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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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67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67화 지하에서 반짝이는 것 (10)
엘프 - 네르시안은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정에 당황했다.
이 가슴속에서 뭉글거리는 더러운 기분은 대체 뭐지?
그녀는 아직 그 감정이 뭔지 눈치채지 못한 채 몸을 날렸다.
촤르르륵-!
그녀는 덮쳐오는 사슬을 재빠른 몸놀림으로 피하려 했지만, 그만 사슬에 왼쪽 발목이 걸려버리고 말았다.
“큭!”
기우뚱-
네르시안은 엘프다운 천부적인 균형감각으로 넘어지진 않았지만, 왼발에 커다란 압박감을 느꼈다.
움직임이 제한되어,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이쿠. 우리 잘나신 엘프님이 사슬 하나도 못 피하시고, 풀지도 못하시다니.”
유렌은 그렇게 말로 비꼬면서도, 스태프에 마력으로 창날을 씌운 후 재빠르게 휘둘렀다.
쒸이이익-
하지만 네르시안은 한 발이 묶인 상태에서도 아슬아슬하게 그 참격을 피했다.
스륵-
그녀의 아름다운 금빛 머리카락이 몇 가닥 잘려 공중에서 나풀거렸다.
“감히!”
네르시안은 순식간에 다른 감정으로 가득 찼다. 이것은 조금 전과는 다르게 이미 알고 있는 감정이었다.
바로 ‘분노’ 말이다.
파아아앗-!
안 그래도 빨랐던 그녀의 움직임이,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가속했다.
한 발이 사슬이 칭칭 묶여있다곤 상상하지도 못할 속도였다.
“재능?! 그래. 하위 종족놈아! 네놈이 그게 그렇게 넘친다면, 이것도 피해 보아라!”
순식간에 유렌과 30m 정도의 거리를 벌린 그녀는, 마력으로 자신의 활과 화살을 소환해냈다.
끼이익-
마력이 가득 담긴 화살이, 역시 마력으로 만들어진 시위에서 마력을 잔뜩 머금었다.
퍼어엉-!
그리고 마치 공성 병기를 쏘는 것처럼, 굉음을 내며 화살이 발사되었다.
“……! 미친!”
엘프가 활이 특기라는 것은 어린애도 아는 기본적인 상식.
하지만, 그게 저런 위력이라곤 어디에서도 쓰여있지 않았었다.
유렌은 재빠르게 피하긴 했지만, 빗나간 그 화살은 지면과 격돌한 즉시 폭발했다.
콰아앙-!
암석에서 돌과 먼지가 뿜어져 나오고, 땅이 조금씩 흔들렸다.
절대로 일반적인 화살에선 나오지 못하는 파괴력.
슈우우웅-!
그것이, 연속으로 끊임없이 유렌을 노렸다.
콰아앙-!
콰아앙-!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보우 마스터인가?’
유렌은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는 상태에서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저것은 강력한 마법이 섞인 저 마법의 활과 화살의 덕이 컸다.
진정한 ‘마스터’라면 일반적인 활로 더욱더 강한 파괴력을 낼 수 있었을 터.
왜냐하면, 마스터였던 과거의 본인이 그랬으니까.
같은 마스터라면, 그 정돈 했을 것이다.
슈우우웅-!
저 화살의 힘 대부분이, 결국 마법이라는 것을 깨닫자, 유렌은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흡!”
스태프에 마력을 담아, 자신에게 다가온 화살의 옆면을 강하게 후려쳤다.
가장 마력이 약한 옆면을 제대로 노린 것이다.
콰앙-!
거의 90도로 꺾인 화살은, 유렌의 오른쪽으로 쭈욱 날아가 거기서 힘없이 폭발했다.
“……네놈!”
“흥. 못해도 수백 년 이상은 살았으면서, 아직도 마스터가 못 되었나? 그거, 참 재능이 넘치시는군. 하위 종족인 우리 인간의 마스터들은 겨우 30~40년 만에 오르는데 말이지. 혹시 엘프의 시간관념은 우리 하위 종족이랑 좀 차이가 나나?”
“……!!”
유렌의 도발에, 네르시안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의 말대로, 천 년 이상을 수련과 함께 살아가는 엘프 중에선 ‘마스터’들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검이나, 활. 그리고 마법에서도 모두 그 직전까지만 나아갔지, 그 벽에선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렌이 그것을 건드려버리니, 그녀는 참지 못했다.
아까부터 느끼던 ‘분노’의 감정과 그 전에 느낀 아직 모를 감정이 마구 뒤섞여 그녀를 충동질했다.
저 빌어먹을 하위 종족을 당장 세상에서 지워버리라고 말이다.
“하아아앗-!”
그녀의 몸속에 있던 방대한 마력이 폭발하듯 내뿜어졌다.
그리고 근방의 바위 바닥에서, 수많은 덩굴이 바위를 뚫고 나오기 시작했다.
휘이익-!
그 덩굴들은 재빠르게 움직여 유렌을 낚아채려 했다.
“쳇!”
유렌은 재빠르게 공중으로 피했으나, 거기선 다시 한 번 화살이 날아들었다.
뻐억-!
유렌은 재빠르게 스태프의 창날로 화살을 걷어냈지만, 동시에 눈을 크게 떴다.
“핫!”
바로, 네르시안이 재빠르게 식물들을 밟고 달려와 어느새 소환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채앵-!
엘프의 검과 인간의 스태프가 맞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비록 마스터는 되지 못하였지만, 그 직전까지 올라간 그녀의 검술은 당연히 만만치 않았다.
쒸이이익-!
게다가, 엘프 특유의 신체 능력과 마력은 현재의 유렌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채애앵-!
빠르게 몸통을 노려 찌르고, 그것을 피하자 발을 노리며 다시 베고. 그것마저 피하자 빙그르르 돌며 목을 노렸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빠른 그녀의 속도에도, 그녀가 벤 것은 겨우 보라색 로브의 일부와 아주 조금의 살갗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의문이 그녀의 머리에 스쳐 지나갈 그때-.
오싹-.
극도로 발달한 엘프 특유의 감이 그녀를 구했다.
쒸이익-!
유렌의 창날이, 상상도 못 할 방향에서 그녀의 얼굴 옆을 스쳐 지나간 것이다.
만약 먼저 고개를 돌리지 않았더라면, 얼굴 반쪽을 통째로 베여 그대로 치명타가 되었으리라.
“칫!”
“……!”
유렌의 아쉬운 소리를 들음과 함께, 네르시안은 서둘러 다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다시 화살을 쏘려 할 때.
퍼엉-
유렌이 공중에 만든 작은 실드를 밟고 폭파. 그대로 일직선으로 달려 들어왔다.
“어딜!”
“흥!”
채애애앵-!
그렇게, 일진일퇴의 치열한 고속의 싸움이 계속되었다.
* *
“커……억.”
부서진 바위와 먼지 틈.
검붉은 비늘이 회색 먼지로 뒤덮인 한 드래고니안이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젠장. 꼴사납군.’
사이케스는 가슴의 격통을 참으며, 몸 이곳저곳을 매만졌다.
이곳저곳 비늘들이 상해 있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
“크르르-”
사이케스는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자괴감을 느끼며,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한 엘프와 인간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몸에 힘이 훨씬 빠져있어. 아무리 엘프라곤 해도, 내가 이리 쉽게 밀리진 않을 터인데.’
하지만 엘프도 엘프지만, 저 유렌이란 인간은 대체 무엇인가.
신체 능력과 마력의 양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는데도, 저렇게 대등하게 싸우고 있지 않은가.
‘……설마 마스터?’
아니다. 사이케스 역시 예전의 몇몇 마스터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 진짜 마스터들은, 신체 능력과 마력.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기운 자체가 달랐다.
확실히 저 유렌이라는 마법사에게서도, 아주 잠깐 그 기운이 뿜어져 나오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잠깐. 더구나 신체 능력과 마력에선 아직 한참이나 뒤떨어진…….
‘잠깐, 그러면 거의 근접했다고 봐야 하는 건가?’
철커덩-
사이케스가 말도 안 된다며 스스로 부정하려 할 때, 그의 옆에서 커다란 철 덩어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그가 바위를 치우고 일어선 것 때문에 옆에 박혀있던 ‘그’도 떨어진 것 같았다.
“……그, 마법…… 아니, 전사, 인가?!”
사이케스는, 커다랗게 움푹 팬 강철 갑옷을 입고 있는 레이칸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거의 비슷한 곳으로 날려졌던 것 같았다.
“……훌륭, 한, 전사, 였다.”
자신은 드래고니안이지만 저 자는 인간이다. 더군다나 갑옷이 저렇게 깊게 팬 채 여기까지 날아왔다면, 이미 안은 곤죽이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비록 마법사라고 했지만, 이렇게 훌륭하게 싸우면 존경할 수 있는 전사와 다를 게 없다.
드래고니안이 훌륭했던 전사의 명복을 빌어주려던 그때-.
“아, 아픔다.”
철커덩.
깊게 패인 갑옷을 벗어버린 레이칸이,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크허허헉!”
“뭐, 뭠까! 깜짝 놀랐슴다!”
사이케스에게 핀잔을 준 레이칸은, 이젠 일어서려 애썼지만 실패했다.
“큭!”
털썩-
아무리 그의 몸이 튼튼하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살아남는 데 모든 힘을 쓴 것이다.
적어도 지금 다시 전투에 들어갈 여력은 전혀 없었다.
“크윽! 마스터가, 싸우고 계심다. 저도 가야……!”
으드득-
하지만 레이칸은 이를 악물고 계속 일어서려 애썼다.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이곳저곳에서 몸에 피가 흐르지만 그따위 것은 상관없었다.
마스터- 유렌은 평생 별 볼 일 없게, 자신감 없게 살아가는 자신을 완전히 바꿔주었다.
자신의 재능을, 자신의 근본을 처음으로 알아주고 인정해준 존재였다.
그런 마스터가, 지금 저 귀만 긴 괴물과 대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다쳤다고 어찌 누워만 있겠는가.
‘적어도, 상대의 방심 정도는 일으켜야……!’
드워프의 양손 망치를 질질 끌며, 거의 기어서라도 가려는 레이칸을 본 드래고니안의 붉은 눈이 강렬히 빛났다.
“걱정, 말게나. 전사, 여. 조금, 쉬게. 내가, 대신, 갈, 테니, 까.”
드래고니안은 의욕을 불태우며 몸을 진정시키는 간단한 마법을 레이칸에게 걸었다.
“뭐, 뭠……”
“여기, 쉬고, 있게!”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나서더니, 곧 몸을 변형하기 시작했다.
우드드득-
“……저, 저건 뭠까?”
드래고니안의 심장 속에 숨겨져 있던 강대한 마력이 꿈틀거리며 그 육체를 변화시켰다.
우드드득-
2m가 채 되지 않았던 인간형 드래고니안이, 거의 6, 7m 크기의 작은 드래곤으로 모습을 변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10여 초.
축소판 드래곤의 모습으로 몸을 바꾼 드래고니안은, 그대로 치열한 싸움 중인 인간과 엘프에게 그대로 돌격했다.
“크롸롸롸롸-!”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하지만 진짜보단 훨씬 작은 울음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 *
“크롸롸롸롸-!!”
이 괴상한 소리는 뭐지?
인간과 엘프는 동시에 그렇게 생각하며, 그 울음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치열한 싸움이라곤 해도, 급작스럽게 고속으로 날아오는 거대한 마력을 가진 개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푸화아아악-!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드래곤 폼이 된 드래고니안에게서 강렬한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강렬한 화염의 그것은, 엘프가 소환해낸 식물들을 거의 다 단방에 불태워버렸다.
“……아까 그 드래고니안인가! 멍청한 짓을!”
네르시안은 이를 갈며 다시 재빠르게 뒤로 수십 미터를 후퇴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시 활과 화살을 소환시켜 시위에 걸었다.
끼이이익-
멍청한 녀석. 일부러 피탄 면적을 넓히다니.
오히려 덩치를 키운 게 패착이 될 것이다.
차라리 작은 용인의 폼으로 덤벼오는 게 나았을 것을.
네르시안은 비웃으며 재빠르게 여러 개의 화살을 발사했다.
퍼퍼어엉-!
“크롸롸롸롸-!”
작은 용은 재빠르게 몸을 놀려 3발은 피했지만, 나머지 2발은 그렇지 못했다.
화살이 각각 용의 목과 왼쪽 날개에 적중하려는 그 순간-.
뻐어억-!
용의 등에 타고 있던 누군가가, 기다란 스태프를 휘둘러 화살을 쳐냈다.
당연히 왼쪽 날개로 오는 것도 함께.
“……?!”
네르시안의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이, 훨씬 크게 떠졌다.
아름다운 녹색의 눈동자 속에, 작은 용의 등에 타고 있는 유렌의 모습이 비쳤다.
“드, 드래곤 나이트?!”
1,500여 년을 살아온 그녀조차 거의 본 적이 없는 그 모습에, 네르시안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대로 몸이 굳었다.
* *
“크롸라라라-!”
“아! 시끄럽고, 그렇게 울지 마! 차라리 메시지 마법을 보내!”
「알겠다, 인간.」
조금 전, 갑작스럽게 나타난 작은 드래곤의 등에 올라탄 유렌은, 균형을 잡는 데 온 힘을 다했다.
당연하지만, 드래곤의 등은 인간이 타기 쉬운 형태는 전혀 아니다.
심지어 마구 같은 도구도 없으니, 더더욱 그랬다.
“흡!”
하지만 유렌은 다른 공간에서 탄력 있는 밧줄을 소환.
재빠르게 자신과 이 작은 드래곤의 몸에 마력으로 묶었다.
그리고 이쪽으로 날아온 두 대의 화살을 쳐낸 것이다.
‘세상에. 졸지에 용기병이 될 줄이야.’
아무리 찌꺼기니, 하위니, 소형이니 해도 이 모습은 영락없는 드래곤.
와이번이나 드레이크 같은 하위 용종과는 완전히 다른, 진짜배기 드래곤이었다.
비록 크기는 드레이크보다 더 작긴 했지만.
「그럼, 간다!」
사이케스는 다시 엘프가 정신을 차리고 쏘아댄 화살들을 느끼며, 전속력으로 위로 날갯짓했다.
슈우우웅-!
‘응? 뭐지? 왜 이리 몸이 가볍지?’
사이케스는 화살이 자신을 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에 놀랐다.
분명 아까 본, 화살은 자신의 전속 비행보다도 더 빨랐을 터.
하지만 뒤에 이 인간을 태우고 나서, 갑자기 더 빨라진 것이다.
‘그렇군! 공기의 저항을……!’
그리고 사이케스는 알아챘다.
자신의 머리와 날개 부근에, 기묘한 모양의 마력의 방벽이 씌워져 있는 것을 말이다.
저 유선형 모양의 방벽이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하며 비행의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하핫!’
사이케스는 크르릉 웃으며, 당황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엘프에게 돌격했다.
‘기분 참 끝내주는군!’
사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을 등 뒤에 태운다는 사실이 즐겁지는 않았다.
아직 마음 한편에 드래고니안으로서의 자존심이 굳건히 남아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젠 달랐다.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등 위에서 저 유렌이란 마법사가, 거대하고 강력한 마력의 창날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슈우우웅-!
어째서인지 새파랗게 질린, 그것도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엘프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왜 저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건 최고의 기회였다.
“크롸롸롸롸-!!”
화살보다도 빠른 속도.
7~8m의 드래곤과 그에 올라탄 인간이 합친 무게.
그리고 그 인간이 주위의 모든 마력을 끌어모아 만든 거대한 기병창.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모아, 새로 탄생한 용기병이 엘프에게 돌진했다.
“뒈져라. 귀 큰 것아.”
푸우우욱-!
스태프 끝에 달린 거대한 창날이, 엘프의 가슴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