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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65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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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65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65화 지하에서 반짝이는 것 (8)

 

 

 

제국과 왕국의 전쟁은 커다란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터졌다.

처음엔 평소에 사이가 험악했던 국가끼리 전쟁이 터진 것이기에, 누구나 크게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전쟁 중인 본인들은 물론, 옆에서 지켜만 보거나 슬며시 끼어들던 국가들도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전쟁이 점점 커지면 커질수록 다들 뭔가 이상함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원래 이렇게까지 크고 길어질 전쟁이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 이쯤 되면 당연히 휴전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이 전까지 제국과 왕국. 두 나라의 전쟁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크지 않은 국지전은 자주 터지는 편이었고, 각 나라에 소속된 귀족들끼리의 영지전 역시 흔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예외적이었다. 어떤 이득이 걸려있는 것도 아닌데 지나칠 정도로 적대적이었고, 호전적이었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악한 마법을 쓰는 마법 사용자 놈! 죄다 사지를 찢어 죽여야 해!

-제국인들은 그저 짐승과 다를 게 하나도 없어! 짐승을 사냥하는데, 죄책감 따위 느끼지 마라!

그렇게, 전쟁은 더더욱 크게 격화되어갔다.

결국,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긴 몇몇 영웅들이 목숨을 걸고 흑막들을 찾아내었다.

의도적으로 혼란을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고 확대한 ‘놈들’을 밝혀낸 것이다.

하지만 그 영웅담은 해피엔딩으론 끝나지 않았다.

이미 너무나 많은 피와 증오가 모두를 집어삼킨 것이다.

결국 대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이 죽었을 때까진.

그것이 바로 엘프들이 벌인 짓이었다.

“…….”

유렌은 과거- 아니 아직도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생각을 관두곤, 분노하고 있는 드워프들을 바라보았다.

“엘프……! 그놈들이 말입니까?!”

“그 빌어먹을 악마의 귀를 가진 놈들! 이런 곳까지!”

격렬한 분노를 토하는 두 드워프의 모습에, 유렌을 제외한 일행들의 눈이 제법 커졌다.

평소 얌전한 모습만을 보여주던 그들이었기에, 지금 저 분노한 모습은 많이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깊은 원한은 당연했다.

드워프는 약 200여 년 전, 엘프에게 당해 전 종족의 대부분이 학살당하다시피 하여 지하로 쫓겨난 것이었으니까.

그것은 전쟁으로 포장이 되었을 뿐, 사실 전쟁이라 부르기도 뭐했다.

“사도님! 잠시 저 작은 쪽의 도마뱀과 이야기를 나눠도 되겠습니까?”

“꼭 부탁드립니다!”

“그래, 상관없다.”

그들은 작은 리저드맨과 드래고니안에게 다가가, 이것저것 물어보고 듣기를 계속했다.

유렌은 그들을 가만히 보다가, 아메리아와 셀레나에게 입을 열었다.

“후우- 말 한마디 없이 곧바로 정해버려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뭐, 그럴 수 있죠~. 하지만, 간단한 이유라도 설명은 해주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저도 그렇지만, 이쪽의 탑주님에겐 더요~.”

“확실히, 그 말이 맞지.”

유렌은 셀레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메리아는 명목상이라지만, 일단 그들이 속해 있는 조직의 톱.

형식상이라도 말을 하고 움직여야 했다. 아니면, 확실한 이유라도 말하던가.

유렌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조심스레 말을 시작했다.

엘프들이 드워프들에게 벌인 학살을.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더 큰 범위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도.

「세상에……. 정말이에요?」

“그 고상하고 착해 빠졌다는 엘프들이~?”

아메리아는 물론이고, 셀레나조차 당황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이미 알려진 그들은 그런 이미지겠지.

유렌은 그저 묵묵하게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출처는 아직 밝힐 수는 없습니다. 그에 대한 증거도요. 하지만, 제 이름을 걸고 이것은 진실이라 맹세합니다.”

유렌의 그 말에, 셀레나는 조금의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웃으며 대답했다.

“……전 별로 상관없어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당신이 그들과 적대하신다면, 전 따르죠. 뭐. 엘프의 피는 무슨 색깔일까 평소에 궁금하기도 했고~.”

셀레나는 믿는다는 말을, 조금 돌려 말했다.

뒤이어 아메리아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유렌님을 믿지 못하면, 더 믿을 사람도 없겠죠. 엘프가 사실은 나쁜 이들이었군요.」

“언령 마법으로 진실 여부를 확인하셔도 상관없습니다만…….”

「그건 이미 처음 만날 때 해버렸죠. 이젠 그냥 믿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셀레나. 너도 고맙고.”

“이런 분위기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셀레나는 투덜거리면서도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은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클레이스는 화목한 분위기인 세 사람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 저는 드워프들과 함께 지상으로 올라가면 되겠습니까?”

“아, 그래. 이 이상은 너무 위험하니까. 그러는 게 나을 거야. 대신 그를 불러주겠어?”

유렌이 그녀에게 말을 전하자, 클레이스는 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게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 탑주님. 이것 돌려 드리겠습니다.”

「아, 고마워요.」

아메리아는 클레이스에게 드워프제 방패를 돌려받으려다 손을 거둬들였다.

「음, 아니, 이건 아무래도 당신이 쓰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예에?”

아메리아의 뜻밖의 말, 아니 메시지에 클레이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후작과 그 상인과의 향신료 다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드워프제 무기는 상당한 고가의 보물.

그런 것을 별 연관도 없는 자신에게 갑자기 준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전 갑작스러운 기습에 약한 편이라, 그걸 보완하고자 이걸 선택한 거예요. 하지만 아까 드래고니안의 손톱 공격을 받을 때 느꼈습니다. 운이 좋지 않았더라면, 그게 있었더라도 전 당했을 거라고.」

“그, 그래도 왜 하필 저에게…….”

「조금 전, 코볼트들과 싸울 때 그걸로 드워프들을 잘 보호하셨잖아요? 당신이라면 잘 쓸 것 같아서요. 전 다른 물건을 알아보려고 해요.」

“……감사합니다.”

클레이스는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귀한 물건도 물건이지만, 처음으로 자신이 실력으로 인정받은 것 같았다.

그래, 앞으로 자신은 이 드워프의 방패에 어울리는 마법사가 되리라.

클레이스는 이미 평범한 상식과 벗어난 다짐을 하며, 이야기를 마친 드워프들과 함께 지상으로 향했다.

 

* *

 

“그래, 서. 왜, 빨리, 출발, 안, 하는가.”

약 열 시간 후.

이미 한참 전에 몸을 전부 회복시킨 드래고니안은, 불만 서린 어조로 말했다.

‘무슨 회복력이…….’

유렌은 이미 멀쩡해 보이는 드래고니안의 신체를 본 후, 위를 가리키며 답했다.

“도와줄 사람을 하나 불렀지. 흑요석 통로가 좁아서 함께 오지 못한 사람이 있거든. 약간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기다릴만한 가치는 충분해.”

“……서둘, 러, 가야, 한다.”

유렌은 불안한 듯 손톱으로 바위를 톡톡 자르는 드래고니안을 보고는 궁금한 듯 물었다.

“서두르는 건 이해하지만, 확실히 이기기 위해서라도 너 역시 조금 더 쉬는 게 낫지 않아?”

“그게, 무슨, 말이, 냐?”

“너. 육체만 회복된 거지, 아직 마력은 영 아니잖아. 우리랑 싸우기 전부터 마력이 이미 반 토막 이하였던 것 같은데.”

“……!!”

유렌의 말에, 드래고니안은 놀란 듯 붉은 눈을 크게 떴다.

저 인간이 대체 어떻게 안 거지?

“뭐, 금방 회복될 형태의 타격이 아니라면 할 말 없지만.”

“…….”

드래고니안은 한동안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더니, 몇 분 후 겨우 그 무거운 입을 다시 열었다.

“……그, 렇다. 회복, 엔 아마, 많은, 시간, 이 걸릴, 거다.”

“알려줘도 괜찮겠어? 네 약점 중 하나일 텐데.”

“나에, 게 습격, 당하고, 도 도와, 준다고, 한 인, 간에게, 이 정, 도야.”

“흐음.”

유렌은 의혹이 없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드래고니안에게 살짝 감탄했다.

원래 이 드래고니안만이 이런 성격인지, 아니면 그 전에 한 번 만났던 그놈이 광전사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이 녀석은 조금 전 꼬마 리저드맨에게 보여준 태도나, 협력을 바라는 사과. 그리고 지금의 말들로 보아 단순한 광전사는 절대 아니었다.

쿠웅- 쿠웅-

그때. 흑요석 통로의 출구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불쑥 튀어나왔다.

“으-! 진짜 좁긴함다. 어? 여기서부턴 다행히 넓슴다!”

드워프들이 판 통로를 꽉 채운 채 등장한 것은, 바로 두터운 강철 갑옷으로 완전무장 한 레이칸이었다.

심지어, 등 뒤에 맨 커다란 자루엔 여러 통들이 잔뜩 들려있었고.

“아! 마스터 저 왔슴다!”

“오, 왔나.”

쿵- 쿵- 쿠웅-!

드래고니안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레이칸을 보며, 이빨 많은 입을 쩌억 하고 벌렸다.

브레스를 뿜으려는 게 아니라, 놀라서 그런 것이었다.

“이, 이게, 기다, 리던 지상, 의 전사, 인가! 과연! 훌륭, 하다!”

곧 드래고니안은 자신보다 훨씬 큰 체격의 전사를 보며 감탄했다.

딱 봐도 생명의 힘이 넘쳐흘렀다.

‘과연!’

확실히 이런 전사가 앞을 막아준다면 확실히 든든하긴 할 것이다.

“자. 짧게 소개하지. 내 제자인 메이지 레이칸이다. 마법사야.”

“뭐, 라?”

“반갑슴다…… 저 도마뱀씨?”

“그건 실례야, 레이칸. 드래고니안이다.”

“아, 죄송함다! 반갑습니다! 드래고니안!”

덥썩.

레이칸은 마법사란 말에 잠시 멍해져 있는 드래고니안의 꾸욱 잡고 악수했다.

물론, 손톱은 피해서.

꾸우우욱-

제법 강한 통증이, 드래고니안의 정신을 되돌렸다.

아니, 자신의 이 튼튼한 손 비늘이 이렇게까지 압박당한다고?

“마법사아?!”

어처구니없어 하는 드래고니안의 목소리가, 넓은 지하에서 크게 울려 퍼졌다.

 

* *

 

“과연, 저기인가? 생각보다 훨씬 넓은데?”

“와- 생각보다 엄청 넓슴다. 여긴 꼭 지하 아닌 것 같슴다!”

“아하하~. 거의 작은 도시만한 크기네~.”

「이것이 지하에 드물게 있다는 대공동이군요. 책에서만 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웅장하네요.」

“많이, 발전, 했군. 하지, 만…….”

드래고니안과 만난 곳을 떠난 지 약 30여 분 후.

유렌 일행과 드래고니안, 그리고 꼬마 리저드맨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마을에 도달했다.

그곳은 수천 명 이상이 사는 마을답게, 천개 가량의 돌로 만든 리저드맨의 집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들어가도 한참이나 남을 만큼, 반경이 최소 수 km에 달하는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높이도 최소 수백 미터 이상은 되어 보이는, 거의 지하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공동이었다.

단순한 돌로 만든 원시적인 마을이 아닌, 마을 곳곳에 있었던 다양한 무언가가, 그들의 문화가 생각보다 발전되었음을 암시했다.

“……! 저건가? 저 꼬마 리저드맨이 말한, 그 빌어먹을 나무가.”

“정말 저게 열흘밖에 안 된 나무 맞슴까? 최소 백 년은 되어 보이는데 말임다.”

그리고, 일행의 시선은 마을 한가운데에 떡 하고 자리를 잡은 거대한 나무로 향했다.

주위 반경 수십 m가 초토화된 채, 그 나무만이 멀쩡히 서 있는 것이, 듣지 않아도 이 나무를 누가 심었는지 알 수 있었다.

어지간한 사람보다 훨씬 굵고 높이도 20m는 되어 보이는 그 나무는, 지하와 어울리지 않는 생생한 활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녹색은 없이, 그저 붉었다.

나뭇잎은 단풍이 든 듯 붉었고, 나무의 껍질 역시 검붉은색이었다.

두 가지의 조합은 지상에서도 얼마든지 있었으나, 왠지 모르게 지하의 이 나무는 그저 불길함만이 가득했다.

「……엄청나게 불길한 마력이 저 속으로 모이고 있어요. 저, 저게 정말 엘프가 심은 것이라니……!」

아메리아가 침을 꿀꺽 삼키며, 나무를 당황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셀레나도, 레이칸도, 유렌도 모두 그 나무에 담긴 불길함을 확실하게 느꼈다.

“저, 건……!”

당연히, 드래고니안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다른 인간들보다 더 확실하게 느꼈다.

저 나무가 빨아들이는 것은, 바로 자신이 아끼는 리저드맨들의 피와 살이라는 것을.

“크르르르릉-!”

손톱과 발톱이 길게 빠져나왔고, 날개가 쭈욱 펴졌으며 검붉은 비늘은 곤두섰다.

분노에 떤 드래고니안이, 그대로 나무로 돌진하려 하는 그 순간.

“레이칸. 잡아.”

“옙!”

덥썩.

레이칸이 드래고니안을 강하게 붙잡았다.

드래고니안은 열심히 바둥거렸지만, 인간 하나를 뿌리치지 못했다.

“놔……라! 저, 나무, 는!”

“멍청아. 정신 차려. 아까 족장이 잡혀있다고 한 거 듣지 못했나?”

“……!”

“말이 족장만이지, 사실상 잡혀있는 인질은 그보다 훨씬 많겠지. 죄다 죽이고 시작할 셈이냐?”

“……미안, 하다.”

“그래. 좀 진정해. 저 나무에 바로 돌격하면 쓰나. 시간과 때를 맞춰서 그냥 화려하게 터트려버려야지.”

“……?!”

드래고니안의 푹 숙이고 있던 고개가 그대로 들려졌다.

지금 이 인간,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아까 레이칸이 잔뜩 들고 온 액체 통들. 무엇인지 굳이 물어보지 않았지?”

“기, 기름, 아닌가?”

“역시 코도 좋네. 그게 맞아. 근본은.”

조금 전.

유렌은 레이칸을 따로 불러 왜 이리 늦었냐고, 그리고 뭘 그렇게 잔뜩 들고 왔냐고 물었다.

-드, 드워프들이 말임다.

-응? 드워프들?

그 통에 들은 것은, 말 그대로 엘프라는 말에 복수에 눈이 뒤집힌 드워프들의 결과물.

평소에 실험하던 것의 결정체를, 여기에 모두 쑤셔 박았다고 했다.

그렇다.

드워프들의 모든 정수가 쑤셔 박힌, 그들의 자신작.

“여기서 위로 쭉 가면, 인간의 대도시. 베르헨이라는 곳이 나온다.”

“……?”

갑자기 생뚱맞은 말을 하는 유렌에게, 드래고니안이 의문을 담은 채 바라보았다.

“거기선 최근 밤 중에 많은 일이 일어났지. 모두에게 화려한 광경을 보여준 일들이 많았다. 바위든, 거대한 얼음이든, 아니면 또 다른 것이든.”

“무슨, 소리, 냐?”

“그런 것들이, 이런 지하에서도 한 번쯤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유렌은 공간을 비틀어, 통들을 하나 둘 꺼내기 시작했다.

“그 망할 엘프에게, 한 번 보여주도록 하자고.”

드워프들이 마개조한 ‘폭발하는 기름’ 통들을 말이다.

“화려하고 예쁜 불꽃놀이를.”

유렌은 붉은 엘프의 나무를 바라보며 깊게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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