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2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6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2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32화 운수 좋은 날 (4)
“이 번쩍거리는 게 레벨 상승 전에 오는 전조라고?”
유렌은 자신의 몸에 번쩍이는 푸른색 빛을 보며, 미심쩍은 얼굴로 레이칸을 바라보았다.
“넵! 그렇슴다, 마스터! 기억 안 나심까? 1에서 2레벨로, 2레벨에서 3레벨도 올라갈 때도 다 겪은 거잖슴까! 마법사면 누구나 겪는 것이니 말임다!”
“음.”
그랬나? 유렌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이 육체의 기억을 뒤져봤지만, 딱히 관련 기억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전장에서 가끔 번쩍거리는 놈들은 본 것 같기도 하고.’
분명 보라색인가 빨간색인가로 빛나는 놈들이 있긴 했다.
눈에 잘 띄어서 보는 즉시 목을 뎅겅뎅겅 자르고 다녔었는데…….
“이거 없어지긴 하는 거지?”
“몇 시간 안 가는 것으로 알고 있음다!”
“그건 다행이군.”
유렌이 레이칸에게 이 현상에 대해 조금 더 물어보려고 할 때, 지쳐 헉헉거리던 두 실행부대원이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아까는 덕분에 살았습……어? 이건 ‘끝의 빛?’”
“허. 진짜네. 축하합니다! 유렌 형씨! 이제 우리랑 같은 위계가 되시겠군!”
두 명도 번쩍이는 유렌의 모습을 보고 잠시 놀라더니, 곧 그를 축하했다.
끝의 빛.
마법사의 레벨이 상승하기 직전, 기량이 완성되었다는 증거로, 이런 전조가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흔히들 ‘끝의 빛’이라고 불렀다.
이 빛이 번쩍이면, 말 그대로 그 레벨의 끝에 다다랐다는 증거였으니까.
“그 기량이라는 건 뭡니까? 마법 지식?”
“그게 아직 확실하진 않아서 이런저런 논란이 있긴 한데…….”
유렌은 그냥 대놓고, 세 사람에게 자신에게 지금 일어나는 현상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왜 견습생도 아는 걸 물어보나- 라는 얼굴이었지만, 실험 때문에 기억을 잃은 게 있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심장에 모여 있는 마력의 크기, 많은 마법을 익히는 것, 그리고 마법에 대한 숙련 등이 보통이긴 한데……. 하지만 역시, 얼마나 ‘마법’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느냐가 제일 크죠. 테르파티스 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게 모든 마법사의 근본이니까.”
마법의 시초인 대마도사 테르파티스.
그가 남긴 수많은 저서 중, 언제나 가장 첫 장을 차지하는 말은 이것이었다.
[마법사란, 마법이라는 거대하고 위대한 현상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느끼려는 자들이다.]
‘……예전 소드마스터였을 때는 그 문구를 보고 웬 개소린가 싶었는데.’
워낙 유명한 저서이니, 적국의 지휘관이었던 과거의 유렌 역시 읽은 적은 있었다.
그땐, 이게 뭔 소린가 싶어서 그냥 책을 모닥불에 던져버리긴 했었지만.
‘하지만, 이젠 그게 무슨 뜻인지 느낌은 알겠군.’
유렌은, 조금 전 보스 트롤을 상대할 때의 감각을 떠올렸다.
예민해진 감각.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몸.
마력으로 부풀어 오른 것 같은 심장.
길지 않은 시간이긴 했지만, 무언가 거대한 존재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 거대한 게 마법 그 자체란 소리겠지.’
유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듣고 싶은 것을 물었다.
“그래서, 그 레벨이란 건 이 이후에 어떻게 오르지?”
“그건 아무도 모름다. 하루가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 다만 확실한 건, 어떤 것이든 강렬한 경험을 하면 마치 껍질이 깨지듯 깨짐다!”
“……껍질 깨지듯?”
“레이칸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 실행부대원들 대부분은, 위험한 실전이나 특히 집중해야 할 때 레벨이 올라갔죠.
음, 대장과의 훈련 과정에서도 꽤 나오고.”
“그러고 보니, 네가 4레벨로 올라갈 때가 대장과의 대련이었지?”
“끄으으. 시끄러. 그 악몽이 떠오르니까!.”
궁금증이 모두 풀린 유렌은 자신의 심장에 손을 대어 그 고동을 느꼈다.
두근두근-
유렌은 자신의 심장 고동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을 느끼며 레이칸의 말을 납득했다.
‘껍질이라, 이름 참 잘 지었네.’
유렌은 자신의 심장이, 마치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 같은 것에 막힌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직감했다.
이 얇은 막이 깨어질 때, 심장에 있는 자신의 마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거라고.
유렌은 그 가까운 날을 기대하며, 지금은 심장에서 손을 떼었다.
“자, 그럼 이제 저것들이나 통째로 가져갑시다.”
유렌은 자신을 바라보는 세 사람에게, 한 곳을 가리켰다.
거기엔 변종 트롤들의 시체와, 그 뒤쪽으로 독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군생지가 있었다.
“저…… 혹시 저 뒤에 있는 희한하게 생긴 풀들도 말씀입니까?”
“예. 몽땅 말입니다.”
유렌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이번 전투서 얻은 ‘전리품들’을 위해 한 발자국씩 다가갔다.
한 손으론 낡은 회색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면서.
* *
“우와아-! 우와아-! 마스터랑 레이칸 아저씨 굉장해요! 아, 호위 아저씨들두요!”
“와…… 세상에, 이렇게 큰 트롤이 다 있다니!”
“야! 이 손가락 좀 봐! 내 팔뚝만 해!”
“이건 정말 놀랍군요. 이런 변종은 저도 처음 봅니다.”
산 밑 자락.
유렌이 공간의 균열에서 꺼내놓은 변종 트롤들의 시체를 보고, 기다리던 일행들은 입을 쩌억 벌렸다.
세상에.
4m가량 되는 청색 변종 트롤이 두 마리에, 5m가 넘는 은청색의 뿔이 난 변종 트롤이라니!
아직 어린 견습 마법사들은 물론, 노집사마저 눈을 반짝이게 한 거대한 전리품이었다.
물론, 단순히 놀라는 걸로 끝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세상에……. 저 괴물들을 간단히 때려잡은 사람들을, 우리가 털려고 했단 말이야?”
“아니, 그것보다, 저거 한 놈이 다가 아니었어?! 더 큰놈도 있었는데?!”
“두, 두목! 저희 괜찮은 거 맞죠? 혹시 거짓말했다고 저희를…….”
“시, 시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산적 두목이자 흑마법사인 브루노는 초조했다.
약 한 시간 전.
꽤 오랜 시간을 산 중턱에서 서성거리던 브루노는, 이제 겨우 내려오는 유렌 일행을 만났다.
-아, 저기 있군.
-거기 너. 왜 똑바로 말 안 해줬지?
-예, 옙?!
리더격의 메이지와 거인 메이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인상이 날카로운 두 세이지가 따지고 들기 시작한 것이다.
-변종 트롤은 세 놈이었다! 세 놈!
-더구나, 그중 한 놈은 네놈 말보다 훨씬 큰 놈이었고!
-그, 그럴 리가요! 전 한 놈밖에 못 봤습니다!
브루노는 말 그대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비틀거렸다.
겨우 이어나가려던 목숨이, 잘못된 정보를 준 탓에 다시 끊어지게 생긴 것이었다.
그것도, 자신 혼자만이 아닌 20여 명의 부하들의 목숨도 함께!
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산 밑으로 내려오더니, 무려 공간을 비틀어 트롤들의 시체를 쑴풍쑴풍 내놓는 게 아닌가.
부하들은 뒤늦게 와 트롤의 시체만 봤지만, 원래 그 장소에 있던 브루노는 모든 걸 본 상태였다.
‘젠장! 봐선 안 될 걸 봤어!’
트롤들의 시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저 ‘공간을 비틀어서 물건을 보관하는’ 물건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도 수년 전까진 베르헨에 있던 정식 마법사.
저 공간을 비튼다는 개념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나를 털려고 했던 항복한 산적이, 내가 엄청난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덤으로, 원래 조건이었던 정보도 잘못 알려준 거라면?’
브루노 자신이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답은 그냥 ‘목을 매단다.’였다.
이렇게 브루노가 최악의 상상을 하며 벌벌 떨고 있는 동안, 유렌은 그저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 이놈. 속에 든 마석도 마석이지만, 이 큰 변종 트롤 놈의 가죽을 벗겨서 방어구로 만들면 엄청날 거다.”
“와, 마스터가 말씀하신 대로, 이놈이 중급 마법까지 간단히 막아준다면 정말 엄청난 물건이 되겠는데요?”
쥬드가 눈을 반짝이며 흥분하자, 에리나 역시 눈을 크게 뜨며 보스 트롤의 뻣뻣한 털을 쓰다듬었다.
“이, 이걸로 로브를 만들면 그 번개를 맞아도 안 아프다는 거죠?”
“그래, 그러겠지.”
유렌은 제자들의 흥분에 싱긋 웃더니, 그들이 놀랄만한 말을 꺼냈다.
“그래, 마침 잘 됐군. 새 마탑을 짓는 기념으로, 너희들에게 이걸로 로브를 만들어 선물하마.”
“……! 저, 정말이십니까?! 마스터?”
“와아아-! 헤헤! 정말 감사합니다! 마스터!”
유렌의 선언에, 10대인 제자들은 폴짝폴짝 뛰었다.
엄청난 보물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으, 음.”
그 와중에, 레이칸은 거기에 자신도 들어가는 건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도다. 레이칸. 넌 제작되고 있는 갑옷 안쪽에 덧붙여주마.”
“가, 감사함다!”
레이칸은 환성을 꽥! 하고 지르려다, 유렌의 경고가 생각나 겨우겨우 목을 틀어막아 감사를 전했다.
“그런데 마스터는 괜찮으심까? 아무리 이놈이 커서 가죽이 넉넉하다지만, 제 갑옷도 큼다.
4벌의 로브와 제 갑옷이면 마스터의 로브는 없는 게 아님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레이칸의 걱정에, 유렌은 고개를 저으며 안심시켰다.
“이미 입고 있으니까.”
“……옙?”
빙글 돌아 산적들에게 다가가는 유렌의 푸른 로브 끝자락이, 희미하게 은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 *
[변화의 옷]
예전 유렌이, 던전의 보물을 발견하면서 디멘션 포켓과 함께 얻은 마도구였다.
효능은 모습과 재질, 길이 등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쓰기에 따라 굉장히 쓸만한 물건이었다.
물론 이름답게, 금속은 해당이 안 되었지만.
유렌은 이를 평소에 입고는 다녔지만, 일상생활 외엔 특별히 써먹진 않았다.
‘바꿀 수 있는 재질이 한계가 있었으니.’
고급 실크 천이나, 희귀한 동물의 모피 등으론 쉽게 변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셀레멘더의 가죽’이라던가, ‘인어의 비닐’ 등 특수 효과가 있는 재질로는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평범하게 일상용으로 쓰고 있었는데…….
‘내가 직접 쑤셔봐서 피를 봐야 했던 건가?’
유렌은 어느새, 이 옷의 재질을 그 보스 트롤의 모피로 바꿀 수 있었다.
특정 부분의 두께나 무게, 색깔 등까지 언제나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마도구다.
그냥 가죽을 통째로 써서 만들 제자들의 로브보다 당연히 훨씬 편하고 우수했다.
유렌은 뜻밖의 추가 수확에 마음속으로 콧노래를 불러가며, 산적들을 조용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때, 슬그머니 노집사가 유렌의 뒤에 따라붙었다.
“주인님.”
“역시 눈치챘군.”
“당연합니다. 굳이 그 앞에서 ‘그것’을 일부러 보여주셨으니까요. 제가 그것을 몰라봐서야, 집사 실격이죠.”
산과 평원의 어느 조용한 중간지점.
브루노와 산적들은 벌벌 떨면서 유렌이 할 말을 기다렸다.
이판사판이라는 심정으로 덤벼봐야, 어차피 몰살이다. 아니, 오히려 더 괴로운 방식으로 죽겠지.
그들은 유렌의 입에서 자비를 기대하며, 그의 입에 귀를 기울였다.
“너희들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꿀꺼억-
산적들의 침샘이, 동시에 열렸다 닫혔다.
“첫 번째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죄로, 산적의 원죄를 받아 목이 매달리거나.”
“……!”
“아니면, 전부 나의 수하가 되거……”
“예! 예! 예에엡-!! 그걸로 하겠습니다! 보스! 제 충성을 받아주십시오!”
유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브루노는 재빠르게 무릎을 꿇으며 충성을 맹세했다.
“저희의 충성을 받아주십시오!”
그뿐만이 아니라, 20여 명의 산적들 역시 재빠르게 두목을 따라 하며 무릎을 꿇었다.
유렌마저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빠르기였다.
“음, 저기 잠깐.”
“옙! 보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르지 않나?”
“아닙니다! 보스! 살 수만 있다면, 어떤 것이든 해 보이겠습니다!”
“……하핫.”
유렌은 이렇게 삶에 의지가 가득 찬 사람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나 이 브루노란 흑마법사의 삶에 대한 이 갈망은, 보통 사람보다 몇 배는 강하고 끈질겨 보였다.
“……뭐, 좋다. 그럼 너희들을 전부 내 수하로 맞이하지.”
“가,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루노가 거의 이마를 땅에 박을 기세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뒤에 있는 부하들 역시 자신들의 두목을 따라 했다.
다른 때는 좀 어벙해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목숨이 위태로울 때는 무조건 따라 해야 하는 게 두목의 생존 본능이다.
브루노와 산적들은 열심히 새 보스를 찬양하며, 살아난 것에 대한 기쁨을 느꼈다.
* *
며칠 후.
‘전’ 산적 두목 브루노는 행복했다.
“흠~ 흠~ 흠-!”
며칠 전, 어이없게 달아날 뻔했던 목숨을 구해서가 아니었다.
이미 그것은, 지난 며칠간 계속 기뻐했으니까.
브루노가 행복하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은, 바로 ‘새 보스’를 만나고 나서 달라진 생활 덕분이었다.
“두목!”
“더는 두목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행장님이라고 불러! 행장님!”
“아, 죄송합니다. 아직 입에 안 익어서.”
일꾼 하나가 다가와, 전 호칭을 입에 담자, 브루노는 자신의 현 직책을 말하며 가슴을 내밀었다.
작은 행상인 집단의 장. 행장.
이것이 전 산적 두목이었던 자신의 현 직책이었다.
이 얼마나 감동적인가.
범죄를 저지르고 쫓기던 자신이, 당당히 양지의 직함을 가질 수 있다니.
물론 보스의 명에 따라 언제든지 음지의 일도 해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겉 신분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크다.
새 보스가 베르헨으로 돌아가고 이틀 후.
그들은 몰래 온 심부름꾼에게, 새 신분을 받고 감동해 잠시 눈물을 훌쩍였다.
-크흐흑! 자식들아!
-보스! 아니 행장님! 정말 보스 밑에 들어가길 잘했습니다! 이젠 저희도 산적이 아닌 일꾼이래요! 평 일꾼!
-그래! 정말 잘됐다!
이제 얼굴을 슬쩍 가리기만 해도, 별문제 없이 마을을 들릴 수 있다.
드디어 사람다운 문화의 향기를 조금이나마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해야 할 일들이 있어 다시 이 산으로 돌아온 상태이긴 하다.
그래도, 보스의 노집사가 이것저것 챙겨준 물품들로 그들은 사람답게 살고 있었다.
-윽. 이 텐트는 버리십시오. 새 텐트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런, 물통들도 죄다 밑이 싹 썩었군요. 이것도 새것으로……
거의 거지나 다름없었던, 비참한 산속의 산적 생활은 이제 없다.
오히려 다른 산속에서 일하는 일꾼들보다, 훨씬 양질의 환경을 보장받은 것이다.
“자, 그럼 보스께서 내려주신 우리 임무를, 신속히 해보자고!”
“옙! 두……아니, 행장님!”
브루노와 일꾼들은 사이좋게 모여, 며칠 전 보스가 놓고 간 풀뿌리들을 조심스럽게 챙겼다.
“이거, 참 요상한 냄새라니까?”
마치 벌꿀과 식초가 섞인 듯한, 달콤하면서도 약간은 시큼한 냄새.
독초지만 정작 독은 없다는 이 풀뿌리들을, 브루노와 일꾼들은 유렌의 산 곳곳에 심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띄엄띄엄 심어주고 잿가루를 뿌려주면 금세 자라난다고 했다.
‘이런 걸 대량으로 어디에 쓰실 생각이지?’
문득 의문이 들었지만, 브루노는 곧 고개를 저었다. 보스의 명령이다. 자신이 굳이 알 필요까진 없다.
“마법이나 칼 맞아 뒈질 수도 있는 산적질 보다, 이일이 훨씬 좋네요! 행장님!”
“그래, 당연하지! 이거 다 심고 나선, 새로 마탑이 들어설 곳을 정돈한다!”
“예엡!”
브루노와 일꾼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면서도, 자신들의 행운에 감사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운 좋은 날들이 이어졌으면 바랐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이 심는 이 풀뿌리가, 곧 이 나라에, 아니 대륙 전체에 엄청난 대폭풍을 몰고 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