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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0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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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0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0화 큰그림 (2)

 

 

 

“아, 음. 그래. 유렌, 갑옷을 제외하면, 대충 3~4일 정도면 될 거야. 플레이트 메일은 전문 대장장이에게 따로 주문해서 내가 마무리를 해야 하니…… 빨라도 2주는 걸리지 않을까?”

레드 라이트닝의 점주. 베두인은 자신의 친한 후배에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힐끗힐끗 그 옆에 서 있는 거인을 바라보았다.

‘설마 몬스터 어쩌고 한 게 들리진 않았겠지?’

두꺼운 로브를 입고도 심하게 눈에 띄는 체격이었던 레이칸이다.

그런 그가 로브 대신 몸에 착 붙는 가죽 갑옷을 입으니, 그 광활한 근육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어깨에 메인 푸른 천만이, 그를 마법사임을 증명하는 마지막 증거였다.

“물건들, 잘 부탁드리겠슴다!”

“아, 예…….”

레이칸이 그 흉악한 얼굴로 히죽 웃고는, 두터운 오른팔을 거칠게 내밀자, 베두인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악수는 관두세요. 손이라도 부러지면 큰일이니까.”

“헙! 알겠슴다!”

“그럼, 선배. 선금은 여기 두고 갑니다.”

찰그랑-

유렌이 금화가 든 묵직한 주머니를 선반에 올리자, 베두인은 그 안을 보고 경악했다.

“이, 이건 너무 많아! 유렌! 적정가의 2배는 가볍게 넘는다고!”

“아니죠. 오히려 명장의 제품치곤, 너무 싸게 사는 거죠. 후배 특권으로 해주세요.”

“……!”

베두인은 싱긋 웃으며 나간 후배의 말에 숨이 턱하고 막혔다.

명장.

마도구사들에게 있어, 가장 영예로운 호칭.

나라에서 이 칭호를 받는 순간, 그들이 만든 커스텀 도구는 최소 2배에서 5배까지 가격이 껑충 뛰어오른다.

당연히 이를 인증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소한 모든 전문가가 인정하는 명품을 꾸준히 내던가, 그게 아니면…….

‘단 하나의 물건으로도 마도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물건을 만들던가.’

베두인은 불끈 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유렌이 힌트를 준 그 아이디어는, 분명 성공만 하면 역사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물건이었다.

어쩌면 몇몇 나라의 미래도 바꿀 수 있을 테니까.

다만, 그런 만큼 개발 난이도 역시 굉장히 어려웠다. 유렌의 그 힌트가 없었으면, 아예 생각도 못 할 정도로.

‘물론 힌트를 받아도 어렵긴 해. 하지만…….’

지금 유렌은 자신보고 그것을 꼭 만들 수 있다고 말해준 것이다.

더 받기 부담스러워할까 봐, 물건의 대금 격으로 돈을 퍼주면서.

짜악-!

베두인은 자신의 양 뺨을 손으로 힘껏 쳤다.

자신의 재능을 이렇게까지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 건 처음이었다.

그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기 시작했다.

“좋아! 몬스터 갑옷이든, 그 물건이든 모두 다 최고로 만들어주겠어! 곧, 명장으로 불릴 이 베두인 디페르안이!”

아직 다 터지지 못했던, 한 마도구사의 천재적인 재능에 드디어 불이 붙기 시작했다.

 

* *

 

“……벌써요?”

“옙. 그럼, 여기 사인 부탁드립니다.”

이틀 후,

아침 일찍 제자들과 훈련장에 도착한 유렌은, 어느새 도착한 훈련 도구들과 피곤해 죽겠다는 얼굴의 배달원을 보았다.

‘아직 갑옷은 없지만, 그걸 빼고도 제법 양이 되는 건데, 벌써 다 만들었다고……?’

유렌은 재빨리 배달부에게 사인한 후, 짐을 풀어 물건들을 꺼냈다.

덜커덕-

먼저 발목에 매는 발찌.

금속제이긴 하지만, 피부가 상하지 않도록 안쪽에는 마법이 걸린 부드러운 가죽이 붙어있었다.

거기에 폭이 꽤 넓어, 일정 부분에만 무게가 쏠리지 않아 부상까지 방지하는 물건이었다.

“……이거 완벽한데?”

유렌이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릴 정도로, 발찌는 완벽하게 유렌이 요구한 그대로 만들어져 있었다.

우웅-

마력을 주입하는 대로, 일정하게 무거워져 가는 것도 아주 정확했고.

덜컥, 덜커덕-

팔에 매는 토시에, 몸에 매는 조끼 등등.

레이칸 전용의 너무 큰 몇몇 물건들을 제외하곤, 유렌이 주문한 물건들이 겨우 2일 만에 완성되어 이렇게 온 것이다.

그것도 품질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해서.

‘……벌써 재능이 개화한 건가? 역시 미래란 달라지기 마련이군.’

어쨌든 이건 좋은 일이었다.

세력과 무력을 키우려는 그로서도, 베두인의 후배인 유렌으로서도, 모두 기뻐할 일이었다.

물론, 이 상황에 기뻐하지 못할 사람들도 있었지만.

“저, 마스터. 그 물건들은 대체……?”

“와-! 그거 발찌인가요? 헤헤! 혹시 저희 선물?!”

“자, 잠깐 에리나. 저기에서 왠지 익숙하지만, 불길한 마력이 느껴지는데.”

“……서, 설마?!”

궁금한 쥬드와, 마냥 신난 에리나. 그리고 불길함을 느끼는 쌍둥이들.

“그래, 듀다스, 듀렌즈. 성장했구나.”

유렌은 마력을 느낀 쌍둥이 소년들을 칭찬하며,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리곤 그것들을 내밀며, 주춤거리는 제자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너희에게 주는 특별 선물이다.”

제자들이 당장 도망가고 싶어 하는 미소를 지으면서.

 

* *

 

“으허어어억-!”

“갸아아아악.”

“흐어어억- 허어억-!”

그날 오후.

유렌이 통째로 대관하고 있는 훈련장에선, 말 그대로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의 제자들은, 비록 한 달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무려 ‘오래달리기’에 익숙해졌다. 그것도 신체 강화마법 없이.

평생 몸을 거의 쓰지 않는 마법사로선, 꽤나 대단한 일이었다.

“허어어어-”

“흐어어어-”

하지만 그런 제자들도 지금은 이런 좀비 같은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온몸에 주렁주렁 달린 마도구들이, 각자 마력으로 무게를 늘리는 중 이였다.

중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갸아아악-”

그중 체력이 가장 약한 에리나가 어린 좀비 같은 소리를 내며 주저앉자, 옆에서 스태프를 휘두르던 유렌이 소리쳤다.

“쥬드!”

“허어어억- 예……!”

허억거리며 달리던 쥬드가 주저앉은 에리나에게 다가가, 마력을 분출했다.

파아앗-

아직은 미숙하지만 그래도 따뜻함을 가진 치료마법의 빛이, 에리나의 부들거리는 근육으로 파고들었다.

“자, 에리나. 이제 좀 괜찮지?”

“……응, 쥬드. 고마워.”

“고맙긴, 뭘. 네가 쓰러지면 나한테 치료마법을 써줘야 할 사람이 없잖아.”

“……갸아아악!”

에리나는 다시 어린 좀비 같은 소리를 내며, 일어나 힘껏 달렸다.

그저 훈련의 끝에 기다릴, 맛난 고기만을 생각하면서.

‘좋아, 잘 돌아가는군.’

유렌은 그 광경을 잠시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달리다 근육에 경련이 나거나 체력이 다 되면, 서로 회복하곤 다시 달린다.

마력이 남는 한, 끊임없이 일어서서 달리는, 무한 좀비 달리기의 탄생이다.

병사들의 훈련 때는 회복수단이 겨우 마사지에 불과해, 솔직히 그리 큰 효력은 보지 못한 훈련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제자들은 아직 견습이라지만, 그래도 마법사.

저런 식으로 치료마법의 숙련도도 팍팍 늘어나는 게 옆에서도 느껴졌다.

말 그대로, 투창 하나로 두 오우거를 잡는 셈이다.

유렌은 이제 다시, 자신이 든 쿼터스태프에 집중했다.

본래의 자신은, 검으로 끝을 보았던 소드마스터.

이 몸으로 무기를 쓴다면 검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창. 아니 정확히는 쿼터스태프가 몸에 이렇게나 잘 맞을 줄은.’

부웅-

처음 4서클 세이지와 대결 시, 괜히 4번 찌르기가 가능했던 것이 아니었다.

영혼의 기억도 있었지만, 육체와 무기가 희한할 정도로 궁합이 잘 맞았던 덕분도 있었다.

마치 육체가 스태프를 바라는 것 같았다.

유일하게 이것만은 남겨 달라는 듯이.

“흐읍!”

돌리고, 때리고, 찍는다.

유렌은 새로 받은 베두인의 신작 쿼터스태프를, 마치 물이 흘러가듯 휘둘렀다.

오른쪽 머리 위에서 왼발 밑으로 휘두르고, 왼쪽 몸통 뒤로 끌어당겨 앞으로 찌른다.

그리곤 뒤로 빙글 돌아 봉을 돌린다.

파아앗-

휘두를 땐, 망치 모양의 실드가.

찌를 땐, 뒤틀린 창 모양의 실드가.

빙글빙글 돌릴 땐, 방패 모양의 실드가.

스태프의 끝이나 모든 면에 함께했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쿼터스태프는 다른 무기와 방패로 순식간에 변해갔다.

"핫!"

스태프를 오른쪽으로 휘두르는 순간, 오른손에 찬 토시에 마력을 조금 더 흘러 넣었다.

바아앙-

그와 동시에 오른쪽 팔이 더욱 무거워지며, 스태프는 좀 더 빠르고 위력 있게 휘둘러졌다.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네.’

이건 소드마스터 때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뭐, 그땐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지만.

유렌은 조용히 눈을 감고, 옛 기억을 더 해 다시 쿼터스태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숙련된 검사가 추는,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검무 같았다.

“……진짜 미친 거 아니우?”

“흐음. 뭐가~?”

“뭐긴 뭐우. 이 훈련장 전체지. 아니, 정확히는 우리 호위 대상 말이오.”

셀레나와 실행부대원들은, 그저 황당한 눈으로 이 훈련장의 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제 간의 훈련을 보아온 지 대략 사흘.

오늘 전까지는, 그저 좀 괴상하게 훈련하는 정도구나 싶었다.

“달리기…… 정도라면, 뭐 이해하우. 아무리 강화마법이 있다고 해도, 야외에서의 임무는 그래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깐.”

“그렇지~. 멍청한 책상머리 꼰대들은, 그것조차 뭐라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선 우리 호위 대상은 똑똑한 셈이야~.”

“아니, 그래도 저건 좀 아니잖수!”

셀레나의 칭찬에, 수염이 가득 난 한 실행부대원이 좀비 놀이(?)를 하는 제자들을 가리켰다.

“신체 강화마법도 못 쓰게 하고, 저건 좀 아니우! 우리가 받는 훈련도 저렇게는 안 시켰잖소?”

“뭐, 그건 스승 자유 아니겠어~? 나도 왜 신체 강화마법은 못 쓰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신체 강화마법.

몸에서 녹색 빛을 뿜어내며, 말 그대로 신체를 강화하는 기초 중의 기초 마법.

익히기도 쉽고 효율도 워낙 좋은지라, 1레벨짜리 수습 마법사들도 기본적으로 쓸 수 있는 마법이었다.

마법사가 육체 단련을 좋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 마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지만 유렌은 이상하게도, 이 신체각화마법을 철저하게 부정시키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훈련이 아닌 서로의 대련에서도 금할 정도로 말이다.

“으어어어어어-!!”

쿠우우웅-!!

마치 오우거가 울부짖는 것 같은 고함이 들리자, 실행부대원들의 얼굴이 저절로 그쪽으로 돌아갔다.

“으아아아아-!!”

그쪽에서는, 레이칸이 성인 남자보다 두껍고, 3m가 넘는 통나무를 번쩍 들어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분명, 저 거인은 전용 장비가 아직 오지 않아 기본 훈련만을 한다고 했는데….

심지어 그의 몸 역시, 어떠한 녹색 빛도 번쩍이고 있지 않았다.

‘……저건 못 본 거로 해야지.’

‘인간과 몬스터의 경계선이 파괴되는 것 같아~.’

어찌 됐건 수염이 잔뜩 난 실행부대원의 의견은, 유렌이 훈련을 빌미로 제자들을 학대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제자들은 아주 잘 따르던데~.”

“거야 교묘하게 속이니까 그러는 거우! 그러니 어떻게 좀 해야…….”

휴우-

안 되겠네. 이건.

셀레나는 짧게 한숨을 쉰 후, 투덜거리는 부대원에게 다가가 눈을 부릅떴다.

“페닌.”

“왜, 왜 그러우? 대장.”

“그래서 어쩌라고?”

“……!”

셀레나의 말투에서 느긋함이 사라지고, 곧 눈에서 위험한 빛이 번쩍였다.

수염이 잔뜩 난 실행부대원 - 페닌은 침을 꿀꺽 삼키고 뒤로 물러났다.

“네가 이상하게 애새끼들에게 약한 건 알고 있는데, 우리 호위 대상이 저 젖비린내 나는 연놈들을 학대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래서, 네가 지켜야 할 호위 대상을 두들겨 패고 협회에 신고라도 하게? 임무는 다 때려치우고?”

“그건 아니우…….”

“그럼 좀 닥치고 있어. 헛소리 내뱉지 말고.”

“아, 알겠수다.”

셀레나는 고개를 숙이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페닌을 무시하고, 유렌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겨우 '약속'을 했는데, 그의 주변에 시끄러운 잡일이 생기면 안 되지.

부웅- 부우웅-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쿼터스태프의 궤적 사이로, 여러 종류의 마법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었다.

자신이라면, 저걸 다 막을 수 있을까?

물론 저것만이라면 여유 있게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너 바퀴 비틀린 공격 마법들이 추가로 날아온다면?

그럼 좀 위험하기 시작하겠지.

거기에, 저 신기한 호위 대상이 또 무언가를 숨겨 놓았다면……?

찌리리릿-

셀레나의 온몸이, 번개에 감전되는 것 같이 떨려왔다.

상상만 해도 호흡이 거칠어지고,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왠지 모르게, 저 사람이라면 숨겨진 무언가가 계속 나올 것 같았다.

자신이 상상하지 못할 무언가가 말이다.

‘아아~, 얼른 그걸 끄집어 내봤으면~!’

셀레나는 부르르 떠는 눈으로, 유렌의 모습을 쭈욱 지켜보았다.

 

* *

 

그날 저녁.

유렌은 실행부대원 두 명만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호위 대상인 유렌에겐, 언제나 제일 강한 셀레나가 붙어있어야 하는 게 암묵적인 호위 룰이었지만, 오늘은 약간 달랐다.

만날 상대가 그녀의 동행을 거부한 것이다.

-왜 나만 싫어하는 거지~?

숙소에 남은 셀레나는, 투덜거리긴 했지만 어쨌든 상대의 말대로 남았다.

“그럼, 이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래, 수고하세요.”

어느 큰 저택 앞에서 두 대원은 조용히 멈춰 섰다.

유렌은 혼자 터벅터벅 걸어가, 메이드에게 2층의 어떤 큰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똑똑똑-

“실례합니다. 아가씨. 메이지 유렌께서…….”

딱딱한 표정의 중년 메이드가 정중히 유렌의 도착을 알리자, 방 안에서 싸늘한 미성이 들려왔다.

“들어와도 상관없어.”

“그럼, 실례합니다.”

유렌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는, 성큼성큼 걸어 방 안으로 향했다.

스으윽-

방은 크기에 비해 놀랍도록 단출해, 참으로 살풍경했다.

게다가 초여름인데도 싸늘한 얼음의 냉기가 방안을 가득 채워, 약간의 한기마저 느껴졌다.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지?”

“예. 처음 뵙겠습니다.”

유렌은 은색으로 반짝이는 미녀에게, 정중히 인사하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위저드 툰드라.”

“그래, 나도 반가워. 메이지 유렌.”

툰드라의 얼음처럼 싸늘한 웃음이, 유렌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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