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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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화 던전 속 숨겨진 것 (3)
-거참. 매일매일 던전, 던전, 던전! 애초에 네 실력으로 돌파나 할 수 있겠어?
-네에? 제 실력이 어때서요?
이제는 바뀔 미래의 어느 날.
매일 밤 들려오는 소대장 레이나의 던전 노래에 질린 부대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녀에게 딴지를 걸었다.
그날은 아마 기병대장이 나섰던 것 같았다.
-물론 네가 제법 쓸 만한 레인저인건 인정하지. 하지만 너같이 정면에서 치고받는 데엔 약한 게 혼자 어쩌게? 심지어 숲이나 초원도 아니구만.
그 딴지 중 하나는, 바로 레이나의 실력.
레인저. 즉 척후병으로선 부대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그녀였지만, 아무래도 본격적인 대결에선 약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파티를 이룬다면 모를까, 보물에 미친 그녀가 1/n으로 나뉠 단체 행동을 할 리가 없었고.
-헤헤. 걱정 마세요! 요새 발굴되는 던전들은, 하나같이 저 혼자서도 돌파 가능한 수준이니까! 다들 사망자도 거의 안 나온 안전한 곳이에요!
-그래? 네 노래 2절에서 튀어나오는 드래곤은 뭐였지? 내가 환청을 들었나? 그걸 너 혼자 어쩌려고? 대장님도 아니고 말이야.
-흠. 흠. 그것만 빼고요. 그때 불쌍한 드워프들이 뻣뻣한 얼음덩어리가 되어버렸긴 했는데…… 설마 화산 속에서 화이트 드래곤이 튀어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런 건 거의 없는 불행이죠!
-하! 1/10의 확률로 냉동고기 행이라? 얘들아! 이제부터 마법 창고 한자린 꼭 비워 놔라! 장래에 커다란 냉동고기 덩어리 하나가 들어올 예정이니!
-이, 이익-!
대부분은 레이나가 무난히 방어했지만, 가끔 이렇게 밀리는 때도 있었다.
어쨌든, 그녀의 정보에 따르면 이 하바트 던전도 발굴 때 사망자가 거의 없는. 쉬운 곳이었다.
그래서 굳이 사람을 더 모으지 않고 둘이서 돌입한 건데…….
‘빙고다. 레이나.’
그녀의 말이 맞았다.
-크아아아앗!
굳은 채로 마력이 듬뿍 담긴 마력과 곡괭이에 직격당한 리치는, 소름 끼치는 비명을 내질렀다.
이 정도에 저렇게 몸을 비트는 것을 보면, 중급도 안 되는 하급 리치에 불과하겠지.
보나 마나, 아직 생명 보관의 비술도 쓰지 못했을 것이고.
하급 고렘과 하급 리치.
이 정도면, 레이나의 말마따나 그녀 혼자서도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저놈을 견제해!”
“옙!”
파아앙-
유렌의 호령에, 두터운 레이칸의 몸이 마치 대포알처럼 옆으로 날아갔다.
엄청난 다리힘에 강화 마력이 더해진 결과였다.
-크아아아아아! 이런 미친 잡종놈들!
하급이네 뭐네 해도 그래도 리치는 리치.
스켈레톤 메이지라면 일격에 박살 날 충격을 두 번이나 받고도, 멀쩡히 버티며 마력을 모았다.
-죽어라!
공중에 떠 있는 리치 주변의 공기가 뒤틀렸다.
무영창으로 외워진 주문이, 눈 한 번 깜빡한 사이에 두 개의 날카로운 마력의 창날이 되어있었다.
‘유르의 창날. 그것도 한 번에 두 개.’
앙상한 손이 움직이자, 두 개의 중급마법이 허리를 숙인 레이칸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마법 화살.”
하지만 그것을 기다린 것은, 이미 캐스팅을 마친 유렌의 비틀린 마법 화살 여덟 발이었다.
터터터텅- 터터터텅-!
세 번씩 비틀린 마력의 화살이, 검게 물들어 있는 마력의 창날과 충돌했다.
비록 크기와 위력은 창날이 강했지만, 4대 1이라는 비율에 막혀 동시에 공멸했다.
-마법 화살 따위로 내 창날을?!
4대 1이든 8대 1이든. 본래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공멸에, 리치의 푸른 안광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유렌이 마력 화살을 비틀어 버린 것이, 비정상적으로 화력을 강화했음을 눈치 챈 것이다.
그것이 300년 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기술이라는 것도.
-이, 이런 괴상망측한 놈들이……!
조금 전과 비슷한 욕설.
하지만 그 욕설이 ‘마법사답지 않은’ 후대의 괴상한 이들을 봐서 나온 것이었다면, 지금은 반대였다.
겨우 마법 화살 같은 기본 하급 마법을, 저렇게나 강화한 3레벨 마법사에게 놀라고 있는 것이었다.
설마, 후대의 마법사들은 다들 이렇게나 강한 것인가? 그렇다면 승산이…….
리치가 잠시 주춤한 사이.
레이칸이 달려간 쪽에서 무언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쒜에에에엑!
묵직한 무언가가, 공기를 찢으며 리치를 덮쳤다.
터어엉-!
재빠르게 쳐진 검은 실드에, 그 투사체는 커다란 소리만을 남기고 부스러졌다.
-크윽?
하지만 검은 실드에 깊은 파동이 생길 정도로, 이 공격은 꽤나 강렬했다.
-뭐냐!
리치의 푸른 안광이 재빠르게 그 오우거 같은 놈을 쏘아보았다.
분명 쏘아지는 마력은 느끼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설마, 마력을 감추는 기술이라도?
하지만 리치의 푸른 안광에 비친 것은 그저 흉악하게 날아오는 돌덩이였다.
-……뭐라?
터어엉-!
다시 한 번 커다란 충격이 검은 실드를 덮쳤다. 조금 전과 비슷한, 강렬한 충격.
하지만, 리치는 물리가 아니라 다른 쪽으로 충격을 받고 있었다.
저 무식한 오우거 같은 마법사 놈이, 그냥 바위 파편을 던지고 있는 것이었다.
세상에. 명색이 마법사라는 놈이!
“죽으십쇼!”
레이칸은 고렘이 부숴 놓은 벽 앞에 서서, 사람 머리통만 한 바위 조각을 마구 집어 던졌다.
통나무 같은 팔뚝이 근육으로 불끈거렸고, 녹색으로 빛나는 마력은 그것을 강화했다.
그 팔이 채찍같이 빠르게 휘둘러지면, 돌멩이는 마치 공성 병기처럼 공기를 찢으며 날아갔다.
‘왜, 왠지 기분이 굉장히 상쾌함다!’
터엉- 터엉- 터어엉-!
-큭! 크으윽!
연발로 빠르게 날아가는 그의 바위 조각에, 하급이라지만 무려 그 리치가 방어에만 전념했다.
만약, 순수하게 마법전으로 싸웠다면?
물어야 뭘 하나.
저기에 있는 것이 유렌이 아닌 평범한 3레벨 메이지였다면, 보나마나 사이좋게 유르의 창날에 꿰뚫려 있겠지.
아니, 그 전의 클레이 고렘조차 처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레이칸은 마법만으론 평범 이하의 3레벨 메이지에 불과했으니깐.
하지만 몸을 이용하는 지금은 달랐다.
유렌만큼은 아니더라도, 레이칸 자신도 충분한 전력이 되고 있었다.
고렘과 리치라는. 자신의 마법으로선 벅찬 것들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단련은커녕, 멋대로 근육이 붙는 것조차 싫어했던 육체로.
이는 평소 레이칸이 얻지 못했던, 충족감을 확 불어넣어 주었다.
‘몸을 써서 상대를 밀어붙이는 거. 의외로 기분 째짐다!’
터어엉-
터어어엉-!
그렇게 레이칸이 육체와 단련에 대한 편견을 버려 나갈 때, 리치는 분노하고 있었다.
-이런 정신 나간…… 것들!
지식으로 세상을 탐구하고, 심장의 마력으로 세상을 뒤엎는다.
마법사는 그러했다. 아니, 그리하여야만 했다.
적어도 리치가 있었던 300년 전의 과거에선 말이다. 이는 그에게 있어 상식이자 신념이었다.
-마법사도…… 아닌 것들!
더구나 리치는, 그 정도가 더했다.
마법을 너무나 탐구한 나머지, 스스로 육체를 버릴 정도로 마법을 추구한 결과가 바로 리치다.
비록 언데드가 되어 마력을 뿜어내는 심장은 잃어버렸지만, 그 자만에 가까운 자부심이 리치를 지탱해왔다.
마법의 시초. 테르파티스의 뒤를 잇는다는 자부심이.
하지만, 이젠 그것에 깊은 금이 가고 있었다.
저 후배라고 부르기도 아까운, 두 미친놈에게 이딴 방식으로 밀리고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크아아아아!
콰아아아-
분노에 가득 찬 리치의 고함과 함께, 어두운 마력이 방안에 가득 찼다.
돌을 던지던 레이칸도, 멀찍이서 가방을 뒤적이던 유렌도, 이상 현상에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죽어라! 이 가짜 마법사 놈들!
리치는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쥐어짰다.
검은 마력이 몽글몽글한 물방울처럼 바뀌며, 독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가 리치가 되어 겨우 얻은, 유일한 오리지널 마법.
-죽음의 거품!
푸화악-
던전의 방 속으로, 수많은 검은 거품들이 보글거리며 뿜어졌다.
넓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던전의 방 기준.
기본적으로 밀폐된 공간인 이곳은, 금세 독기에 물든 검은 방울들로 가득 찼다.
“히, 히익! 이건 위험함다!”
레이칸이 재빨리 친 반투명한 실드에, 검은 거품들이 따개비처럼 착착 달라붙었다.
치이이익-
불길한 검은 거품들은, 레이칸의 실드까지 자신들의 색으로 물들여 조금씩 녹여나갔다.
한편, 유렌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 가방에서 꺼낸 작은 유리병을 한 손에 든 채,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심지어 실드조차 치지 않은 상태로.
-포기했나! 이 가짜 놈!
리치는 마력을 움직여 검은 거품을 유렌 쪽으로 보냈지만, 뭔가 이상했다.
-……뭐, 뭐냐?
유렌의 근처에 있는 거품들이, 굳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마력을 동원해 움직이려 해도, 압도적인 것에 짓눌린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거의 남지 않은 마력까지 긁어가며 용을 써봐도, 거품은 그대로였다.
-이, 이게 대체 무엇이냐! 이 가짜 놈이! 또 무슨 괴상한 수를……!
“정말이지 형편없군. 리치의 마법이라 해서 꽤나 기대하며 기다렸는데, 흥이 깨졌어.”
유렌은 조용히 눈을 뜨며, 왼손을 휘저었다.
보글보글-
꼼짝도 하지 않던 유렌 주변의 거품들이, 손짓 하나에 빠릿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단지 그뿐만이 아니라, 리치가 제어하지 못하는 거품의 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이건?!
“마법의 설계가 너무 단순해. 공용 마법이 백배나 나을 정도로. 거기다 일단 만들어 뿌리고, 방향만 조종한다? 이래서야 뺏어달라고 비는 것이나 똑같지. 네놈은 이 마법을 상대방이 컨트롤 한다는 가정도 없었나?”
정말이지 한심해 죽겠다는 유렌의 말에, 리치의 턱뼈가 딱딱 울리기 시작했다.
-부, 불가능하다! 한낱 인간이 어떻게! 리치인 내 마법을 컨트롤 하다니!
“잡종이니, 가짜니, 인간이니. 끝없이 핑계만 붙이는군. 왜. 네가 인간 때 못했다고, 모든 인간이 다 못해야 하나?
과거에 마법사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고, 현재도 움직이지 않는 게 당연한 거고?”
‘아니. 그건 지금도 당연한검다. 마력 컨트롤도 그렇고.’
옆에서 듣고 있던 레이칸은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일단 분위기상 목 밑으로 꿀꺽 삼켰다.
“결국 인간의 몸에서 도망쳐, 언데드가 되고 만 뼈다귀야. 네놈은 한낱 몬스터일 뿐, 더는 마법사가 아니다. 마법에 대한 모욕은 네놈의 존재 자체가 하는 것이고.”
전생에 만난 놈들 중 얼마나 굉장한 마법사들이 많았던가.
물론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였지만, 실력만은 인정했다.
당연히도 그들은 전부 인간의 몸이었고.
그런데, 도망쳐 뼈다귀가 되어버린 저 괴물 놈은 뭐라고 하는 것인가.
마법사로서의 자부심?
웃기지도 않은 말이다.
보글보글보글-
어느새, 방안에 가득 찬 거품들이 모두 유렌의 제어 하에 들어왔다.
유렌은 심장의 마력이 급속도로 쭉쭉 빨려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래서 더 한심함을 느꼈다.
“게다가 이런 마법에, 마력을 이렇게나 쏟아 붓게 설계해? 정말 모든 게 엉망이군 그래.”
-네, 네노오오옴!
자신의 정수를 한순간에 빼앗기고 부정당한 리치가 절규하자, 유렌은 조용히 인상을 찌푸렸다.
“시끄럽군. 어설프게 인간 흉내나 내는 반쪽짜리 언데드야. 마지막은 괴물답게 죽어라.”
휘익-
유렌이 날린 것은 빼앗은 거품도, 실드 마법으로 만든 창이나 망치도 아니었다.
그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작은 유리병이었다.
가볍게 던져진 병은, 앙상한 리치의 몸에 그대로 적중했다.
쨍그랑-
-크아아아아아!!
유리병 속에 있던 것은, 바로 유렌이 신전에서 사온 양산형 성수.
축복 기간이 거의 다 된, 떨이로 파는 물건이었다.
평상시라면 어렵잖게 버틸 수 있었겠지만, 마력이 거의 사라진 지금의 리치에겐 치명적이었다.
-네놈! 네놈! 네에노오오옴!
인간에게. 겨우 3레벨에게.
마법사 같지도 않은 어린놈에게 소멸 당한다.
그것도 순도가 높지도 않은, 이런 질 낮은 성수로!
리치는 엄청난 굴욕 속에. 단말마도 다 지르지 못한 채 형체가 무너져갔다.
과거엔 마법사였지만, 결국 언데드로 변했던. 한 괴물의 비참한 최후였다.
* *
‘후우. 그 애송이가 관리인 자리를 가져가서 정말 좋구만!’
레우드 마을의 촌장은 앓던 가시가 빠진 것처럼 속이 후련했다.
지병인 뒷목이 당기며 눈앞이 깜깜해지는 병도, 왠지 모르게 호전 된 것 같았다.
7년 전.
매그넘 가문에게 하바트 던전의 관리직으로 임명되었을 땐 얼마나 기뻤던가.
비록 수많은 뇌물이 들어가긴 했지만, 무려 던전의 현지 관리인이다.
몇 년 안으로 그 이상으로 뽑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의외로 저 던전은 돈이 안 됐다.
초반 3~4년 정도야 소소히 뽑아먹을 정도는 됐지만, 2년 전부턴 거의 제로가 되었다.
최근 1년은 더 심해서, 아예 입구를 관리할 인건비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는 판국이었다.
물론, 마을의 어벙한 젊은 놈 몇몇을 부려 간신히 적자는 면하긴 했다마는.
‘그래도, 이제 더 공짜로 부려 먹기 힘들었는데. 허헛. 하늘의 도우심이야.’
바쳤던 뇌물까지 생각하면, 손해를 보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서 던전과 끊긴 게 다행이다.
이대로 계속 관리인을 맡고 있었다간, 틀림없이 적자를 볼 뻔 하지 않았는가.
만약 저 안에서 새 보물이 나오거나, 허약한 드래곤이라도 잡힌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지지만…….
‘허허. 그럴 리가 있나.’
그럴 확률보다, 차라리 동네 꼬마가 뒷산에서 엘프를 잡아 올 확률이 더 높겠지.
촌장이 그렇게 껄껄거리며 마을을 기분 좋게 거닐고 있던 그때. 웬 덩치 큰 거인이 던전 방향에서 쿵쿵 걸어오고 있었다.
“응? 저건-.”
분명, 어제 던전의 새 주인이라는 애송이와 함께 왔던 괴물 마법사 아닌가.
마치 오우거 같이 생긴 그 마법사는, 이미 이쪽을 봤었는지 씨익 웃으며 쿵쿵 다가왔다.
“허허. 마법사님. 좋은 아침입니다……?”
가까이서 그 괴물 마법사를 본 촌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푸른 로브는 넝마가 되어 거의 그 원형조차 보이지 않았고, 몸 자체도 흙과 땀으로 엉망이었다.
거기에 더해, 등엔 척 봐도 무거워 보이는 거대한 자루까지 맨 상태였고.
당연히도 그의 얼굴은 피로가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글벙글 웃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 마침 잘됐슴다! 촌장님! 마을에 있는 마차나 수레 좀 있는 대로 모아주시길 바람다!”
“네? 마법사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 이십니…….”
찰그랑-
두터운 손이 자루에 들어갔다 나오자, 금화 한 움큼이 아침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 그건 뭡니까. 마……법사님? 설마-.”
촌장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가, 금세 새빨갛게 변했다.
왠지 모르게, 뒷목이 빳빳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네. 맞슴다! 보물임다! 던전의 새 보물이 발견 됐슴다! 으하핫! 엄청난 규모니, 빨리 새 수레들을 끌고…….”
“크허……억.”
“어? 어? 촌장님! 왜 이러심까!”
던전의 새 보물이 발견되었다고 세상에 기록된 이 날.
한 시골 마을 촌장이 쓰러졌다는 소소한 소식은, 마을 외에 그 어떤 곳에도 알려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