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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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8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6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6화 은혜와 원한은 확실히 (4)
콰앙-!
정원의 모든 것을 처리하고 저택 앞으로 다가간 유렌의 눈앞에서 저택의 큰 문이 거칠게 열렸다.
“이, 이 자식! 이게 무슨 짓이냐!”
그 속에선 다섯 명의 2~3레벨 마법사들이 우르르 나와, 거하게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참, 재빠른 등장들이었다.
“너희들은 용감한 건가, 아님, 무식한 건가?”
“뭐, 뭐야?!”
유렌은 한숨을 푹 쉬며, 발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힘써봐야 조금 전 포격의 반의반이나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나? 나도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고 싶지는 않으니, 빨리 꺼져라.”
훠이 훠이-
마치 지나가던 똥개를 내쫓는 것 같은 유렌의 모습에, 한 3레벨 메이지가 발끈해 소리쳤다.
“흥! 허세를! 어떻게 마도구에 손을 썼는지를 몰라도, 이렇게 굳이 우리를 말로 물러가게 하려는 건, 네놈도 멀쩡하진-!”
유렌은 굳이 더 말하지 않았다.
이번엔 에어 워크로 둥실 떠오른 다음, 발밑에 마력을 폭파시켜 ‘돌격’으로 순식간에 놈의 눈앞까지 다가간 것이다.
“언ㅈ……푸허억!”
언제 나타났냐고 말하고 싶었을까?
유렌이 가볍게 마력이 담긴 손을 휘두르자, 놈은 턱뼈가 부서지며 실이 끊긴 인형처럼 튕겨 나갔다.
“허억!”
“무, 무슨!”
그들 중 유일한 3레벨 메이지가 쓰러지자, 남은 마법사들의 사기도 순식간에 떨어졌다.
그들은 조금 전,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인 유렌을 떠올리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걔 안 죽였으니까 데리고 도망가라. 애초에 죽일 마음도 없다. 침입해 온 건 이쪽이니 원한이고 뭐고 없으니까. 자, 빨리 가라.”
“제, 젠장!”
유렌은 그들이 기절한 메이지를 마법으로 띄우며 도망가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았다.
이 이후 그들이 뭐라 떠들건 말건, 그건 알 바 아니었다. 이미 모든 계획은 짜여 있으니까.
저들 정도의 피라미들이 어떻게 움직여도, 이미 아무런 영향도 없다.
“……멍청이들!”
활짝 열어진 자택의 정문에, 주름으로 가득한 얼굴을 한 노인이 욕설을 내뱉으며 나타났다.
집사복을 입은 노인은, 헐레벌떡 도망가는 마법사들에게 저주를 내뱉었다.
“저런 도움도 안 되는 돈벌레 같은 것들! 주인의 은혜도 모르고!”
“네가 베이어른 백작가의 6집사. 켄돈인가?”
“……강도가 내 이름은 어찌 알고?”
유렌의 말에, 일그러져있던 6집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 *
“죽이려면 빨리 죽여라! 난 백작님께 해가 될만한 일은, 요만큼도 할 생각 없으니까!”
저택 1층의 어느 한 커다란 방.
유렌과 레이칸은 길길이 날뛰고 있는 6집사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뭐냐! 기묘한 수를 쓰더니, 이제 와서 겁이라도 먹은 거냐?! 날 죽여도, 곧 백작님이 너희를 찾아 처리해주실 것이다! 백작님이, 내 원수를 갚아주실 테니!”
6집사는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차라리 이 상황이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으론 안다.
자신이 여기서 그 어떻게 의리를 지키더라도, 백작에게 처리당하리라는 것을.
만약 혀로 저들을 잘 꾀어 전부 항복시킨다고 하더라도, 이미 파괴된 건물 일부와 정원의 책임을 자신에게 씌울 것이다.
이미, 일들은 벌어졌고 이곳의 책임자는 자신이다. 백작은 그것을 넘길 사람이 아니고.
‘그래, 차라리 잘 된 거야.’
이러면, 아무 생각 없이…….
“……차라리 잘 됐다 싶으십니까?”
“……!”
6집사의 숨이 턱 하고 막혔다.
그의 시선이, 방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오는 은빛 가면을 쓴, 몸집이 작은 노인에게 향했다.
“너, 너는!”
“오랜만입니다.”
노집사는 은빛 가면을 슬그머니 벗어, 자신의 옛 친구에게 얼굴을 보인 후 다시 가면을 썼다.
6집사는 잠시 주먹을 부르르 떨었지만, 곧 감정을 가라앉히며 옛 친구에게 물었다.
“……살아있었군. 그런데, 이젠 집사에서 강도의 공범으로 전직을 했나?”
“허허. 그 독설은 여전하군요. 강도는 아닙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새 주인님을 모시며 하는 일 중 하나일 뿐이죠.”
노집사의 시선이 유렌에게 향하자, 6집사의 눈이 다시 한 번 커졌다.
“……새 주인? 저 강도가?”
“그러니까, 강도는 아니십니다. 뭐, 오늘은 그걸 강하게 부정을 못 하겠습니다만.”
노집사는 잠깐 쓴웃음을 지었지만, 곧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와 6집사에게 말했다.
“강도에게 필사적으로 주인의 재산을 지키다 죽는다. 그것으로 당신은 겉으로나마 평생 충성을 다한 집사의 귀감으로 남을 수 있다……. 제가 생각한 이것이 맞습니까?”
“…….”
노집사의 말에 그의 옛 친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같은 세계에서 살아온 50년 지기는, 그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런 만큼, 더 잔혹할 수 있었고.
“정말로 지독한 회피군요.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걸, 당신도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설마, 네가 뭘 아냐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저도 충분히 불행한 일들을 겪었으니까요.”
노집사는 자신이 당한 일과, 그의 부인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 간단히 말했다.
“수, 수잔이 그렇게…….”
“저는, 복수할 겁니다.”
“……!”
6집사는, 좋은 뜻으로든 나쁜 뜻으로든 너무나도 집사에 충실했던 인간이었다.
자신을 버린 주인에게 이를 갈다가도, 결국은 ‘주인과 종’이라는 큰 틀을 끝내 깨진 못했다.
하지만, 이젠 달랐다.
“그 빌어먹을 집안의 피와 살을, 하나하나 씹어 먹을 것입니다! 메그넘! 그 저주받은 가문의 멸문! 그것이 지금 제가 주인님을 모시며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
노집사는 그렇게 전 주인에 대한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아내의 원수를 갚을 거라고.
배신한 주인을 용서 못 한다고.
자신에게 한 짓을 후회하게 만들 거라 말이다.
비슷한 나이, 비슷한 경력, 그리고 그 강도는 다르지만, 함께 버림받은 상황.
마치 거울과도 같은 옛 친구가 뱉는 저주의 외침은, 마침내 6집사. 아니, 켄돈이 가지고 있던 거대한 틀을 깨트렸다.
“복수……라.”
켄돈은 두 눈을 조용히 감더니, 곧 지난 세월을 생각하며 입으로 쓰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그가 눈을 떴을 때, 이제 베이어른 가의 6집사는 없었다.
“……따라들 오십시오.”
한 사람의 노인- 켄돈만이 남아 있었다.
* *
“굳이 이 별장을 습격하신 이유는 하나밖에 없겠죠.”
켄돈은 일행들을 저택의 2층으로 안내했다.
제법 큰 저택임에도 불구하고, 일행들은 이 안에서 겁에 질린 하인 한 명 보지 못했다.
“……사용인들은 제가 다 내보냈습니다. 아마 백작은 해가 뜨기 전, 이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상관없다.”
유렌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고, 켄돈은 일행을 안내해 두꺼운 벽의 앞에 섰다.
“당신들의 목적은, 이 속에 숨겨진 고위 마법사 – 즉, 위저드와의 대면이겠죠.”
“맞다.”
덜커덩-
켄돈이 벽돌 몇 개를 차례대로 누르자, 벽은 소리를 내며 옆으로 갈라졌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그렇게 몇 번이고 벽을 열고 들어가자, 밑에 작은 덧문이 달린 커다란 철제문이 보였다.
“저 밑으로 식사만 넣어주고 있습니다.”
“……이건 거의 감옥 아님까?”
레이칸이 주위를 둘러보며,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적어도, 고위 마법사가 있을 만한 곳은 아니었다.
“안은 적당히 호화롭게 꾸며져 있습니다. 나름 좋아하는 음식도 매일 넣어주고 있고. 저 사람도 마음에 안 들면 진동을 일으켜 불평하기도 하지요.”
켄돈은 맹수를 대하는 것처럼 말을 하더니, 두꺼운 열쇠를 유렌에게 내밀었다.
“저는 굳이 들어가진 않겠습니다. 저쪽도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하니까요.”
“좋아. 안내 고맙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갈지는 정했나?”
“……글쎄요. 이제 어디선가 자유롭게 살아볼 생각입니다. 전 너무 가문과 집사라는 세계에서만 살아 온 모양이더군요.”
켄돈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친구에게도 열쇠 하나를 건넸다.
“이건?”
“이쪽 복도를 나가서 끝에서 두 번째 방이, 내 방일세. 그것으로 내 침대 밑 숨겨진 공간의 상자를 열어보게.
아마, 그 복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야. 이것이 수잔을 위한, 나의 부조금일세.”
“……감사합니다.”
켄돈은 이제 후련하다는 듯, 집사 복을 벗으며 말했다.
“가능하면, 그걸로 백작에게 크게 한 방 먹여 주십시오. 저를 쫓을 여유도 없게 말입니다.”
“그래, 약속하지.”
유렌의 말에 켄돈은 홀가분한 얼굴로 밖으로 나섰다.
모든 것을 이 자택에 버려 놓은 채로, 새 인생을 살기 위해서.
* *
5위계 위저드. 아메리아는 기분이 나빴다.
그 이유는 굳이, 저렇게 밖에서 시끄럽게 떠들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사실상 감금 된 3년 전부터, 기분이 쭈욱 나빴다.
‘……저녁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아마 또 신입 하인의 교육이건 뭐건 해서 그런 것이겠지. 분명 2개월 전에도 저랬었다.
분명 자신이 하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지만, 저들은 지키지 않고 있다.
그것이 실수인지, 고의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메리아는 기분이 나빠졌다.
그녀의 몸에서, 크지 않은 마력이 빠져나와 건물 전체에 조금씩 퍼져나갔다.
그리곤, 곧 저택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드드드-
고작 책이나 찻잔 정도가 떨어질 만한, 아주 가벼운 지진.
이것이 고위 마법사 아메리아가 하인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항의였다.
덜커덩-
그런데, 바로 그때.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청소 시간이 아니고서야 절대로 열리지 않았던 문이 열렸다.
‘뭐지?’
아메리아의 의문이 섞인 푸른 눈이, 끼익하고 열리는 철문으로 향했다.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가장 앞에 선 적갈색 머리의 장신의 메이지.
그 뒤로, 마치 오우거같이 커다란 덩치의……메이지?
그리고 험악하게 생긴 두 사람의 세이지.
마지막으로 은가면을 쓰고 정장을 입은 덩치 작은 노인.
참으로 기묘한 모습을 한 일행의 등장이었다.
지난 3년간, 메이드와 하인들만 봐오던 아메리아의 눈과 입이 동그랗게 커졌다.
* *
“위저드 아메리아이십니까?”
유렌은 정중하게, 눈과 입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금발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뭐 이리 어려 보이지?’
분명 3번이 준 자료에 적혀있는 그녀의 나이는 27세.
하지만, 눈앞에 있는 아메리아는 많이 쳐줘야 스무 살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쪽을 잠시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저는 메이지 유렌이라고 합니다. 빠르게 말씀드리면…….”
유렌은 그냥 대놓고 모든 것을 터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이 왜 마탑을 세우고자 하는지.
왜 그녀가 필요한지.
그리고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그리 길지 않은 유렌의 이야기였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동안 시시각각 변했다.
놀란 얼굴.
화난 얼굴.
즐거운 얼굴.
유렌은 자신의 이야기에서 저런 얼굴이 나오는 게 맞나? 라고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말을 마쳤다.
“……이상의 이유로, 저희와 함께해주시겠습니까? 실권을 드리진 못하겠지만, 마탑주의 자리와 충분한 금을 준비하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대놓고 눈을 반짝거리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절레절레-
하지만 유렌은, 그녀의 얼굴에서 매우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역시, 뭔가에 묶여있나 보군.’
척 봐도 네이슨보다 훨씬 강해 보이는 마력의 소유자가, 감금 도구라곤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 오랫동안 감금되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까진 3번이 준 자료에도 적혀있진 않았다.
하지만, 유렌은 이미 자료를 본 순간부터 그것이 무엇인지 예상은 하고 있었다.
‘분명, 계약은 목숨 걸고 지킨다고 했지.’
항상 돈에 궁하며, 계약은 목숨을 걸고 지킨다.
성격은 온순한 편이며, 권력엔 별로 관심이 없다.
이것이 약 3년 전. 그녀가 위저드로 막 거듭나기 직전까지의 평.
당연히 유렌에겐, 그녀 이상 가는 적임자는 없을 수밖에.
물론, 그것은 그녀를 속이거나 이용하려는 다른 권력자에게도 통하는 말이긴 했지만.
“혹시 수년 전, 백작과 어떤 계약을 맺으신 겁니까?”
끄덕끄덕-
유렌의 질문에, 아메리아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녀를 옭매는 어떤 계약은 그녀의 현 상황에 대해 말을 하지 못하는 듯했다.
위저드를 말도 하지 못하게 하는 계약이라니.
이 정도면 만약 문을 활짝 열어놔도 나가지도 못할 정도의 강한 것이겠지.
“그럼, 혹시 금전 관련입니까?”
“……!”
끄덕끄더억-
아메리아는 보는 이쪽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 그러다 목 빠짐다.”
“레이칸! 상대는 위저드요!”
“……뭐, 그렇겐 안 보이지만.”
유렌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무시한 채, 그녀에게 질문을 계속했다.
“그럼, 그것을 파기하고 저희와 새로운 계약을 맺으시면 어떻습니까?”
절레절레-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역시, 그렇게 손쉽게 파기하도록 해놓진 않았군.
그렇다면…….
“그러면 그 계약을 파기할 때 내야 하는 돈이나 갚아야 할 돈이 정해져 있습니까?”
끄덕끄덕-
그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손을 가리켰다.
한 손으론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든 다음, 그것을 반대 손에 놓는 시늉을 했다.
그러더니, 양손으로 커다란 동그라미를 만들더니, 곧 그것을 자신의 앞에 놓았다.
‘마치 광대 같군.’
유렌은 위저드의 광대놀음을 보며, 그녀의 상황을 유추했다.
“……혹시, 그 돈이 당신의 앞에 놓여야 한다는 소리입니까?”
“……!!”
끄더어억-!
그녀는 유렌마저 걱정될 정도로, 목을 강하게 끄덕였다. 그녀의 눈이, 점점 희망에 차오르고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그 금액이 얼마 정도죠? 혹시 천 골드가 넘습니까?”
끄더억.
“그럼, 2천 골드보다도 위?”
끄덕.
“……혹시, 4천 골드도 넘습니까?”
……끄덕.
점점 추욱 처지는 그녀를 보며, 유렌은 이곳의 방비가 왜 크게 엄하지 않은지 깨달았다.
어떤 미친놈이 대량의 금화를 바리바리 싸든 채 여기까지 오겠는가.
그것도 4천 개를 넘는 금화를.
미리 알고서도 힘든 짓인데, 알려지지도 않았으니 당연히 그게 가능할 리가 없겠지.
하지만, 세상은 넓은 법.
그 미친놈이 바로 여기 있었다.
촤라라라라라랑-!
공간의 균열이 열리고, 차원의 저편에 있던 금화들이 모습들을 드러냈다.
“……!!”
수십, 수백, 아니 수천.
보통 사람은 평생 보지도 못할 금액의 금화가, 방안에 그득히 차기 시작했다.
금화를 비춘 아메리아의 떨리는 푸른 눈이, 금색으로 찰랑거렸다.
“자, 5천 개면 충분하겠죠?”
……끄덕-.
아메리아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마지막으로 끄덕였다.
그리곤, 양손을 금화 더미에 파묻었다.
파아아앗-!
밝은 빛이 솟아오르며, 아멜리아의 밑에 있던 반짝이던 금화들이 급속도로 빛을 잃기 시작했다.
“……!”
쩌적-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메리아의 목 부근에서, 무언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수천 개의 금화들이 전부 그 빛을 잃고, 검게 바스러지는 그 순간.
챙그랑-
어디선가, 마치 유리가 깨지는 듯 같은 소리가 들리며 아메리아의 목에서 맑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어-!】
마치 청량한 맑은 하늘과 같은 그 목소리엔, 거대한 마력이 담겨 있었다.
‘언령 마법!’
극도로 희귀한 계통의 위저드를 눈앞에서 보며, 유렌은 깨달았다.
백작이 왜 위험성을 감수하며 그녀를 이렇게 가둬놨는지.
그녀가 왜 계약을 그렇게나 중시했는지.
그 계약에 갇힌 그녀가, 왜 벙어리 신세가 되었었는지도.
【고마, 고마워요! 절 이런 식으로 가두어 두지만 않는다면, 전 당신들과 계약하겠어요!】
기쁨과 감사가 듬뿍 담긴 그녀의 언령이, 그렇게 첫 번째 맹세를 다졌다.
아메리아는 유렌을 향해 싱긋 웃더니, 곧 방 바깥을 바라보며 이를 갈며 외쳤다.
【베이어른 백자악! 그리고, 그 뒤에 있던 왕자파아! 모두 박살 내 버릴 거야아아-!!】
힘차고 힘찬 복수의 다짐.
그녀가 부활한 언령으로 맹세한, 두 번째 다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