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화 달라진 입지 (1)
“이거 확실히 엄청난데…….”
“대, 대단함다.”
두 사람의 감탄사가 방을 은은히 울렸다.
리치를 쓰러트린 후.
유렌과 레이칸은 고렘이 튀어나온 벽 안으로 들어가, 숨겨져 있던 이 방을 발견했다.
들어가자마자 본 것은, 금화가 가득 차 있는 큼지막한 궤짝.
금화는 랜턴 빛에 반사되어, 방 전체를 황금색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궤짝은 전부 금화로 꽉 차 있군요.”
“이, 이거 한 개에만 천 닢……. 아니 이천 닢은 넘어 보임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 뒤로 줄줄이 놓여있는 닫힌 궤짝 십여 개와, 딱 봐도 귀중한 마도구들.
그리고 고대의 예술품들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보물들이 그득 찬 것을 본 유렌은, 재빨리 레이칸에게 지시를 내렸다.
“일단 마을에 가서, 마차와 수레를 있는 대로 모아오세요. 적어도 마을까지라도 옮겨야 하니까.”
“옙! 알겠슴다!”
“그리고 평의회에 이 보물의 감정과 판매 등을 맡기고 싶은데. 가능하겠죠?”
“……!! 무, 물론임다! 당연히 될 검다! 빨리 전하겠슴다!”
레이칸은 즉시 증거로 쓸 금화를 자루에 넣곤, 번쩍 들어 마을로 달려 나갔다.
대량의 보물들의 감정과 판매.
개인이 하기엔 복잡하고 머리가 아파지는 과정이지만, 평의회 같은 거대 조직이라면 그쯤은 손쉬운 일이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수수료와 경매의 우선권까지 지니게 되니, 평의회로선 맡기만 하면 커다란 이득이었다.
그걸 물고 올지도 모른다는, 큰 공을 단독으로 세울 기회이니 당연히 레이칸도 눈이 번쩍할 수밖에.
거인이 그렇게 달려 나간 후, 유렌은 재빠르게 다른 보물들을 훑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그사이에 따로 챙길 것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평의회에게 맡기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직하게 모든 것을 죄다 공개할 생각은 없었다.
적당히 빼돌릴 것은 빼돌려 챙겨놔야지.
“저것들은 패스.”
유렌은 부피가 큰 편들인 고대의 예술품에선 고개를 돌렸다.
은색의 달과 그 밑 풍경이 세심하게 그려져 있는 그림.
활을 든 아름다운 여신이 마치 시위를 놓을 것만 같은 조각상 등.
예술에 대해 자세하지 않은 유렌도 감탄할만한 작품들이 쌓여있었지만, 은밀하게 챙길 물건들은 아니었다.
‘부피도 작지 않을뿐더러, 쉽게 현금화도 힘들지.’
권위 있는 판매자가 경매로 판매하는 게 베스트인 게 예술품들이다.
그냥 평의회에 맡기는 게 훨씬 나았다.
‘보석과 금화. 그리고…….’
유렌은 배낭에 보석과 금화 일부를 넣고는, 마도구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러 색이 동시에 반짝이면서, 각 부분의 두께가 다른- 기괴한 천으로 된 옷.
가까이만 가도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느낌의 짧은 검.
주먹보다 조금 큰, 회색 가죽의 적당히 낡은 주머니.
어두운 기운이 번쩍이는 불길한 금목걸이 등등.
대략 열 개 정도의 마도구들이, 방 구석구석에 놓여있었다.
부스럭-
유렌은 그것들을 잠시 바라보더니, 곧 가방 속에 박혀있던 두 장의 스크롤을 꺼냈다.
‘사 오길 잘했지.’
그건 바로, 정체불명의 마도구를 바로 알 수 있는 식별 마법의 스크롤이었다.
식별은 나름 특수한 계통의 마법인지라, 그 스크롤도 풀리는 수가 많진 않다.
두 장이라도 구한 게 다행이었다.
이걸 구하느라 레이칸과의 첫 만남에서 다소 늦긴 했지만, 그럴 가치는 있었다.
“흐음, 좋아. 이걸로.”
유렌은 스크롤을 들고, 기괴하게 생긴 천 옷의 앞에 섰다.
어차피 다 모르는 마도구들이니, 딱히 이유는 없었다.
왠지 모르게 눈길이 자꾸 갔을 뿐.
과거형이지만, 마스터였던 자의 직감이다. 믿지 못할 이유는 없다.
부욱-
갈색 스크롤을 뜯자, 그 안에 잠자고 있던 마력이 천 옷과 유렌의 머리에 동시에 침범했다.
삐비비비-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곧 유렌의 눈앞에 반투명한 글자판이 떠올랐다.
[변화의 천 옷.
착용자의 마력을 흡수시키면 모습과 재질. 길이 등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다.
단, 금속 재질로 변화는 불가능하다.
약간의 항마력을 지니고 있다.]
“이건……!”
유렌의 눈이 살짝 커졌다.
담백하게 쓰여 있는 설명이지만, 효과는 그렇지 않았다.
자유자재라니.
말이 간단하지, 엄청난 거잖아 이거.
“경갑옷을 선호하는 그놈들이 봤다면, 침을 질질 흘리며 환장할 물건이네.”
유렌은 손을 뻗어 천 옷을 잡고는, 원래 입고 있던 푸른색 로브를 떠올리며 마력을 흘러 넣었다.
슈우우욱-
그러자 천 옷이 제멋대로 유렌의 몸에 칭칭 감기더니, 순식간에 푸른색 로브로 변했다.
“오. 그럼, 이렇게 하면?”
슈우우욱-
로브는 곧 온몸을 덮는 단단한 가죽 코트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비록 재질은 천이지만, 질감 자체는 가죽과 완벽하게 똑같았고 단단함은 오히려 그 위였다.
“완벽하군.”
게다가 관절이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가죽 코트와는 다르게, 관절의 일부는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천으로 구현되어 있었다.
유렌이 생각한 그대로 말이다.
‘앞으로의 나에게 딱 맞는 물건이네.’
유렌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푸른 로브로 천 옷을 되돌렸다.
재질까지 자유자재로 변하게 할 수 있는 착용 물이라니.
활용성이 아주 넓어, 다 세기도 힘들었다.
물론 전투 시에도 많은 도움이 될 테고.
기분이 한결 좋아진 유렌은, 두 번째에도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부욱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초라해 보이는 회색 주머니 앞에서 스크롤을 찢은 것이다.
삐비비비-
다시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반투명한 글자판이 나타났다.
그것을 본 유렌의 눈이 놀라움에 힘껏 커졌다.
“……어? 이게 여기서 나온 거라고?”
아니. 이건 진짜 대박이잖아.
유렌은 살짝 흔들리는 손끝으로, 조금 때가 탄 회색 주머니를 건드렸다.
15년 후.
이것 하나로 한 망해가던 작은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전설적인 마법 아이템.
[디멘션 포켓]
그것이 바로 여기 있었다.
* *
“일단 발견된 금화는…… 400년 전 통화인 테란달 금화로 약 8,000닢 정도다.”
“어머? 의외로 금화의 수는 그렇게 많지가 않네?”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
“우리가 보낸 감사도 함께 있었는데 그 많은 양을 어떻게? 약간이라면 몰라도, 대량으론 불가능해. 그냥 규모에 비해 금화가 적은 경우겠지. 무엇보다 금화보다 더 중요한 이것들의 수가…….”
촤르륵-
베르헨 평의회의 본부 건물.
그중 한 크고 넓은 회의 방.
거대한 원탁이 들어가 있는 이방엔, 세 명의 마법사가 조용히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조금 전, 현지에서 보내온 급보였다.
“B급 이상의 마법 재료가 약 70개. C급 이하는 300개 이상이야.”
“A급 이상은 얼마나 되나?”
“20개가 넘는다네?”
“허-! 고위 랭크의 실험을 최소 열 번은 더 할 수 있겠군.”
아니, 정확히는 서류를 넘기며 정리하는 이는 둘 뿐이었다.
은청색 머리를 반짝이는 얼음의 미녀 - 툰드라와, 녹색의 로브를 입은 거한 – 야드한. 이 둘 말이다.
“……크으으윽.”
남은 한 명은, 자신의 머리만큼이나 시뻘게진 얼굴로 들끓는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이는 으드득 갈리고, 주먹은 손바닥이 뚫리도록 강하게 쥐었다.
툰드라와 야드한은 분노하고 있는 화염 특화의 위저드 – 네이슨 메그넘을 굳이 놀리지 않았다.
“그럼 마도구는 어떻게 되나?”
“자세한 건 일단 감정을 해봐야 안다지만, 일단 8~9점정도 되는 것 같아. 고대의 귀중한 것도 끼어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움찔– 움찔-
굳이 놀릴 필요가 어딨겠는가.
그저 보고서의 내용만 말하고 있어도 저렇게 속이 터져 죽으려고 하는데.
툰드라는 차갑게, 야드한은 커다랗게 웃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마무리를 가했다.
“그리고 이 던전. 조사에 들어가면, 확실하게 마석 특화인 A랭크로 인정될 것 같…….”
“이런 개같으은!”
콰앙-!!
참다 참다 더는 못 참겠는지, 드디어 네이슨이 원탁을 두들기며 폭발했다.
주륵-
상처 입은 네이슨의 주먹에서 새빨간 피가 흘렀다.
아무리 고위 마법사인 5위계의 위저드라지만, 마력을 넣지 않은 채 쳤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어머나. 깜짝이야.”
“네이슨. 네가 반대한 건이 통과되었다고 해서, 이 무슨 한심한 짓인가. 적어도 평의회 위저드의 위엄은 지켜라.”
툰드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야드한은 엄숙하게 꾸짖었지만, 네이슨은 알고 있었다.
저건 어디까지나 그런 척을 하는 것뿐, 속으론 자신을 통렬하게 비웃고 있다는 것을.
“……크으윽!”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어디서 이렇게 일이 어긋나게 된 것인가.
설마 아무런 가치도 없었던 쓰레기 던전이, 그런 보물 창고였을 줄이야!
거기다 그 빌어먹을 유렌 놈의 이름이 올라가면서, 그 묻혀버려야 할 결투에 대한 소문도 다시 퍼질 게 뻔했다.
아니, 그 소문만 퍼지면 오히려 다행이다.
그에 더해 그 ‘멍청한 유렌’에게 보물을 내어준 ‘더 멍청한 메그넘 자작 가문’으로 전락하겠지.
이는 약 두어 달 후. 귀족원의 남은 자리에 도전하게 된 가주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 분명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왜 이렇게나 일이 꼬인 것일까.
조카 녀석이 얻어맞고 온 순간일까?
아니면 4위계 세이지를 냈는데도 결투에서 진 것?
자신이 그 녀석과 금화 수백 닢으로 협상을 한 것?
아니다. 자신이나 조카의 잘못일 리 없다. 그렇다면…….
‘그래. 그 늙은 쥐새끼!’
네이슨의 머리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래. 대놓고 잘못한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 빌어먹을 전 2집사 말이다.
‘책임을 지라고 해서 보내놨더니, 오히려 속아서 와?!’
네이슨은 그 늙은이에게 싸게 잘 막았다며, 칭찬과 함께 상금까지 내린 걸 생각하고 이를 갈았다.
그 빌어먹을 늙은 하인은 며칠 전. 놈의 아내와 함께 돌연히 모습을 감췄다.
지금까진 크게 신경 쓰진 않았지만, 이젠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기가 너무나 절묘하다.
분명, 그 유렌 놈과 무언가가 있을 터.
‘잡히면 모든 걸 불게 한 후, 한 뼘 한 뼘 태워죽이겠다! 연관이 증명되면, 그 유렌 놈도 똑같이!’
네이슨은 다시 이를 으드득 간 후, 벌떡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먼저 가보겠다!”
두 명의 위저드는 열기를 일렁이며 밖으로 나가는 네이슨을 표정 없이 배웅했다.
콰앙-!
“……보아하니, 또 엄한 사람이나 잡으려 하겠군.”
“여전히 머리 나쁜 티를 내네. 내가 그래서 저 타다 만 잿더미를 싫어하는 거야.”
툰드라는 잠시 경멸의 눈초리를 문으로 보낸 후,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싸늘했던 그녀의 눈초리가 곧 흥미로 반짝였다.
‘반면, 유렌 슈나이더. 이 사람은…….’
위계는 겨우 메이지.
심지어 거기에 초유의 강등까지 당할 뻔 한 인물이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되는 최근. 그야말로 엄청나게 눈에 띄고 있었다.
‘단순한 우연은 아니야. 이 모든 게 운일 리가.’
어느 정도 운이 있더라도, 그 기회를 잡은 것은 바로 유렌 그 자신이다.
동행한 레이칸의 실력은 잘해봐야 메이지 중하 레벨.
그런 그를 이끌고 새 던전을 클리어 했다? 그것은 명백히 메이지 레벨의 실력을 벗어난 것이었다.
‘마침 레이칸을 공동 발견자로 올려줄 만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 잘 됐어. 옆에 내 사람을 바짝 붙여놓으면 접근하기 쉬우니까.
뭐. 그렇다고 너무 오래 붙여둔다면 레이칸이 그쪽에 넘어갈 위험성도 있겠지만…….’
아직 그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툰드라는 서류를 바라보며, 앞으로 할 행동들을 차분히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이미 레이칸의 마음이 격렬하게 흔들리다 못해, 뒤집힌 상태라는 걸 알지 못한 채로 말이다.
* *
던전의 숨겨진 곳에서, 새로운 보물들이 발견되었다!
이 놀라운 소식은 평의회가 베르헨을 비롯, 마도 왕국 곳곳에 신속히 퍼트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던전 속 숨겨진 보물.
누구나 어릴 적 동화나 이야기로 한 번쯤은 꿈꿔본 로망의 상징.
물론, 단순히 로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로망을 지닌 일반인들보다, 현실적으로 그 보물에 연관이 될 사람들의 눈들이 번뜩였다.
-던전의 새 보물이 발견되었다고?! 규모는? 금화의 규모는 얼마나 되지?
-재료! 마법 재료들은 대체 어떤 게 나왔다고 하던가? 지금 우리 마탑에서 바실리스크의 눈을 애타게 찾고 있는데…….
던전에서 발굴되는 건 금화와 마도구. 희귀 마법 재료와 고대의 예술품 등.
주로 상인과 마법사들이 환장하는 물건들이었다.
그렇게 헐레벌떡 평의회의 발표 자료를 살펴 본 마법사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발견 및 첫 탐사자 : 유렌 슈나이더, 레이칸 하리에몬. (총 2인)
-토벌 보고 : 고블린 및 스켈레톤. (각 27, 12개체.) 클레이 고렘 (1기), 리치 (1개체).
-던전주 : 유렌 슈나이더.
유렌 슈나이더.
겨우 3위계의 메이지 주제에, 좋지 않은 쪽으론 수도인 베르헨 곳곳에 명성을 뿌린. 어떻게 보면 참으로 대단한 모지리.
물론 최근 결투의 건으로 조금씩 다른 평도 나오고 있었지만, 그마저 메그넘가의 필사적인 입단속으로 그리 널리 퍼지지 않은 상태였다.
-유렌? 그 멍청이 유렌이 발견자라고?
-이거, 발표가 잘못된 거 아냐?
하지만 이 사건으로, 유렌의 이름은 많은 사람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은 물론이고, 상인과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말이다.
-응? 잠깐. 소유자도 그놈인 건 대체 뭐야? 분명 거긴 메그넘 자작가가 가지고 있는 던전 아니었어?
-3위계 마법사 둘이서 고렘과 리치를 잡았다고요? 그게 가능한 겁니까? 아무리 하급이라도 해도…….
-진짜로 그 유렌이란 메이지가 무능력에 멍청이 맞는 거야? 듣자 하니 4위계의 결투에서도 이겼다던데.
-저희 상단을 오크에게서 구해주신 분입니다! 세간에 떠도는 소문? 그런 거 다 헛소리에요!
의아, 분노, 흥미, 시기, 감사, 부러움 등.
유렌과 그 보물을 놓고, 수많은 감정과 욕망이 휘몰아쳤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호기심과 욕망이 정점에 달했을 때-
“오. 다 왔네.”
“짐이 많아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음다!”
남쪽에서 두 장신의 마법사가 마차들을 이끌고 베르헨으로 귀환했다.
한동안 도시를 떠들썩하게 만들 보물들을 싣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