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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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1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1화 화려한 대폭발 (3)
한창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마탑 건물과 돌벽의 중간 부분.
유렌의 제자인 쥬드와 에리나는, 그 난장판에서 무언가를 바쁘게 찾고 있었다.
“쥬, 쥬드! 그쪽엔 없었어?”
“응. 아무래도 이쪽엔 없는 것 같아. 그럼…….”
살짝 은색이 반짝이는 갈색 로브를 입은 이 둘은, 인식 저하 마법을 건 채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사실 아직 2레벨인 두 명이, 인식 저하 마법을 걸었다고 해봐야 큰 효과는 없었다.
보통의 인식 저하 마법은, 3레벨 이상의 마법사들이 걸어도, 눈을 부릅뜬 일반인들에게도 발견되어버릴 정도니까.
하지만 이 시끄럽고 정신없는 난장판이, 쥬드와 에리나에겐 천운이었다.
워낙 여기저기서 정신이 없는 탓에, 어설픈 그 마법도 꽤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이 미친년이! 죽어라!”
“아하하하~! 그래그래! 계속 나한테 와~! 너희들 전부~!”
쩌어억-
셀레나에게 덤벼들던 한 용병이, 그녀의 짧은 검에서 나온 바람 칼날에 맞아 세로로 쩍- 하고 갈라졌다.
그 꼴을 보고 깔깔깔 웃던 그녀의 뒤통수에, 사람의 머리만한 화염 덩어리가 작렬했다.
퍼엉-!
하지만 그 화염 덩어리는, 그녀에게 작은 그을음조차 주지 못했다.
조용히 그녀의 주위에서 불고 있던 바람의 방어 마법이 발동.
화염 덩어리는 바람의 벽에 막혀, 따뜻한 바람조차 그녀에게 전하지 못한 것이다.
“아하하하~? 뭐야, 이건~?”
“히, 히이이익!”
그녀를 화염 덩어리로 기습한 흑마법사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왜, 왜! 강화마법이 안 써지는……! 으악!”
물론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실드와 함께 통째로 반으로 갈라졌지만.
“와……. 살벌하네. 저긴 가까이 가지 말자. 에리나. 방해도 방해지만, 우리도 위험해.”
“으, 응. 맞아. 자칫하다간, 우리까지 갈라질 것 같아.”
쥬드와 에리나는 셀레나가 마음껏 날뛰는 것을 힐끗힐끗 봐가며, 작은 나무 건물 뒤로 향했다.
“휴우. 혹시 여기 있으려나?”
“여긴, 전 산적 아저씨들이 묵었던 곳이지? 아직 철거를 안 했구나.”
둘은 조심스럽게 뒤쪽 작은 문을 열고, 건물의 안으로 들어갔다.
술병과 오래된 담요들이 널브러져 있는 가운데, 구석에서 작은 그림자가 하나 벌벌 떨고 있었다.
“헨리크!”
“……!!”
벌벌 떨던 작은 그림자는 잠시 움찔하더니, 둘의 얼굴을 보고서야 겨우 떨림이 그쳤다.
“으으. 쥬드, 에리나. 멋대로 나와버려 미안해.”
지상에 나온 6명의 드워프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헨리크가 둘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싸움이 시작되기 전.
그들은 모두 미리 만들어둔 피난소에 가 있었지만, 헨리크는 슬쩍 밖으로 빠져나온 것이다.
“저, 정말로 잘못했어. 그때 마을에서 본 사도님이 싸우시는 게 너무 멋져서, 나도 모르게 또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만…….”
하지만 그가 피난소에서 나와 본 것은, 끔찍한 피와 폭력. 그리고 공포였다.
혼란에 빠진 그는, 바위틈으로 숨을 생각조차 못 하고 이 건물에서 숨어있었던 것이다.
“……일단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고, 여기는 위험해. 빨리 가자.”
“헤헤. 그래도 무사해서 잘 됐다. 자, 헨리크. 어서 이리로…….”
헨리크가 재빠르게 둘에게 달려간 그 순간.
콰앙-!
앞문이 강하게 부서지며, 한 용병과 두 명의 흑마법사가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다.
“후우! 진짜! 이런 곳에 오는 게 아니었어!”
“무슨 저런 미친놈들이 다 있지?! 응?”
다른 이들을 피해 잠시 숨으려고 했던 것일까?
그들은 안에 다른 사람들이 있을 거란 생각도 못 했는지, 세 그림자를 보며 눈이 커졌다.
“이, 이 자식들! 이런 곳까지……!”
“응? 잠깐만. 잘 봐봐! 견습 둘에, 웬 수염이 난 미친 난쟁이 하나라고!”
“어? 정말이네! 크크, 이거 잘 됐군!”
하지만 셋의 모습을 보자, 그들은 껄껄 웃으며 긴장을 풀며 다가왔다.
용병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흑마법사 둘은 모두 3레벨.
본래라면 2레벨인 쥬드와 에리나가 대적이 불가능한 상대였다.
“멈춰!”
“다, 다가오지 마세요!”
쥬드와 에리나가 스태프를 들어 그들을 견제했지만, 용병과 흑마법사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됐다! 이제야 운이 좀 따라주는구나! 저것들, 그 반쯤 미친 위저드 놈이 잡으라고 한 놈들이지?”
“맞아! 인질로 삼으면 딱 좋겠어. 자! 이리 와!”
용병은 아무 걱정 없이 다가와 에리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본래의 그라면 신체 강화마법 때문에 2레벨도 두려워해야 했지만, 이곳은 웬일인지 몰라도 그게 써지지 않았다.
그럼 맨몸의 2레벨 따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만약, 마법을 쓰려 한다면 두 흑마법사가 막아 줄 것이고.
부우웅-!
하지만, 그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격이, 소녀의 양팔에서 나왔다.
뻐억-!
“응?”
“어어?!”
용병의 머리 옆. 즉. 사각을 그녀의 스태프가 정확하게 후려친 것이다.
용병은 그 일격에 거품을 물며 기절했다.
“뭐, 뭐야?!”
오로지 마력의 움직임만을 경계했던 흑마법사들에겐, 그야말로 상상을 벗어나는 일격.
하지만 당연히도, 쥬드는 이 기회를 용병 한 명으로 끝낼 마음 따윈 없었다.
뻐어억-!
“커헉-!”
재빠르게 스태프를 내질러, 한 흑마법사를 명치를 강하게 찌른 것이다.
이제 남은 건 하나.
“이놈들!”
하지만 역시 3레벨은 3레벨.
남은 흑마법사에게, 6개의 마법 화살이 신속하게 날아와 에리나를 덮쳤다.
“에, 에리나!”
마법 화살들이 직격하는 모습이, 드워프 헨리크가 비명을 질러댔다.
스스슥-
하지만 6개의 마법 화살은 에리나의 로브를 뚫지 못하고, 그대로 그 위에서 소멸했다.
“이, 이건 또 무슨?!”
“그 정도론 안 뚫리거든요!”
에리나는 혀를 내밀며, 스태프를 강하게 휘둘렀다.
카아앙-!
하지만 뚫지 못한 것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두터운 실드가 흑마법사를 둘러싸고 있었다.
“젠장!”
터엉-! 터엉-!
쥬드가 실드로 망치를 만들어 두들겼지만, 그저 튕겨나오기만 했다.
“크하하하! 멍청한 놈들! 방어용 마도구는 너희만 있는지 알았더냐?!”
흑마법사의 팔찌에서 번쩍이는 푸른빛을 보며 낄낄 웃은 후, 곧바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저건 범위 폭파 마법!’
주문을 알아본 둘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이 근거리에서 마법이 폭발하면?
항마법 로브를 입고 있는 둘은 괜찮을지 몰라도, 바로 뒤에 있는 헨리크는 크게 다칠 게 뻔했다.
“에리나!”
“알겠어!”
2레벨인 둘의 마법으론, 어차피 저 두터운 실드는 뚫을 수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마스터에게 배운 방법을 쓸 뿐.
“하아아아!”
둘은 동시에, 스태프의 끝에 반 바퀴 비틀린 실드 창날을 달았다.
두근-!
그리곤, 온몸의 마력을 쥐어짜 그것을 빙글빙글 돌려 내질렀다.
“뭐, 뭐야? 이건!”
파가가가각-!!
둘의 창날이, 동시에 같은 곳을 뚫기 시작했다.
3레벨의 마법도 막는 두터운 실드는, 두 돌아가는 창날의 합동 공격에 서서히 얇아지기 시작했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두근두근-!
2레벨에 불과한 둘의 마력이, 벌써 한계에 도달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시야는 실핏줄이 터졌는지 붉어져 왔다.
하지만 둘은 멈추지 않았다.
다른 걸 떠나, 마스터가 지금껏 보여준 그 모습에 조금이라도 따라가고 싶었다.
“하아아아아!”
파아앙-!
그리고 맑게 터지는 소리가 나며, 실드와 두 사람의 창날이 동시에 사라졌다.
퍼퍼억-!
“커허억!”
물론 스태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닌지라, 흑마법사는 명치로 날아든 두 방망이에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허억허억-!”
“흐억흐억-!”
두 사람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으며- 서로에게서 갈색의 빛을 보았다.
“에, 에리나! 너, ‘끝의 빛’이!”
“쥬, 쥬드! 너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빛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바깥에서 빛나는 화려한 빛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얻어낸 성장의 증거물.
살짝, 아주 살짝.
마스터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느낌에, 둘은 웃었다.
“으응~? 여기에 너희들이 왜 있어~? 미친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었니~?”
그 직후 들린 셀레나의 섬뜩한 목소리에, 싹싹 빌어야 했지만 말이다.
* *
유렌이 밤하늘에 올라가는 푸른 유성을 만든지 20여 분 후.
전투는 방어 쪽인 마탑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전 실행부대원 한 명과 레이칸이 가벼운 화상을 입었을 뿐, 부상자조차 거의 없었다.
물론, 소소하게 처리할 것들은 있었다.
“다시 한번 멋대로 행동하면, 곧바로 지하에 다시 보내버릴 테니 정신 똑바로 차리도록.”
“저,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유렌의 날카로운 말에, 아직 어린 드워프는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엉엉 울었다.
“성장했구나. 쥬드, 에리나. 헨리크를 구한 것도 잘해주었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헤헤헤! 잘했죠?”
“하지만 동시에 너무 무모했다. 만약 4레벨이라도 만났으면, 너희는 벌써 죽었어. 설령 피난처를 나왔더라도, 중간에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로 전했으면 됐을 텐데.”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아…….”
온몸에 갈색빛이 번쩍이는 소년 소녀는 칭찬과 꾸중을 동시에 들었고 말이다.
유렌은 페닌에게 다른 정리를 맡기고, 잡은 포로를 한곳에 모았다.
“크……으-흑.”
포로는 총 5명.
아직 목숨만 간신히 붙어있는 네이슨과, 백작의 수하 2명.
그리고 제자들이 기절시킨 흑마법사 두 명과 용병 한 명이었다.
그들 외엔 살아남는 사람은 없었다.
“포로의 절반 이상을 쥬드와 에리나가 잡다니. 이것 참, 아주 신나게 죽이고 다녔군.”
유렌은 그렇게 말하며, 싱글싱글 웃고 있는 셀레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어설픈 자비는 괜한 목숨만 위협한다면서요~?”
“……뭐, 틀린 말은 아니니.”
그래도, 잡아야 할 놈은 잡았으니 상관없었다.
그 외가 거의 전멸한 게 예상외긴 했지만.
“크……흑. 아……주, 사이들이……좋군……킥킥.”
강한 화상으로 온몸이 짓물러진 네이슨이, 컥컥거리며 말했다.
“……전 가장 놀라운 게, 이 꺼진 불덩어리가 아직도 살아있는 거예요. 그 운석 같은 공격을 맞고도 어떻게 아직 목숨이 붙어있죠?”
“그야, 이 녀석을 향해 쏜 게 아니니까. 그저 한참 옆으로 살짝 스쳐 지나갔을 뿐이야.”
“……그거, 말이 안 나오는 위력이네요.”
툰드라는 살짝 질린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신이 얼음에 대해 강한 저항력이 있는 것처럼, 네이슨 역시 화염에 대해 강한 저항력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를 살짝 스친 화염 공격으로 이 꼴을 만들었다고?
‘……이 사람. 도대체 끝이 어디야? 괜히 걱정한 내가 바보 같네.’
확실한 건, 조금 전 공격의 화력을 내려면, 6레벨- 마스터 위계가 와야 가능할 거라는 점이었다.
이제 겨우 4레벨에 도달한 마법사가 낼 화력이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때, 은색 가면을 쓴 노집사가 레이칸의 손에 끌려 이쪽으로 다가왔다.
피난처에 있던 그는, 싸움이 끝난 후. 유렌의 배려로 이렇게 원수의 앞에 섰다.
“……커헉-!”
“다 죽어가는군요. 저주받은 멍청한 가문과 함께 말이죠.”
노집사는 죽어가는 네이슨 앞에 선 후, 작은 단검을 품속에서 꺼냈다.
“큭큭……! 그래…… 너였군…… 배신자…… 똥개가…….”
“아직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뇌까지 불탔거나.”
스릉-
날카로운 칼날이, 달빛을 받아 번쩍였다.
“……나……같이……고귀한……몸이……너 ……같은……배신자……똥개에게……죽을 것……같으냐……!”
그때, 네이슨의 눈이 번쩍였다.
그는 절대 이 미천한 놈의 손에 죽을 생각도, 또 순순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을 생각도 없었다.
“카르베나르타인-!!”
이미 속까지 타버린 몸에도 불구,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또박또박 크게 외쳤다.
파아앗-!
그리고 그때.
옆에서 묶여있던 두 명의 백작의 수하 몸에서 검은빛이 번쩍였다.
“크하하하하! 같이…… 죽는 거다! 최소한, 한두 놈이라도!”
네이슨은 광소했다.
베이어른 백작은 지독한 인간.
이렇게 사지에 보내는 수하의 몸에는, 항상 자폭 주문을 몰래 걸곤 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휘하는 자에게 주문을 알려줬다. 여차할 때, 써먹으라고 말이다.
물론 저 괴물 같은 유렌 놈이나, 위저드의 최상단에 위치한 툰드라 년을 죽일 정도의 위력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저 빌어먹을 배신자 똥개나, 수하 한두 명쯤은 데려갈 수 있겠지.
적어도 저놈에게 어느 정도의 타격을 입히고 죽는 거다. 절대로, 그냥 죽어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러고 10여 초.
어느새 번쩍이던 검은 빛도 사그라든 채,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크흐윽?”
네이슨이 의문을 느낀 그 순간, 툰드라가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폭 주문? 그거 내가 얼렸는데. 저거, 안 보여?”
“……?!”
네이슨의 화상을 입은 안구에, 간신히 두 수하의 오른손이 얼어 있는 것이 들어왔다.
“베이어른 백작가에서 이런 식으로 자폭 병들을 보낸 거, 한두 번이 아닌데. 설마 아무도 모를 거로 생각했어? ……정말,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지.”
툰드라는 그를 싸늘하게 비웃으며 말했다.
자폭 주문은 온몸의 마력을 한계까지 쥐어짜 폭발하는 것으로, 마력의 흐름을 일부만 얼려도 폭발하진 않았다.
그저, 주문이 발동만 되었을 뿐.
멍해 있는 네이슨에게, 노집사가 조용히 속삭였다.
“넌, 그 똥개한테 죽는 겁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그저 멍청하게.”
“으……아아아아-!!”
네이슨의 비참한 울부짖음 위로, 노집사의 단검이 번쩍였다.
* *
몇 시간 후.
베이어른 백작이 연금되어 있는 별장의 지하실.
“……뭐라고? 돌아온 게, 겨우 한 명?!”
“예, 예. 그렇습니다. 백작님.”
베이어른 백작은, 격한 분노에 몸을 떨었다.
오랜 경험상, 굳이 더 듣지 않아도 알았다. 이건 99.9% 처참한 실패였다.
“당장, 윗방으로 데려와라!”
“예, 옙!”
수하 하나가 허겁지겁 물러나자, 백작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삭였다.
그래. 일단 전멸한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는가.
놈들의 싸움에서 살아 돌아온 자의 정보는, 상당한 가치가 있을 터.
‘후우. 다음엔 차라리 이걸 쓰는 게 낫겠군.’
백작은 지하실에 가득히 쌓여있는 통들을 노려보며 마음을 진정시키곤, 마력으로 몸을 띄워 윗방으로 올라갔다.
“저놈인가?”
“예! 다소 정신은 없지만, 몸은 멀쩡합니다. 오른손의 동상도 방금 모두 치료했으니까요.”
백작은 정신을 못 차리는 듯한 수하의 멱살을 잡아 그대로 들어 올렸다.
“커헉-! 컥!”
“정신 똑바로 차려! 이 멍청한 놈 같으니!”
“배……백작님?!”
이제야 겨우 정신을 차린 수하에게, 백작은 질문을 하려 입을 열려- 할 때였다.
파아앗-
갑자기 놈의 몸이 검은 빛으로 번쩍이며 빛나기 시작했다.
저 검은 빛은 백작이 많이 봐오던- 그만의 오리지널 주문의 빛이었다.
‘자, 자폭 주문?!’
아니, 이게 갑자기 왜 여기서 발동되는가.
백작의 눈이, 동상에 걸렸던 놈의 오른손으로 향했다.
‘서, 설마! 이미 발동된 자폭 마법을, 얼려서 잠시 중지시켰던 거라고?!’
그리고 치료를 끝낸 지금, 다시 발동한 것이고.
백작은 다른 생각을 관둔 채, 재빠르게 실드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자폭 마법의 파괴력은 중급 마법 정도.
실드만 제대로 치면, 가벼운 상처로 끝나…….
‘아.’
그때. 바로 밑 지하실을, 무엇으로 가득 채웠는지 떠올린 백작은 새하얗게 질렸다.
분명 밑에는, 잔뜩 쌓아둔 ‘폭발하는 기름’이……!
쿠콰아아아아앙-!!
그날 새벽.
커다란 폭발과 함께, 베르헨 외곽의 한 별장이 통째로 날아갔다.
옆 도시에서도 모두 목격했다는, 아주 화려하고도 커다란, 그런 대폭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