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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3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3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3화 은혜와 원한은 확실히 (1)

 

 

 

수도 베르헨의 마법 지구.

여전히 손님이 없지만, 그래도 뭔가 궁상스러운 분위기는 많이 사라진 마도구 상점.

레드 라이트닝.

이곳의 점주 베두인은, 열흘 만에 만난 후배 – 유렌은 반갑게 맞아들였다.

“아! 유렌! 어서 와! 갑자기 근방에 땅을 구했다는 얘긴 뭐야? 그 말만 남기고 갑자기 가버렸으니…….”

“하하. 좀 큰일이 생겨서요. 좀 더 진행되면 말씀드릴게요. 그것보다 선배. 더 부탁드릴 게 좀 있습니다.”

유렌은 제자들에게 선물하기로 약속한 목록을, 베두인에게 건넸다.

“로브의 제작과 레이칸의 갑옷? 그 갑옷에 추가로 가죽을 덧대고 싶다고? 문제없긴 한데. 무슨 가죽으로?”

“이겁니다. 잠시 이리로 와보세요.”

유렌은 가게에서 제일 넓은 장소인 지하실로 들어가, 회색 주머니를 움켜쥐었다.

슈우우욱-

지하실에 가득 쌓여있던 짐들이 공간의 균열로 사라지자, 베두인의 눈은 더는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어, 어어어? 내, 내 짐들이……. 아니 그것보다 그건 설마 공간을……?!”

“자. 너무 놀라진 마시길.”

유렌은 그렇게 말하고 보관 중인 대장 트롤의 시체를 꺼냈다.

5m가 넘는 거대한 트롤의 시체가, 갑자기 공간이 일그러지며 나타나 지하실을 가득 채웠다.

이래봬도, 차원 속에선 부패가 일어나지 않아 싱싱(?)한 놈이었다.

“이, 이게 대체……?!”

갑자기 나타난 2층집만 한 트롤의 시체. 그것들을 뱉어낸 공간의 균열.

그 속으로 사라진 자신의 짐들.

베두인은 한꺼번에 들어온 믿을 수 없는 정보들로, 머리가 핑글핑글 돌기 시작했다.

여전히 그의 후배는, 종잡을 수가 없는 존재였다.

 

* *

 

약 20여 분 후.

유렌에게 지금까지의 설명을 대강 들은 베두인은, 조금 전까지 있던 혼란을 전부 날려버린 상태였다.

오히려 너무나 귀한 마도구와, 희귀한 마법 재료를 눈앞에 두자 기뻐서 어찌할 줄 몰랐다.

“이거 굉장하군-!”

베두인은 자신의 짐의 일부가, 머리 위 공간의 균열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 회색 주머니에 마력을 주입해, 머릿속으로 사용자가 그리는 머릿속 이미지를 마도구가 읽게 만드는 거겠네. 그리고 그것으로 다른 공간에 보관되어있던 물건을 찾고, 서로의 공간을 연결해서 나타나게 하는 거겠군!”

“……대단하시군요.”

이번엔, 반대로 유렌이 놀랄 차례였다.

그저 어떤 물건인지, 어떻게 쓰이는지만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새 자신도 다 알지 못하는 디멘션 포켓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짐작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 정도의 마법 내성이 있는 가죽이라니! 전설의 드래곤의 가죽은 상급 마법도 간단히 막아준다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설에 가깝고, 이 정도면, 현 시장에 나와 있는 재료 중에선 최상급에 가까울 거야!”

화르르-

어느새 베두인의 손에서 나온 이글거리는 화염이, 트롤의 가죽을 뜨겁게 지졌다.

“와! 이것 좀 봐! 가죽은 당연히 멀쩡하고, 심지어 털도 살짝 그을릴 뿐이지 무사하잖아? 이래봬도 이건 중급마법의 화력을 가지고 있어서 금이나 구리도 녹일 수 있는데 말이지!”

‘아니, 그걸 다짜고짜 화염 마법으로 지져버리면…….’

평소엔 사람이 워낙 순한 편이라 잊고 있었지만, 그 역시 마도구사.

마법사 중에서도, 괴짜가 많기로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어쨌든, 이것의 해체와 네 벌의 로브. 그리고 레이칸의 갑옷에 덧붙이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사이즈는 여기에 적어두었습니다.”

“흠, 남자 셋에 여자 하나라. 이쪽과 저쪽은 못 쓰고, 이 밑쪽도 안 되고, 여기도 빼야 하니까…… 간신히 딱 맞으려나? 아. 아니다. 레이칸의 갑옷의 관절은 이 부분을 잘라서 넣으면 될 테니까. 대충 작은 옷 한 벌 지을 정도는 남겠는데?”

아직 해체하지도 않은 트롤의 가죽을 눈대중으로 저렇게 어림잡아버리다니.

하지만 유렌은 그의 눈대중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럼, 선배. 비용은 여기 있습니다.”

“……! 아냐, 아냐! 이번엔 절대로 안 받을 거야. 자자, 빨리 돌아가! 내가 빨리 만들어서 보낼 테니까. 물론, 트롤을 해체하고 남은 마석이나 다른 부산물도 챙겨 놓을게!”

“……알겠습니다.”

유렌은 고개를 끄덕이고, 잘 가라고 소리치는 베두인을 뒤로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쓰지 않은 한 방에 지하실의 짐을 쑤셔 놓곤, 금화 주머니 한 개와 작은 쪽지를 남겨놓았다.

[가공 값입니다.]

그래도, 줄 건 줘야 하니까.

친할수록 계산도 확실하게 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유렌이 나가고 9시간 후.

“젠장! 또 받아버렸어! 이번엔 안 받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그제야 금화를 발견한 베두인이 분한지 발을 쿵쿵 굴렀다.

다음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받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 *

 

“……그렇게 브루노와 수하들의 신분은 새로 만들어 보냈습니다.”

“좋아. 잘했어. 생각보다 쉽게 만들었는데?”

“작은 행상인이나 그 일꾼들까지 제대로 둘러보진 않으니까요. 그다음은…… 죄송합니다. 주인님. 마탑주의 후보를 알아보는 조사의 건은. 미처 양질의 결과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저녁.

마탑이 완성될 때까지 일행 모두가 묵기로 한 한 고급 여관.

유렌은 값비싼 고급 의자에 여유롭게 앉아, 노집사가 고개를 숙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래도 조사한 것은 있지? 어디 줘봐.”

“여기 있습니다.”

유렌은 표정 없이 노집사에게 리스트를 건네받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체이비스 더 레인

48세. 5위계 위저드.

도박 빚이 골드로만 세자릿수를 넘기고 있다.

거만하고 신경질적인 성격이라고 한다.]

[예르만 아히디스

…….]

펄럭-

유렌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조용히 종이를 넘겼다. 종이는 총 4장. 그곳에 적혀있는 활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노집사는 언제나처럼 가만히 고개를 살짝 숙이고 주인의 새로운 말이 내려올 때까지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그 얼굴엔 드러난 침통함은 숨길 수 없었다.

“……진짜 엉망이군.”

“죄송합니다.”

노집사는 면목이 없다는 듯, 깊게 고개를 숙였다.

“도박 빚의 근사치도 제대로 모른 채, ‘대략 넘기고 있다.’라. 거기에 성격은 그저 ‘라고 한다?’ 장난치나. 게다가 이게 다야?

지금 내가 그놈 단골 술집의 술꾼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라고 그 돈을 준 건 아닐 텐데.”

이번 조사에 쓰인 비용은 금화 수십 개. 비싸지 않은 마도구라면 몇 개 정도는 살 금액이다.

유렌은 의자에 서서히 일어나, 노집사를 똑바로 바라본 채 말을 이었다.

“네가 날 우롱하려 한다거나, 설마 중간에 돈을 가로채서 아무 곳에나 맡겼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

“넌 영혼을 걸고 그들에게 복수를 맹세했고, 난 그를 받아들였지. 너의 그 마음이 퇴색되었다곤 생각하지 않아.

그렇다면, 네가 이용했다는 그 정보 조직이 문제겠군.”

“……!”

당연히 자신에게 문책이 내려오리라 생각했던 노집사는, 예상외 주인의 말에 당황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주인의 눈동자는 분명 분노하고 있었지만, 그 대상은 자신이 아니었다.

그의 주인은 진심으로, 노집사를 속인 그 정보 조직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유렌은 낮은 목소리로 묵묵히 말했다.

“분명, 너의 실수도 있긴 했었겠지. 가령 옛 인연을 필요 이상으로 믿는다거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난 너에게 맡긴다고 했고, 그에 대한 책임은 지휘관, 아니 책임자인 나의 탓이다. 윗사람은 책임을 질 각오를 하고 지시를 내리는 거니까.”

“하지만, 그것은…….”

지금까지 모시던, 50여 년 이상 모시던 옛 주인들과는, 완전히 반대의 소리가 나오자 노집사는 당황했다.

지금까지 그의 상식으로는, 수하의 공은 주인의 공. 주인의 잘못은 수하의 잘못이었다.

물론, 수하의 잘못은 당연히 그 무능한 수하 놈의 잘못이었고.

귀족 가문의 집사로선, 그것이 당연한 상식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주인은 수하인 그의 잘못을 자신의 탓이라 돌리고 있었다.

“자, 그럼 내 잘못을 해소하기 위해서, 난 더 나쁜 놈을 족치러 갈 거다.”

“예?”

게다가, 이야기가 왜 또 갑자기 그렇게 튀는 건가.

“당연히 제일 나쁜 놈은 널 속여서 나한테 엿을 먹인 그놈들이지. 그럼, 그놈을 벌하면 내 잘못이 어느 정도 사해지겠다고 생각되지 않나?”

“……그렇습니까?”

“그래. 아니라고 생각해?”

노집사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는 주인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입가가 간질간질해졌다.

결국 자신의 주인은, 실수를 저지른 자신을 감싸주고 뒷일을 책임까지 져준다는 소리였다.

“아닙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노집사는 다시 한번 고개를 깊게 숙이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주인님.”

자신의 인생 마지막에, 이런 주인을 만나게 된 것이 행운이라 여기면서.

 

* *

 

“……다시 말해봐. 203번. 누가 찾아왔다고?”

“메이지 둘입니다. 왠 꺽다리하고 덩치가 왔는데…… 유스니안과 관련된 일로 왔다고 하더군요.”

“젠장. 또 그 늙은이야?”

수도 베르헨.

상업지구의 어느 숨겨진 건물.

안 그래도 과밀도로 건물들이 마구 지어져 빽빽하기 없는 이 중앙 지역의 외곽.

몇 번의 암호와 몇 개의 두꺼운 철문을 지나지 않으면 들어 올 수 없는 이곳 ‘데르 헹’.

그 비밀 조직의 간부 11번은 신경질적으로 테이블을 주먹으로 쳤다.

쾅-!

‘젠장. 정말 짜증나는군. 노인네들에게 어울려주는 것도.’

모두가 이름을 버리고, 철저하게 번호로 살아가는 비밀 조직 데르 헹.

중간 간부에서도 하위 격이던 43번으로 살아가던 지금의 11번은, 1년 전. 원래 인연이 있던 옛 11번이 은퇴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가 당신의 모든 걸 잇겠습니다! 은혜와 원한! 그 모든 것을 포함해서!

그가 은원에 아주 철저하다는 것을 알고 준비한, 강렬한 일격이었다.

어쨌든, 그 덕에 그는 11번의 자리를 이을 수 있었고 간부 중에서도 상당한 고위의 자리에 앉았다.

비록 조직을 주무를 수 있다는 한 자릿수까진 못되었지만, 그는 충분히 이 자리에 만족했다.

바로, 그 의무가 줄줄이 찾아오기 전까진 말이다.

-응? 웬 거지가 날 찾아왔다고? 암호를 대체 어떻게 안 거야?!

-뭐야. 이젠 은퇴한 창녀? 그것도 고위급 정보를 원한다고?

-뭐? 전 11번에게 쪽지가 또 왔어? 어디. 30년 전 자신을 속인 놈이 하얀 산맥에서 움직였다는 정보가 있으니 찾아라……. 이런 썅! 거기가 왕국 넓이의 1/3이나 되는 설산 지대인 건 알고서 하는 소리야?!

은혜와 원한에 철저하다는 말은, 곧 그럴 일이 매우 많다는 뜻이었다.

쉴 새 없이 찾아오는 은혜와 원한의 합체 공격에, 새 11번은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두 손을 들었다.

질릴 대로 질려, 끊어버리기로 다짐한 것이다.

-실례합니다. 전 옛 11번님과 친분이 있었던 유스니안이라 합니다. 조사를 맡길 수 있는지요?

그래서 얼마 전, 은색 가면을 쓴 ‘공식적으로는 죽었던’ 늙은이가 찾아왔을 때도 그랬다.

일단 조사한다고 받아들인 후, 말 그대로 형편없는 결과를 넘겨버렸다.

물론 저 유스니안이라는 할아범은, 한 번의 실수를 제외하면 꼬박꼬박 돈도 잘 넣어주는 좋은 고객이긴 했다.

-그냥 일반 고객처럼 대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런 거 상관없어! 무조건이다! 두 번 다시는 날 찾아오지 않게 해!

하지만, 새 11번은 이제 아주 옛 11번의 관련자라면 아주 이가 갈리는 상태였다.

그렇게 대충 한 조사를 보냈고, 항의하러 찾아왔을 때도 매몰차게 보냈다.

그래서 이제 그 늙은이와의 관계도 끝난 줄 알았는데…….

‘대신 다른 놈들을 보내다니. 끈질기구만. 그래, 그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면 되겠군.’

11번의 눈이 위험하게 번쩍였다.

“203번 잠깐, 애들 좀 모아와 봐라.”

“예? 무슨.”

“마법사 긴급대응 말이다! 그 유스니안 대신 온 두 놈에게 해버려. 그 두 놈. 메이지랬지?”

“……예? 괜찮으시겠습니까? 그건 침입자, 혹은 감금할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시끄러워! 그냥 겁만 주다가 내쫓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타닥-.

203번은 고개를 숙이고, ‘마법사 긴급대응’을 준비하러 물러갔다.

그때, 392번이 슬쩍 들어와 11번에게 찾아온 두 메이지의 이름을 속삭였다.

“……응? 그래? 그중 하나가 유렌 슈나이더. 그놈이라고? 보물을 찾았다는 그?”

11번은 잠깐 생각에 잠겼지만, 곧 고개를 흔들었다.

“흥. 그놈이 제법 실력이 있는 것 같다지만, 그래도 마법사, 그것도 아직 저위계인 이상 그것엔 못 당해. 걱정하지 마라. 레이칸? 이 덩치만 큰놈은 더 말할 것도 없고.”

11번은 부하의 걱정을 뿌리치고, 자신만만하게 일어나 자리를 나섰다.

그 지긋지긋한 전 11번의 흔적을 이번에야말로 싹 지워버리기 위해서.

 

* *

 

마법사 긴급대응.

바로 마법사가 적은 비밀 조직인 이곳이, 적대적이지 않거나, 실내로 기습한 마법사를 상대할 때 쓰는 대응책이었다.

건물 외곽 쪽의 작고 조용한 방으로 안내받은 유렌과 레이칸은, 10여 분 뒤.

열리는 문을 뻔히 지켜보았다.

“당신이, 그 새 ‘11번’ 인가?”

유렌은 테이블 위에 두 다리를 올려놓고, 꺼덕거리면서 중년의 거한 11번을 맞이했다.

그리고선 뒤에 선 거인 – 레이칸에게 종이를 받아 구기곤 11번 앞으로 휙 하고 던졌다.

“그 쓰레기. 당신이 조사한 거 맞지?”

“……무례하군.”

11번은 인상을 쓰면서, 종이를 주웠다.

화가 치밀었지만, 아직 그 긴급대응을 기동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린다.

“무례한 건 금화 수십 개를 받아먹으면서, 그딴 애들 장난을 준 그쪽이지.”

“……예의를 지키게.”

“그러니까, 그쪽은 예의를 지켜서 그딴 쓰레기로 노인을 엿먹였냐고 묻는 거다.”

유렌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꺼떡거리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듣자 하니, 너희는 한 자릿수가 최고위 간부라지? 그 사람 중 한 명을 불러. 너 같이 말이 안 통하는 놈한테는 어떤 사죄도, 보상도, 정보도 받고 싶지 않으니까.”

“……정말 잘도 나불거리는군.”

뒤에서 들려온 신호에, 11번은 인상을 쓰며 벌떡 일어나 유렌의 앞에 섰다.

비록 키는 유렌보다 조금 작았지만, 덩치는 굉장히 다부졌다.

“허, 이젠 폭력을 쓰겠다?”

“너희는, 우리의 손님이 아니다!”

11번은 그렇게 외친 후, 한 손을 들어 마법사 긴급대응의 시작 명령을 내렸다.

“하아앗-!”

마법사 긴급대응.

우선 해당 방의 각 옆방에서, 각각 한 사람이 양쪽에서 마도구를 폭주시킨다.

그러면 해당 방의 벽과 바닥에 박혀있는 마석이 빛을 뿜으며 진동.

짧은 시간 해당 방에 있는 마법사들의 마력을 혼란시켜 마법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전술이었다.

비록 마력 컨트롤이 뛰어난 고위 마법사에겐 통하진 않았지만, 그 이하에겐 아주 유효한 전술이었다.

특수한 방과 비싼 마석들, 그리고 마도구까지 쓰면서 얻는 것은, 겨우 2분도 안 되는 마력의 혼란.

하지만 11번과 그가 불러온 어깨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자고로 마법사들은, 이런 상황에선 꼼짝도 못 하고 평소 깔보던 그들에게 짓눌리고 만다.

마력을 쓰지 못하는 그들은 무력하니까.

“아까는 말 다 했냐! 이 애송이놈아!”

벽과 바닥의 마석이 번쩍이는 와중, 11번은 분노의 주먹을 유렌의 얼굴로 휘둘렀다.

쒸이이익-

이빨이 부서지고, 피가 튀는, 그런 그의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려는 순간.

텅-

유렌의 얼굴 앞에 작은 실드가 생기며, 그 주먹을 빗겨냈다.

“헉, 시, 실드?! 어떻게?!”

“……혹시, 너흰 겨우 이 정도 마력의 혼란으로 마법을 못 쓴다고 생각한 거냐?”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는 유렌의 목소리가 들려온 그 순간.

터업-

그의 뒤에서 크고 길쭉한 손이 하나 뻗어 나와, 11번의 주먹을 아주 간단히 감싸버렸다.

“윽! 이건 또 뭐야?! 헉!”

스윽-

그리고 유렌의 뒤에 있던 레이칸이 망토를 걷고 쭈그리고 있던 몸을 쭈욱 폈다.

오우거.

순간 방안에 달려온 조직원들의 머릿속에, 모두가 똑같은 하나의 단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오우거가 입을 열었다.

“마스터, 보통은 이럴 때 마법 못 씀다. 저도 지금은 못 쓰겠슴다!”

“아, 그래?”

그 오우거는 앞의 마법사와 아주 태연하게 말을 한 후, 11번에게 얼굴을 과하게 찡그리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 손은 감히 누구한테 뻗은 검까?”

우드드득-

“으아아악-!!”

주먹 뼈가 통째로 분질러지는 소리와 함께, 11번의 높은 비명이 복잡한 건물 속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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