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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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5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4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4화 은혜와 원한은 확실히 (2)
“으아아아악-!”
둔탁하게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그에 따른 사람들의 비명.
특정 전술을 위해 겨우 7~8명이나 들어갈까 말까 한 크기로 만들어진 좁은 방.
그 안에 기절한 데르 헹 조직원들이 그득히 쌓이고 있었다.
“머, 먼저 들어가!”
“미쳤냐?! 저 들어가는 족족 한 방에 쓰러지는 거 못 봤어?!”
“젠장! 그럼 어쩌란 거야!”
‘비밀 조직’이라는 거창한 조직의 일원답지 않게, 하위에 불과한 조직원들은 혼란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들어가면, 저 오우거 같은 거인의 주먹이나 스태프의 일격에 뭔가가 부서지고 기절한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두자니, 저 안쪽엔 고위 간부인 11번이 으스러진 손을 붙잡고 기절해있다.
구해내지 못하면 큰 처벌이 기다릴테니, 말 그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하지만, 이런 대치는 그다지 길게 가지 못했다.
유렌은 조용히 방안에서 조직원들의 꼴을 지켜보다가,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나가자.”
“옙!”
“나, 나온다!”
스윽-
레이칸이 거대한 스태프를 들고 묵직하게 걸어 나오자, 기껏 나이프나 짧은 검 등으로 무장한 조직원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비켜라.”
유렌이 나지막이 말했지만, 조직원들은 주춤거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그 자리에서 버텼다.
이래 봬도 이곳 데르 헹은, 수도 베르헨의 뒷조직 중에선 가장 크고 권위가 있는 곳.
이렇게 내보내면 뒷세계에 어떤 소문이 들지 아직 하위 번호인 그들도 뻔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압-!”
우물쭈물하던 하급 조직원들이, 단검을 빼들도 유렌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지금 마법을 사용 가능한 것은 알고 있고, 마법사에게 단검 하나로 덤비는 것은 자살 행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우어어어!”
‘제, 젠장!’
‘저런 놈을 어떻게 막으라고!’
하지만 저 오우거 같은 괴물은 물리력으로 동료들의 뼈를 뽀그작 뽀그작 분지르고 있었다.
머릿속으론 차라리 저놈에게 덤비는 게 승산이 있다는 건 알아도, 몸의 공포는 저절로 자신을 유렌쪽으로 향하게 했다.
뻐어억-!
“크아아악!”
물론, 이쪽으로 온다고 무사한 것은 아니었지만.
“흠,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선에선 이렇게…….”
유렌은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둔탁한 마법 화살 10여 개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었다.
“머리나 목을 세게 치면 이걸로도 죽겠지.”
“끄어억!”
“팔다리로는 기절도 잘 안 할뿐더러, 여차하면 다시 일어날 위험성도 있고.”
“아아악-!”
“이것 참. 효율적으로 죽이는 것만 익혔다 보니, 반대는 서투네.”
“크흐윽!”
유렌이 중얼거릴 때마다, 마법 화살들은 복잡하면서도 빠른 움직임으로 조직원들을 강타했다.
덤비려던 조직원은 두 다리 전부를.
겁을 먹고 주춤거리던 조직원은 가슴과 어깨 사이 쇄골을.
그리고 도망치려던 조직원은 등 뒤의 양 날개뼈를.
순식간에 네댓 명이 쓰러져서 신음만을 지르고 있자, 이제 유렌에게 덤비려는 조직원들도 사라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복도를 채운 조직원들은, 두 사람의 길을 막고 있었다.
직접 덤비지는 못하지만, 비키지도 않는 기묘한 상황.
‘너무 죽이거나 다치게 하면, 나중에 관계 수복이 힘들어져.’
그렇다면, 여기서 더 겁을 먹게 할 수밖에.
유렌은 조용히 레이칸에게 신호를 보내자 굉음이 건물 안에서 울려 퍼졌다.
콰아아앙-!
유렌의 손짓에 레이칸이 스태프를 가볍게 휘둘러 벽에 구멍을 뚫은 것이다.
“미……친!”
“말도 안 돼. 저렇게 가볍게……!”
“강화마법도 안 쓰고 있지 않아?!”
꽤나 두꺼운 저 벽을, 신체 강화마법도 쓰지 않은 마법사가 팔을 가볍게 휘둘러 박살 내?
조직원들이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게 현실인가를 의심하기 시작했을 그때-.
“자, 물러들 서십시오.”
“……!! 3, 3번님께서 오셨다!”
“오오! 드디어 오셨구나!”
복도 저편에서 5명의 호위와 함께, 화려한 옷을 입은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나타났다.
절도 있는 태도로 호위들과 발을 맞춰 딱딱 걸어오는 것이, 마치 전장의 노련한 군인을 보는 듯했다.
‘호. 제법 강하군’
유렌은 그 6명을 살짝 감탄한 눈으로 보았다.
몸 전체에서 느껴지는 튼튼한 마력과 단련된 육체로 보아, 최소한 정식 기사 급은 되겠지.
유렌의 시선이, 그 중 제일 앞에 선 3번이라 불리는 남자의 얼굴로 향했다.
‘……응? 잠깐. 저 얼굴은 분명……!’
남자의 얼굴을 본 유렌의 눈이 큼지막하게 커졌다.
갈색이 섞인 금발에, 약간 밝은 갈색 눈.
양 눈의 사이가 조금 좁은 미간에, 살짝 비뚤어진 매부리코,
그리고 저 양쪽 끝이 둥글게 말린 콧수염.
그의 기억 속에 있던 장년의 인물이, 약 15년 정도 젊어진 얼굴을 한 채 유렌의 눈앞에 서 있었다.
“이거, 실례 많았습니다. 저희 11번과 조직원들이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것 같군요. 고객을 먼저 습격하다니.”
그리고 말의 끝부분이 조금씩 올라가는 저 악센트.
틀림없었다.
지금 등장한 이 ‘3번’이라는 고위 간부는 소드마스터였던 미래의 그가 있던 사람이었다.
“그럼. 조용한 곳에서 제가 따로 사죄와 상황을 설명해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신지?”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고위 간부나 그 호위의 실력을 보려고 했었지만…….
“그래. 안내해라.”
유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따라나섰다.
원래대로라면 약 17년 후에 죽는, 옛 자신의 부하이자 동료.
군단의 최선임 보급관을 맡았던, 라펠리오의 뒤를 말이다.
* *
“먼저 어리석은 부하의 행동에 사죄부터 드리죠. 죄송합니다.”
조금 전의 방보다, 조금 더 화려하고 조금 더 넓은 방으로 안내한 3번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움찔-
그것만으로도 주변의 묵묵한 호위들이 놀라는 걸로 보아, 이 사내는 쉽게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아님을 짐작케 했다.
‘뭐, 이미 알고 있긴 하지만.’
그에게서 허리를 꺾은 사과를 받아본 건, 그때도 딱 한 번밖에 없긴 했었다.
그게 분명, 그의 담당인 보급부대가 기습을 받아, 전군 식량의 반을 태워 먹었을 때였던가?
유렌은 꼿꼿하면서도 강한 자존심을 가진 그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받아들이지. 일단, 왜 이렇게 된 건지 상황 설명부터 좀 해주겠어?”
“순순히 사죄를 받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1번이 왜 저렇게 되었냐 하면…….”
유렌과 레이칸은 3번의 설명이 끝나자, 동시에 어처구니없는 얼굴이 되었다.
아니, 뭐 그런 병신이 다 있지?
아니, 저런 놈이 어떻게 저 번호까지 올라간 거야?
3번은 자신도 말하며 약간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원래라면 40번 대 밖에서 끝날 놈이었습니다만, 그것을 옛 11번이 억지로 고집을 부려 자신을 잇게 했습니다. 뭐, 자신의 후계자를 고르는 것이니, 저희도 크게 간섭은 하지 않았지만. 그게 이렇게 악수로 돌아왔군요.”
“그럼, 그 실수를 바로 잡을 생각인가?”
“물론 그렇습니다.”
3번은 슬쩍 위험한 미소를 지어가며, 유렌의 질문에 답했다.
“놈은 옛 11번의 부탁인 은원을 지키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일 처리 자체도 무능한 편이었지요. 게다가 이젠 먼저 고객을 공격하는 중대한 규정 위반까지……. 굳이 손을 더럽히실 필요도 없이, 저희가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3번은 굳이 외부자인 둘에게까진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지만, 사실 현 11번은 어디까지나 ‘대리 신분’이었다.
이 조직에서 고위 간부는 후계자를 정할 때 약 2년간 번호를 내주고, 문제가 없을 시에만 완전히 물려주는 규정이 있다.
물론 고위 간부나 이미 은퇴를 준비하는 번호가 아니면 모르는, 비밀로만 전해지는 규정이다.
그래서 현 11번은 자신이 모든 걸 물려받았다고 착각하고, 1년 만에 언약을 깨려 한 것이었다.
-……그렇게 은원을 갚겠다던 놈이, 제가 준 은조차 잊으려 하는군요.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3번님. 그놈을 끝내 주십시오.
옛 11번도 완전히 등을 돌린 이상, 현 11번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최소한, 이 비밀 조직의 정보를 밖에서 이야기하지 못할 정도의 상태가 될 것이다.
“일단 사죄의 의미로, 그때 원하신 정보를 제가 직접 조사를 끝냈습니다. 자, 보시죠.”
“……확실히 그것과는 격이 다르군.”
유렌은 3번에게 서류를 받은 넘겨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체이비스 더 레인- 기혼. 48세.
5레벨의 5위계 위저드.
39세 아내와 21세, 17세의 두 딸이 있음.
사과나무 술집 웨이트리스- 레니를 정부로 두고 있음.
도박이 취미이며 최근 빚을 많이 짐.
빚은 야이넨 카지노에서 3,500골드.
사둔 사교클럽에서 2,200골드.
그리고 사채가 약 1,000골드.
땅의 마법이 특기이며
소유 마도구는…….]
얼핏 보기만 해도, 그 전의 보고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정교했다.
유렌은 기준 선을 통과한 보고서를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것도 돌려드리겠습니다.”
철그렁-
묵직한 금화 주머니.
노집사가 의뢰비로 냈던 돈이었다.
“이거, 수상할 정도로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닌가?”
“저희는 정보를 원하시는 고객과의 신뢰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깨버린 사죄금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십시오.”
유렌은 3번의 그 말을 듣고,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보는 눈은 있군. 우리의 가치를 순식간에 판단해서, 자신과 연결해 보려 하고 있어. 뭐, 이런 점은 옛 그대로네.’
라펠리오.
유렌이 대장이었던 군단의 보급 쪽을 전적으로 책임졌던 남자.
전쟁이 시작되고 수년 후.
제국 어느 작은 장원의 기사 신분으로 입대해, 뛰어난 관리, 보급, 정보 분석 등의 능력으로 요직에 이른 인물.
‘과거 대륙을 이곳저곳 떠돌았다곤 했지만, 설마 이 시기에 베르헨 한복판에 있었을 줄이야.’
그를 처음 만났을 땐, 뭔가 꿍꿍이를 숨긴 놈 같아서 별로 좋아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함께 전선을 수도 없이 넘기고, 서로의 목숨을 같이 챙겨주니 그런 불신은 씻은 듯이 사라졌었다.
-대장님. 저는 전쟁이 끝나면, 저만의 조직을 세우는 게 저의 꿈입니다.
-조직? 무슨? 깡패라도 하게?
-이런, 대장님이 저를 그렇게 보시다니. 굳이 그런 쪽은 아닙니다. 같이 음지에 속해있더라도, 좀 더 머리를 쓰고 영리한…… 그런 쪽 조직 말이죠.
-그래. 머리 좋게 상인들 빨아먹으면, 더 악독하긴 하겠네.
-허헛. 전 오히려 그런 놈들을 막아주는 쪽이 되고 싶습니다. 뭐, 과거에 한 조직에서 이미 큰 실패를 한 적이 있긴 합니다만…… 지금의 저는 다릅니다. 그 실패의 경험과 함께, 이 전장에서 대장님과 함께한 경험은 저를 훨씬 더 성장시켰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허헛 웃는 장년 남자의 모습을, 유렌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바로 일주일 후, 그가 6레벨의 마스터에게 부대와 함께 통째로 불타버렸기에 더더욱 말이다.
유렌은 ‘과거의 그’인 3번을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이 유렌의 몸으로 과거에서 눈 뜬 이후, 굳이 과거의 동료들을 찾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21년이라는 시간차는 컸다.
라펠리오는 그래도 나이가 꽤 많았던 축이었고, 당시 주축의 대부분은 30대.
한마디로, 21년 전인 지금으로선 아직 10대이거나, 더 어린아이들이라는 것이다.
더 심하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이도 있고.
그런 젊고 어린 애들을 긁어모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전쟁을 막겠다며 목숨을 걸게 한다?
‘말도 안 되지.’
그건 본말전도 그 자체 아닌가.
애초에 대전쟁을 막으려는 가장 큰 이유가, 그들의 인생이 전장에 휘말리려는 걸 피하게 하기 위해서인 것인데.
“3번…… 이라고 부르면 되나?”
“부디 그렇게 불러주십시오.”
하지만 그래도 눈앞에 있는 이 라펠리오는 다르다.
이미 성인이고, 애초에 이런 뒷조직의 고위 간부인 몸.
‘얜 좀 굴려도 되겠군.’
게다가 과거 이야기를 떠올려보니, 그는 아마 여기서 큰 실패를 하고 떠날 듯 했다.
뭐, 그때 도움을 주는 대가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유렌은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금화 주머니를 들어 자신의 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몇 초 후.
웬일인지 훌쩍 더 커진 금화 주머니를 다시 꺼내, 테이블 위에 힘차게 울려놓았다.
철그렁-!
그러자 3번은 잠시 놀란 눈으로 그것을 보더니, 곧 유렌에게 되물었다.
“이건 제가 아까 돌려드린 주머니 아닙니까? 금액이 훨씬 많아진 것 같습니다만.”
“맞아. 그 금액의 2배를 넣었다.”
“무슨 새로운 의뢰라도?”
“앞으로 의뢰가 있긴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야. 그 대신, 이건 계약금으로 받아줬으면 하는데.”
“……혹시, 저랑 단독으로 계약을 맺으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3번은 약간 놀란 눈으로 눈앞의 메이지를 바라보았다.
데르 헹의 개인 계약.
바로 노집사와 옛 11번이 맺었던 것으로, 주로 고위 간부들이 자신의 단골이나 연을 맺은 사람과 이런 계약을 맺는다.
높은 번호랑 계약을 맺을수록, 더 수준 높은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높은 번호들은 아무하고나 개인 계약은 맺지 않는다.
‘이거, 원래는 내가 조금씩 접근하려 한 건데, 어느새 상황이 반대가 되어버렸군.’
3번은 잠시 생각한 뒤, 곧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죄송합니다만, 저도 꽤나 바쁜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이런 실무 쪽은 대부분 두 자릿수 이하 번호들에 맡기고 있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3번은 거절했다. 아직 개인 계약은 너무 이르다.
이 사람이 보통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바로 승낙할 정도는…….
하지만 그 순간.
유렌이 품에 손을 넣어, 골동품으로 보이는 안경 하나를 꺼내자 분위기는 단숨에 바뀌었다.
“……!!”
3번의 눈이 번쩍하고 빛났다.
“으, 음. 그, 그것은 무엇……입니까?”
총명하게 빛나던 그의 양쪽 눈이, 흥분과 욕망으로 번뜩이기 시작했다.
‘야, 저거 혹시?’
‘으아……. 또 시작이시네.’
‘저걸 어떻게 안 거지? 혹시, 정보가 샌 거 아냐?’
3범의 충복들인 다섯 명의 호위들도, 머리를 짚거나 한숨을 쉬었다.
어디서 샜는지 모르지만, 3번의 약점이 제대로 찔린 것이다.
“보는 대로 안경이지. 좀 오래된 거야.”
“그, 그렇군요. 혹시 언제 적 물건인지 알 수 있겠…….”
“최소 300년 전 물건으로 알고 있어. 내가 발굴한 던전에서 나온 거니까. 잘하면 500년 이상 됐을지도 모르겠군.”
“……!! 그, 그런 귀한 물건이!”
중증의 골동품 안경 콜렉터.
유렌이 알고 있는, 보급관 라펠리오의 두 번째 얼굴이었다.
‘진짜 넌 여전하구나.’
유렌은 그런 옛 부하의 젊은 얼굴에, 그리움이 섞인 쓴웃음을 지었다.
* *
-끄으으으……. 아무리 그래도, 공과 사는 별개. 저에게 이 선물을 주시더라도, 개인 계약은…….
-그럼, 영구가 아닌, 일정 횟수는 어때? 5번 정도로. 그 후 연장은 양쪽의 합의로 하기로 하고.
-……!! 정말이십니까? 물론, 그러면야 좋습니다만.
-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 이 안경은 내가 그 계약 선물로 주는 거고.
-……이쪽만 받을 순 없습니다. 잠시만, 딱 30분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유렌과 레이칸이 11번을 찾으러 건물에 들어간 지 약 3시간 후.
유렌과 레이칸은 조직과의 상담을 만족스럽게(?) 마치고 요리조리 건물들을 통과해 밖으로 나왔다.
“그, 마스터. 괜찮으시겠슴까? 그 안경, 값어치가 꽤나 나갈 텐데 개인 계약인가 하는 것은…….”
“아, 괜찮아. 괜찮아. 그 골동품 안경. 몇 개는 더 있거든.”
“허어?!”
“나중에 한두 개만 더 꺼내도, 저 녀석.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릴 거야. 개인 계약 정돈 문제도 아니지.”
혹시 몰라 던전에서 챙겨둔 보물 중 일부인데. 설마 이렇게 유용하게 써먹을 줄이야.
유렌은 미소를 지으며 옛 부하가 넘겨준 새로운 정보를 꺼냈다.
“게다가, 정말이지 딱 맞는 후보의 정보도 따로 받았으니까.”
앞서 받은 조사 결과는, 어디까지나 유렌이 정한 ‘돈이 궁한 위저드들’의 것이었다면, 조금 전 3번이 추가로 준 것은 완전히 달랐다.
말 그대로 유렌이 바라는 완벽한 마탑주 후보의 정보가, 자세히 적혀있던 것이다.
명성, 성격, 특징. 그리고 현 상황 등.
실권이 없는 사실상 ‘가면 마탑주’로 세우기에, 이 위저드 이상으로 맞는 사람은 없겠지.
“그럼, 당장 이 사람과 만나러 갈 건데……. 레이칸. 피곤하진 않아?”
“제가 피곤할 리가 있겠슴까! 오늘 훈련도 아직인데 말임다!”
“좋아. 그럼 가자.”
그렇게 유렌과 레이칸은 즉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새롭게 세울, 새 마탑의 마탑주를 돈으로 꼬시기, 아니 데려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