 일이 커지지 않아서 정밀 다행이다.”

“……아니, 운석 비슷한 게 떨어졌다는데, 충분히 커진 거 아니야?”

그렇게 레이칸과 제자들의 분노와 걱정으로 시끄러울 무렵.

셀레나는 왠지 기쁜 걸음으로 유렌에게 총총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걸었다.

“전 아무것도 못 봤답니다~. 제 바보 같은 부하들도 아무것도 한 게 없고요~!”

한 마디로, 평의회엔 입 다물고 있겠다는 소리였다.

“원하는 건?”

“그냥 두 달 내에만~, 저랑 붙어주시면 만족해요~!”

싱글싱글 웃는 셀레나에게 유렌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 정도야 쉽지. 어차피 그 전에 해볼 생각이었으니.

“생각보다 부하들을 아끼는군.”

“……예~?”

“대련도 대련이지만, 결국 나와 함께 별장을 부순 부하들을 보호하기 위해 입을 다문다는 게 아닌가?”

잠시 속이 찔린 듯한 셀레나는 유렌을 표정 없이 잠시 바라보더니, 곧 다시 웃는 얼굴로 부하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그 발걸음이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도 조금 더 빨라 보였다.

셀레나와 실행 부대원들이 나간 직후.

유렌은 웅성거리던 레이칸과 제자들에게 진정시키며 말했다.

“잠시, 소개할 사람이 있습니다.”

끼익-

유렌의 말이 끝내기가 무섭게, 훈련장의 문이 열리더니 한 작은 인영이 홀연히 들어왔다.

기껏해야 아직 소녀인 에리나 정도의 작은 체구의 노년이었지만, 워낙 꼿꼿하게 몸을 세운지라 작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바로 얼굴의 위쪽을 가리는 은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미 뵌 분도 계시지만, 그래도 다시 인사 올리겠습니다. 유렌님께 목숨을 구원받아 집사를 맡게 된, ‘노집사’입니다. 이후, 그렇게 불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노집사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정중히 인사했다.

“……노집사씨라고 부르면 되나요? 그냥 집사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안 되나요?”

에리나의 천진한 질문에, 노집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식의 호칭이라면야 상관없으니, 마음대로 불러주시길.”

“네! 집사 할아버지!”

“잘 부탁드림다! 영감님!”

얼굴을 가린 가면에 대놓고 쓴 가명.

누가 봐도 수상한 인물이지만, 레이칸과 제자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유렌이, 마스터가 보증한 인물이니까.

“그럼, 여러분. 지금 상황은 모두 주인님에게 들어서 아시겠지요?”

“네!”

“예. 방금 들었슴다.”

어느새 노집사는, 일행의 가운데에 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분위기를 휘어잡고 있었다.

‘호오.’

유렌은 새로 등장한 기세를 살려, 바로 사람들의 주목을 모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 노집사의 노련함에 눈을 반짝였다.

굳이 전장으로 비교하자면, 병사들을 자연스럽게 주목시키는, 베테랑 백인장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 지금의 이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것 역시 아시리라 믿습니다. 워낙 상식을 벗어난 사건이라, 증거가 그리 많이 남진 않았지만 들킨다면 참으로 곤란해집니다.

게다가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그놈들은 이미 에리나님께 먼저 손을 뻗쳤습니다.”

지난 밤일이 생각난 에리나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부르르 떨었고, 쥬드와 쌍둥이들. 그리고 레이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서 저희는 몸을 지킬만한 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어디에 의지하는 게 아닌 저희만의 조직이 말입니다.”

노집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있는 레이칸과 제자들을 둘러보더니, 유렌을 향해 머리를 숙이며 청했다.

“그러니 주인님. 제가 말씀드린 대로 부디 마탑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그것도 어딘가에 소속된 하위가 아닌 ‘정식 마탑’을 말입니다.”

“여, 영감님. 제, 제정신이심까?!”

노집사가 터트린 말에, 레이칸이 놀라서 소리쳤다.

“다행히도, 전 아직 노망은 오지 않았습니다. 메이지 레이칸,”

“아. 죄, 죄송함다. 그래도 마탑. 그것도 정식 마탑이라니……. 그건 불가능함다!”

레이칸은 얼른 고개를 꾸벅 숙여 노집사에게 사과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의 발언엔 고개를 흔들었다.

옆에 선 제자들도 말은 안 했다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얼굴이었다.

마탑.

마법사가 모인 단체 중에서도,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는 대표적인 마법사의 집단.

가장 큰 조직인 베르헨 평의회도 속은 수많은 하위 마탑들이 존재해, 사실상 마탑은 마법사 집단의 근본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다만 그런 이상 난립을 막기 위해, 정식 마탑은 성립 조건이 상당히 엄격했다.

소유하는 땅과 건물. 그리고 소속 인원수 등. 여러 조건이 많았지만, 가장 엄한 조건은…….

“마탑의 탑주로 5위계. 즉 위저드 위계의 마법사가 필요함다! 다른 단체 소속의 하위 마탑이라면야 3, 4위계로 충분하지만, 정식 마탑은 이야기가 다름다! 그 밖에 조건도 굉장히 까다롭슴다!”

“그야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메이지 레이칸. 저 역시 마법과 관련된 가문에서 오랜 시간 일한 터라 그런 기본 상식은 모자라지 않게 알고 있지요.”

“그, 그렇담 어떻게……!”

“그야 돈으로 사 오면 된다는 말이지.”

쩌억-

유렌이 대신 답을 말하자, 레이칸과 제자들은 입을 쩍하고 벌리며 말을 잃었다.

사와? 위저드를?

누구에게나 동경 받는, 고위 마법사의 일원을?

마법사들에겐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말에, 그들은 말 그대로 얼어붙었다.

하지만 노집사는 홀로 빙긋 웃으며 주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위저드라고 해도, 자금이 곤란하거나 물욕이 많은 자는 분명 있을 터. 지금 주인님의 재산이라면 고용하는 것 정도야 가능하지요.”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그렇다면 꼭 ‘마탑’의 형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뭐지?”

이미 다 알면서도 다른 이들을 위해 대신 질문해지는 주인에게, 노집사는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답했다.

“물론, 마탑에겐 그만큼의 실권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주인님. 실례입니다만, 현재 주인님의 위계나 위치로는 저와 에리나 양의 증언과 다른 증거를 가지고 고발해봐야 타격을 주기 힘듭니다. 물론 주인님이 저지르신 짓을 들키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도 말입니다.”

“그렇겠지.”

유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유렌이 아무리 평의회 일부에게 호의를 받고, 소속 부대로 경호를 받는다곤 해도 어디까지나 외부자.

그것도 사실상 그 기간이 정해져 있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

반면 메그넘가는 평의회의 관리자가 소속되어있는 세력 있는 자작가.

그렇게 공격하더라도, 가문 전체는커녕, 아마 네이슨 하나에게도 타격을 주기 힘들 것이다.

“만약 먹히더라도, 기껏 꼬리 자르기로 가문 내에 쓸모없는 놈 하나 처벌받게 하고 끝내버리겠지.”

“맞습니다. 역시 주인님이시군요.”

노집사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마탑인 것입니다. 일단 세우기만 하면, 주어지는 권한으로 공격과 방어. 그리고 어떤 것은 은폐까지……. 그 어느 쪽도 훨씬 수월해집니다. 게다가 정식 마탑의 설립 허가엔, 고위 마법사들이 모여 회의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때 그것을…….”

노집사가 그것을 이용한 자신의 계획을 밝히자, 레이칸과 제자들은 입을 다시 쩍 하고 벌렸다.

뭔가, 그들에겐 잘 알 수 없지만 대단해 보이는 계획들의 이야기가 휙휙 지나갔다.

‘역시, 확실히 실력 있고 노련해.’

유렌 노집사의 말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인재를 그냥 버리다니.

참 보는 눈도 없지.

‘잘 받아먹겠다. 멍청한 놈들아.’

유렌은 곧 짓밟을 자작가에게, 마음속 깊이 감사 인사를 올렸다.

 

* *

 

그날 오후.

째째째짹-!

유렌은 얼음으로 이루어진 새가 뭐라고 지저귀는 걸 듣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얼음 새를 날려 보내고 실내 훈련장에 들어갈 때, 유렌은 비장한 표정을 지은 레이칸과 마주쳤다.

“메이지 유렌! 잠시 할 말이 있슴다!”

힘차게 소리친, 쩌렁쩌렁한 레이칸의 목소리가 실내 훈련장 안을 지잉- 하고 울렸다.

-으억!

-꺄악!

멀리서 조용히 명상을 하고 있던 제자들이, 귀를 막으며 비명을 질렀다.

“……조금 목소리를 낮춰주시겠습니까?”

“아, 이런. 죄송함다!”

유렌은 레이칸이 입을 연 순간 재빨리 마력을 귀 쪽으로 돌렸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새어 들어온 그의 목소리는 유렌의 정신을 살짝 멍하게 했다.

뭐지, 이건? 설마 서부 야만인의 비전 중 하나라는 워크라이(Warcry)인가?

유렌은 레이칸의 새로운 가능성에 감탄하며, 풀이 죽은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레이칸.”

“음, 메이지 유렌! 저는 정식으로 평의회를 관두겠슴다! 새로 만드시는 마탑의 일원으로 받아주셨으면 함다!”

“그러죠.”

“제자도 아닌 주제에 뻔뻔한 부탁인 줄은 알고 있슴……엉?”

즉답으로 튀어나온 유렌의 대답에, 이번엔 레이칸이 잠시 멍해졌다.

즈, 즉답이라고?

“다만,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헛! 그, 그게 뭡니까?”

“평의회라는 거대 단체를 버리고,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마탑에 오시려는 이유를 알고 싶군요. 이제 메이지 레이칸은, 그곳에서 입지도 튼튼하지 않습니까? 물론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그건 말임다…….”

확실히 레이칸의 현 상황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상태였다.

불과 몇 주 전. 유렌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상황은 좋다고 말하긴 힘들었다.

30을 훌쩍 넘어 겨우겨우 3레벨에는 올랐지만, 재능이 평균 이하인 그에겐 그 이상의 단계가 까마득하게 높아 보였다.

그저 쓸모없이 크게 태어난 육체 탓에, 끊임없이 눈에 띌 뿐인. 그저 말단으로 늙어갈 평직원.

그것이 레이칸이 느꼈던 그의 미래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완전히 그가 느끼는 미래는 완전히 달라졌다.

“메이지 유렌은, 제게 꿈과 희망을 주셨슴다.”

“꿈과 희망이요?”

“예. 물론, 절 첫 탐사대에 끼워주신 것 역시, 굉장히 감사하고 있슴다. 하지만, 저에게 주신 건 단순히 업적과 돈뿐만이 아니셨슴다.”

레이칸은 로브를 걷고는, 오른손을 어깨 쪽으로 끌어당겨 힘을 주었다.

불끈-

마치 통나무 같은 굵은 팔에, 미칠듯한 근육이 힘차게 팽창했다.

35세의 나이에, 기껏 일주일 정도밖에 수련하지 않은 자의 육체가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마법사를 꿈꿨을 때부터, 이 몸이 싫었음다. 주위에서 놀림을 받지 않은 적이 없었고, 저의 떨어지는 마법 재능 탓에 그만두고 그냥 용병이나 하라는 비꼼도 항상 들었슴다.”

“멍청이들이군요. 그 육체가 얼마만큼의 축복인지도 모르고.”

“하핫…! 하지만 메이지 유렌은 달랐음다. 제 몸을 신기해했었지만, 전혀 깔보는 게 없었음다. 오히려, 음. 뭐랄까 약간의 부러움마저 느껴졌슴다.”

‘……그야 부럽긴 했으니까.’

사실, 레이칸이 정확하게 느낀 것이었다.

아직도 유렌의 한구석에 있는 전사의 혼은, 절로 레이칸의 육체에 대해 부러움을 느끼게 했다.

말 그대로, 전사의 신에게 축복받은 육체나 다름없었으니.

“그리고, 그 리치와 싸울 때 전 드디어 처음으로 느꼈슴다! 이것이, 이것이 진정한- 나구나.”

험악하기 그지없는 거인의 얼굴이, 온화하게 펴졌다.

평생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던 사람이, 겨우 정답을 찾은- 그런 후련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조금 전 마탑의 건을 듣고 결심했슴다. 평생, 따라가게 해주시길 바람다! 부탁 드리겠슴다! 마스터!”

레이칸은 눈을 딱 감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아예 고개를 숙이고, 제자로 받아 달라고 한 것이다.

같은 위계에 나이는 훨씬 더 많은 제자.

일반적으론 당연히 거절당할 상황이라, 레이칸은 긴장했는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좋았어!’

반면 고개 숙인 레이칸이 보지 못한 사이, 유렌은 주먹을 불끈 쥐며 쾌재를 불렀다.

아직 완전히 이쪽 소속이 아닌 레이칸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털어놓은 효과는 컸다.

커다란 신뢰에는, 그에 맞는 믿음이 돌아오는 법.

유렌은 간만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잠시 진정시킨 뒤,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고개를 들어. 레이칸.”

“……!”

존칭도, 뭐도 없는 말을 놓는 반말.

유렌은 가끔 급할 때는 말을 놓곤 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휘이익-!

레이칸은 반짝이는 눈으로, 풍압이 느껴질 정도로 고개를 강하게 올렸다.

그곳에는, 유렌의 오른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 부탁한다.”

“자, 잘 부탁함다! 마스터!”

꽈아악-

다 좋은데, 손이 좀 아프군.

유렌은 거의 울듯이 기뻐하는 레이칸을 보며, 조용히 조금 전 얼음 새로 전해져 온 메시지를 떠올렸다.

[-공주님이 최대한 빠르게 만나길 원하셔. 가능하면 내일. 장소는…….]

생각보다 훨씬 빠른 공주의 긴급한 호출.

만약, 어제까지의 자신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르다며 초조해했겠지.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자신과 함께, 계획을 짜고 그것을 도와줄 사람이 있다.

여러 가지 혼란이 생겨도, 동요하지 않고 따라와 주는 제자들도 있다.

그리고 방금 그의 제자가 된, 가장 강력한 육체를 가진 마법사도 있다.

‘조직’의 뼈대는 이제 세워졌다.

그럼 이제, 이걸 그럴싸하게 보여주는 것만이 남은 셈이다.

‘기대해도 좋아. 공주님.’

내일 많이도 놀랄 테니까.

유렌은 머릿속의 계획을 정리해가며 희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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