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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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9화 지하에서 반짝이는 것 (2)
“……그렇게 해서, 일족과 떨어진 지 20여 년. 그동안 쭉 혼자 살던 저를, 여기 있는 유렌님이 근처 동굴에서 절 찾아주신 겁니다.”
적당히 꾸며낸 드워프 매키넨의 거짓말에, 샤디아는 감명받은 듯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런 사연이 있었다니…….”
조금 전까진 마치 맹수처럼 후작의 집사를 쏘아붙였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싱글싱글 웃으며 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금 전 비루했던 그 집사와는 다르게, 이 둘에게선 황금의 기척이 너무나도 강하게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드워프에겐 절로 눈길이 갔다.
어릴 적. 유모에게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동경했던가.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면 언젠간 내가 잡아들여서 날 위해 팔 물건들만 만들라고 해야지!
-아, 아가씨…….
하지만 커가면서 현실 속에선 이미 없어진 존재라는 것을 알고, 얼마나 슬펐던지.
-으으! 그 멍청한 엘프들! 그 돈 되는 종족들을 한심한 전쟁으로 멸종을 시켜?! 아아! 그들이 먼 북쪽이 아니라, 이 남쪽에 있었으면 인간들이 더 철저하게 보호했을 텐데!
물론 다른 사람과는 조금 보는 시선이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그토록 아쉬워했던 드워프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이다.
“흠- 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실례일 수도 있습니다만, 역시 드워프들의 제작 솜씨는 아직 녹이 슬지 않았겠지요?”
그렇게 10여 분. 더는 참지 못한 그녀는 직접적으로 물었다.
매키넨은 그 욕심이 묻어나는 질문에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옛 부족의 어른들보단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곳 지상의 장인들보다 제가 부족하다곤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아……!”
비록 겸손하지만, 그 속에 있는 드워프의 자부심에 여상인은 눈을 반짝였다.
“그, 그렇다면……!”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갑작스럽게 유렌이 끼어들었지만, 샤디아는 차마 화를 내지 못했다.
“그, 그건!”
스릉-
유렌이 매고 온 짐에서 검을 꺼내 반쯤 뽑은 것이다.
그것을 본, 샤디아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콰앙-!
“아가씨! 괜찮으신……어?”
그러자, 밖에서 호위를 서고 있던 갈색 피부의 전사가 재빠르게 방안으로 난입했다.
칼을 뽑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제법 뛰어난 실력을 갖춘 그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유렌은 노려보려다 - 주인의 행동에 먼저 눈을 빼앗겼다.
“와아아아-!”
“아가…… 아니, 회주님…….”
붉은 머리의 여상인은, 마치 검을 핥을 것 같이 헥헥거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전사는 그 광경을 보고, 작게 한숨을 쉰 후 밖으로 다시 물러났다.
“이건……! 정말 엄청난 물건이네요! 분명 강철로 만든 물건인데, 이렇게, 이렇게 깨끗하고 단단하게 나오다니! 세상에-!”
그녀는 유렌에게 검을 넘겨받고는, 그 검의 구석구석을 거의 핥듯이 살펴보았다.
그녀의 나라에서도 수많은 장인이 있었지만, 이것은 그것을 가볍게 뛰는 보물이었다.
‘흠, 역시 가치 자체가 달라지는 건가?’
유렌은 흥분한 그녀를 보며,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먼저, 왕국과 제국.
대륙의 중간 정도 되는 이 지역에선 드워프제 무구의 가치가 저리 높지는 않았다.
물론 일반적인 무구보다야 훨씬 높지만, 왕국에서 선호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마도구.
높은 품질의 무구는 아니었다.
‘제국도 그렇고.’
제국도 비슷했다.
물론 왕국보다야 더 귀하게 쳐주긴 했다.
하지만 기사들이 제일 선호하는 무구는 마석을 무기에 갈아 넣어, 사용자의 전체적인 마력을 올리는 ‘보검’이니까.
물론, 마법이 걸려있거나 마석이 들어가 있는 드워프제 무구는 별개였지만 그런 것은 얼마 없고.
하지만, 대륙 남쪽에선 장인의 가치를 인정받아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데, 저 샤디아의 눈빛을 보면 결코 헛소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일단 지하에서 들고 온 물건 중 한 개를 경매에 내놓길 잘했군.’
그 덕분에 소문이 퍼져 저 이국의 여상인까지 관심을 보인 것이니까.
“실례지만, 예루니스 상회의 새 주인께서 드워프의 물건을 구한다는 소문이 있길래, 매키넨 씨가 솜씨를 발휘해봤습니다.”
“……오오! 그, 그렇다면?!”
“네. 저와 매키넨 씨는, 우호의 증표로 이 검을 드릴까 합니다. 간단한 부탁을 들어주신다난 가정 하에 말이죠.”
“흐음-.”
샤디아의 얼굴에 가득 차 있던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곤 유렌과 매키넨을 번갈아 보며 무언가 생각에 잠겼다.
‘역시, 아직 젊다지만 싹이 다르긴 하네.’
유렌은 약 20여 년 후에서도 이름을 떨친 대상인.
‘적표’ 샤디아를 여유 있게 바라보았다.
비록 미래와는 다르게 아직 온몸에 커다란 흉터들은 없었지만, 그녀의 본질은 그때와 같아 보였다.
자신에게 돈만 된다면, 일단 무조건 달려드는 그 본질 말이다.
생각에 잠겼던 샤디아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좋아요. 그 부탁이 무엇인지, 한 번 들어보죠.”
“간단합니다. 귀족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 향신료의…….”
유렌의 말을 들은 그녀는 절로 헛웃음을 지었다.
‘이 사람도 여러 의미로……. 미쳤네.’
자신조차도 상상도 못 할 규모로 일을 꾸민 것이다.
얼핏 들으면 말도 안 되어 보이긴 하지만, 일단 자신은 있는 거겠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에겐 금전적인 손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좋습니다. 그 말대로 하죠.”
샤디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남자에게서 나는 진한 황금의 향을, 어떻게든 차지하기 위해서.
* *
스태프 오브 파워의 마탑 건물 근방.
이제는 멀쩡한 옷차림을 한, (전) 산적 출신 브루노와 그의 부하들은 껄껄 웃어가며 짐을 나르고 있었다.
“행장님! 저 안쪽입니다!”
“오오, 그래. 생각보다 멀진 않군.”
(전) 산적이었던 부하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 짐을 지며 산을 오르고 있었지만, 그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의 삶에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쫓길 일도 없고! 뜨끈한 밥과 잠자리도 다 있고! 심지어 월급까지 빵빵하게 받지! 불만이 있을 리가!
-흐흐. 난 밑 마을의 메리랑, 다음 주 휴일에 도시로 놀러 가기로 했지!
-이 자식! 어쩐지 뻔질나게 밑 마을에 들락날락하더니만!
-뭐, 다 떠나서 억지로 피를 안 봐도 되니까, 그게 제일 마음이 편하긴 해.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행장인 브루노 역시, 현 생활엔 충분히 만족했다.
다만, 최근 마탑의 훈련생들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지긴 했지만.
‘나도 저기에 들어가서 마법사의 길을 다시 걸어볼까? 물론 평범한 마법사완 차이가 있긴 한데…….’
어쨌든, 그런 사소한 고민을 제외하면 모든 것을 만족하고 있는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
한 깊은 동굴 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빛 하나 없는 동굴의 새까만 어둠을, 브루노가 주문을 외워 시야를 밝혔다.
“허- 행장님. 여기 이틀 전까지만 해도, 아주 작은 동굴 아니었습니까?”
“분명히 그랬지. 근데 도대체 어떻게 이틀 만에 이렇게 커진 거지?”
그리고 최소 수십 배로 넓어진 동굴의 크기에, 모두가 놀랐다.
분명 10여 명 들어가면 꽉 차버리는, 아주 작은 동굴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입구에만 20여 명이, 아주 여유롭게 들어가 있었고, 그 뒤로 커다란 여러 개의 통로가 뻥뻥 뚫려 있었다.
겨우 이틀.
5명의 드워프가, 2일 만에 만든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응? 행장님! 저 끝에서 뭔가 반짝였습니다.”
“좋아. 드워프들이 저 안에 있다는 신호겠지. 자, 모두 좀 무겁겠지만 짐들 똑바로 메고 가자! 보스께서 중요한 물건들이라고 하셨으니, 떨어뜨리지 말고!”
“예엡!”
“대신, 오늘은 이 짐만 전하면 곧바로 퇴근해도 좋다고 하셨다. 끝나고 내가 밑 마을에서 한잔 살 테니까, 힘내서 가자!”
“역시, 행장님! 자, 자! 갑시다!”
부하들은 갑자기 가벼워진 듯한 짐을 진 채, 동굴 밑으로 향했다.
“오늘 안주는 뭘 먹으면 좋을까? 그때 그 구운 소시지 끝내주지 않았어?”
“캬아- 그것도 좋았지만, 그 감자를 으깨서 만든……!”
자신들이 진 짐이 얼마 후, 베르헨과 그곳의 귀족들을 아예 뒤집어버린다곤 상상도 못 한 채로.
* *
약 열흘 후.
베르헨의 평의회 건물의 대회의실.
예전 스태프 오브 파워의 창립 회의를 했던 이 거대한 회의실에, 수많은 귀족과 상단주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었다.
적어도, 그 숫자는 세 자릿수 이상.
그것도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닌, 귀족과 상단주 중에서도 돈과 세력들이 상당한 알짜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는 공주도 툰드라와 함께, 가장 높은 곳에서 대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흠, 흠. 거, 많이도 오셨군!”
그중 한 사람인 다이드란 후작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도 않고 드러냈다.
당연했다. 결국 여기에 온 자들은, 자신의 거래를 갈취하려고 모인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젠장! 그 미친 상인 년 같으니! 감히 누구를 두고……!’
후작가 수익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남방에서의 향신료 수입. 그것이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 이게 대체 뭐냐?! 집사! 네놈 대체 교섭을 어떻게 한 거야!!
대략 열흘 전.
그저 재계약이 좀 난항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그 미친 여상인은 아예 베르헨에 있는 대부분의 귀족과 상회에 연락장을 쫙 보내버린 것이었다.
열흘 후.
평의회의 대회의실에서, 예루니스 상회의 향신료 독점권을 공개적으로 정해버린다고 말이다.
-이, 이게 정말일까?
-조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그래도 만약 이걸 우리가 따낸다면!
이 말도 안 되는 내용에, 당연히 베르헨은 떠들썩하게 뒤집혔다.
안 그래도, 지금 후작이 독점하고 있다시피 하는 향신료 수입의 이익은 엄청났다.
그 거대한 후작가의 수익의 상당수를 차지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예루니스 상회가 독점권에 걸어버린 것은, 지금 거래량의 2배에 달하는 향신료였다.
‘젠장. 그 남부 야만인 놈들. 그만한 양의 향신료를 숨겨두고 있었을 줄이야.’
후작은 강단에 나가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샤디아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그나마 당장 가서 멱살을 잡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연락장 밑에 붙은 추가적인 조건 때문이었다.
[* 드워프제의 물건들을 15점 이상 구해오는 곳이 있다면, 그 쪽에게 독점권을 넘기겠습니다. 이것이 가장 최우선 조건입니다. 하지만 그런 곳이 나오지 않는다면, 절반을 기존의 다이드란 후작가에 넘긴 후, 절반은 공개 낙찰로 하겠습니다.]
최소한, 향신료의 절반은 자신의 후작가에 넘긴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드워프제? 그런 게 저렇게나 있을 리가 있나.
당장 시중에 떠도는 건 있지도 않을뿐더러, 보물을 많이 가지고 있기로 유명한 귀족가에도 두세 점이나 있으면 다행인 물건들이다.
‘흥. 만약 기간이 더 길게 주어졌다면, 연합이든 뭐든 해서 구해 올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겨우 열흘로는 택도 없어!’
혹시나 해서 드워프제 무구 3점을 보유한 예니힌 공작을 슬쩍 떠보았지만, 그 뻣뻣한 영감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면야 안심이었다. 적어도 그 영감은 자신이 한 말은 지키니까.
물론 나머지 절반이 다른 곳에 가는 것 만에도 손해가 크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한 방 먹어버린 지금은, 그저 참을 수밖에.
‘잠잠해진 2, 3년 후에, 암살자든, 해적이든, 누명이든…… 상관없다. 그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있는 힘을 다해 네년의 목을 따주마.’
후작은 그렇게 결심하며, 이를 갈며 샤디아를 노려보았다.
강단 위에 선 샤디아는 그런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유롭게 귀족들과 상인들을 둘러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샤디아 예루니스. 얼마 전, 예루니스 상회를 아버지에게 이어받은 새 회주입니다. 이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살짝 숙였지만, 그 행동과 말투엔 당당한 자부심이 가득 차 있었다.
“흠, 아직 젊은 여자로군.”
“터무니없는 행동을 한다 싶었더니, 단순한 젊은 혈기였나? 저러다가 후작에게 한 번 크게 당할 거야.”
“호오. 여기 이렇게 귀족들이 많은데도, 당당한 건 보기 좋은데?”
“태도야 그렇다 치고, 대체 얼마를 받아야 만족할까? 뭐, 드워프 어쩌고야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우리가 다퉈야 할 건 남은 절반이란 소린데……. 그 거래권을 사는 데만 굉장한 거액이 들어갈걸?”
모두가 침을 삼키며, 강단 위의 샤디아에게 눈길을 주목했다.
“자, 그럼. 우선 드워프제의 물건을 가지고 오신 분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샤디아가 손짓을 하자, 곧 터번을 쓴 갈색 피부의 전사가 쪽지를 들고 강단 위로 올라왔다.
‘보나 마나 있을 리가.’
‘절반의 거래권에 대체 얼마를 써야……?’
모두가 그 쪽지의 결과에 전혀 집중하지 않은 그때.
샤디아는 그녀답지 않게 침을 한번 꿀꺽 삼키더니, 다시 그 쪽지를 보았다.
그리고는, 구석에 얌전히 박혀 있는 유렌을 바라보았다.
이거, 설마 진짜로 가능할지는 몰랐는데.
‘……? 응?’
‘뭐지? 왜 멍하니 있는 거야?’
그렇게 약 30여 초 후.
서서히 웅성거림이 커질 무렵, 샤디아는 만면의 웃음을 짓고 입을 열어 크게 외쳤다.
“스태프 오프 파워 마탑의 유렌 슈나이더님. 드워프제 물품을 16점 가지고 오셨습니다. 미리 말해둔 조건에 맞으므로, 향신료에 대한 거래권을 전부 그에게 넘기겠습니다.”
그리고, 대회의실엔 커다란 폭풍이 몰아쳤다.
* *
“마, 말도 안 돼! 대체 이게 무슨 짜고 치는 삼류 연극이냐!!”
“보나 마나 전부 가짜 아니냐! 감식! 감식자를 불러라!”
“그게 아니면 장물이 틀림없다! 대체 저런 신생 마탑이 어디서 저렇게 긁어모은다는 말이야?!”
“저, 정말로 그가……?”
“……역시 그때의 드워프들이……!”
“하, 하하. 역시 공주님과 위저드 툰드라가 믿고 있는 사람답군!”
혼돈과 분노. 그리고 감탄과 탄식.
여러 가지가 강렬한 감정들이, 대회의실을 강력히 쓸며 지나갔다.
그리고 당연히 그중 가장 강한 분노는 다이드란 후작이었다.
“멈춰라-!!”
우르르-
유렌이 일꾼들을 시켜 강단 위로 드워프제의 물건들을 옮기는 와중, 분노한 후작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것은 높은 확률로 위조일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불법적으로 구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 그것들 하나하나를 어디서 구했는지 밝혀라!”
후작의 분노어린 고함에, 주위의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심지어 유렌의 편인 공주와 툰드라의 안색마저 좋지 못하게 변했다.
‘조, 조직에서 가져온 거라면, 출처를 말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설령 그게 아니라고 해도…… 공식적으로 밝히긴 쉽지 않을 겁니다.’
딱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극도로 긴장한 그때.
그 한 명인 유렌은, 느긋하게 품속에서 서류 몇 장을 꺼내 펼쳤다.
“1시간 전. 무려 ‘드워프’에게 직접 받은 감정서입니다. 당연히 모두 진품이고.”
유렌은 매키넨에게서 받은 감정서를 살짝 흔들었다.
드워프라는 말에, 거짓이라 주장하던 사람들이 조금씩 몸을 물러났다.
“그리고, 출처…… 말입니까? 당연히 밝힐 수 있죠.”
유렌은 원래는 밝힐 수 없음에도 당당히 말했다.
설마, ‘제가 빚의 이자로 반은 노예로 쓰는 숨겨진 지하의 드워프 마을에서 가져왔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자고로 없으면 만들면 되는 거니까.
뒤이어 유렌은 두 번째 서류를 펼쳐 읽었다.
“며칠 전. 저희 마탑 근방의 한 동굴에서, 드워프들의 유적 던전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거기에서 공식적으로 발굴한 것입니다. 더 출처가 필요합니까?”
일단 드워프들이 그 던전을 만든 것이니, 그들의 던전이 확실하며.
그 물건들은 틀림없이 드워프제 물건들이다.
그리고 스스로 파묻었다가 파내도, 일단 발굴한 것은 맞지 않는가.
유렌은 뭐 하나 거짓을 말하지 않은 채, 그렇게 당당히 말했다.
조용해진 대회의실 속.
유렌은 새하얗게 질려버린 다이드란 후작의 얼굴을 바라보며 깊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