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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2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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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2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2화 없으면 만들어라 (1)

 

 

 

똑똑-

“실례합니다.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유렌의 방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금색 머리의 소년- 쥬드가 들어왔다.

그의 팔다리엔 유렌이 선물(?)해 준 토시와 발찌 등이 찰싹 같이 채워져 있었다.

“그래. 훈련 끝나고 피곤할 텐데 미안하다. 그 팔다리의 그 물건들, 확실하게 2kg로 맞춰놓은 거 맞지? 쉴 땐 좀 가볍게 하지 않으면 다칠 수도 있어.”

“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훈련 내내 5kg로 해놓다가, 이러니 확실히 가벼워서 놀랐습니다. 처음에 2kg만 했을 때는 정말 무거웠는데요.”

쥬드는 피곤한 와중에서도, 자신의 성장이 마음에 들었는지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마법사가 마력이나 마법이 아니라, 육체의 성장이 즐거워서 웃다니.

이미 그의 머리도 정상적인 마법사랑은 조금 어긋나있다는 증거였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녀석.’

유렌은 그런 제자에게 살짝이지만 기특하다는 눈빛을 보낸 후, 본론으로 들어갔다.

“왕가에 대해서, 설명 좀 부탁할 수 있겠나?”

“왕……가 말인가요? 예. 알겠습니다.”

쥬드는 생뚱맞은 질문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의 마스터가 저런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곧 머릿속 자신의 지식을 떠올려 대답했다.

“현 왕은 데이루니오스 3세 폐하이시고, 연세는 분명 올해 63세…….”

쥬드가 물러간 다음은 에리나였다.

“헤헤-! 전 쉴 때 1kg라 확실히 가벼워서 좋아요! 응? 왕가요? 분명 공주님께서 시민들에게 매겨진 부당한 세금 건으로…….”

“왕가 말임까? 그러고 보니, 저번에 왕자님께서 또 사고를 쳤다는 얘기를 들었음다.”

“왕족들~? 그 꼰대들의 최고봉이요~? 음험의 대명사라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착하다고 소문난 공주도 뒤에선 사람들을 모은다는 소리도 많고~.”

유렌은 여러 사람에게 왕가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었던 왕가의 정보를 조금씩 갱신해 나갔다.

‘뭐, 역시 크게 다른 건 없군.’

왕자와 공주가 각각 조금 더 멍청하거나, 조금 더 능력이 있어 보이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2왕자 야니우스. 32세.

1왕자가 10년 전 사망해, 사실상 장남이자 외아들이 된 왕자.

무능력에 술과 여자만 밝힌다는, 어떻게 보면 틀에 박힌 케이스의 망나니 왕자였다.

3왕녀 에레니안. 22세.

1,2왕녀가 모두 국외로 시집을 가, 홀로 왕실에 남아있는 공주.

조용해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은근히 여러 곳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다.

능력이든 야심이든 둘 중 하나는 있는 게 분명했다.

둘 다 없었으면 현재도 그저 조용히 묻혀있었을 것이고, 미래에 내전이 일어날 리도 없었을 테니.

‘세력은 왕자 쪽이 몇 배는 더 큰 상태고.’

언뜻 들은 것만으로도 서너 배는 많은 귀족 가문이 왕자 쪽에 붙어 있다고 했다.

하긴, 망나니긴 해도 장자라는 명분에, 멍청해서 뜯어먹기까지 좋으니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중엔 당연히 그 흑막 놈들의 수하도 우글거리겠지.’

역시, 지금의 왕자는 왕이 되지 않는 것이 나아 보였다.

그렇다면 대안은, 역시 공주였고.

비록 세력차가 크긴 했지만, 유렌은 오히려 이런 상황이 더 맘에 들었다.

만약 왕자와 공주의 세력이 거의 비등했다면?

자신이 도와 이겨봐야, 그 도움이 미래를 바꾼 엄청난 것이라곤 알 리가 없다. 그저 평범한 공적으로 취급하겠지.

하지만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의 역전은 격이 다르다.

‘누가 봐도 내 덕분에 이겼다는 것을 느끼게 될 테니까.’

여왕 즉위의 큰 공을 세운다면, 미래의 대전을 막을 가능성은 올라간다.

일단 유렌 자신이 수뇌부가 되면, 그곳에 손을 뻗는 흑막들을 막기가 좀 더 쉬워질 테니까.

‘그러려면, 진짜 조직이 필요해. 적어도 툰드라에게 현지에서 모았다고 주장할 조직 정도는.’

유렌의 머리가 핑핑 돌아가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자신과 함께할 조직을 만들 생각은 있었다.

그럼 그냥 이번 기회에 만들어 버리면 되지 않겠는가.

마침 자금도 풍부하게 들어온 상태니까.

“그럼, 진지하게 한 번 만들어 봐야겠군.”

나만의 조직을.

유렌은 빈 종이에 무언가를 쓱쓱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비록 거짓으로 꾸며냈었지만, 곧 현실로 등장할, 한 조직의 설계도를 말이다.

 

* *

 

실행부대의 일원.

페닌은 최근 불만이 많았다.

“어서어서 뛰어! 멈추면, 처음부터 다시다!”

이제야 겨우 해가 떠오르는 새벽.

페닌은 같은 실행부대원과 함께, 여전히 강하게 훈련하는 유렌과 그의 제자들을 보고 있었다.

“쳇! 또 신체 강화 마법 없이 애들을 잡고 있구만!”

페닌은 잔뜩 난 자신의 수염을 비비 꼬아가며, 못마땅한 얼굴로 그 광경을 노려보았다.

“넌 아직도 그 말이냐? 대장이 신경 끄라고 했잖아. 그렇게 욕까지 먹고선.”

“거, 시끄럽수!”

페닌은 투덜거리며 애꿎은 훈련장의 흙만 발로 비비적거렸다.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투 없이 너무나 한가한 이 임무 내용도.

아직은 어린 애들이 저렇게 굴려지는 것도.

무엇보다, 대장이 저 호위 대상 놈에게 향하는 오싹하지만 깊은 그 눈빛도.

“젠장!”

당연히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저 호위 대상이었다.

유렌 슈나이더라고 했던가?

처음엔 웬 운 좋은 멀대의 호위를 맡나 했는데, 그 예상은 빗나갔다.

-마법 비틀기.

그것에 익숙한 대장도 1바퀴나 겨우 돌리는 것을, 무려 서너 바퀴나 휙휙 돌려버리는 말도 안 되는 놈.

차라리 그가 그저 무능하고 아이들만 학대하는 자라면, 그저 경멸의 눈으로 쳐다보고 끝났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놈은 오히려 굉장히 유능한 쪽에 가까웠다.

이해 못 할 행동을 할 괴짜긴 하지만, 그것이 곧 무능력을 선언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긴, 저 대장이 그토록 관심을 가지는 자가 무능하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래서 페닌은 더더욱 호위 대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쳇!”

페닌은 유렌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며, 끊임없이 투덜거렸다.

 

* *

 

그날 저녁.

유렌은 잠시 은행에 들른 후 숙소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음? 다른 한 분은 어디 가셨습니까?”

공교롭게도, 지금 유렌에게 붙은 실행부대원은 딱 한 명.

수염이 잔뜩 난 부대원. 페닌이었다.

“……수도 부대에서, 긴급 소환이 있길래 잠시 갔수. 금방 올거우다.”

“흠, 그랬군요. 항상 최소 두 분은 제 곁에 계셨는데,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유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빠르게 발을 놀렸다.

에어 워크.

간단하면서도, 멀지 않은 이동엔 큰 도움이 되는 바람의 하급 마법.

같은 마법을 쓰고 유렌의 뒤를 따르고 있던 페닌은, 문득 계속 궁금했던 것이 떠올라 입을 열었다.

“저기 말이오. 뭐 하나만 물어도 되겠수?”

“네. 뭡니까?”

유렌은 공중으로 발을 놀리며 답했다.

“그, 당신의 지도 방식에 뭐라고 할 생각은 없수만, 왜 신체 강화마법을 쓰지 못하게 하는 거우? 애들 괴롭히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오.”

“흐음, 그거 말입니까?”

페닌 스스로도, 말투에 가시가 붙어 있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지만, 유렌은 그저 평온히 답했다.

“익숙해져야 하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오?”

“신체 강화마법을 쓰지 못하는 상황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1레벨 꼬마들도 웃으면서 쓰는 마법을 말이우까? 그런 경우가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수?”

“글쎄요. 만약 무슨 일이 있어서 모두가 신체 강화마법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럼 쓰지 않은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 오겠죠.”

“……이 양반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한거우까?”

페닌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가득 찼다.

모두가 신체 강화마법을 못 쓴다고? 아니 왜? 마법 전체가 아니라, 그 마법 하나만?

“뭐, 그럴 때가 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의외로 금방일 수도 있죠.”

“……그냥 애들 괴롭히고 싶다고 솔직히 말 하시오. 차라리 그게 낫겠수.”

마법의 시초 테르파티스가 돌아온다고 해도, 온 세상의 마법 중 단 한 개만을 쓰지 못하게 만들지는 못할 터.

페닌이 자신의 호위 대상을 그저 취미가 나쁜 변태 정도로 결론지었을 그때.

“그럼, 저랑 대련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으엉?”

“그럴 때가 올지 안 올지, 한 번 확인하게 해드리죠.”

앞서가던 유렌이, 빙글 돌아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까딱까딱-

보기 좋게 기다란 검지가 손의 앞뒤로 움직이며 페닌을 도발했다.

유렌의 말이 무슨 개소린가 싶다가도, 이미 속에 감정이 쌓여있던 페닌은, 당연히도 참지 못했다,

“……거, 후회하지 마쇼!”

페닌의 안 그래도 거친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 *

 

근방의 한 평의회 전용 마법 연습장.

페닌은 실용부대의 표식을 보여주고, 그 연습장의 한구석을 손쉽게 빌렸다.

그리곤 목을 우두둑거리며, 유렌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당연하지만, 살상할 정도의 큰 마법은 쓰지 않을 거우다. 지금 꼴이 이상하게 됐지만, 그래도 호위인데 그러면 본말전도잖수.”

“그러면, 둘 다 근거리 초급 마법만 쓰기로 하죠.”

“좋수다.”

유렌의 말에 페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들의 전투는 거리에 따라 이것저것으로 나뉘었다.

수십에서 수백 미터, 혹은 km 밖에서 싸우는 원거리 전.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 사이에서 싸우는, 마법사들의 전투 중 가장 흔한 중거리 전.

그리고 남은 한 가지는.

‘3미터 안에서 싸우는 근거리 전. 호위 대상 양반. 상대를 잘못 골랐수.’

페닌은 자신만만히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이래봬도, 근거리 전은 그의 특기 분야.

같이 호위를 맡은 실행부대 안에서도, 그보다 근거리 전이 강한 대원은 없었다.

물론 대장은 예외긴 했지만.

파앗-!

페닌의 몸이, 짙은 녹색으로 물들었다. 온몸에 꿈틀거리는 이 녹색의 마력이, 그의 신체 능력을 대폭으로 올렸다.

근거리 전은, 무엇보다 이 신체 강화마법이 주가 되는 곳.

그것이 특기인 페닌이만큼, 이 정도 강화는 당연했다.

하지만, 상대인 유렌은 그저 쿼터스태프를 들고 느긋이 서 있을 뿐이었다.

신체 강화마법은 쓰려는 기세조차 보이지 않았다.

“……날 우습게 보지 마쇼!”

콰아앙-!

마치 대포가 발사되는 듯한 소리가 나며, 페닌의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그 공기를 가르는 속도는, 기사가 마력을 폭발시켜 돌격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였다.

‘헹!’

페닌은 순식간에 유렌의 왼쪽 뒤편 – 사각으로 이동해 마법을 날렸다.

[에어 피스트!]

사람 머리통만 한 공기의 주먹이, 그대로 페닌의 손에서 뻗어 나왔다.

어디까지나 비살상용으로 쓰는 만큼, 위력은 강하지 않았으나 속도는 그대로다.

두꺼운 공기의 주먹이, 그대로 유렌의 등을 후려치려는 순간 -

기기기긱-

어느새 나타난 작은 실드가, 주먹의 공격을 그대로 옆으로 흘려냈다.

실드는 겨우 반경 10cm 정도의 자그마한 크기였지만, 절묘하게 충격을 흘리게 설계된 각도 덕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

저걸 보지도 않고, 순식간에 만들어 냈다고?!

페닌이 경악의 감정을 얼굴에 띄울 그때.

유렌의 쿼터스태프가 마치 뱀처럼 길쭉해지더니, 페닌의 옆구리를 사납게 노려왔다.

쒸익-!

“크억!?”

강화된 신체 덕에 간신히 그것을 피할 수 있던 페닌은, 계속 들어오는 유렌의 찌르기에 경악했다.

쉭- 쉬쒹-

연습 때처럼, 쿼터스태프의 끝에 일그러진 실드의 창날이 달린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비살상이라는 걸 강조나 하듯, 유렌은 그저 막대기로 그를 공격하고 있었다.

신체 강화마법도 쓰지 않은, 그저 마법사의 순수한 힘으로 하는 ‘몽둥이질’.

쉬이익-

그런데, 페닌은 그것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전력으로 신체를 강화한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이, 이건 말도 안……!”

분명, 신체 능력은 자신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강화된 동체 시력은 유렌이 스태프로 찌르는 경로를 보여주었고, 강화된 몸은 그것을 간단히 피해야 했다.

‘다음은 왼쪽, 아니 오른쪽 어깨? 큭! 왼쪽 허벅지?!’

하지만,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경로를 미리 읽든, 피하든, 어쨌건 그의 몸으로 쿼터스태프가 덮쳐오는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그나마, 압도적인 신체 능력으로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피하고 있을 뿐.

‘흠. 생각보다 제법인데?’

한편, 유렌은 의외로 선전하는 페닌에게 조금은 놀라고 있었다.

몇 번 못 피할 줄 알았는데, 벌써 1분이 넘도록 자신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다.

‘강화마법의 증폭도가 높기도 하지만, 이런 근접전에서의 경험이 많은 것도 있군. 그렇다면…….’

유렌은 순식간에 상대방의 분석을 끝내곤, 조용히 정신을 집중했다.

쉭- 쉬이익-

양손으론 계속 쿼터스태프로 찌르면서, 머리 위로 마력을 끌어 모았다.

예전 베두인의 가게에서, 마력을 모아봤던 경험을 떠올린 것이다.

슈우우욱-

유렌의 머리 위로, 주변의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연히도, 그것을 보고 가장 경악한 사람은, 바로 페닌이었다.

‘뭐, 뭐우까?! 내, 내 마력이!’

일반적인 ‘마력 모으기’는 어디까지나 자연 상태의 얌전한 마력밖에 모을 수가 없다.

너무나 당연한 거였다. 주인이 있는 마력을 뺏어 가려면, 상대보다 압도적인 마력 컨트롤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마력 컨트롤을 실제로 가지고 있다면?

“어? 어어어어?!”

전투의 베테랑. 실행부대원 페닌은 경악에 차 소리쳤다.

자신의 마력, 특히 몸에 씌운 녹색의 마력이 저 호위 대상의 머리 위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역시, 심장의 마력보단 온몸에 도는 마력이 더 흡수가 잘되는군.’

상대가 놀라거나 말거나, 유렌은 계속 머리 위로 마력을 늘리며 스태프를 내질렀다.

“자, 잠깐!”

몸의 녹색의 마력이 점점 사라지자, 페닌은 새하얗게 질려 소리쳤다.

숨은 점점 가빠졌고, 팔다리는 생각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였다.

수많은 전투 경험 중,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차라리 적이 훨씬 강해서 패한 적이야 있었어도, 이런 식으로 자신이 약해져서 진 경험은 없었다.

부상도 없는데 점점 약해지는 공포.

페닌은 처음 겪어보는 이 감정에 그만 몸이 굳었다.

퍼억-

“크허허억-!”

페닌은 성대하게 어깨를 맞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유렌이 힘 조절을 해 부러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격통이 팔에서 욱신욱신 올라왔다.

으득-

페닌은 이를 악물었다.

졌다.

신체 강화마법도 쓰지 않은, 3레벨에게.

물론 그가 보통 3위계 메이지가 아니라는 사실이야 진작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스스로 페널티를 준 저레벨에게 진 것은 사실이었다.

터벅 터벅-

유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페닌은 고개를 올렸다.

“……내가 졌수. 당신 정말 대단하우다.”

페닌은 일어나 앉아, 그저 쓴웃음을 지었다.

말 그대로 완패였다. 아니, 싸움만 진 것이 아니라…….

“당신 말이 맞았수다. 아직도 모두가 못 쓴다는 말은 이해가 안가우만, 적어도 내가 못 쓴다는 상황은 아주 잘 알겠수.”

페닌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결심했는지 유렌을 보며 말을 이었다.

“……혹시, 당신과 제자네들이 하는 훈련, 나도 받을 수 있겠수? 물론, 다른 시간엔 당신의 호위는 제대로 할거우다.”

4레벨이 3레벨에게 지도를 받는다.

이것은 마법사들의 일반적인 인식으론 그저 치욕 그 자체인 행위.

하지만 페닌은 배틀메이지. 그것도 실행부대원이다.

언제나 실전에서 구른 그는,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 배워도 상관없었다.

유렌은 잠시 페닌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물론이죠. 환영합니다. 페닌.”

덥썩-

페닌은 미소를 지으며, 유렌의 손을 잡았다.

“고맙수. 마스터…… 어?”

스륵-

페닌은 어느 샌가, 어디서 많이 보던 토시가 자신의 오른 손목에 끼워져 있음을 깨달았다.

“……이, 이건?”

“당신은 성인이고 신체도 꽤 튼튼한 편이니까, 10kg부터 시작합시다. 아. 당연히 신체 강화마법은 금지고.”

“자, 잠깐!”

“자, 자. 여기 발찌에 조끼도…….”

“대, 대체 어디서 그것들이 그리 술술 나오는 거우까?!”

페닌의 식겁한 소리가, 연습장 위로 높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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