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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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45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45화 쌓아 올리는 것들 (5)
베르헨 평의회 본부 건물.
마력 분석실.
“일단 레벨 상승은 확실하군. 아니, 그것보다…….”
녹색 로브를 입은 거한의 위저드는, 한 마법사의 마력 측정 서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한 번의 레벨 상승으로, 이렇게나 마력이 높게 뛸 수가 있나?’
일단 마법사가 레벨 상승을 하게 되면, 평의회에 와서 간단한 측정을 받아야만 했다.
거짓으로 끝의 빛을 보았니, 나는 성장했니, 하는 바보들이 있어 그들을 쳐내기 위해 만들어진 의무였다.
‘이게 대체 몇 배나 뛴 거지? 4배? 5배? 보통은 많아 봐야 3배 이하 아니었던가?’
그런 와중, 담당자인 위저드는 괴상하리만큼 큰 수치가 기록된 측정 결과를 발견한 것이다.
이제 막 4레벨로 넘어간 한 마법사의 서류를 살펴보던 위저드는, 그 이름에 눈을 돌렸다.
‘어디 보자. 이름이…… 유렌 슈나이더? 잠깐. 이 녀석은 분명 얼마 전, 창립 회의에서!’
녹색 로브의 위저드 – 야드한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래, 얼마 전 새 마탑의 창립 회의에서, 신체 강화마법 관련으로 한 질문에 답해 주었던 메이지였다.
‘단순히 세력을 잘 끌어온 것만이 아니라, 본인의 능력도 있었군. 역시, 툰드라가 칭찬할 만해.’
그에 대해 호기심이 좀 더 생긴 야드한은, 유렌의 관련 서류를 더 뒤져보았다.
분명 레벨 상승이 됐으니, 3위계 메이지였던 그도 이젠 4위계. 세이지로 승급하려고 할 터.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업적’이 필요했다.
물론, 예전에 유렌이 강등당할 뻔한 것을 막아준 업적과는 달랐다.
그건 강등이란 초유의 상황을 막아내기 위해 확실한 업적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니까.
‘어디, 다른 이들처럼 아카데미의 임시 강사를 하거나, 실험의 도우미나 하려나?’
레벨 상승이란 확실한 증표가 있다면, 기껏 2~3개월 정도의 자잘한 봉사 활동으로 위계를 올려주는 게 보통이었다.
사실, 이건 그냥 올려주는 것보다 어떻게든 인력을 써먹으려는 평의회의 꼼수이긴 했지만.
“……어?”
그리고 유렌이 낸 신청서를 본 야드한의 두 눈이 휘둥그레하게 커졌다.
‘내가, 벌써 노안이 올 나이였나?’
잠시 후, 두 눈을 쓱쓱 비비고 다시 보았지만, 그가 본 글자는 그대로였다.
“이봐.”
“옙! 무슨 일이십니까.”
그래서 지나가던 한 메이지를 불러서 그에게 그 신청서를 보였다.
“이것 좀 읽어보게. 내가 잘못 본건 아니겠지?”
“이건, 업적 획득의 계획 신청서? 호. 드물게도 탐사를 가셨네요, ……어엉?!”
불려온 메이지 역시, 유렌의 신청서를 보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이, 이건 혹시 잘못 쓰거나, 장난을 친 게 아닐까요?”
“레벨 상승 후, 위계를 올리려는 업적 신청서에서 말인가?”
“그렇다면, 이건 웬?!”
“글쎄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단순히 위계 상승용 업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겠지…….”
야드한은 짧게 쓰인 유렌의 신청서를 다시 한 번 인상을 찌푸린 채 바라보았다.
-잊힌 종족인 드워프의 발견 및 조사.
짧지만 말도 안 되는 내용이 담긴, 그의 업적용 탐사 목표를 말이다.
* *
“자, 그럼 출발이다.”
“마차 없이 가는 장거리라니~. 마법사답고 좋네요~.”
“갈색 산맥의 끝부분이면…… 한 4, 5일쯤 걸리지 않겠슴까?”
「와아-! 하늘이 아주 맑고 파래요!」
“드워프! 세상에! 동화 속에서만 나왔던, 그 희귀한 종족! 꼭 찾고 싶수!”
유렌 일행은, 드워프를 찾으러 수도 베르헨을 나섰다.
일행은 모두 5명.
유렌과 아메리아. 셀레나와 레이칸. 그리고 페닌이었다.
사실 유렌의 초기 계획은, 셀레나와 둘이서 가는 것이었다.
전투가 벌어질 시, 가장 익숙하고 그를 잘 따라올 수 있는 인물은 그녀였으니까.
「세이지 셀레나랑 둘이서 가실 예정이라고요? ……음, 저, 저도 함께 가면 안 될까요?」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메리아의 참가 희망이 있었다.
‘……뭐 괜찮겠지. 이래봬도 위저드에, 언령 사용자니. 게다가 나 없이는 강제로 훈련을 시킬 사람도 없으니, 같이 데려가는 것도 괜찮겠어.’
유렌은 빠르게 생각을 마치고선,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같이 가시죠.”
「고, 고마워요! 유렌님!」
쿠웅-
기뻐하는 그녀의 뒤로,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바로, ‘레드 라이트닝’에서 보내준 완성 된 갑옷을 입은 레이칸이었다.
“저도 같이 하겠슴다! 이 갑옷이, 얼마나 대단한지 밖에서 실험해보고 싶슴다!”
“밖에서 돌아다니려면 무거울 텐데……. 아냐, 내가 헛소리를 했군. 너한텐 의미가 없는데 말이야. 좋아. 가자, 레이칸.”
“감사함다!”
“유, 유렌 대장! 잡일꾼 하나 필요하지 않수?”
거기에, 웬일인지 몰라도 드워프에 대한 환상이 있던 페닌까지.
다섯 명은, ‘에어 워크’를 이용. 빠르게 베르헨을 벗어났다.
“죄, 죄송함다! 저만 좀 느린 것 같슴다!”
물론, 문제가 아예 없진 않았다.
아직 유일한 3레벨에, 무게가 훨씬 무거운 레이칸은, 아무래도 다른 네 명만큼의 속도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일행엔 그녀의 존재가 있었다.
【그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만능이라 불리는, 언령의 사용자가 말이다.
아메리아의 청량한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마력이 레이칸의 몸에 침투했다.
“이, 이거 대단함다! 왠지 몰라도, 더 발이 슉슉 나감다! 감사함다! 탑주님!”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아메리아는 레이칸에게 싱긋 웃어주곤, 자신의 몸이 평상시보다 훨씬 가볍다는 것을 인식했다.
이동을 위해, 항상 무겁게 차오던 도구들의 무게를 일시적으로 없앤 덕이었다.
「저, 유렌님…….」
그래서, 조금 날고 싶었다.
아메리아의 요청에 유렌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 몸이 공중에서 움직이게 하라.】
슈우욱-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메리아의 몸은 두둥실 떠서 공중 30m 정도까지 빠르게 올라갔다.
「와아-! 이게 얼마 만에 나는 하늘인지!」
아메리아는 얼굴에 부딪히는 신선한 공기와 맑은 햇빛, 그리고 푸른 하늘을 보며 즐거워했다.
감금당하던 시절.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날던 예전이 그 얼마나 그리웠던가.
아메리아는 밑에 사람들을 추월하지 않을 정도로 느긋하게, 하늘을 나아갔다.
“정말, 언령 마법이 대단하긴 하우. 아무리 위저드라고 해도, 저렇게 하늘을 날기란 쉽지 않은데 말이요.”
벌써 베르헨을 떠난 지 2시간째.
아직도 하늘에서 쌩쌩하게 날아다니는 아메리아를 보며, 페닌이 감탄했다.
하늘을 빠르게 나는 비행 마법은, 효율이 나빠 마력을 쭉쭉 빨리는 상급 마법.
5위계인 위저드라도, 그리 쉽게, 더구나 오래는 쓰기 힘든 마법이다.
하지만 그것을 언령으로 해결해버린 아메리아는, 큰 마력 소모 없이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물론 원래의 비행 마법보다 속도는 느린 편이었지만, ‘에어 워크’로 가야 하는 다른 일행들과 속도를 맞춰야 하니 지금은 단점이 되진 않았다.
“맞아~. 언령이 정말 대단하긴 하지~. 비록 대가가 크다지만, 그 이상으로 저렇게 편리한 마법이니~.”
그 말에 셀레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다가, 문득 레이칸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레이칸~. 정말 그거 안 무거워~? 지금 우리는 몸을 가볍게 하고 달리는데, 너 혼자 30kg이 넘는 갑옷을 입고 있잖아~. 마법으로 무게를 안 늘려도 기본적으로도 엄청 무거울 텐데~.”
“괜찮슴다! 전 이 정도는 하나도 힘이 안 듬다! 속도만 문제였는데, 그것도 해결이 다 되지 않았슴까!”
“……그, 그래. 정말 대단하네~.”
에어 워크로, 땅 위 50cm 정도의 공중을 걸어가는 다른 일행들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흠. 슬슬, 시간인가.’
유렌은 하늘 높이 떠 있는 해를 보곤, 소리쳐 위에 있는 아메리아를 불렀다.
“위저드 아메리아! 내려오십시오! 일단 여기서 식사를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메리아가 내려오는 동안, 페닌은 등에 멘 가벼운 짐을 뒤져 건빵과 육포를 꺼내려 했다.
“그건 필요 없다.”
“예? 하지만, 유렌 대장은 따로 짐을 안 가져 왔잖…….”
“너 정말 바보구나~. 페닌~.”
슈우욱-
공간이 일그러지며,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들이 초원 한구석에 스르륵 나타났다.
“……아. 이런, 난 바보가 맞나 보우. 이걸 까먹다니 말이요.”
페닌이 자책을 하건 말건, 유렌은 음식을 꺼내기 시작했다.
공간을 비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테이크와 구운 닭. 그리고 달콤한 소스를 바른 오리 등을 테이블 위에 쑥쑥 꺼내놓았다.
“자. 베르헨의 인기 고기 요리집. ‘데스트롱’의 고기 요리들이다.”
“역시 유렌 대장님! 충성을 다하겠수!”
“와아~. 육포보단 수만 배는 낫네요~!”
“으하핫! 야외서 이렇게 먹을 수 있다니! 감격임다!”
셀레나와 페닌, 그리고 레이칸은 반색하며 고기에 달려들어, 행복한 얼굴로 깨물었다.
우물-
부드러운 고기를 깨물자, 딱 적절하게 익은 분홍색 단면이 드러났다.
그리고 속에 쏟아져 나온 고소하고 달콤한 육즙들이, 입안을 촉촉이 적시기 시작했다.
“음~!”
“와! 진짜 맛있수! 어떻게 이렇게, 막 조리 한 것 같은 맛이……!”
이미 고기 요리에 푹 빠진 그들은, 행복한 얼굴로 음식을 씹었다.
「저어, 죄송하지만 혹시 다른 것은…….」
하지만, 아직 고기엔 익숙지 못한 아메리아가 흠칫거리며, 유렌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고기가 섞이지 않은 요리는, 굳이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
「그, 그렇군요. 그렇다면 전 저 건빵이나…….」
“위저드 아메리아.”
「예?」
“한 번 드셔보시죠. 제 ‘디멘션 포켓’에 들어가는 물건들은, 들어감과 동시에 시간이 멈춰버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즉, 이제 막 요리한 직후의 음식들이란 소리죠. 아주 맛있을 겁니다.”
「음, 감사하긴 하지만…….」
“흠, 그렇군요. 특히 이것은 제가 당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인데, 아쉽게 됐네요.”
유렌은 굳이 억지로 먹이려 들지는 않고 물러났다.
훈련이라면 몰라도, 음식을 강요할 권리까지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지. 예민한 사람을 위해 준비한, 냄새가 안 나는 송아지 고기 요리는, 내가 먹어야…….’
「저, 절 위해 특별히요?」
하지만, 아메리아는 약간 다른 뜻으로 알아들었는지, 살짝 얼굴을 붉히다가 곧 접시를 받아들었다.
「흐, 흠. 그렇다면, 먹어보도록 할게요.」
쓰윽-
아메리아는 너무나 쉽게 잘리는 송아지 고기를 약간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 그대로 입에 집어넣었다.
냠냠.
“……!!”
아메리아의 두 눈이 커졌다.
그녀가 싫어하던, 고기 특유의 잡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게다가 그 부드러운 송아지 고기는, 농후하면서 깔끔한. 그야말로 모순된 맛만을 남긴 채, 목구멍으로 미끄러져 사라졌다.
【마, 맛있어!】
언령으로 나온 아메리아의 감탄사가, 초원 위로 은은히 퍼져갔다.
* *
여행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쉽고 쾌적하게 흘러갔다.
「마, 맛있네요!」
“이런 오리라면, 열 마리도 먹겠슴다!”
식사 때가 되면, 유명 음식점들에서 챙겨온 막 완성된 요리들이 공간 저편에서 나왔다.
“자, 그럼 40kg로 늘린다!”
“끄어어어-!”
“후우. 후우~!”
「10, 10분은 벌써 지나지 않았어요?!」
거기다, 매일 저녁엔 가벼운(?) 훈련만을 마친 후,
쿠우웅-!
“……이젠 놀라서 말도 안 나오우.”
“세상에~. 이층집을 통째로~!”
“오오! 안에 침대들이 많슴다!”
「이렇게 편안한 여행은 처음이에요! ……훈련만 빼고요.」
유렌이 적당히 평평하고 넓은 장소를 골라, 가구가 가득 차 있는 이층집을 꺼냈다.
커다란 방 4개와 부드러운 침대 8개가 들어있는 이 집은, 5명이 편히 쉬기엔 너무나도 충분한 공간이었다.
그렇게 갈색 산맥을 향해 나아가길 4일.
유렌 일행은, 하이아킨이 일러준 장소에 도착했다.
* *
뻐억-!
“이런 멍청한 놈이! 또, 또 마을 한복판에서 헛소리를 하고 자빠졌어! 뭐?! 신의 목소리가 들려와?!”
“정말 답도 없는 놈이군! 하긴, 애비가 그러니까 아들도 이 모양이지!”
빠악-!
갈색 산맥의 어느 지하 속.
구석구석에 야광석이 박혀있는, 지하치곤 제법 밝고 널찍한 곳.
그곳에서 화가 잔뜩 난 두 드워프가, 그들보다 작은 덩치의 한 드워프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처음엔 잠깐 저항도 해보려 한 작은 드워프였지만, 곧 더 커다란 두 드워프의 몰매에 힘없이 두들겨 맞기만 했다.
10여 분 후.
분이 풀린 건지, 아니면 때리다 지친 것인지 두 드워프는 욕설을 내뱉고는 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퉷-! 수염도 듬성듬성 난 멍청한 놈 같으니!”
“네놈의 그 물렁한 망치는, 어떠한 것도 만들지 못해!”
드워프들 사이에선 최대의 욕을 들은 그였지만, 워낙 심하게 얻어맞았는지 고개만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10여 분 후.
작은 드워프는 이제야 겨우 조금 회복이 되었는지, 벌렁 드러누운 채 천장에 박힌 야광석을 보며 중얼거렸다.
“멍청한…… 놈들. 저러니까 신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거야.”
입가에 피를 닦으며 낄낄 웃는 드워프의 이름은 매키넨.
올해로 딱 55살로, 젊다 못해 어린 축에 속하는 드워프였다.
“신을 믿고 속죄하면…… 언젠간 여기서 나갈 수 있는데 말이야.”
드워프들이 엘프와의 전쟁에서 패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00여 년 전.
전쟁에서 소수만이 간신히 살아남은 드워프들은, 부족 단위로 갈라져 지하 곳곳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이곳. 그나마 인간들과 제일 가까운 갈색 산맥 끝부분에 숨은 이 부족에서, 매키넨은 미움받으며 성장해왔다.
-애비가 수염도 없는 새끼!
-흥! 그뿐이면 다행이지. 마을의 망치를 다 빼앗으려고 한 사기꾼이었다고!
어머니는, 겨우 10살 때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쫓겨난, 이 부족의 공적이었다.
덕택에 언제나 미움받아왔고 언제나 얻어맞아 왔다.
그래서일까? 그에겐 이미 어릴 적부터, ‘신의 음성’이 들려왔었다.
<내 소리가 들리나요? 불쌍한 매키넨.>
“누, 누구시죠?”
<저는 신입니다. 불쌍한 당신을 도와주러 왔지요.>
처음에는 여자의 목소리로 들렸던 신의 목소리는, 곧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다양한 목소리로 바뀌어가며 그를 위로했다.
“커억…….”
<불쌍한 매키넨이여. 기죽지 말아라.>
“신……님? 오늘은 목소리가 다르네요. 헤헷.”
<항상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라. 그러면 언젠간 너도 밖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참 좋겠네요…….”
‘신’이 말하는 바깥. 그것만이 매키넨의 희망이었다.
어둡고, 좁고, 미움받고. 발전이 정지 되어 있는 이 지하는 그에겐 지옥이었으니까.
그렇게 약 30여 년.
매키넨은 어떻게든 신의 뜻을 전해, 밖을 갈망하는 신도를 조금씩 늘려갔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에 대한 탄압은 더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나간다……라.”
매키넨은 천장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신’에게 나갈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지 어언 30년.
강철 같던 그의 신앙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다. 넌 나갈 수 있다. 불쌍한 매키넨.>
“그게 대체 언제인데요. 신님…….”
매키넨은 돌아오지 않을 대답을 중얼거렸다.
그의 신은, 언제라는 대답에만 침묵하니까.
쿠르르릉-!
하지만 바로, 그때.
매키넨의 눈앞에서, 바윗덩어리들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 커다란 바위들이, 서로 몸을 비켜가며 커다란 통로를 만들어냈다.
“어……어어?!”
매키넨이 입을 쩍 벌리는 사이, 그 통로의 건너편에선 누군가가 다가왔다.
“다, 당신들은……!”
그들의 모습을 본 매키넨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바닥에 처박았다.
“시, 신의 사도들!”
그가 평생 보지 못했던, 거대한 남녀들이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상상도 못 할 거대한 철판을 입은 사도와, 금을 머리에 바른 듯한 아름다운 여사도.
그리고 가장 앞에 선, 적갈색 머리의 강렬한 눈빛의 사도까지.
뒤에도 더 있었지만,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이, 더러운 지하에 잘 오셨습니다! 부디, 부디! 저를, 저희를 이끌어 주시옵소서-!”
매키넨은 처절한 목소리로, 사도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건, 뭐죠~?’
「시, 신이라는데요?」
‘……혹시 드워프 종족들은 죄다 정신이 나가 있나?’
황당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도들’의 얼굴은 보지 못한 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