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7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7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7화 세상의 이치 (1)
방실 방실-
아메리아는 발코니로 나온 후. 5분 정도 멍하니 밤하늘의 달과 별을 지켜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빛이 없는 실내와는 다른, 무언가가 반짝이는 어두운 밤하늘.
원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풀과 나무의 내음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아련하게 느껴지는 폭음의 향……어?
어쨌든, 드디어 다시 찾은 자유였다.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한 것들이, 이렇게 감격적으로 느껴질 줄은 몰랐네요.」
“……?!”
“이건?”
“메시지 마법? 그것도 복수의 대상에게?”
머릿속으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녀를 지켜보던 모두가 놀랐다.
메시지 마법.
본래는 장거리 통신용으로 개발된 마법으로, 특수 수정구나 패밀리어 등을 이용해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마법.
그런데 지금 그녀는 별 매개체도 없이, 그대로 자신의 생각을 남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닌 가까이 있는 일행들 모두에게.
“혹시, 언령 마법 때문에, 이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맞아요. ……그보다, 그게 언령이었다는 걸 눈치채시다니. 놀랍네요. 보통은 설명하기 전까진 잘 모르던데.」
그야 전장에서 언령에 지독하게 당해 본 적이 있으니까.
“……세상에! 아까 그게 언령 마법이었다니! 아무리 위저드라지만, 그중에서도 저건 정말 특이한 케이스군.”
“그렇게 특이합니까? 그 언령이라는 마법이?”
“맞수. 나도 이제 겨우 2명째 보는 거요. 그만큼 희귀하우.”
“허어. 그렇습니까?”
실행부대원 중 한 명인 안토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집사에게 말했다.
“정말 범용성에선 따라갈 수 없는 마법이지. 말하는 언어에 마력을 담는 것이니까. 다만 그 때문에 말을 함부로 못 하는 게 단점이야. 언령이라는건, 자기 자신까지 무조건 엮이게 되어있으니.”
과연, 그래서 마법이 풀려난 지금도 저렇게 다른 수를 써서 전하는 것인가.
노집사는 새로 알게 된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유렌과 아메리아는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계약에 대한 설명부터 좀 들으십시오.”
「방금 전했잖아요. 그런 거야, 먹고 살 금액만 있으면 상관없다고. 그저, 절 그 망할 백작처럼 가두지만 않으면 상관없어요.」
“물론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럼 된 거죠. 절 위해 많은 금화를 쓰셨는데, 저도 어느 정도는 감수하겠어요.」
“…….”
유렌은 머리를 거칠게 헝클였다.
너무나 순진한, 순진해 빠진 생각이었다.
‘……아냐. 보이는 대로만 생각하지 말자. 아무리 그래도 위저드이고, 속아서 감금되었던 직후야. 그렇다면…….’
유렌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자신을 보고 있는 아메리아에게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럼 짧게 말하죠. 다른 마탑주들이 받는 수준의 금액과 지원을 할 것입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그저 탑주의 실권은 저희의 의중대로 행사하는 것. 그것만 지키면 뭘 하시든 상관없습니다. 그 모두 이 계약서에 적혀있으니 언제든 보셔도 됩니다.”
유렌이 계약서를 건너자, 아메리아는 안도감과 의문이 섞인 푸른 눈으로 유렌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 조건이 다라고요?」
“그렇습니다. 물론 사소한 몇몇 개는 있지만, 당신에게 해가 가는 것은 없습니다. 만약 의심이 가면, 언령으로 확인해도 좋습니다.”
【이말에 거짓이 있는가 밝혀라.】
그녀의 청량한 목소리가, 거대한 마력을 품고 계약서를 훑었다.
수 초 뒤. 계약서에서 희미한 파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이군요. 믿지 못해 마법을 써서, 죄송합니다.」
유렌은 머리를 꾸벅 숙여 사죄하는 아메리아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해합니다. 충분히 저희를 떠보실 수도 있죠. 그럼 통과입니까?”
「……! 네, 맞아요. 후후. 전부 알면서도 그러신 거군요. 저의 얇은 생각이 창피해지네요.」
아메리아는 창피한 듯 얼굴을 조금 붉히면서 유렌의 말을 인정했다.
조금 전까지의 그녀의 머릿속에선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과, 저 낯선 이들을 순순히 믿지 못한다는 생각이 동시에 부딪혔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계약에 속아 넘어가, 무려 3년 동안이나 감금된 그녀에게, 낯선 사람이 다시 계약서를 가져온다?
아무리 구해졌어도 마음 한구석에선 경계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다 읽었구나. 내가 그렇게 못 숨겼나? 아. 창피해!’
그래서 그녀는 은혜 갚기와 동시에, 상대방을 믿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일단 상대방의 내미는 계약을 무조건 동의한 후, 그것이 어느 정도 불리하더라도 감수할 생각이었다.
그것이 그녀가 갚는 은혜.
하지만 만약, 백작의 계약과 같이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설령 자신의 모든 것인 – 언령을 버리면서라도, 거기에서 벗어날 생각이었다.
이미 살짝이나마 자유의 냄새를 맡은 그녀에게 예전의 생활은, 이미 버틸 수 없는 지옥이 되었으니까.
물론, 이제 그것은 쓸데없는 과거의 걱정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스슥-
아메리아는 거침없이 계약서 밑단에 사인한 다음,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의 감사와 호의가 섞인 언령이, 커다란 마력을 타고 유렌에게 스며들었다.
유렌에게서 호의를 강제로 끌어내는 것이 아닌, 단지 그녀의 끝없는 감사와 호의를 그대로 전하는 언령.
유렌은 그것을 받고는, 살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저희의 마탑주.”
「예. 감사해요. 저를 구해주신 분.」
그녀의 이 메시지는 다른 복수의 이들이 아닌, 오로지 유렌에게만 전해졌다.
* *
노집사의 옛 친구의 방에서 ‘마지막 선물’을 챙긴 후 일행은 저택의 밖으로 나왔다.
“……고맙네. 친구.”
노집사는 친구가 마지막으로 준 선물에 매우 만족했다.
충분히 자신의 아내 – 수잔에게 보내는 최고의 부의라고 감히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긋지긋하네요. 빨리 가죠.」
잠시 저택을 지켜보던 아메리아가 메시지 마법으로 그렇게 전했을 때,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년 동안 좁은 방에 갇혀있었으면, 그 건물 자체에 악감정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니까.
“뭐, 그냥 가는 것도 좋지만, 한바탕 화려하게 해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유렌은 그렇게 말하곤, 희미하게 웃으며 저택을 바라보았다.
“……! 주, 주인님! 또 바위 언덕은, 바위 언덕은 안 됩니다!”
그때, 노집사가 섬뜩한 무언가를 느끼며 소리쳤다.
“그, 그렇수! 안되우!”
“맞아요. 큰일 납니다!”
그때 같은 장소에 있었던 두 실행부대원 – 페닌과 안토니도 식겁해 소리쳤다.
첫 번째 언덕 바위는, 그저 상상도 못 한 일이 ‘처음’ 일어난 덕에 묻힌 일이다.
그걸 지금 다시 한 번 반복하다간, 바로 꼬리가 잡힐 것이다.
그것도 저번 일과 합쳐져서.
“걱정 마.”
유렌은 회색 주머니를 잡더니, 곧 공간을 비틀어 무언가를 꺼냈다.
쿠웅- 쿠웅-
제법 육중한 소리와 함께 나온 것은, 유렌이 조금 전 정원에서 싹 쓸어버렸던 방범 마도구 몇 기였다.
우웅- 우웅-
마도구들은 다시 작동을 시작하려는지, 마력을 모으고 윙윙거리기 시작했다.
“위저드 아메리아.”
「예?」
방범 마도구를 이게 뭔가 하고 바라보고 있던 아메리아에게, 유렌이 말했다.
“이건 이곳 정원에 깔려있던 방범 마도구입니다. 침입자가 들어오면 이걸로 강한 화력의 폭파마법을 날려 상대를 말소했죠. 지금은 제가 다 철거한 상태지만.”
「…….」
아메리아의 고운 이마가 조금 구겨졌다.
자신을 감금한 곳의 방범 도구. 당연히 사람이라면 그것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유렌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어쨌든,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정원은 거의 완파 된 상태입니다. 이놈의 폭격이 아주 심해서였죠. 그렇다면…… 이놈도 그 피해로 인해 오작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겠죠?”
「……?」
“……! 과연, 주인님.”
아메리아 및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노집사는 유렌의 뜻을 알고 감탄을 터트렸다.
“이 마도구가, 오작동 때문에 엉뚱한 곳에 폭발 마법을 날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말인 겁니다. 저택이든 어디든요. 그럼 불행한 사고로만 처리되겠죠? 다행히 안엔 아무도 없으니 인명사고는 나지 않겠고.”
「……! 아하!」
아메리아는 유렌의 말에 감탄하며 그를 바라보다가, 곧 복수의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전기 공격 – 목표는 저택!】
청아하지만, 은은한 분노를 띤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 속에 담긴 마력은 어느새 마도구에 스르륵 들어갔다.
그리고,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아하하하! 아하하하!」
아메리아의 속이 조금이나마 풀어진 이 날 밤.
베이어른 백작가의 한 별장이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는 소식은, 조금씩 베르헨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
“당신, 정말 미쳤어요?!”
아메리아를 데리고 고급 호텔로 돌아온 유렌을 반긴 건,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5위계 위저드 – 툰드라였다.
평소엔 싸늘할 정도로 침착했던 그녀답지 않게, 그녀의 감정은 지금 거의 뒤집혀 있었다.
“이미 당신이 베이어른 백작가의 별장을 습격했다는 정보가 싹 퍼지고 있어요! 그나마 지금 백작 자신은 자리를 비운 것 같아 다행이지만, 그래도 그가 눈치채기까진 정말 금방일 거라고요!
당장 오늘 밤이 새면, 백작이 이를 갈면서 당신을 잡으러 올 거예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칫하다간 공주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아무리 비밀리지만, 이미 땅도 넘긴 상대였으니 왕자파에게 걸리면 조용히 끝나긴 힘들었다.
“대체, 대체 왜 그런 거죠?!”
툰드라는 지금 이 상황 자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습격 자체라면 이해가 갔다.
베이어른 백작가는, 왕자파의 중심 세력 중 하나. 자신들과 손을 잡은 이상, 결국 그들도 적 중 하나니까.
하지만, 그걸 이렇게 대놓고 한다고?
대체 왜? 분명 그는 머리가 좋고, 또 엄청난 정보력의 조직까지 뒤에 있었을 텐데.
“목격자가 있으면, 차라리 다 죽이던가! 하다못해 찾지 못하게 입을 막는 게 기본 아닌가요? 더구나 소문으론,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갔다던데, 설마 그렇게까지 한 건 아니겠죠?”
“맞습니다만.”
“으윽-.”
사아아악-
툰드라의 몸에서, 싸늘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감정이 격해져, 더는 억제하지 못한 것이다.
마법사들은 괜찮지만, 일반인인 노집사의 안색이 변해가려고 할 때-
【따뜻해져라.】
마력이 담긴 아메리아의 한 마디에, 방안은 순식간에 봄처럼 따스하게 변했다.
“……! 다, 당신. 지금 설마 언령을? 잠깐. 그렇다면 당신이 그 위저드 위계의…….”
툰드라는 자신을 실쭉 노려보는 아메리아를 보더니, 곧 빠르게 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베이어른 백작이 희귀한 계열의 위저드 한 명을 감금하고 있다는 소문은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럴 이유도 없었고, 또 얼마 가지 않아 묻혀버려, 그저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럼, 설마 저 위저드를 마탑주로 삼으러 정면에서 돌격했다는 소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그랬습니다만.”
“……으으으!”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려는 한기를 간신히 억누른 툰드라는, 목소리를 쥐어짜며 말했다.
“……네. 그래요! 뭐, 다 해버렸다고 치죠, 아예 그 별장까지 또 전부 다 박살냈다고 쳐요!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메이지 유렌?”
“오. 그것까지 벌써 퍼졌습니까?”
“네?”
“별장까지 싸그리 날려버린 거 말입니다.”
“아아아악-!”
더는 버티지 못한 툰드라의 한기가 그대로 폭발하려는 순간-.
유렌은 그녀의 어깨를 잡아, 뿜어져 나오는 마력을 강제로 분산시켰다.
슈우우우-
방 전체로 퍼지려던 툰드라의 차디찬 마력이, 그저 서늘한 한풍이 되어 천장 위로 고여 갔다.
“……!”
“죄송합니다. 돌아오는 반응이 좀 재미있다 보니.”
“다, 당신은!”
“뭐, 그렇게 걱정하실 필욘 없습니다.”
유렌은 차원 저편에서 왠 서류 뭉텅이들을 잔뜩 꺼내 툰드라에게 건네주었다.
“마침 직접 오셔서 잘됐군요. 평의회에 제출하려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따로 공주님께 전해주시고.”
“……뭐가 이리 많죠? ……어? 잠깐. 이 서류들은 설마……!”
아직 분노가 남아 있던 눈으로 서류를 보던 툰드라의 은색 눈에, 경악이 순식간에 자리 잡았다.
“저들이 저를 잡으러 오는 게 아닙니다.”
유렌은 그런 툰드라를 보며,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제가, 아니 저희가 그들을 공격하는 겁니다. 바로 지금부터요.”
지금부터, 결코 멈추지 않고 공세에 나서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