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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5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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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5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5화 은혜와 원한은 확실히 (3)

 

 

 

베르헨 외곽에 있는, 큰 정원을 보유한 어느 3층 저택.

유렌과 레이칸은 조금 떨어져 있는 길에서, 차분히 오늘의 목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요샌 이런 외곽 지역의 저택으로 자주 오는군.’

뭐, 사실 베르헨 주변에서 비밀스럽게 일을 진행하려면 이것이 최고 아니겠는가.

베르헨 중심가에서 천천히 와도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

규제에 걸리지 않고, 땅값도 중심가보단 저렴한 편이라 저런 정원이 넓은 저택의 보유가 가능.

거기에 보안만 철저하게 하면, 속에서 무엇을 하든 다른 사람들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당연히 알 수 없겠지.

유렌은 묵묵히 저택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다, 아직 약속 시간까진 조금 남음을 깨닫고, 레이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선배가 내일 중으로 갑옷을 가져다준다는군.”

“예? 벌써 말임까?! 새로 그 가죽을 덧붙였는데도 그렇슴까?”

“그래. 엄청나게 빠르지. 이제 이 베르헨엔 그 선배보다 손이 빠른 마도구사는 아마 없을 거야. 뭐, 이제 퀄리티 역시 최고 수준이지만.”

유렌의 말에, 레이칸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평의회 시절, 마도구를 귀한 시간까지 제대로 납품을 받았던 적이 없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마도구 장인이란 놈들은, 납품일을 말 그대로 녹은 사탕처럼 마음대로 늘리는 게 특기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예외도 있는 거구나.

“아무래도 ‘그 가죽’을 속에 덧댄 만큼, 나나 다른 애들의 로브만큼의 강한 마법 내성은 기대하기 힘들 거야.”

유렌은 자신의 푸른- 하지만 은색이 약간 섞인 로브를 매만지며 말을 이어나갔다.

“뭐, 정확히는 바깥 부분 갑옷에 타격을 입고, 속에서 마법이 막히는 구조가 될 테니…… 마법이 갑옷에 가하는 충격은 어쩔 수 없이 너에게 전해질 테지. 그래도 없는 것보다야 훨씬 반감될 테지만.”

거기까지 말한 유렌은, 혹시 제자가 실망이라도 하지 않을까, 힐끗 바라보았다.

하지만 제자는 험악하지만 밝게 웃으며 답했다.

“괜찮슴다! 마법 충격이 그대로 오는 것도 아니고, 반감이라면 충분함다! 전 튼튼하니 어떻게든 버틸 수 있슴다!”

레이칸은 그렇게 말하며, 양팔을 끌어모아 튼튼한 육체를 과시했다.

불끈-

1000마디의 말보다도 한 번의 불끈이 더 신용이 가는 그의 육체를 보며, 유렌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다.”

유렌이 이 거인 제자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저 육체나 재능이 다가 아니었다.

저렇게 상황도 좋게 받아들이는 성격 역시,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말을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의 뒤로, 세 명의 그림자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왔군요. 수고했습니다. 페닌, 안토니.”

“역시, 유렌 형씨.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왔는데도, 다 눈치채네?”

“그러니까 택도 없다고 말했잖수!”

유렌은 툴툴거리는 실행부대원 둘을 지나, 갑작스러운 운동에 숨을 고르고 있는 노집사에게 다가갔다.

아무리 두 사람이 교대로 업어왔다지만, 그래도 노인의 체력으론 역시 지칠 수밖에 없겠지.

“급하게 불러서 미안하다. 사정이 생겨서.”

“후-. 후우-. 아닙니다, 주인님. 저의 실수를 대신 해결해주시는 건데, 이 정돈 당연합니다.”

“그건 내 실수라니까……. 뭐, 어쨌건. 그것은 가져왔겠지?”

유렌이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노집사는 지친 가운데서도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며 서류들을 꺼냈다.

“예. 여기 있습니다. 주인님. 새로 마탑주가 될 사람과의 계약서입니다. 물론 이런저런 조건에 대해선 약간의 수정이 가능하게는 써 놨지만, 큰 틀은 주인님이 정하신 그대로 적어놨습니다.”

“좋아.”

사실 말이 쉬운 것이지, 유렌이 말한 조건을 맞추면서 고위 마법사인 위저드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계약서를 쓰는 것은 꽤나 난이도가 높은 일이었다.

그런데 노집사는 다른 일들로 바쁜 와중에서도, 이미 그것을 전부 완료해 가져온 것이다.

‘이래서 유능한 부하를 두는 게 중요해.’

일단 자신이 편해지니까.

“자, 그럼. 들어가 볼까?”

유렌은 로브의 재질을 스르륵- 변화시키고, 스태프를 빙빙 돌리며, 앞에 있는 저택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노집사는 이제야 든 의문에, 안에 있는 저택을 힐끗 바라보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저택에서 한 휘날리는 깃발이, 외부에 설치된 조명에 비춰 한순간 모습을 드러냈다.

“……헉!”

그 순간, 노집사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겹쳐진 세 개의 동그라미 속에 있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

그것은 바로 왕국 동부에서 제법 큰 세력을 떨치고 있는, 베이어른 백작가의 상징이었다.

“자, 그럼 백작가로부터 우리의 마탑주를 꼬셔오자고.”

“알겠슴다!”

유렌이 발을 내딛자, 레이칸은 묵묵히 따랐고.

“……이거 진짜, 우리 괜찮은거우? 일단 우리 임무는 호위잖수. 아무리 요새 대장이 바빠도 그렇지 이렇게 몰래…….”

“괜찮아. 우리가 습격하는 게 아니잖냐. 우린 몰래 뒤에서 보조야 보조.”

두 실행부대원은 약간 주저주저하면서도 역시 그를 따랐다.

노집사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 유렌은 뭐하냐는 듯 그를 불렀다.

“저, 저도 말입니까?”

“그래. 굳이 서류만 준비하게 할 거면, 굳이 여기까진 안 불렀겠지. 물론 안전하게 지켜줄 테니. 몸 걱정은 말고.”

유렌은 그렇게 말하며, 3번에게 받은 자료 일부를 보여주었다.

이 저택은 베이어른 백작가의 소유 중 하나. 그리고 관리 책임자는…….

“……! 과연, 이래서 절 부르신 거군요.”

“뭘 해야 하는지, 알겠지?”

“……예, 이해했습니다. 해보겠습니다.”

“좋아.”

일행은 그렇게 백작가의 별장으로 침입하기 시작했다.

은밀히 숨어서가 아닌, 정문으로 당당하게.

 

* *

 

베이에른 백작가의 6집사.

켄돈은 머리가 아팠다.

“집사님!”

“날 부를 시간이 있으면, 빨리 움직여! 곧 식사 시간이니!”

“하, 하지만 그 홍차 잎이 다 떨어졌습니다!”

“……2층의 두 번째 식료창고에, 비슷한 품종의 잎이 있다. 서둘러 가져와!”

“아, 알겠습니다!”

동부의 강자. 베이에른 백작가에서 일한 지, 어느덧 50여 년.

정식 집사가 된 지도 40년이 넘었고, 차근차근 승진해서 평민 집사의 한계점이라는 2집사까지 승진한 것이 15년 전이였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던 걸까.

불과 3년 전. 한 자그마한 실수로 백작의 분노를 산 그는, 5집사로 강등되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분명 크진 않다지만 자신의 실수였고, 지금껏 은혜를 주신 백작님이 자신을 완전히 버릴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착각이었다.

3년 전. 5집사로 강등된 이후.

그는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겠다는 마음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정열적으로 일했다.

교섭이면 교섭, 상업이면 상업. 농지의 개간 사업이면 사업.

모두 성과를 냈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일한 2년여가 지나고, 그의 성과를 모두가 인정할 무렵.

-배, 백작님.

-빨리 꺼져라.

그가 받은 결과는, 6집사로의 강등과 위험하기 그지없는 한 위저드의 관리였다.

백작은 그를 버린 것이다.

“그럼, 식사 들어갑니다!”

어느 꽁꽁 싸매진 비밀 문에 식사가 들어간 지 10여 분 후.

안쪽에서 아무 소리도 없이 잠잠하자, 하인 일행들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번 저녁도 통과군요.”

“그렇지. 만약 맘에 안 들었으면, 벌써 여기까지 다 흔들렸을 테니.”

“매일 매일, 하루 3번씩 이래서야…… 심장이 남아나질 않겠어요.”

마치 위험한 맹수라도 다루는 듯한 하인들의 말투에, 6집사는 꾸짖으려다 말을 삼켰다.

솔직히 말이 고위 마법사고 위저드 위계지, 맹수와 대체 뭐가 다른가?

6집사는 그들에게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한숨만 쉬며 그 자리를 떠났다.

다시 한 번 창고의 재고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어디서인가 비꼬는 듯한 젊은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영감님. 그쪽에만 밥 맛나게 넣어주지 말고, 우리 쪽도 좀 넉넉하게 주쇼.”

“……알겠네.”

“그래그래. 고마워.”

딱 봐도 껄렁껄렁한 2, 3레벨의 마법사들이 낄낄거리며 그의 어깨를 탁-치며 지나갔다.

“킥킥. 언제나 저렇게 얼굴을 구기고 다니니, 얼굴이 찌그러지지.”

“뭐, 다 늙어서 이딴 곳으로 굴러 떨어진 늙은이니 당연한 거지. 나라도 이딴 곳에서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면 저럴걸?”

그 껄렁한 마법사들은 6집사가 듣든 말든, 웃으며 자기 할 말만 마치고는 떠나갔다.

“하아-.”

자신이 2집사였을 때는, 저러지 않았다.

비록 공식적인 계급이야 마법사들이 위였을지언정, 잘나가는 백작가의 2집사인 그의 위상은 대단했다.

4위계 세이지들도 그에게 함부로 말을 못 할 지경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반은 흑마법사나 다름없는 저 깡패 같은 2위계 놈들도, 자신을 다 죽어가는 늙은이 취급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닌가…….”

6집사는, 자신의 마음이 무너졌음을 인정했다.

한 달 전. 자신의 오랜 친구가 멍청한 주인 때문에 행방불명- 사실상 사망한 후론, 더더욱 그랬다.

“멍청한 친구야……. 아니, 나도 똑같군.”

6집사는 자신의 방에 모아둔, 백작가의 비리와 그 관련 증거를 생각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모으기야 이미 반년도 더 전에 다 모았지만, 차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놈의 은혜라는 게 뭔지.’

머리로는 백작이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거의 평생을 충성해온 백작에게, 집사의 가슴은 자그마한 미련의 씨를 품고 있었다.

콰아아앙-!

집사가 깊은 생각에 잠겼던 그때.

자택의 정문 쪽에서 커다란 문이 박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지?!”

6집사는 재빨리 난간으로 나가, 부서진 정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몇 개의 정체불명의 그림자가, 정문의 잔해를 해치고, 쑥쑥 다가오기 시작했다.

“침입자다!”

늙은 집사의 외침이, 저택 전체에 크게 울려 퍼졌다.

 

* *

 

이곳, 베이어른 가문 별장의 방범은 매우 훌륭한 편이었다.

“아! 술 좀 먹으려는데 어떤 놈들이야!”

“팔다리를 잘근잘근 부러트려 주지!”

물론, 저런 2, 3레벨짜리 어중이떠중이들이 뛰어난 인재라 튼튼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저것들은 어디까지나 보조일 뿐.

진짜는, 넓은 정원에 쫙 깔린 방법 마도구들이었다.

“지, 집사님! 침입자는, 저 한 명뿐입니까?”

발코니에서 지켜보고 있는 집사의 옆으로, 하인 한 명이 헐레벌떡 달려와 물어봤다.

“아니, 아까까진……. 4, 5명 정도 됐던 것 같았네. 지금은 흩어졌는지, 보이는 건 저 한 명뿐이군.”

“이, 이런! 그럼 몰래 숨어서 여기까지 오면 어쩌죠?”

6집사는 잠시 하인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손가락을 들어 정원 쪽을 가리켰다.

“자네도 이 저택에서 일한 지 몇 개월은 지나지 않았던가? 그러면, 정원 곳곳에 뭐가 숨어져 있는지는 잘 알 테지? 왜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지도.”

“예, 아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으니까요.”

“그걸 지킨 걸 다행으로 생각하게. 안 그랬다면…….”

콰아아앙-!!

정원 쪽에서, 화염 마법의 폭음이 들려왔다.

정문에서 저택까지 이어진 길로 뚜벅뚜벅 다가오던 한 그림자가, 방범 마도구의 폭격을 그대로 받은 것이다.

“히이이익-!”

“저런 꼴이 되어버렸을 테니까. 맨몸으로 저걸 받았으니, 아마 조각도 남지 않았을 거야.”

자택 전체에 비상 경고가 울린 상황에서, 등록되지 않은 침입자가 움직일 경우. 어디든 저렇게 폭격이 떨어졌다.

무려 중급마법의 화력으로 말이다.

설령 4위계 세이지라고 해도, 한두 발이 아닌 계속되는 포격을 받으면 결국 버틸 수가 없게 된다.

그런 마도구들이, 무려 30개가 넘게 배치된 정원이다.

고위 마법사라는 위저드라도 오지 않는 이상, 마법사 몇 명이 와도 뚫기는 불가능에 가깝겠지.

스윽-.

하지만 폭발의 연기가 사라진 그곳에, 한 남자가 꼿꼿하게 그대로 서 있었다.

그를 둘러싼 은청색의 로브가, 달빛에 은은하게 반짝였다.

“……?!”

“머, 멀쩡한데요?”

콰아아앙-!

콰아아앙-!

하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개의 폭음이 연거푸 들려왔다.

그리고 이번엔 폭음의 연기가 채 걷히기도 전.

뚜벅- 뚜벅-

두터운 은청색 로브로 온몸을 가린 그 남자는, 유유하게 저택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저런?! 마법을 쓴 것도 아닌데?!”

6집사가 놀라든 말든 남자는 계속 걸었고, 계속 폭발에 휩싸였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자그마한 집도 일격에 터트린다는 저 마도구의 화력도, 남자의 앞에선 그 어떤 의미도 없었다.

그저 느긋하게 걷는 것만으로도, 저 폭발 속에서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고 있었다.

스윽-

남자는 어느 정도 나아가자, 이제는 마법을 쏴대는 마도구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슈우우욱-

그러자 마치 공간이 비틀리는 듯, 무언가의 균열이 이곳저곳에서 생겨나더니.

정원 곳곳에 있던 마도구들 전부가

전부, 사라졌다.

“……?!”

“어……어……?!”

이를 지켜보던 6집사와 하인.

그리고 더는 건들건들하지 않은 마법사들까지.

모두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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