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6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5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6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6화 없으면 만들어라 (5)
디멘션 포켓.
부피와 무게를 무시하고, 차원을 비틀어 마음대로 물건을 넣었다 꺼냈다 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성능의 아티팩트.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한도에 제한이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륙 전체가 통째로 그 차원에 들어가 버린다는 이야기가 되어버리니까.
그 한도는 사용자의 기량과 마력에 따라 달라졌다.
유렌이 현재 포켓에 넣을 수 있는 크기는, 대략 커다란 배 두세 척 정도.
유렌은 그 넣을 수 있는 최대 크기에 꽉 채워서, 저 바위 언덕을 넣어버린 것이었다.
쿠우우우우우-!!
바위 언덕이 별장 위로 점점 모습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하늘에서 들려오는 굉음 역시 점점 더 커져갔다.
실행부대원들과 노인은, 여전히 그저 입만 쩍 벌리고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너희들까지 그러면 안 되지.’
그리고 바위 언덕을 다 내뱉게(?) 한 유렌은, 차원의 균열을 닦으며 뚝뚝 떨어지는 땀들을 닦았다.
‘후우. 힘들긴 힘드네.’
사실 바위 언덕 자체를 넣는 것은, 유렌에겐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마력을 넓게 퍼트려 바위 언덕 전체를 느끼는 것으로, 수납이 가능했으니까.
물론, 이것 자체도 평범한 메이지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긴 했지만.
하지만 그것과 저런 식으로 내놓는 것은 또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최소 수백 미터 상공에, 최소 수십 미터는 넘는 둘레의 균열을 만드는 일이다.
그저 눈앞에서 평범히 조금씩 꺼내는 것보다 수백 배는 힘들고, 그만큼의 마력이 들어갔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애초에 이런 식으로 쓰라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 그만큼 더 비효율적일 수밖에.
“멍하니 넋 놓고 있지마! 유스니안! 이리로! 페닌! 저 반 시체 끌고 와! 나머지는 모두 한곳으로 모여서 실드 칠 준비하고!”
유렌의 불같은 호령에, 정신이 퍼뜩 든 실행동부대원들은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 참. 우리가 넋을 다 놓다니. 창피하게.”
“것보다, 저 형씨. 방금 말 놓지 않았어?”
“넌 비상시에 그게 중요하냐!”
“얘도 굳이 살려야 하는 거우?”
실전에서 살다시피 한 부대원들답게, 그들의 행동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유렌은 여전히 입을 쩍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을 데리고, 재빠르게 부대원들 사이로 이동했다.
쿠우우우우우우-!!
그 사이, 바위 언덕은 별장과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
조금 전까진, 거대한 3층 저택과 거의 비슷한 크기로 보였던 바위 언덕은 점점 더 거대해져만 갔다.
“세 명은 각각 120도씩 최대한 강하게 실드를 치고, 나머지 한 명은 위로 쳐! 난 늪 마법으로 충격이 덜해지도록 밑을 물렁하게 만들테니!”
“알겠수!”
“으아! 마력이 반밖에 안 남았는데? 아까 빨려간 탓에!”
“야. 유사지만 미티어 스윔을 쓴 메이지 앞에서, 마력이 부족하단 말을 하고 싶냐?”
“그 마법에 내 마력도 들어갔다고! 아마도!”
“귀 안 먹게 마력으로 잘 가려!”
시끌벅적.
유스니안은 멍하니 떨어지는 바위 언덕을 보고,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참으로 기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 떨리는 땅의 진동과 공기의 울부짖음. 그리고 마치 세상이 갈라지는 것 같은 - 떨어지는 바위 언덕의 굉음.
쿠우우우우우우-!!
이런 세상이 멸망하는 것 같은 환경에서도, 귀에서 들려오는 대화는 마치 평상시와도 같았다.
특히나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낸’ 유렌은 여전히 냉정하고 침착하게 지시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 특히 이분이랑 함께 한다면…….’
떨어지는 바위 언덕이, 별장의 지붕과 접촉하기 직전.
부우웅-
젖 먹는 힘까지 다한, 실행부대원들의 두꺼운 실드가 6명과 하나의 반 시체를 감쌌다.
유렌의 마지막 마력으로 쓴 ‘늪’ 역시, 바닥을 물렁하게 만들었다.
쿠콰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바위 언덕이 별장 위로 떨어졌다.
어마어마한 충격파와 바윗덩어리들이 시야를 가득 뒤덮었다.
* *
노인 - 유스니안은 차분히 먼지를 털면서, 별장.
아니, 별장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굉음과 진동. 그리고 충격파 후에 찾아온 거대한 먼지구름.
그것이 조금 가시고 나자, 유스니안은 옆에 서 있는 메이지가 행한 ‘업적’을 바라보았다.
“……정말, 미쳤군요.”
말이 별장이라지만, 약소 귀족의 본가 저택보다 큰 저택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 형태 자체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이 별장만의 자랑이었던, 광대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던 깔끔한 정원 역시 사라져 있었다.
그저 보이는 건, 바위, 바위, 그리고 또 바위.
산산이 조각난 바위 언덕의 파편이 사방으로 깔린 가운데, 노인은 그저 멍하니 메이지지 한 사람이 벌인 결과를 바라보았다.
“어때, 조금 속이 후련한가?”
먼지투성이의 유렌이, 옷을 툭툭 털며 노인에게 다가왔다.
너무나도 태연한 것이 마치 집 근처에 산책이라도 나온 것 같은 태도였다.
그런 그를 본 노인은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허헛. 설마, 제 후련함을 위해, 이런 짓을 벌이셨다는 겁니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유렌 역시 자신이 벌인 결과물 – 바위들에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
“원래 부술 생각이긴 했지만, 너의 후련함을 위해 조금 더 화려하게 했을 뿐이지.”
“‘조금 더’라. 흐허허헛!”
유렌의 말에 노인은 고개를 숙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최근의 여러 사건이 터지고 난 후, 처음 터트리는 웃음이었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사람이다.
아무리 먼저 구린 수를 썼어도, 메그넘 자작가는 엄연히 세력 있는 귀족가다.
그런 집안의 별장을 이런 식으로 박살냈으니, 당연히 여러 의미로 후폭풍은 엄청날 터.
그런데, 그것을 단순히 자신의 속이 시원해지라고 한 거라고?
‘25년? 절대로 아니군.’
아예 생각 자체를 잘못했다.
그는 그저 장래가 유망한, 돈 많고 재능 많은 메이지 정도가 아니다.
위계를 몇 단계 뛰어넘어, 어쩌면 위저드 계위와도 충분히 맞먹고 남을만한 – 그런 괴물이었다.
유렌은 웃음을 그친 노인에게 다가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제 좀 생각이 바뀌었다면, 나와 함께 가겠나? 아까 말한 것처럼, 1년 안에 끝내주겠다.”
“……그럼, 1년 후엔 제가 필요 없으십니까?”
“아니. 필요하지. 만약 그때도 네가 떠날 생각이라면, 억지로 말리진 않겠어.”
“…….”
“다만, 그때는 생각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 있을 거라고 장담하지.”
노인은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먼지투성이라 잘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검은 하늘에 뜬 초승달이 희미하게 그의 눈에 비췄다.
‘수잔. 만나는 건, 잠시 미뤄둬야 할 것 같구려.’
노인은 유렌은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 목적은 그 빌어먹을 집안의 멸문입니다. 비록 늙고 버려진 개라 해도, 원한을 품으면 옛 주인을 물어뜯을 수 있다는 걸, 그들에게 알게 해주고 싶군요.”
“그래, 충분히 알게 해줄 수 있지. 앞으로 함께 가자. 내가 널 고용하겠다.”
유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노인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노인은 잠시 그 손을 바라보더니, 곧 고개를 내저었다.
“……죄송합니다만, 그 악수는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노인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정중히 한쪽 무릎과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평생을 집사로 산 저로선, 제 모든 능력을 끌어내는 방법은 이것밖에 떠올릴 수 없습니다. 주인님. 부디 이 늙은 몸뚱이를 부려, 그 타다만 잿덩이 같은 가문을 없애주십시오. 그래만 주신다면 저 역시, 이 늙은 몸이 쓰러질 때까지 주인님에게 함께하며 은혜를 갚겠습니다.”
모든 것을 잃은 노인의 마지막 불꽃.
유렌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하지.”
“감사합니다. 주인님.”
옛 주인의 별장이 사라져 버린 먼지구름 속.
노집사는 새 주인의 앞에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 *
위저드 툰드라는 황당했다.
마법사의 기준으론 아직 새벽인, 아침 9시경.
여러 일 때문에 새벽 일찍 출근한 툰드라의 집무실에, 웬 미친놈이 마력을 있는 대로 뿜으며 난입한 것이다.
분명, 집중할 일이 있어 측근들에게도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했건만, 이 무례한 자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툰드라아! 이 망할 얼음 부스러기 년이! 감히! 감히!”
콰앙-!
5위계 위저드- 네이슨 메그넘은 말 그대로 주변의 공기를 활활 불태우며, 그녀의 집무실 문을 반쯤 부수며 들어왔다.
“……?”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상황에, 툰드라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 상대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약 2초 후. 그녀의 조금 늦은 분노가 폭발했다.
“이런, 미친!”
쩌저엉-
후끈하게 달아오르던 툰드라의 집무실 공기는, 다시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네이슨 메그넘……! 이게 대체 무슨 미친 짓이지?! 내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으면, 오늘 그 더러운 불덩이를 꺼지게 해주겠어.”
설산의 얼음보다도 차가운 툰드라의 말에, 분노에 불타고 있던 네이슨도 잠시 흠칫했다.
하지만 그를 이끌고 있던 분노가 생각보다도 훨씬 컸는지, 다시 마력을 끌어올리며 외쳤다.
“모른 척하지 마라! 툰드라! 설마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몰랐다곤 하지 않겠지!”
“……지난밤?”
네이슨의 알 수 없는 분노에, 툰드라는 단순히 눈만 깜빡였다.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자다가 작은 지진이 와서 잠시 깬 것은 기억하는데…….
툰드라의 단정한 얼굴이 의문으로 변하자, 네이슨은 잠시 주춤하면서도 여전히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우리 메그넘 가문의 별장을 그 모양으로 만들고……. 우리 조카 카넬까지!”
네이슨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는 분노라는 감정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네놈의 별장이 어떻게 되던, 그 카넬이란 조카놈이 어떻게 되든 난 모르는 일이야. 이게 마지막 경고야, 네이슨. 내가 모르는 일로 이렇게 계속 예의 없이 군다면, 나도 더 참을 순 없어.”
툰드라가 싸늘히 대답하며 마력을 운용시킬 준비를 하자, 네이슨은 말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래. 지금은 비록 내가 아무 증거도 없어 물러나지만, 툰드라. 내가 다음에 네년을 만날 때는 이렇게 안 될 거다. 비록 내가 네년보다 조금 밀린다고 하더라도, 우리 가문의 모든 힘을 다해서 원수를 갚을 거다……! 반드시!”
이를 으드득 갈면서 할 말만 다 하고 나간 네이슨을 보며, 툰드라는 그저 의문만이 가득 찰 뿐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
약 1시간 후.
“세상에……. 정말이네.”
툰드라는 자신의 수하들에서 뒤늦게야 자초지종을 들은 후, 바위투성이의 처참한 현장에 도착했다.
널찍하고 한가했던 별장은, 한순간에 그저 황폐한 바위 밭으로 변해있었다.
“이것은……!”
“아니다……!”
그곳은 이미, 툰드라 외에도 거의 백에 가까운 마법사들이 모여서 조사를 하거나, 격렬하게 토의 중이었다.
“이게 어떻게 미티어 스윔 마법이라는 거냐! 진짜 그것이 떨어졌다면, 이 근방만 끝난 것이 아니라, 베르헨의 일부도 완전히 소멸하였을 거다!”
“그러니까! 그 축소판이라고 하고 있잖아! 아니, 애초에 하늘에서 이만한 돌덩이가 내려오는 게, 그 종류의 마법 말고 뭐가 또 있어?!”
“그러니까, 그 축소판이 대체 무엇이냐!”
“그걸 내가 알면 지금 너랑 떠들고 있겠냐! 이 꼴통 놈아!”
개판이로군.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는 툰드라는, 마음 같아선 그대로 등을 돌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예외였다.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은, 그녀에게도 너무나도 흥미로웠던 것이다.
“아, 위저드 툰드라. 안녕하십니까.”
“그래. 안녕 위저드 세무인. 이야기는 대충 들었지만…… 지금까지 조사한 것에 대해 좀 알려주겠어?”
툰드라는, 이곳의 지시를 내리고 있는 한 회색 로브를 입은 위저드에게 물었다.
위저드 세무인.
아직 5위계에 오른 지 얼마 안 되는 신참으로, 무뚝뚝하지만 중립을 잘 지켜 그녀가 신용을 주는 몇 안 되는 위저드 중 하나였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여기는 정말로 위저드 툰드라와 관련이 없으신 거겠죠?”
힐끗-.
세무인은 근처에서 툰드라에게 쏟아지는 열의 높은 원망의 눈길을 느끼며 작게 물었다.
“……그래. 상관없어. 휴우. 난 이 마법도 모르고, 굳이 공격하더라도 이런 식으론 안 해. 왜 모든 의심이 나에게만 쏠리는지…….”
“그야, 이 정도 일을 벌일 실력이시면서, 위저드 네이슨과 크게 대립하시는 분은……. 음, 몇 분 안 계시니까요.”
“……그냥 나 혼자 밖에 없다고 하지?”
툰드라가 살짝 세무인을 노려보자, 그는 얼른 헛기침하며 말을 이었다.
“크흠! 네. 전 그 말을 믿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아직 조사 중입니다만 대강 상황이…….”
세무인의 입에서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가 줄줄 나오기 시작했다.
“이 바윗덩이들은, 주변에 있던 바위 언덕에서 나온 돌들입니다. 소위 말하는 미티어 스윔처럼, 저 하늘 밖에서 소환된 것이 아니란 소리죠.
이건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마치 공간이라도 비틀려서 저 근처의 바위가 저택의 상공으로 이동이라도 된 듯한……? 하하.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정말.”
“……!”
툰드라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서, 설마……!’
부피와 물건을 무시하고, 차원과 공간을 비틀어 마음대로 수납과 반출이 가능한 물건.
툰드라는 그 아이템을 얼마 전 실제로 눈앞에서 본 적이 있었다.
‘디멘션 포켓!’
그것을 공격적인 용도로 쓰게 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가.
꿀꺽-
툰드라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 만약 ‘그 조직’이 메그넘가와 적대를 한다면, 툰드라에게 있어 이것은 오히려 호재이다.
하지만…….
‘왜, 하필 별장이지?’
본가의 저택도 아니고, 중요한 자금목인 상회도 아니다.
상주하는 하인도 몇 없다는, 그저 크고 한가한 별장.
이런 곳을 굳이 경고의 의미로,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박살을 냈어야 했을까?
분명 무언가 다른 뜻이…….
‘……!!’
툰드라의 머릿속에, 다시 한 번 번개가 쳤다.
분명 그 유렌 슈나이더는, 자신들 공주파들이 몰래 만나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저번의 만남 이후. 공주와 툰드라들은 만날 장소를 새로 변경했다.
그래. 이곳과 비슷한 분위기인, 교외의 별장에서 말이다.
‘단순한 우연……이겠지?’
분명히 그는, 이렇게 화려하게 박살을 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 줄 알 터.
메그넘가에게, 툰드라가 의심을 받으리라는 것.
툰드라가 조사하러 현장에 나오리라는 것.
그러면 디멘션 포켓을 보여준 그녀 역시 눈치챌 것이라는 점.
그렇게 이어진다면, 박살 난 저 별장은, 자신들에게 보내는 경고, 혹은 과시일 수도 있었다.
‘단순한 내 착각이면 좋겠는데.’
물론, 그녀의 생각은 죄다 착각에 불과했지만, 당연히도 툰드라는 알 리가 없었다.
그만큼, 유렌과 그 ‘조직’은 그녀의 가슴속에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다시 베르헨으로 향했다.
‘타이밍을 잴 때가 아니야.’
빨리 그를 만나, 확인을 해봐야 했다.
이 모든 것을 꾸민 남자. 유렌 슈나이더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