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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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8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68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68화 지하에서 반짝이는 것 (11)
엘프 - 네르시안은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쿨럭-.”
가슴 전체에 느껴지는 엄청난 격통과 함께, 몸속에 있던 힘과 마력이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정교하게 움직였던 손과 발끝이 싸늘하게 차가워지고, 수백 미터 근방을 바로 옆처럼 보고 들을 수 있던 눈과 귀도 서서히 어두워졌다.
죽음.
언제나 그것을 상대방에게 선사하던 입장이었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었다.
“커흑-. 크으윽.”
뭔가 말을 해보려 했지만, 이미 진창이 되어버린 가슴 속에서 핏물만이 올라왔다.
“…….”
네르시안은 점점 어두워지는 눈으로, 자신의 왼쪽 발목에 묶인 덩굴 식물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자신이 저 빌어먹을 하위 종족 놈의 일격을 피하지 못한 이유였다.
저것은 자신이 마법으로 만든 식물의 덩굴. 당연히 그녀가 그것에 묶여 움직이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대체 저게 왜?
「해, 해냈어요!」
“아하하핫~! 아무리 엘프라도 저런 상황이라면, 저런 사소한 것까지 다 신경 쓸 순 없죠~!”
네르시안의 눈이,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기뻐하며 뛰어나오는 두 명의 인간에게 향했다.
「언제나 유렌님이 커다란 마법들을 팍팍 빼앗는 걸 보고,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비록 작은 식물이긴 했지만, 정말 타이밍이 좋았어요!」
“우리가 함께 힘을 썼는데, 저런 식물쪼가리 정도를 조종하는 것 정도야 해야죠~! 어라~? 에이. 엘프도 피는 붉네요~!”
그랬던가. 저 망할 인간 암컷 두 마리가 자신의 발목을 잡은 것이었나.
네르시안은 당장이라도 저주의 말을 퍼붓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녀의 수명은 이제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아,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었으니까.
저벅- 저벅-
그때, 네르시안은 드래곤의 등에서 내린 저 유렌이라는 인간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상위 종족님이 참 꼴사납군. 자기가 소환한 식물에 발이 걸려 하위 종족의 창 하나 피하지 못하다니.”
그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네르시안은 가슴속에서 무언가 뭉글거리는 것을 느꼈다.
창에 꿰뚫린 통증과는 별개로, 아주 기분이 더러워지는 어떤 감정을 말이다.
이건 분명, 저놈을 처음 봤을 때도 느낀 감정이었는데…….
“네가 몇 년을 살았는지는 모른다. 아마 최소 수백 년, 혹은 천년을 훌쩍 넘게 살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몇 년인지는 아무 상관없어. 이젠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
“……!”
네르시안의 귀는 점점 어두워졌지만, 이상하게도 저 빌어먹을 목소리는 정확히 그녀의 가슴속에 파고들었다.
“네가 저 빌어먹을 붉은 나무를 몇 그루를 세웠는지 몰라도, 하나하나 다 찾아 불탄 찌끄러기로 만들어버리겠다. 네가 수백 년, 아니 그 이상을 걸쳐서 해온 모든 일을 아무 의미 없는 헛된 행위로 바꿔주마.”
네르시안은 드디어 자신이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깨달았다.
이것은 굴욕.
그래,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던 굴욕감이었다.
“그러니 여기서 그냥 죽어라. 네 동족도 차례대로 보내줄 테니.”
“끄……으으!”
그렇게 네르시안은 자신이 만들어낸 피 웅덩이에서, 고통과 굴욕에 발버둥을 치다 서서히 숨이 끊어졌다.
자신이 우습게 보던 그 어떤 하위 종족보다도 더 비참하게.
* *
“후우.”
유렌은 엘프가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 후,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런저런 마력의 소모와, 일행들의 무사함에 힘이 빠진 것이다.
“괜찮습니까? 아메리아, 셀레나.”
「네! 저희는 멀쩡해요. 셀레나의 머리끝이 조금 타긴 했지만요.」
“그저 조금 그슬린 것뿐이에요~. 저 이상한 드래곤이 갑자기 우리 쪽으로 브레스를 뿜지만 않았어도~.”
셀레나가 그렇게 슬쩍 눈을 흘기자, 드래곤도 당황했는지 조금 그르릉거렸다.
사실, 드래곤은 거기 둘이 숨어있었는지 모르고 뿜었었으니까.
“어쨌든, 마지막 덩굴로 발목을 잡아준 덕에 그나마 쉽게 이겼습니다. 그때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겨우 팔이나 하나 자르고 말았겠죠.”
물론 그 상태에서 싸워도 이길 자신은 있었지만, 소모가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더군다나 마지막 발악으로 이곳저곳 날뛰면, 리저드맨의 마을도 위험했었고.
“음? 이건 소환물이 아니었던가? 아직까지 남아있다니.”
유렌이 엘프가 죽었음에도 아직 남아있는 활을 줍는 사이, 드래곤은 서서히 모습을 바꿨다.
슈우욱-
이미 그들에게 익숙한, 반인반용의 드래고니안의 모습으로.
7~8m의 드래곤이 순식간에 인간과 비슷한 체격으로 변하자, 지켜보던 아메리아는 살짝 감탄했다.
「설마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할 줄 몰랐네요.」
“아하하하~! 맞아. 변화 주문으로도 부피가 저렇게 크게 변하긴 참 힘들 텐데 말이야~!”
그때. 드래고니안으로 변한 사이케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것, 보다, 도 저쪽, 에 훌륭, 한 전사, 가, 중상, 인데, 내버, 려둬도, 괜찮, 나?”
“……! 레이칸!”
「이런!」
“아~!”
깜빡했다.
유렌은 재빠르게 달려가 축 늘어진 레이칸의 상처를 보듬었다.
가슴 쪽이 움푹 팬 것이, 뼈와 내장이 꽤나 상해 있었다.
“아메리아! 치료를 부탁합니다.”
【그의 상처를 아물게 하라.】
유렌의 회복 마법의 따스한 빛과 아멜리아의 언령에서 나오는 커다란 마력이 일체화되어, 강렬한 마법의 빛으로 변했다.
파아앗-
그 빛 속에 있는 레이칸의 찢어진 내장들과 부러진 뼈들이 저절로 수복되기 시작했다.
“굉장, 하군. 이정, 도면, 거의, 상급에, 가까운, 치료, 마법, 일텐, 데.”
드래고니안 - 사이케스는 입을 떡 벌린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인정한 전사가 낫는 게 기쁜지 날개를 미세하게 펄럭였다.
그렇게 몇 분 후.
큰 상처가 다 나은 순간, 레이칸은 몸을 벌떡 일으키며 크게 소리쳤다.
“감사함다! 이제 하나도 안 아픔다-!”
“아니, 다른 곳은 아직 치료도 안 했는데?! 설마 멀쩡한 거야?”
드물게도 유렌이 놀라 눈을 크게 떴지만, 레이칸은 이미 일어나 몸의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호쾌하게 웃었다.
다른 곳에도 피가 살짝 나긴 했지만, 이미 다 멎었는데 뭐 어떤가.
“넵! 모두 멀쩡함다! 잔상처 뿐임다!”
“……분명 수십 미터는 날아가지 않았던가?”
「네. 분명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가면서 팔과 다리도 바위에 격돌하는 것을 봤는데…….」
“그냥 좋게 생각해요~! 이제 와서 무슨 상식을 따지세요~.”
사실 셀레나의 말이 맞긴 했다.
이미 마법에 대해선 그야말로 끝없는 비상식의 최고봉이 바로 유렌 그 자신이다.
레이칸의 육체도 조금 많이 비상식적이긴 했지만, 설마 그보다 더하겠는가.
일행이 모두 안심하며 이제야 조금 쉬려고 할 그때.
수백, 아니 수천의 생물의 감척이 유렌의 감지에 들어왔다.
“……이건.”
스스스슥-
유렌 뿐만이 아니라, 일행 모두가 사방에서 몰려오는 리저드맨들의 기척을 느꼈다.
땅은 물론이고, 바위와 벽도 자유자재로 타면서 그들은 유렌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렇게 10여 분 후.
유렌은 수천 명의 리저드맨에게 둘러싸였다.
그 가운데 비늘이 희끗희끗하고 덩치가 큰 리저드맨 하나가 앞으로 나와 소리쳤다.
“쉬리르르륵-!”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수천 명의 리저드맨들이 동시에 외쳤다.
쉬리르르륵-!!
쉬리르르륵-!!
유렌과 그 일행들은 비록 리저드어는 몰랐지만, 이것은 무슨 말을 하는지 즉시 이해했다.
그들의 눈물짓는 표정과 공손히 머리를 숙이는 태도. 그리고 말없이도 느껴지는 친애의 감정.
그것이 언어로 변하면 뻔한 것 아니겠는가.
“정말, 로 감사, 한다, 는군.”
“알아요~. 거, 참 눈치도 없네~.”
“……누, 눈치?!”
수천 명이 외치는 똑같은 발음의 리저드어가, 거대한 대공동에 크게 울려 퍼졌다.
자신들을 구원한 영웅들에게 감사의 감정을 담은 채로.
* *
엘프를 쓰러트리고 붉은 나무를 폭파해 버린 그날 밤.
유렌 일행들은 리저드맨들이 준비한 음식들을 배불리 먹고, 편히 쉬었다.
“우와! 이거 엄청 맛있슴다!”
“흠! 정말이네. 고기 자체엔 지방이 많지 않은데도, 육질이 참 부드럽고 육즙 또한 가득해. 육향이 조금 독특하긴 하지만, 향신료를 잘 뿌려서인지 그것 또한 좋은 특징이 되었어.”
“우걱. 우거걱-!”
「드, 드래고니안씨. 그렇게 한꺼번에 먹으면 목에 걸려요. 그나저나, 이 고기 참 맛있긴 하네요. 무슨 고기지?」
“음? 이거, 거대, 두더, 지 고기, 다.”
【뿌우웃-!】
“아하하하~! 실제로 저렇게 고기를 뿜는 것 처음 보네요~!”
비록 아메리아가 고기를 뿜으며 울상을 짓긴 했지만, 어쨌든 지하임을 감안하면 진수성찬이 틀림없었다.
일단 맛도 좋은 편이었고.
“쉬리리리릭-!”
“크르르르륵-!”
“아하하~! 저 꼬리 돌리는 것 좀 봐봐요~!”
그 외에도 리저드맨들이 독특한 춤과 노래를 보여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이, 이것들은……!”
숙소에서 밖으로 나온 유렌 일행들의 눈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밝은 무색의 광물들이 번쩍거렸다.
바로 대규모의 마력석의 원석이었다.
“뭐, 뭐가 이렇게 많슴까? 이거 귀한 거로 알고 있는데 말임다.”
“이거 양이 말도 안 되는데요~? 10~20kg 정도로 배 하나를 개조하는데 충분한 양인데~.”
셀레나는 예전에 자신들이 부숴버린 향신료를 나르는 배를 떠올리며 말했다.
비록 배의 사용 가능 장소는 한정되지만, 거의 선원들 없이 반자동으로 나아가는 배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가 바로 이 마력석이었다.
물론 그런 배 외에도, 마도구나 각종 귀한 물건에도 잔뜩 들어가지만, 상당히 귀한 광물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석은 지나가던 몬스터에게서 나오기라도 하지, 마력석은 정말 특정 지역에서 밖에 나오지 않으니까.
「이거, 거의 톤 단위로 보이지 않나요?」
그런데, 그런 광물들이 그득히 눈앞에 쌓여있는 것이다. 아무리 원석이라고 해도 말이다.
일행들이 모두 놀라는 사이, 리저드맨의 족장이 와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쉬르르르륵-!”
“……”
【그의 생각이 우리에게 전해지게 하라.】
아메리아의 언령 마법이 걸린 후, 그는 다시 자신의 뜻을 전했다.
「은인님들께 보답입니다. 부디 변변치 않은 것이지만, 받아 주십시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나저나, 어디서 이렇게 많은 마력석들이?”
유렌의 말을 아메리아가 메시지로 전하자, 족장은 혀를 날름거리며 다시 뜻을 전했다.
「저희의 마을 주변에서, 저런 돌들이 잔뜩 있습니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저희에겐, 사실상 별로 쓸모없는 돌이죠. 하지만, 지상에선 비싸게 팔린다고 들었습니다. 은인 분들께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군요.」
“……!”
이 주변에 마력석의 광맥이 있었다니.
유렌은 생각지도 못한 행운에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가짜 던전을 판 것이, 이렇게 이어질 줄이야.
하지만, 아직 그 행운과 족장의 메시지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은인 분께 이런 말을 하면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만, 혹시 이후로 저희와 거래를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거래……?”
「저희야 이 지하에서 여러 가지를 자급자족하며, 가끔 여러 통로로 지상으로 나가서 필요한 물자들을 구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지요. 지상에선 저희는 몬스터 취급을 당하니까요.」
족장의 그 뜻에, 유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물자들을 ‘구해온다’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약탈에 가까울 것이다.
당연히도 많은 위험성이 따르며 원하는 물자를 얻기에는 힘들 터.
「하지만 그렇다고 마력석을 들고 나간다면. 무겁기도 할 뿐 더러, 저희를 그저 ‘귀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라고 취급하지 않겠습니까? 지상엔 리저드어를 하거나 이렇게 신비한 마법을 쓰시는 분도 거의 없으니.」
“그래서 나와 거래를 하자는 건가?”
「……! 예. 맞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니, 은인들께선 지상에서 세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저희의 마력석과 필요한 물자를 서로 안전하게 교환하면 서로 이득이 아닐까요.」
“…….”
유렌은 족장으로부터 원하는 물자들을 듣고, 그야말로 웃음을 터트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리저드맨들이 원하는 것은, 목재나 특정 식량과 고기.
이 주변에 없는 광석인 구리 등, 지상에선 그리 구하기 힘든 것들은 아니었다.
반면 이쪽에서 얻는 것은, 돈으로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그 마력석이다.
“좋아. 잘 부탁하지.”
「오오! 감사합니다! 은인이시여!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촌장은 정말 기쁜 듯 혀를 끊임없이 날름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야, 기는, 다, 끝났, 나?”
그리고 그때. 다른 리저드맨들에게 ‘수호자’라며 찬양받고 있던 드래고니안 - 사이케스가 차분히 다가왔다.
“지금, 부터, 지상, 으로, 가는, 건가?”
“그래. 맞다.”
유렌의 대답에 사이케스는 잠시 우물쭈물하다가, 곧 결심이 섰는지 유렌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사이케스의 붉은 눈이 이글거렸다.
“그럼, 나도, 지상, 에, 나갈, 수, 있나?”
“……! 우릴 따라온다는 말이냐?”
오늘은 아침부터 제법 여러 번 놀라는군.
유렌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에게 말을 꺼낸 사이케스를 덤덤히 바라보았다.
“그렇, 다. 아직, 마력, 은 다 회복, 이 안되, 었지, 만, 그래, 도 도움, 은 될, 것이, 다.”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넌 이 리저드맨들의 수호자이자, 저 위 코볼트들을 다스리는 자 아니었나? 지상에는 왜?”
“어차, 피, 저, 던전, 의, 위가, 너희, 들의, 던전, 이라, 고 알고, 있다. 그럼, 침입, 의 걱정, 은, 없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바로 유렌의 마탑의 근처에 있는 이상, 굳이 그쪽으로 침입자가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시피 했다.
“리저드맨, 들은, 걱정, 이 되긴, 하지, 만, 난, 엘프, 들을, 지상, 에서, 감시, 하고, 싶다. 그러, 러면, 너희, 들과, 함께, 가는, 게 제일, 이라고, 봤다.”
사이케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지상에 나가서도 유렌의 근방에 있으면 교역 대상인 리저드맨들의 위험을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뭐, 좋아. 넌 분명히 도움이 되고, 일단 우리랑 같이 싸우기도 했으니, 못 믿을 건 없지.”
유렌이 그렇게 말하며 아메리아와 셀레나, 레이칸을 바라보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군. 그 모습으론 지상에 있기 힘들어.”
「맞아요. 계속 숨어있다면 모를까, 그 모습으로 도시엔 들어가기 힘들 거에요.」
“할 수, 없군.”
사이케스는 그렇게 말한 후, 다시 한 번 마력을 모았다.
드래고니안의 심장 속에 있던 강대한 마력이 꿈틀거리며, 그 육체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드래곤으로 변하면 더 문제가 되지 않나……? 응?’
우드드득-
드래고니안의 육체가 작게 줄어듬과 동시에, 강하게 빛났다.
“헉! 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었음까?!”
“……~! 아니, 변한 게 문제가 아니라~!”
「꺄아악-! 옷! 옷 가져와요!」
드래고니안의 변한 모습을 보며, 일행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리저드맨 마을 위로 울려 퍼졌다.
* *
“건방진 놈 같으니. 감히 누구보고 이래라저래라야.”
어느 거대한 마탑 건물의 꼭대기 층.
그곳엔 강대한 마력을 가진 한 마법사가, 손에 놓인 편지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쿠우우웅-!
그에게서 나온 엄청난 마력이 방안을 뒤흔들었다.
“끄으으윽-!”
편지를 전해온 4위계 세이지가 거의 거품을 물자, 마법사는 순식간에 마력을 다시 품었다.
“아. 이런. 미안하네.”
“아, 아닙니다!”
마법사가 특별히 힘을 주거나 마력을 폭주시킨 게 아니었다.
그저 어디까지나 기분이 상해 억누른 마력이 조금 새어 나온 것에 불과했다.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타다닥-
말 그대로 후다닥 사라진 제자의 제자를 보며, 마법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다음에 따로 사과해야겠군.’
그러면서도 그는, 방금 읽은 편지에 눈을 떼지 못했다.
한 마탑을 뭉개버리자고 하는 내용의 그것을 말이다.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이라. 안됐지만 놈의 말대로 너무 눈에 띄긴 했지. 그러니 이 심술 맞은 놈들이 가만히 내버려 둘리가 있나.”
마법사는 투덜거리면서도 몸을 움직였다.
주제가 마음에 안 들어도, 어쨌든 참석하기는 해야 하니까.
마법사는 그렇게, 6위계 마스터들이 잔뜩 모인 마탑주들의 회의에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