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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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2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0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0화 얼음 속에서 피는 꽃 (2)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에서 마력석 광맥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금세 베르헨의 호사가들에게 퍼졌다.
단순 마력석 광맥의 발견만 해도 이미 대형 뉴스인데, 그것이 요새 한창 이름을 떨치는 신생 마탑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화제성은 컸다.
-와-. 정말 이럴 수도 있는 건가? 광맥이 그 드워프 물건들이 발견된 던전에서 이어진 거라고?!
-허허. 행운도 이렇게 몰리면 무서울 지경이군. 아니지, 이쯤 되면 단순한 행운은 아니지 않나? 분명 뭔가가…….
-자네 말이 맞아. 단순한 운이라고 보기엔 좀 지나치긴 하지. 하지만, 그 말대로 이게 죄다 꾸민 일이라면 그게 더 대단하지 않나?
소문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고 많은 정보를 담은 채 퍼졌다.
물론, 처음부터 유렌이 노린 결과였다.
-처음으로 원석을 확인했던 그 레이슨이라는 상인, 완전히 넋이 나갔던데?
-하핫! 그럴만하지! 자기네랑 손잡은 몇몇 곳에서 거의 독점을 하다시피 했으니. 흥! 꼴좋다. 별것도 아닌 주제에, 거드름은 다 피우더니만!
-그럼, 이제부터 마력석의 유통이 좀 더 나아지겠지? 바로 베르헨 옆에 광맥이 있으니!
-그래야지. 잠깐, 그럼 공주 쪽으로 마력석 광맥이 들어간다는 소리인데……?
어차피 몰래 숨겨봐야 마력석의 유통이 제한된 이상, 금방 꼬리를 잡힐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이렇게 대놓고 알려서 섣부른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나았다.
명성을 더 올린 것은, 겸사겸사고 말이다.
당연히 이 소식에 왕자파와, 거대 마탑들은 머리를 잡았지만, 그들만큼이나 고민에 휩싸인 사람들이 있었다.
“으음……. 어떻게 생각해. 툰드라?”
“끄응. 이건 아무리 봐도…….”
바로 원래라면 가장 기뻐했어야 할 공주와 그의 심복인 툰드라였다.
* *
공주가 머무는, 왕궁의 한 별궁.
원래대로라면 공주와 그 심복이 우아하게 최고급 차를 마시며, 티타임을 즐기고 있어야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달랐다.
마치 살얼음 위에서 걷고 있는 듯한,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마력석 광맥이라……. 정말, 정말 좋은 일이네.”
공주는 검푸른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와 툰드라는, 오늘 두 가지의 엄청난 소식을 들었다.
그중 하나는 기쁜 것이었지만, 하나는 바로 안색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위험한 것이었다.
“일단 마력석 광맥은 그에게나 우리에게나 엄청나게 중요한 카드가 될 거야. 다만 문제는…….”
“응. 이젠 자금 면으론 우리보다도 더 커질 수도 있으니까. 힘의 관계가 완전히 역전되어버릴 가능성이 커.”
향신료까진 그럭저럭 괜찮았다.
아무리 공주파의 세력이 아직 약하더라도, 그거 하나로 역전되어버릴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마력석의 광맥? 부르는 게 값인 그것은, 당연히도 어지간한 금광 몇 개보다도 더 값어치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이것저것 저쪽에 신세만 잔뜩 진 상황에서, 자금 쪽까지 저쪽이 앞서간다면?
‘과연 동등한 동맹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저쪽의 뒤엔 정체불명의 조직까지 있지 않은가.
이쪽이 왕위에 오른다면, 대체 무엇을 주어야 할까.
하지만 사실 이건 별 걱정거리도 아니었다.
어쨌든, 자신들을 돕는다는 세력이 더 강해진다는 거니까.
그보다 훨씬 큰 문제는 바로 조금 전, 한 작은 새가 긴급하게 보내온 이 쪽지에 적혀있었다.
-긴급-
얼음 산의 수호대. 전멸. 도움 바람.
척 봐도 긴급 상황을 알리는 쪽지를 보며, 공주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이건 문자 그대로 위험했다.
만약,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공주파가 크게 흔들릴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아픈 곳을 찌르시네요. 할아버님.’
이런 짓을 할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공주의 외할아버지이자, 가장 큰 정적인 왕자파의 수장 -예니힌 공작.
공주는, 가장 강한 정적의 공격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느꼈다.
* *
“일단 마력석 광맥의 발견! 정말 축하해요! 그리고, 바쁜 건 알지만 저희 좀 도와주시죠!”
그 후, 툰드라는 스태프 오브 파워의 마탑 건물로 가, 유렌을 만나서 당당히 말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조금 민망했는지 얼굴이 살짝 빨갛게 달아올랐다.
“……도움 말입니까?”
“예. 공주님이, 아니 저희 쪽이 위험한 상황이거든요. 부디, 도와주시길 바라요.”
툰드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살짝 감았다.
이미 각오하고 왔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유렌이 짓는 표정을 보기가 무서웠다.
‘……내가 왜 이러지?’
지금 그녀는 정식으로 공주의 요청을 받아 온 상황.
설사 유렌 쪽이 거절하더라도 어떻게든 설득해, 요청을 수락하게 해야 할 ‘임무’였다.
그런데 겨우 상대의 반응을 보기가 무서워서 눈을 감다니. 이래선 마치 어린아이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이런. 그거 큰일이군요. 대체 어떤 상황입니까?”
툰드라가 다시 눈을 뜬 순간, 유렌의 걱정하는 얼굴과 목소리가 그녀의 눈과 귀로 동시에 들려왔다.
“……!”
그리고 그와 동시에 툰드라의 하얀 얼굴이 확- 하고 붉어졌다.
“위저드 툰드라?”
“흠! 흠! 자, 잠시만요!”
툰드라가 잠시 고개를 돌려 감정을 정리하는 사이, 유렌은 재빨리 생각을 정리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공주파가 없으면 곤란해.’
마력석을 다른 상회의 이름으로 다루더라도, 뒤에 ‘왕족’의 이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더군다나 최근 힘이 급속도로 강해진 공주의 이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세력을 넓히고 있다지만, 유렌의 마탑은 아직 크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공주 세력은 든든하게 대신 두들겨 맞을 좋은 방패였다.
‘공주파가 무너지면, 모든 견제가 이쪽으로 올 테니.’
유렌은 감정을 정리한 툰드라에게 사정을 설명 받기 시작했다.
“저희에게 붙은 귀족 중, 가장 큰 세력인 킹스윈 변경백의 영지가 위험에 빠졌습니다.”
“혹시 영지전인가요? 그럼 저희가 크게 뭘 할 수는 없습니다만.”
물론, 이건 겸양을 떤 말이긴 했다.
유렌이 전쟁에 참여하는 이상, 소수의 병력을 끌고도 충분히 훨씬 많은 병력과도 싸워 승리할 수 있을 테니까.
“아뇨.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영지전이 나을 정도로 훨씬 심각한……거에요.”
툰드라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킹스윈 변경백의 영지는 바로 왕국의 최북단에 위치. 엄청난 설산의 산맥과 접하는 곳이었다.
엄청난 추위와 몬스터. 그리고 야만인들로 가득 찬 곳이었지만, 동시에 킹스윈 변경백은 상당히 부유한 가문이었다.
“그게 가능합니까? 분명 말씀으론 농사도 짓기 힘들고 광맥도 없을뿐더러, 군사만 잔뜩 조련해야 하는 영지 아니었습니까?”
“네. 모두 그 ‘예르비아’ 덕분에 가능했어요.”
“예르비아?”
순수한 얼음 결정이 있는 곳에만 핀다는, 희귀한 붉은 꽃 예르비아.
왕국 내 영지 중에서는, 오로지 킹스윈 영지에서만이 채취 가능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귀하고 부르는 게 값인 영약이에요. 몸의 회복력을 굉장히 좋게 하지만, 그것보다…….”
“……?”
툰드라는 갑자기 말을 끊고 말을 쭈뼛거리기 시작했다.
“흠, 흠! 그, 뭐냐. 그 남자에게 아주 좋다고 해요. 80의 노인도 확실하게 아이를 볼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아.”
유렌은 자신도 모르게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비쌀 만했다.
비록 전설로만 알려지는. 머리를 새로 나게 한다는 약초만큼은 아니겠지만, 저만큼 약효가 확실하다면 재력가들이 엄청나게 비싸게 사겠지.
“그럼, 그 예르비아에 뭔가 문제가 생긴 거로군요.”
“예. 비록 매년 피는 장소가 달라진다곤 하지만, 그래도 후보 장소를 크게 벗어나진 않습니다. 그래서 그곳을 항상 지키는 수호대가 따로 있지요. 그런데, 이번에…….”
짧은 쪽지를 본 유렌은 단숨에 상황을 이해했다.
“열 군대가 넘는 수호대들과 연락이 끊겼다고 킹스윈 변경백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당연히, 저에게 도와달라는 말과 함께요.”
“……아아, 그렇군요. 위저드 툰드라. 당신만큼 그 지대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또 없겠군요.”
확실히 툰드라보다 그 얼음 지대에 일어난 사건을 처리하기 좋은 인물은 없을 것이다.
“예. 마침 변경백은 다른 몬스터들의 침공에 바빠 움직이지 못해요. 물론 병력을 빼기도 힘들고요. 아주 기막히게 틈을 노린 거죠.”
“과연. 만약 이번에 그 예르비아를 채집하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영지 자체가 무너지는 거죠. 어디까지나 그 영지의 거의 모든 수입이 거기서 나오는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물론 이번 한 번 가지고 망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겁니다.”
과연. 차라리 영지전이 낫다고 말할 만했다. 북방의 병사들은 강한 정예병이라고 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강한 정예병들도 장비와 먹을 게 없으면 결국 약해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어쨌든 채집 시기가 오기 전, 반드시 그 상황을 알고 해결해야 하는데……. 극 지대에선 아무리 제가 있더라도 많은 인원이 움직이기 힘드니, 소수 정예로 가는 게 제일이에요.”
“그래서 저에게?”
“네. 제가 알기론 당신보다 더 소수 정예라는 말에 어울리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말을 마친 툰드라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사정을 듣기 전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은 어떻게 될지 몰랐으니까.
“부디 부탁드릴…….”
“흠, 꽤 급해 보이는 일이니, 가능하면 오늘 내로 출발하는 게 좋아 보이는군요. 늦어도 내일 아침엔.”
“……?!”
“그럼 어서 준비하죠.”
그녀가 부탁의 말을 하기도 전, 유렌은 재빨리 결론을 내리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저드 툰드라. 당신도 이 마탑 건물을 지키는 일이나, 향신료를 지키는 것 등, 많이 도와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동맹과는 별개로, 당신의 청이면 이 정도는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어서, 서두르시죠.”
어찌 보면 시큰둥하게까지 들리는 유렌의 말이었으나, 툰드라에겐 참으로 부드럽고 친절하게 들려왔다.
“네!”
그녀는 오랜만에 활짝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유렌을 뒤쫓았다.
지금까지 걱정으로 가득 찼던 마음이, 어느새 스르르 풀리는 것을 느끼면서.
* *
“그럼 저도 가고 싶슴다!”
「저도 같이 갈 수 있을까요?」
“저도~ 같이 가면 좋겠네요~.”
유렌의 말을 들은 마탑의 일행들은, 제각기 가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새로 들어온 사이케스는 가장 강하게 희망했다.
“나도, 나도 꼭 가고, 싶다!”
“설산인데? 엄청나게 추운 곳이라고.”
“으으……. 그, 그래도, 가고, 싶어.”
아무리 인간으로 변신을 했다 해도, 그녀의 근본적인 모습은 파충류. 추위에 약한 것은 당연했다.
유렌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번엔 셀레나와 사이케스가 함께 간다. 위저드 아메리아는 광산 관련해서 마탑주로서 하실 일이 많이 있으시고, 레이칸은 훈련생들을 이끌어야지. 슬슬 쌍둥이들도 갈색빛을 보였다고? 그럼 곧 3레벨이 될 테니, 잘 챙겨줘.”
“예, 옙! 알겠슴다.”
「네. 그렇게 할게요.」
유렌의 말에 아메리아와 레이칸은 잠시 섭섭한 얼굴은 했지만, 곧 물러났다.
확실히 그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한편, 사이케스는 주먹을 꽉 쥐며 외쳤다.
“나, 나는, 참겠다! 참으면, 어떻게든, 된다!”
“참는다고 될 게 아니지. 어쨌든, 날 따라와. 추위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유렌은 두 명, 아니 어느새 준비를 마치고 온 툰드라까지 총 세 명을 이끌고 베르헨으로 나아갔다.
오랜만에 얼굴을 볼 반가운 한 선배를 생각하면서.
* *
베르헨. 마법 지구.
유렌과 그 일행은, ‘레드 라이트닝’이라고 적힌 마도구 상점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손님은 적었지만, 점장의 주머니는 전보다 두둑해졌는지 가게 자체는 전보다 훨씬 깔끔해져 있었다.
“오! 유렌! 어서 와!”
“안녕하십니까. 선배.”
유렌의 고향 선배. 마도구사 베두인이 환하게 웃으며 후배를 맞았다.
“내가 며칠 전 편지에 쓴 대로, ‘그 마도구’의 초기 양산판이 완성되었지! 후후. 정말 길고 길었어!”
“길다뇨. 제가 설계도를 건넨 지 아직 몇 달 안 지났잖습니까. 그런데 벌써 완성하셨다니…….”
유렌은 약간 질린 눈으로 베두인을 바라보았다. 본래 이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후에나 만들어질 물건.
아무래도 원래의 미래보다 몇 년 빠르게 각성하고, 힌트가 있었다지만, 그것을 불과 반년도 안 되는 시간에 만들어 버린 것이다.
“선배. 그 초기 양산판이라는 것. 몇 개나 만드셨습니까?”
“응? 일단 6개 정도 만들었는데…….”
“그럼 5개 정도 빌려도 상관없겠군요.”
“아니, 상관없진 않지만…….”
“대신 제가 철저하게 현장에서 시험해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야, 전혀 상관없지!”
베두인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아무 말 않고 모두 폐기하라고 해도, 유렌이 진지하게 말하면 폐기할 베두인이다.
그런데, 먼저 현장에서 시험해주겠다니. 건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어떤 마도구에요? 듣자 하니, 이번 설산에 가져갈 것 같은데.”
“네, 도움이 될 겁니다.”
툰드라가 그렇게 물었지만, 유렌은 짧게 말하며 씨익 웃을 뿐이었다.
잠시 후.
돌아온 베두인의 손엔, 어른 손바닥 2개 정도 넓이의, 육각형의 금속판들이 들려있었다.
반은 진한 주황색이고, 반은 엷은 파란색. 그리고 한 가운데엔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것이, 상당히 특이한 모양이었다.
“자. 이름은 아직 못 지었지만. 성능은 확실할 거야.”
“……응? 이 가운데에 있는 구멍은 뭡니까?”
유렌은 가운데에 뻥 뚫린 구멍을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원래는 설계도나 미래에나, 이런 건 없었는데.
“아아. 별것 아냐. 일단 혹시 몰라 증폭 기능을 만들어봤어.”
“……예?”
증폭? 이 마도구에 애초에 그런 게 필요했던가?
베두인은 씨익 웃으며 유렌과 그 일행들에게 마도구를 각자 한 개씩 나눠주었다.
“이건~. 어떻게 써야 하죠~? 마력석 어쩌구 하는 것 보니, 공격용 마도구인가요~?”
“아니. 그저 품속에 넣고만 있으면 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지?”
사이케스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베두인에게 되물었다.
베두인이 설명하려고 한 그 순간, 유렌은 호기심에 공간에서 마력석을 몇 개 꺼냈다.
“흠. 증폭이라. 과연…….”
“오! 유렌! 마력석이 그렇게 많았네? 실험으로 한 번 써봐!”
유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만 한 작은 마석들을 각 마도구 구멍에 한 개씩 넣었다.
우우우웅-
그러자 마도구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마석을 붙잡고 쪽쪽 빨아드리며 윙윙거리기 시작했다.
‘뭐, 괜찮겠지.’
유렌은 고개를 끄덕이고, 툰드라에게 말했다.
“그럼 툰드라. 여기가 덥다고 생각하시고, 한기를 배출해주십시오.”
“전 냉방용 마도구가 아닌데…….”
툰드라는 조금 투덜거렸지만, 어쨌든 유렌의 말대로 한기를 내뿜었다.
사아아-
육안으로도 새하얗게 보이는 그 한기에, 파충류인 드래고니안- 사이케스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려 했다.
꽈악-
하지만 어느샌가 유렌이 뒤에서 그녀의 몸을 잡고 고개를 젓고 있었다.
‘큭!’
그래. 이 정도도 못 견뎌내고서야 무슨 설산인가.
그녀는 이를 악물고, 저 이상한 얼음 여자의 한기를 대비했다.
‘응?’
하지만 그녀에게 불어온 것은, 말 그대로 시원하지도 않은 그냥 바람.
“으흠~?!”
“어?”
셀레나는 물론이고, 직접 한기를 내뿜은 툰드라도 당황한 얼굴이었다.
“응?”
심지어 유렌까지도.
이것은 원래 그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날씨는 선선한 봄 날씨로 느끼게 하는 마도구.
사람들의 생활 반경과 양식을 바꿔버리는 미래의 혁신적인 마도구- ……‘였는데’.
아무리 그래도 저 한기에 조금의 차가움조차 없다고?
아무리 마력석으로 강화 중이라고 해도, 이건 뭔가 이상했다.
강화 수치가 좀 강한 것 같은데.
“저, 툰드라. 조금 더 세게 부탁드립니다.”
“……그러니까, 전……! 아아! 아니에요.”
사아아아-!
툰드라는 살짝 발끈했는지, 조금 전보다 훨씬 강하게 냉기를 뿜어내었다.
이 정도면, 물도 바로 순식간에 얼어가는 온도.
하지만, 유렌과 그 일행은 이제야 약간의 시원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봄에 부는 시원한 미풍처럼 말이다.
‘……미친.’
유렌은 엷은 파란색 쪽이 윙윙거리며 빛나는 육각판을 손에 들었다.
성능이 조금, 아니 많이 이상했다.
“으으-! 춥다! 어때 유렌? 성능 괜찮지? 하핫!”
그리고, 벌벌 떨어가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선배- 베두인을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물건을 만든 거야?!’
원본을 뛰어넘어도 한참 뛰어 넘어버린 물건을 만들어버린, 천재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