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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9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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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9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9화 큰그림 (1)

 

 

 

“……뭐라고? 실행부대?! 그놈들이 놈의 호위로 갔다고?!”

분노한 네이슨의 목소리가, 화려한 집무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수하인 메이지는, 그 고함에 움찔거리며 상사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젠장. 또 시작이군.’

안 그래도 더러운 성깔의 소유자인 상사는, 최근 한 달간 더더욱 난폭해졌다.

뭐, 그가 본 손해를 보면 이해가 가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 전투 중독자 놈들이, 왜 놈의 호위 따위를……!”

우지끈-!

마력을 담아 책상을 박살 낸 네이슨은, 그러고도 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 씩씩거렸다.

실행부대.

말 그대로, 평의회의 무력의 상징 중 하나인 정예 전투부대다.

주로 험하고 지저분한 일에 투입되는 탓에, 어딘가 문제 있는 놈들이 많았지만, 적어도 실력은 진짜였다.

‘……툰드라. 그년이겠군! 실행 부대에 입김이 닿을 정도라면!’

네이슨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툰드라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사실은 재무 담당자가, 사촌인 부대 인사 담당자에게 싹싹 빌어 근신 예정인 부대를 돌린 것이지만…….

당연히도 네이슨은 그것까지 알 리가 없었다.

툰드라가 억울한 욕을 먹는 동안, 방안의 온도는 분노한 위저드의 마력으로 후끈 올라가 있었다.

‘시발! 사우나도 아니고! 이러다 쓰러지겠네!’

위저드의 마력을 막을 방법이 없는 부하 메이지가 땀을 뻘뻘 흘리던 그때.

째액-

웬 반투명한 마법으로 만든 새 한 마리가 집무실로 날아 들어와, 네이슨의 어깨에 앉았다.

“……응? 이건. 음. 놈이군.”

째액째짹-

메이지에겐 그저 새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 마법 새의 지저귐이었지만, 네이슨에겐 달랐다.

개 같은 일만 가득하던 최근에, 그나마 좋은 소식이 들려온 것이었다.

“하하. 좋아, 잡았나! 그 쥐새끼!”

네이슨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는지, 방 안의 온도가 겨우 내려가기 시작했다.

‘후우. 살았다.’

땀에 흠뻑 젖은 메이지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쉬려 하였으나-.

“멍하니 서 있지 말고, 빨리 여기 책상이나 치워!”

“……알겠습니다. 위저드 네이슨.”

네이슨의 고함에 메이지는 부서진 책상을 마력으로 띄우며 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

아무래도 썩은 줄에 탄 것 같은, 자신을 동정하며 말이다.

 

* *

 

“딱~ 한 번 만요~! 네? 네~? 메이지 유렌~! 딱 한 번만 대련해주세요~!”

바닥을 뒹굴며 땡깡 부리는 어린아이.

그 말보다, 지금 이 모습을 더 잘 표현해 주는 말이 있을까?

“대, 대장.”

“내가 다 쪽팔리우. 제발…….”

부하들이 욱신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사정했지만, 셀레나는 완고했다.

“한 번이면 되잖아요~! 제발요~!”

파닥파닥-

훈련장 바닥에 드러누워, 손발을 마구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고 있었다.

‘……이게 실행부대?’

‘소문이 좋진 않지만, 실력파라고 해서 존경해왔는데…….’

‘헤헤. 조카가 떼쓰는 거 보는 것 같네!’

아직 10대인 제자들마저 싸늘하게, 혹은 귀엽다는 눈초리로 바라보자, 부하들은 쪽팔려 미칠 지경이 되었다.

분명 아까까진 나름 분위기 잡고 등장했는데. 이게 대체 뭔가.

호위 대상이랑 싸워보겠다고 바닥을 뒹구는 호위 부대의 대장이라.

유렌은 쩔쩔매고 있는 실행부대원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호위의 뜻이 바뀐 겁니까?”

“미, 미안하우다. 대장이 평상시엔 멀쩡……하진 않지만, 어쨌든 저렇게까지 하진 않는데…….”

실행부대 중 하나인, 수염이 잔뜩 난 한 세이지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숙였다.

유렌은 잠시 셀레나를 바라보더니,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세이지 셀레나.”

“해주시겠어요~?!”

유렌의 말에, 셀레나는 눈을 번뜩이며 일어섰다.

기이할 정도로 열정적인 그 눈동자 속엔, 숨길 수 없는 광기가 넘실거렸다.

“해드리죠.”

“……! 꺄아~!”

“지금 말고요.”

“에에~.”

유렌의 말에 셀레나는 순간 축 처졌지만, 금세 평소의 싱글거리는 미소로 돌아왔다.

“지금이 아니라 좀 아쉽긴 하네요~! 그래도 꼭 약속은 지키셔야 해요~!”

유렌은 한순간에 멀쩡하게 돌변한 셀레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하겠다는 약속 자체를 노린 거군. 뭐, 오히려 잘됐어.’

대련?

사실 먼저 청하고 싶은 건 오히려 유렌 쪽이었다.

4위계라곤 믿어지지 않는, 거의 5위계 위저드에 가까워 보이는 마력량.

딱 봐도 피내음이 풀풀 풍기는, 실전에서 살다시피 한 사람의 특유의 기운.

예전에 결투했던, 타트류인가 뭔가 하는 결투 전문 세이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함이다.

분명, 싸워보면 얻는 것이 넘치겠지.

하긴 당연한 건가.

미래 그녀의 명성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다만 지금 해선 안 돼.’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육체의 단련도, 새로 얻은 장비의 숙련도도 확실히 부족하다.

물론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이길 자신은 있지만, 그것만으론 안 된다.

‘압도적으로 이겨야 해. 찍소리도 못 나올 정도로.’

정예 부대인 실행부대에서도 손꼽히는 강함의 소유자.

게다가 전투 기술이라면, 눈이 뒤집히는 전투광 중 하나.

그런 그녀가, 자기보다 위계가 낮은 3위계에서 압도적으로 진다면?

그렇게 된다면, 유렌은 그녀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날 계속 죽이려 달려들던가, 아니면 반대로 날 따르던가. 둘 중의 하나겠지.’

유렌의 입장에선, 전자라도 손해는 아니었다.

그냥 그녀를 죽여 버리면 되는 것이니까.

가만히 두면 ‘흑막들’의 편을 드는 미래의 그녀를 생각하면, 차라리 그편이 나았다.

‘자, 그럼 어떻게 될련지…….’

셀레나의 뒷모습을 보는 유렌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 *

 

“잘 먹겠습니다! 마스터!”

“헤헤- 기대돼요!”

제자들의 성과를 본 후.

유렌은 제자들을 데리고, 고기 요리로 유명한 음식점으로 향했다.

평소보다 더 고급 고기를 산다는 말에, 제자들은 설렜는지 말들이 많아졌다.

유렌 역시, 거의 열흘 만에 제대로 된 고기 요리는 먹는다는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오로지, ‘고기 요리’라는 것에 기겁한 것은 셀레나와 그녀의 부대원들뿐이었다.

“어서 오세……흡!”

“거기, 왜 그래? 손님을 보고……엥?”

크고 유명한 음식점답게 베테랑 직원들이 몇 명이나 있었지만, 유렌 일행을 보고 놀라지 않는 자는 없었다.

물론, 고기를 먹고 있는 손님들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뭐, 뭐야. 왜 이 가게에 마법사들이……?”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닌데? 헉. 저 증표는, 평의회?!”

고기는, 마법사가 기피하기로 유명한 재료.

마법의 시조인 대마도사 테르파티스가 고기를 금하였다……라는 건 아니지만, 최소 수백 년 이상 전부터 육식을 피하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처럼 내려져 왔다.

당연히도, 일반 시민들만 가득한 이 음식점에서, 무려 9명의 마법사는 눈에 띄어도 너무 띄었다.

“고, 고기를 좋아하시나요~?”

실행부대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셀레나마저도 꽤나 당황한 눈치였다.

그녀와 부대원들은 워낙 험악한 환경에서도 많이 구른 탓에, 질긴 육포를 씹은 적은 꽤나 있었다.

설산이나 황야에서 파릇파릇한 과일이나 야채를 찾는 건 정신이 나간 짓이니까.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먹는 것이지, 절대 좋아하진 않았다.

“물론이죠. 여러분도 드셔보실 겁니까?”

“정중히 거절할게요~.”

“저희는 적당히 샐러드나 먹다 가겠수다.”

“흐음. 뭐, 좋을 대로 하시죠. 어쨌든 뭐든 마음대로 드세요. 음식 값은 제가 낼 테니.”

지갑이 차면 마음도 넓어진다고 했던가.

유렌은 실행 부대에게 쏘겠다고 말한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는 사이, 어느샌가 고기에 맛을 들인 제자들은 즐겁게 고기를 썰고 있었다,

“헤헤- 어떻게 스테이크가 이렇게 쥬시할 수가 있지? 입에서 육즙이 터져 나와요!”

자줏빛 머리의 소녀. 에리나가 행복한 얼굴로 큼지막한 스테이크 조각을 입에 넣고 냠냠 씹었다.

“와! 닭 껍질 좀 봐! 아주 제대로 구웠는데?”

닭고기에 빠진 금발 머리 소년. 쥬드는 황금빛 닭 껍질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고급 닭은 껍질부터 달랐다.

“오. 어른 양도 맛있는데? 냄새가 독특해!”

“정말이야? 그럼 나도 다음 그릇은 아기 양이 아닌, 어른 양으로!”

양 냄새에 익숙해진 남색 머리의 쌍둥이는, 좀 더 과감히 양고기를 공략했다.

실행부대가 괴상한 눈으로 보는 제자들의 모습을, 유렌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주, 주문하신 테케린 영지 산의, ‘하얀 영물’의 뱃살 스테이크입니다.”

오오오-

주위에서 감탄의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종업원이 조심조심 들고 오는 저것은, 딱 봐도 평범한 스테이크가 아니었다.

일반적인 스테이크보다, 압도적으로 큰 볼륨.

분명 구웠는데도 진한 갈색이 아닌, 은은한 은갈색으로 반짝이는 고기.

스테이크의 끝에 붙어있는, 눈보다도 더 새하얀 뼈.

무려 금화 한 개나 한다는, 가끔 오는 귀족들이나 시키는 귀한 스테이크였다.

‘돈 벌길 잘했군.’

유렌은 살짝 떨리는 손으로 고기를 썰었다.

스르륵-

잠깐 나이프에 저항하는 듯하던 고기는, 어느 샌가 나이프를 얌전하게 품더니 스르륵 하고 갈라졌다.

그리고 한 입.

“으-음-!”

한없이 부드러우면서도 씹힐 건 씹힌다는, 모순된 식감.

그리고 입에서 터져 나오는 진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육즙의 향연.

유렌의 얼굴이, 행복으로 가득 물들었다.

“꿀꺽~!”

“거, 진짜 맛있게도 먹네.”

“……저기, 고기 요리 중 냄새 잘 안 나는 게 뭡니까? 그거 5개만 좀 주십쇼.”

이날 밤.

마법사 중에서도 고기를 싫어하지 않는, 특이한 취향의 사람들이 몇 명 늘어났다.

 

* *

 

다음 날 아침.

“내 보물 때문에 너희들에게까지 가는 놈들이 늘었다지? 한동안 도시를 달리는 아침 구보는 중지한다. 물론, 뛰지 말라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좋아하진 말고.”

유렌은 제자들과 함께 널찍한 연습장을 몇 바퀴나 달린 후, 레드 라이트닝으로 향했다.

그의 믿을 수 있는 선배이자, 미래 최고의 마도구사. 베두인을 보기 위함이었다.

“유렌! 베르헨에 돌아왔구나! 보물을 찾았다면서?! 와, 진짜 축하한다!”

여전히 파리가 날리는, 마도구점 레드 라이트닝.

베두인은 열흘 전보단 훨씬 나아진 안색으로, 유렌을 반갑게 맞이했다.

“감사합니다.”

“이건 분명히 착하게 산 너에게 복이 온 게 분명해! 그동안 고생도 정말 많았잖아? 정말 잘 됐어!”

진심으로 축하하는 베두인의 감정에, 유렌의 입 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그, 그런데 저 뒤에 계신 분들은? 혹시 평의회의 실행부대……?”

“아, 제 호위니, 신경 쓰지 마세요.”

“호위라…….”

그 말을 들은 베두인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는 약간 지나칠 정도로 사람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었다.

저런 정예 부대가 호위를 선다는 건, 후배가 꽤나 아슬아슬한 상황에 서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사실 저 부대가 붙은 것은 위험 때문이 아니라, 어떤 욕심 많은 재무 담당관 때문이긴 했지만.

“아. 유렌, 미안하지만 아직 그것은 좀 더 시간이…….”

힐끔.

베두인이 실행부대의 눈치를 보며 유렌에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예의 그 마도구의 제작 상황을 물어보러 왔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겨우 열흘 만에 크게 진전이 될 물건이 아니라는 건압니다. 그것보다도, 이렇게 온 것은 부탁드릴 물건들이 있어섭니다.”

“그래? 어떤 거든 말만 해!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다 만들어 줄 테니까!”

베두인은 유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기쁜지, 가슴을 탕탕 치며 웃었다.

“선배도 바쁘시니, 자잘한 건 외주를 주셔도 상관없습니다. 최종적으로 검수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여기 도면을 적어왔습니다.”

“그래. 어디…… 어어?!”

흥미로운 눈으로 도면을 바라보던 베두인의 얼굴이 의문으로 가득 찼다.

그리곤 몇 번이고 다시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렌에게 물었다.

“……아니, 이걸 대체 어디에다가 쓰려고? kg 단위로 무게 조종이 가능한 넓적한 발찌가 열 쌍에, 같은 기능이 있는 조끼가 역시 열 개. 그리고…….”

베두인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유렌이 바란 마도구들을 줄줄이 읽었다.

“~?”

“왜 저런걸……?”

뒤에서 듣고 있던 셀레나와 실행부대원 역시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이것까진 그렇다고 쳐. 솔직히 이해는 안 가지만 그래도 사람이 차는 거니까.

하지만 유렌, 이런 건 좀…….”

베두인은 도면을 넘기다, 가장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지적했다.

기다란 철제봉의 양옆에, 두꺼운 철구를 달고 중력 마법을 새겨 넣어, 각각 무려 500kg까지 늘리게 해달라는 괴상한 도구.

마찬가지로 무게가 500kg까지 늘어나는, 도저히 갑옷이라 할 수 없는 거대한 플레이트 메일.

아무리 봐도 이런 건, 사람이 쓸 물건들이 아니었다.

“혹시 몬스터를 사역할 생각이야? 하지만 유렌. 그건 이미 200년 전 부터 금지되어 있어.”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유렌은 굳이 베두인의 착각을 바로 잡아주지 않았다.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더 이해가 빠를 때도 있는 법이니.

쿠웅-

“……뭐지~?”

먼저, 셀레나가 눈빛을 날카롭게 바꿔 주변을 경계했다.

보통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쿠웅- 쿠웅-

그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레드 라이트닝의 낡은 문이 비명을 질리며 거칠게 열렸다.

덜커덩-!

“메이지 유렌! 저 왔슴다!”

2m가 가볍게 넘어가는 커다란 키.

보통 사람의 세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체격.

통나무보다 더 두껍고 튼튼해 보이는 팔과 다리.

그 거인이, 거대한 근육을 불끈거리며-

빠지직-!

“아차!”

이마로 천장을 부수며 들어왔다.

유렌은 스친 상처도 없이 멀쩡한 레이칸의 이마를 보며, 입만 쩍 벌리고 있는 선배에게 말했다.

“……이제 어디에 쓰려는지 아시겠죠?”

베두인의 고개가 격하게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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