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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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46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46화 쌓아 올리는 것들 (6)
“오오-! 신의 사도이시어!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아주, 아주 조금이나마 신을 의심하고만, 이 불경한 자는 기꺼이 무슨 명령이든 듣겠나이다!”
‘……뭐지? 드워프를 찾으러 왔더니, 웬 미친 광신도가? 아니, 이놈이 드워프지?’
엎드려 열렬히 소리치는 한 드워프의 앞에서, 유렌은 드물게도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그것은 유렌 혼자만이 아니었다.
“음~. 저희 혹시 지하에 있는 광신도 단체에 잘못 들어온 것 아닌가요~?”
「어머! 그, 그런가요? 그럼 당장 나가야……!」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수. 대장, 탑주님. 이 땅속에 살면서 저렇게 작고, 수염이 잔뜩 난 게 드워프가 아니면 뭐겠수?”
“옛이야기에서 듣던 드워프치곤 수염이 좀 적어 보이긴 함다…….”
일행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유렌은 재빨리 머리를 식히고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땅의 보석은 훌륭하게 잘 작동했어.’
쿠르르릉-!
유렌은 건너온 통로가 다시 닫히는 것을 바라보다, 오른손에 쥐고 있는 땅의 보석으로 시선을 옮겼다.
조금 전까지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던 이 보석은, 지금은 평상시처럼 흔해 빠진 돌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렇다면.’
쿠르릉-
유렌이 보석에 다시 마력을 아주 살짝만 주입하자, 바위가 다시 열리려는 듯 몸을 떨었다.
‘좋아. 일단 다시 나가는 건 문제없고.’
유렌은 보석을 차원의 저편에 집어넣은 다음, 여전히 엎드리고 있는 드워프를 바라보았다.
잘 살펴보니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얼굴은 멍투성이에 부어올라 있었고, 몸 이곳저곳도 비슷한 상태였다.
아마 누군가에게 호되게 얻어맞은 듯했는데, 심각한 중상까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둘 가벼운 상처도 아니었다.
파앗-
유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력을 따스한 빛으로 바꿔 엎드린 드워프의 몸으로 옮겼다.
4레벨로 올라간 유렌이 쓰는 치료 마법은, 그의 상처를 순식간에 치료해나갔다.
“어……어?!”
생전 처음 겪어보는 따스한 빛 – 치료 마법에, 매키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도의 손에서 따스한 빛이 나오더니, 자신에게 들어와 몸의 아픔과 상처들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아. 이게 기적이란 거구나!’
드워프에게 마법이란,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쓰는 땅과 광물들을 주무르는 것에 국한됐다.
그 외의 마법은 본적도, 아니 존재조차 모르던 그에겐 이 따스함은 분명 기적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사도님! 이 미천한 자의 몸에……!”
“그건 됐고. 너, 이름이 뭐지?”
“예, 옙! 매키넨이라고 합니다!”
매키넨은 자신이 사도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에 감동해 몸을 떨며 대답했다.
조금 전까진 만남 자체에 감동한 것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자신을 구해준’ 사도에게 감격해있었다.
‘좋아.’
유렌은 미소를 지으며, 매키넨이라는 드워프에게 입을 열었다.
“내가 묻는 모든 말에 솔직하게, 그리고 자세히 대답해라. 알겠지?”
“예! 예! 사도님! 당연히 그래야죠! 무슨 말이든, 물어만 주세요!”
“좋아, 그럼 처음은…….”
어디에 가든 제일 중요한 것은, 일단 정보다.
유렌은 이 광신도에게 생생한 정보들을 낚아 올리기 시작했다.
목표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말이다.
* *
수 시간 후.
들을 정보는 모두 들은 유렌 일행은, 매키넨을 앞세워 드워프의 마을로 향하기 시작했다.
「저 드워프도 참 불쌍한 삶을 살아왔네요.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신의 목소리란, 그저 자신의 정신을 방어하기 위한 기재겠죠?」
아메리아는 앞에서 깡충깡충 신나 뛰어가는 매키넨을 보며, 강한 동정심을 느꼈다.
자신의 감금 생활의 악몽이 투영되어 보인 것이다.
“저건 그냥 미친 거죠~!”
그 감정은 셀레나의 한 마디에 깨져버렸지만.
「…….」
“대장이 미쳤다고 하니 어째 실감이 팍팍 나우.”
“응~? 페닌, 요새 많이 용감해졌다~?”
다른 일행들이 투닥투닥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레이칸은 지상과 다른 주변 환경을 살펴보고 있었다.
“지하지만 생각보다 넓어서 다행임다. 전 제가 끼어서 못 움직이지 않을까 걱정했었슴다.”
레이칸의 말대로, 드워프들이 사는 이 지하 구역은 단순한 지하 동굴이라기엔 굉장히 넓었다.
지금 지나가는 이 통로도, 폭이 수십 미터에 높이 또한 20m는 가뿐히 넘어 보였으니까.
“드워프들은 흙과 광물을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하니까. 지하를 넓히는 것 정도야 우스운 일들이겠지.”
“하지만 그런 것치곤 마무리가 좀 어설프긴 함다.”
“흠. 확실히 그렇군.”
유렌은 레이칸이 가리킨, 엉성한 통로의 마무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매키넨의 말론, 게을러지거나 무기력에 빠진 드워프가 많이 늘었다던데.
역시 그 때문인가?
‘이거, 생각보다 쓸모 있는 자들은 적을 수도 있겠는데?’
계획을 수정해야 하나 고민하던 유렌의 귀에, 매키넨이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도님-! 이쪽입니다! 이쪽! 수는 몇 안 되지만, 제가 적게나마 신님을 전파한 곳이죠!”
그가 가리킨 곳은, 바로 돌로 만들어진 드워프의 마을.
마을의 크기는 그렇게까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여기가 지하라는 것을 생각하면 놀랄 수밖에 없는 규모였다.
지하 구역 속에서 백 채 이상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커다란 공동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저절로 감탄을 불러오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으아아악-! 사, 살려줘!”
“거, 거대 동굴 웜이야! 모두 도망쳐-!”
……마을을 습격하고 있는, 거대한 두 마리의 벌레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뜻밖의 상황에 잠시 굳어있는 유렌 일행을 두고, 매키넨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으음? 저거, 혹시 사도님들이 불러내신 겁니까?”
유렌은 곧바로 스태프를 꺼내며 재빠르게 일행들에게 지시를 시작했다.
일단 건질 건 건져야지.
“모두, 전투 준비다. 나와 페닌은 왼쪽 놈을 맡을 테니, 셀레나와 레이칸은 오른쪽을 놈을 맡아라. 그리고 아메리아는 언령으로 드워프들을 구해주십시오.”
“옙!”
“아하하~! 이거 재밌네~!”
「알겠습니다! 다행히 아직 시체는 없는 것 같네요!」
돌집이 무너지는 소리와 드워프들의 비명.일행은 혼란한 마을로 뛰어 들어갔다.
* *
“이런 우라질! 저 망할 놈의 벌레 새끼들은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드워프 마을의 촌장. 비르타넨은 평소의 자랑이던 풍부한 수염을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
평소엔 마을 주변 땅속에서 계속 쿨쿨 잠이나 자던 놈들이, 어떤 일인지 몰라도 저렇게 마을에서 발광하고 있었다.
젠장. 설마 아까 느꼈던 커다란 진동이, 딱 저놈들이 자는 곳에서 일어난 것이었나?
“크으……윽! 이놈들!”
비르타넨은 자신이 젊을 때 쓰던 무구를 착용하고 나왔지만, 이미 늙어버린 몸뚱이론 무거워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다.
땡그랑-
한때,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던 양손 망치도 마찬가지였다.
저걸 가볍게 자유자재로 휘둘렀던지 어언 200년.
이젠 들고 있기도 버거웠다,
“……젠장!”
비르타넨은 끝부분이 약간 녹슨 자신의 애병을 보며, 비참함에 휩싸였다.
“저런 벌레 새끼 두 마리에게…….”
저런 몸만 큰 벌레 두 마리를 수백 명의 드워프가 막지 못해, 마을이 파괴되고 있었다.
분명 저놈들은 강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손도 못 댈 상대는 아니었다.
정예 드워프 병사 1개 소대 정도로, 어떻게든 잡을 수 있는 놈들이었다.
하지만 요 수십여 년. 드워프들은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체화된 것이다.
바로, 드워프면서 애병 하나 관리 못 한 자신처럼.
꿰에에에엑-!
그 소리를 듣기라도 했는지, 20m가 넘는 거대한 벌레가 그를 향해 징그러운 입을 쩍- 하고 벌리며 돌진했다.
크고 날카로운 이빨 중 하나가 막 그에게 닿으려는 그 순간.
“꺼져.”
빠가아악-!
단단한 게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벌레의 머리가 90도 휘어져 빈 돌집에 직격했다.
무언가 강렬한 일격이, 벌레의 옆머리에 직격 한 것이다.
꿰에에에에엑-!!
분노한 벌레가 몸을 꿈틀거리며 잔해를 치우고 일어서려고 할 그때.
“인……간?!”
비르타넨은 자신을 도와준 사람의 정체를 보고 입을 쩌억 벌렸다.
자신들 드워프보다 훌쩍 신장이 큰, 적갈색 머리의 인간.
로브로도 숨길 수 없는 그의 체격은, 누가 봐도 잘 단련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탄탄했다.
“응?……잠깐.”
비르타넨은 어딘가 위화감을 느끼고, 그를 다시 보았다.
인간은 거의 200년 만이니, 자신이 헷갈릴 수도 있었다.
두 손에는 단단하게 쥔 스태프와, 약간 은빛이 반짝이는 것 같은 푸른색 로브.
“……마법사?!”
“그래. 마법사다. 물러서라.”
그 마법사는, 곧 발에 마력을 모으더니, 팡- 이라는 작은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벌레의 앞으로 이동.
반투명한 망치가 달린 스태프로, 그대로 놈의 머리를 다시 한 번 후려쳤다.
빠카아아앙-!!
끄에에에엑-?!
이번엔 벌레도 타격이 컸는지, 입에 거품을 물며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마법사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다시 그 빠른 이동으로 벌레에게 파고 들어갔다.
“……저게 어디가 마법사야?”
200년 전의 기억이라 자세하진 않지만, 저 이동기는 분명 인간 기사의 기술 중 하나인…… 그래, 돌격인가 뭔가 하는 것이었다.
아니, 근데 저러면 마법사가 아니잖아.
대체 요 200여 년간. 지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혼란스러워하던 그에게, 뒤쪽에서 다른 큰 소리가 들려왔다.
“흐으업-!!”
그것은 바로, 거대한 인간 기사가 내는 소리였다.
온몸을 두꺼운 철갑으로 둘러싼. 거대한 그 기사는 굉장했다.
마치 통나무와 같은 굵기의 스태프를 휘둘러 벌레의 다리를 하나하나 박살 내고 있던 것이다.
꿰에에에엑-!
“아하하하하~!”
그 벌레가 탈출하려고 하면, 웬 미친 듯이 웃는 여마법사가 각종 마법으로 벌레를 묶어놓았다.
‘정말 훌륭한 전사와 마법사의 연계로군!’
잠시 상황도 잊어버리고 오래전의 추억에 빠져있던 비르타넨은, 뭔가 이상한 것을 보았다.
“흡-!”
무려 그 철갑을 입은 기사가, 마법을 쓰더니 공중을 미끄러지듯 걷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
기사가…… 마법을?
다시 한 번 상식이 깨져 멍해진 비르타넨의 눈에, 또 이상한 광경이 들어왔다.
“흡! 흡!”
바로 기사가 공중에 실드를 치더니, 그것을 밟고 위로 뛰어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스터께 배웠슴다! 음하하핫-! 어엇?!”
빠직-
그리고, 밟던 실드가 박살 나 그대로 땅으로 추락했다.
쿠우웅-!
“…….”
“아하하하~! 그렇게 무거우니까 그렇지~!”
걱정 따윈 하지도 않고, 이번엔 자신이 벌레를 박살내는 검은 머리의 여마법사.
“끄으응. 실드를 좀 더 튼튼하게 만들 걸 그랬슴다.”
그리고 꽤 높은 높이에서 떨어졌음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갑옷의 기사…… 아니 마법사?
기사인지 마법사인지 대체 모를 그들이 벌레를 끝장내고 있었다.
“대체, 지상에선 무슨 일이……?”
비르타넨은 혼란에 빠진 채, 그저 그 말만은 계속 중얼거렸다.
* *
【돌들이여. 드워프를 피해 떠올라라.】
아메리아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곧 거대한 마력이 돌 잔해에 쏟아져 들어갔다.
그러자 그 돌 잔해들은, 깔린 드워프들을 피해 쏙쏙 공중으로 떠올라왔다.
“오오! 이거 굉장하군! 우리들은 기껏 돌을 빨리 치울 뿐인데 말이야!”
“전부 살아있어! 빨리 옮겨서 치료해!”
「잠시만요.」
아메리아는 드워프들의 머릿속으로 메시지를 보낸 다음,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들의 상처를 치료하라】
파아앗-!
밝고 따스한 빛이 퍼지며, 잔해해 깔려 있던 세 드워프의 상처가 순식간에 나았다.
“오……오!”
“이, 이건 정말…… 대단하군!”
「자. 이걸로 전부인가요?」
“예, 예!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메리아가 감사의 인사를 받는 동안, 벌레를 둘 다 해치운 유렌의 나머지 일행들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수고했습니다. 위저드 아메리아.”
「유렌님! 그리고, 다른 분들도. 역시 대단해요.」
“다, 당신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벌레를 해치운 유렌 역시 감사의 인사를 받았지만, 드워프들의 눈에서 공포와 두려움이 조금 섞여 있는 것을 눈치챘다.
‘……정말 적혀있던 기록과는 다르군.’
종족 전체가 호탕하고 자부심이 넘치는, 천부적인 장인과 전사.
그것이 바로 인간의 기록 속에 남아있던 드워프였지만, 이들은 달랐다.
아무리 갑작스러운 습격이었어도, 그 벌레에게 덤비는 전사는 몇 명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조금 전 무너진 잔해에서 사람들을 꺼내려 할 때도,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은 오히려 소수였다.
‘200년 전에 지하에 왔다고 했지? 그 시간 동안 푹 썩어버린 모양이군.’
유렌은 고개를 돌려, 몇몇 드워프에게 열정적으로 외치고 있는 매키넨에게 눈을 돌렸다.
“내가 평소에 말했지?! 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고! 저분들은 바로 그 신의 사도들이셔!”
그는 자신들이 마을을 돕는 선택을 한순간, 재빨리 몇몇 사람들을 모아 그들을 돕고 나섰다.
그리고, 이젠 그들에게 열정적으로 그들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약간 어긋난 방향이긴 한 것 같지만.
“살짝 이상하긴 해도~ 저런 싱싱한 것이 푹 썩어버린 것들보단 낫지 않겠어요~?”
셀레나가 유렌의 옆으로 다가와 주위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녀도 저런 열정이라곤 팔아버린 드워프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그때, 몸에 맞지 않은 갑옷을 입은 늙은 드워프가 뒤뚱뒤뚱 유렌에게 다가왔다.
“모, 모두를 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간분들. 제가 이 마을의 촌장, 비르타넨입니다.”
그는 유렌의 뒤쪽에서 떠들고 있는 매키넨을 못마땅한 눈으로 노려보더니, 곧 유렌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비록 숨어 사는 가난한 마을이라 재물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게나마 은인분들께 답례를…….”
“아니, 그건 필요 없다.”
유렌은 무뚝뚝하게 촌장의 말을 끊었다.
촌장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곧 화색이 되어 고개를 굽실굽실 숙였다.
“그거 감사드립니다! 저희의 사정까지 보아주시니 이 어찌…….”
“아니, 그게 아니야. 우린 너희의 은인이 아니다. 단지, 빚을 받으러 온 빚쟁이일 뿐이지.”
촤악-
유렌은 하이아킨에게 받은 차용증들을 활짝 피며,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현 금화로 변환 시. 라이네 23개. 코스키넨 31개, 코로호넨 18개.”
돈을 빌린 드워프들의 이름과 액수들이 줄줄 나오자, 촌장과 주위에 모인 드워프들의 안색이 변해갔다.
“그, 그건! 그 돈 귀신놈의!”
“아. 너도 있군. 비르타넨, 금화 96개. 네가 제일 많이 빌렸군. 너, 그때도 촌장이었나?”
“……그, 그건 무효입니다! 어떻게 그걸 얻으셨는지 모르지만, 놈은 터무니없는 폭리를 취해서 마을을 전부 집어삼키려 했습니다! 그래서 쫓아냈……!”
“연간 금리 18%가 말이냐?”
유렌은 어처구니없어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오히려 개인이 빌려준 금리치곤 낮지. 뭐, 여기선 높다고 치자. 하지만 너. 빌릴 때 그걸 몰랐나?”
“……큭.”
“전부 알고서 빌려놓고, 갚을 때는 비싸다고 쫓아내? 하핫. 그것 참, 끝내주는군.”
유렌이 가볍게 손짓하자, 곧 그것을 지켜보던 두 사람은 행동에 나섰다.
쿠우웅-!
먼저, 엄청난 무게가 담긴 레이칸의 굵은 스태프가 바닥을 강타하자, 마치 작은 지진처럼 조금씩 주위가 진동했다.
“으흠~!”
그리고, 고개를 들자 커다란 불덩이 십여 개가 공중에 화르륵 불타오르고 있었다.
“히익!”
“꺄아아악-!”
“가, 갚겠습니다! 전부 갚겠습니다!”
방금 전 마을을 통째로 흔들었던 두 벌레를 가볍게 처치한 이 일행들의 무력이, 촌장을 재빠르게 움직이게 했다.
“그, 그래도 금화 수백 개 어치를 한꺼번에 준비할 돈은 없습니다, 그러니…….”
“응? 그게 무슨 소리냐.”
“예?”
유렌은 말길을 못 알아먹는 촌장에게, 차용증을 다시 내밀었다.
“18%라고. 연이자가 18%. 너희들에게 쫓겨난 56년 전 계약으로 말이지. 그렇다면, 지금은 그 이자는 과연 얼마일까?”
“……!!”
순간, 촌장의 얼굴과 근처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드워프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아. 추가로 이자를 납부하지 않을 시 이자가 5% 추가 된다는 조항도 있었네. 이것도 56년 치. 자. 계산해봐라. 모두 얼마인지.”
“어……으……어……”
유렌은 주위를 둘러보며, 씨익 웃었다.
그래, 이왕 온 거 모두 받아 갈 것이다.
이 썩어가는 마을에 몇 안 남은 귀한 물건들과, 몇 안 남은 드워프의 인재들.
그것을 몽땅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