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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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7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8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8화 지하에서 반짝이는 것 (1)
베르헨 근교.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의 주변의 한 마을.
마을이라기엔 약간 크고, 도시라기엔 많이 작은 이곳에선, 평소 보지 못하던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하, 하나아- 두울…… 셋! 네엣!”
“어허. 목소리가 그것 밖에 안 남까!”
“허억- 허억- 죄, 죄송합니다!”
그것은 바로, 마을을 가로지르는 한 집단의 아침 구보 모습이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반짝이는 은색 갑옷들을 입은 (전) 기사들 수십 명.
게다가 그들 앞이나 뒤 곳곳에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도 함께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갑옷을 입은, 딱 봐도 강해 보이는 한 전사가 앞에서 그들을 이끌고 있었다.
“실례함다! 여기 대로를 잠시 빌리겠슴다!”
“아, 네. 넵. 얼마든지!”
전사의 묵직한 박력에, 주민들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애초에 그들은 이런 보기 드문 장면에, 그저 구경하느라 바빴다.
그 은빛 갑옷을 입은 훈련생 중 하나 – 두카스는, 이를 악물고 무거운 몸을 간신히 버티며 달리고 있었다.
‘제, 젠장! 그래도 구보 정도야 쉽게 뛰게 해줄 줄 알았더니만……!’
아무리 약하니 뭐니 해도, 어쨌든 그와 동료들은 기사 출신.
이런 구보쯤은 이미 여유롭게 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를 비롯해 주변의 동료들은 그야말로 죽기 일보 직전의 표정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 이 물건들은 대체 뭐야?!’
처음엔 그저 갑옷의 경량화 마법을 없앤 걸로 시작했다.
물론, 처음엔 그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했다.
마법으로 가벼워진 5kg도 채 안 나갔던 풀 플레이트 메일이, 본래의 무게로 몇 배나 늘어버린 것이다.
당연히, 처음엔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썩어도 일단 전직 기사.
갑옷 자체엔 익숙해져 있던 덕도 있어, 지금도 무겁긴 하지만 어쨌든 움직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즉, 갑옷만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이, 이 토시는 대체 뭐야!”
“발에 달린 발찌는 대체 뭐고!”
“갑옷 안에 입은 조끼도 있어! 뭐 이리 무거워?!”
“모두 조용히 하고 달림다!”
바로 중력 마법이 달린 액세서리의 추가였다.
아직 그냥 일반 갑옷만 입고 뛰기도 힘든데, 그 상황에서 무게를 더 추가했으니.
당연히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릴 수밖에.
‘하,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어!’
두카스는 다시 한 번 이를 악물었다.
원래의 자신은 마법사의 길을 한 번 걸었으나, 도저히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
기사 쪽으로 방향을 돌렸지만, 그는 결코 마법을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살아가던 나날 중,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 온 것이었다.
-이, 이 마탑에서 우리 같은 기사들도 받아 준다고?!
그는 다른 동료들처럼, 조국을 위한다거나 기사도를 그래도 지킨다는 고결한 생각에 온 것은 아니다.
그저 언령을 사용하는 위저드와, 최근 가장 화제가 되는 마법사인 유렌에게 직접 마법을 배울 기회를 노리고 온 것이었다.
말 그대로 진짜 마법사가 되기 위해 말이다.
물론, 지금 상황은 그가 상상하던 것과는 좀 많이 차이가 있긴 했지만.
‘큭!’
훈련생들의 눈이, 자신들의 앞에서 달리는 소년 소녀들에게 향했다.
거기엔 이제 막 3레벨이 되어, 푸른색 로브를 입은 소년 소녀 – 쥬드와 에리나가 이젠 익숙하게 구보를 뛰고 있었다.
“에리나. 괜찮아? 아직 힐은 필요 없어?”
“응. 헤헤. 괜찮아. 이 정도야 아직 여유지.”
훈련생들은 그들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 주먹을 꽉 쥐었다.
‘저런 어린 마법사들도, 우리보다 더 무거운 무게를 단 채, 여유 있게 달리는데!’
아무리 그래도 아직 10대 마법사에 불과한 그들에게, 체력적으로 달릴 수 없다는. (전) 기사의 자존심이 그들을 자극했다.
게다가, 그 뿐만이 아니었다.
【헉……헉】
그들의 뒤에서, 나 죽겠다는 표정으로 쫒아오는 마탑주- 아메리아 역시 그들을 자극했다.
소문에 들으면, 그녀는 무려 3년간이나 감금되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었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저렇게 뒤에서 달려오는데, 그보다 더 뒤처진다고?
그녀가 마탑주나 5레벨인 것을 떠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으아아아아-!”
“달려어어어-!”
결국, 훈련생들은 말 그대로 젖 먹던 힘까지 뿜으며 달렸다.
조금 전까지 비틀거리며 쓰러지기 직전의 은빛 갑옷들이, 다시 재빠르게 마을을 달려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에,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씩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오오!”
“멋지게들 달리시는군!”
“힘내십쇼!”
주민들의 응원 소리와 더불어, 그들의 달리기는 점점 더 빨라져만 갔다.
“흠, 그래? 마을에 가니, 훈련생들이 더 열심히 하고, 주민들도 좋아한다고? 좋아. 그럼 구보를 매일 아침 마을에서 계속하지!”
“옙! 알겠슴다!”
「자, 잠깐만요! 그건 조금……!」
그리고 그날 오후.
유렌의 흔쾌한 결정으로 인해, 그 마을의 새로운 명물이 탄생했다.
무려 ‘마법사’들이 갑옷이나 로브를 입고, 아침마다 마을을 달리며 전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수도 베르헨에도 비슷한 것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 마을 쪽이 더 보기 희귀한 것이기에, 사람들은 점점 더 이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달리는 규모와 구경하는 규모가 모두 엄청나게 커져 버리는, 새 명물 ‘은빛 구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 *
“……그런가. 좋아. 정보 고맙군.”
“하하. 아닙니다. 이 정도야 당연하죠.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비밀 조직 데르 헹의 고위 간부- 라펠리오는 씨익 웃은 채 마지막 서류에 사인을 완료했다.
라펠리오는 방금 유렌과 맺은 ‘개인 계약’의 계약서를 만족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백작 쪽. 아니, 왕자파 쪽엔 우리의 가짜 정보를 흘리겠다는 소리지?”
“그건 단어가 나쁘군요. 가짜 정보는 아닙니다. 그저 그쪽 담당이 내는 보고서에, 이쪽의 의견을 끼워 넣을 뿐입니다. 잘못된 것은 좀 수정도 하고.”
결국 그게 그거란 말이잖아.
유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적절하게 내용을 바꾸었다.
숨길 것은 숨기고, 보일 것은 보이는 채로.
아직 이쪽이 왕자파에게 많은 것이 알려져 버리면 곤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숨겨 보이는 것 하나 없이 너무 약해 보여서도 곤란했다.
까다롭다는 왕자파의 공작과 후작이, 분명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고 다른 방향으로도 조사 해 볼 테니까.
그래서 적당한 조작이 필요했다.
숨길 것은 숨기면서, 적당한 것만 드러날 딱 그 정도로 말이다.
“이건 딱 절묘하군요. 이 정도라면 과한 견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라펠리오는 유렌이 적당히 고쳐 쓴 서류를 보며 감탄했다.
“그래. 이렇게 적당히 방심시킨 상태에서…….”
유렌은, 남은 서류 한 장을 따로 챙기며 슬며시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쾅-! 하고 먹이는 한 방이, 효과가 훨씬 크지.”
“……!”
라펠리오는 유렌이 챙긴 서류 한 장을 보곤, 놀라 눈이 커졌다.
이건 혹시나 해서 챙겨온 정보인데, 설마 여기에 눈독을 들일 줄이야.
확실히 저것만 성공할 수 있다면야, 공주파 자체의 세력이 배 이상은 커질 것이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유렌은 라펠리오의 의문 섞인 눈초리를 받으며 여유 있게 서류를 바라보았다.
[샤디아 예루니스]
바로 불리한 판도를 한꺼번에 바꿔버릴 수 있는, 이국의 대상인의 정보를 말이다.
* *
예루니스 상회.
그것은 바다 건너, 사막이 가득 펼쳐진 뜨거운 남쪽 나라 대상단의 이름이었다.
그곳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상품들의 목록은 끝도 없었지만, 특이 이 왕국에서 잘 팔리는 것은 바로 남방의 향신료다.
그중 귀한 것은, 같은 무게의 황금보다 가격이 나갈 정도였다.
왕국에서 향신료를 가지고 오는 상단이야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 중 예루니스 상단은 압도적인 질과 양. 그리고 가격으로 거의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구축하고 있었다.
“……다시 묻겠습니다. 그러니까, 절 우습게 보는 겁니까?”
“다, 당연히 그건 아닙니다. 저희가 어찌……!”
그리고 최근. 그 상회의 주인이 바뀌었다.
그 주인은 바로 선대 회주의 딸인 샤디아 예루니스.
워낙 거대한 상회이니만큼 노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녀는 경쟁자를 죄다 제거하고 겨우 26의 나이로 이 자리에 올랐다.
그 상대가 남매든, 숙부든, 지인이든. 뭐든 간에 말이다.
그렇게 꼭대기에 오른 그녀가, 불타는 듯한 붉은 눈으로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상대는, 왕자파의 핵심 중 하나인 다이드란 후작의 1집사였다.
‘크, 크윽!’
그도 어디 가서 무시당할 지위는 아니었지만, 이번엔 상대방이 나빴다.
돈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자국에선 백작 작위에 해당되는 ‘족장’ 직위를 지닌 그녀다.
그런 그녀가 진심으로 부딪혀오면, 일개 집사인 그로선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럼 날 우습게 보는 게 아니라면, 이것 하나 준비 못 하십니까?”
“그, 그게. 그 경매로 넘어간 물건 말고, 다른 것 자체는 일체 풀리질 않았습니다. 그 경매로 물건을 낙찰 받은 상인은 벌써 북쪽으로 떠났고 말입니다.”
집사의 필사적인 변명에, 샤디아는 그저 콧방귀만 뀌었다.
“쓸데없는 변명은 거기까지만.”
그녀의 눈초리가, 마치 표범처럼 사나워지면서 상대의 말을 막았다.
저런 말들은, 무능한 부하들에서 질리도록 듣는 것으로 충분했다.
지금 그녀가 필요 한 것은 유능한, 한 마디로 돈이 되는 사업 파트너였다.
“결국 결과가 없는 거. 그것만이 사실 아닙니까? 당신. 분명 후작가의 1집사죠?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여러 가지 일들이 참 많았을 텐데, 설마 결과 없이 거기까지 갔습니까?”
“……아닙니다.”
“그렇다면, 지금 그쪽이 말하는 게 모두 무의미하다는 건 알고 있겠군요?”
“……예.”
“그렇다면 가십시오. 저는 이대로 순순히 당신네 가문과 선대의 계약을 이어 나갈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
샤디아는 벌떡 일어나, 등을 돌렸다.
노골적인 축객령이었다.
노출된 등의 갈색 피부 위로, 그녀의 붉은색 장발이 스르륵 흔들렸다.
“그, 그런!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
후작가와 상단이 맺었던 계약은, 엄청난 양의 향신료와 황금이 걸려있는 대계약.
집사는 경악해 말을 더 꺼내려 했지만, 그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크윽!”
그녀의 뒷모습에서 엄청난 압박감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마치 맹수 앞에 선 것 같은 기분에, 집사는 그저 식은땀을 흘린 채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
“다음번엔, 다음번엔 어떻게든, 말씀하신 드워프의 물품을 구해보겠습니다…….”
단지, 쥐어짜듯 그 말만을 남기고 말이다.
* *
“흥! 멍청한 후작 같으니!”
이제는 그녀 말고는 아무도 없는 방.
샤디아는 욕설을 내뱉으며, 선대인 아버지의 거래 상대였던 후작을 욕했다.
감히. 자신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겨우 저런 집사를 보내겠는가.
물론, 이 나라에선 귀족이 거래에 집사를 보내는 것은 일반적인 일임은 알고 있긴 하다.
하지만, 자신과 예루니스 상회는 ‘일반적인’ 상인과 상회가 아니다.
더군다나, 이번의 만남은 선대와의 계약을 계속 이어나갈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만남.
그런 상황에서, 그는 계속 집사만을 보내왔다. 심지어 저번 만남에서 요구한 물건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계속.
"이건 날 우습게 보는 거지."
그녀가 요구한 물건은, 바로 드워프가 제작한 물건들.
그것이 얼마 전 경매에 나왔다고 해서, 요구해봤지만 역시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의 나라는 장인의 기술을 최고로 존경 시 하는 곳.
당연히 최고의 장인들이었다는 드워프의 물건은 말 그대로 엄청난 가치가 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대량으로 발견한다면, 정말 금광 따윈 문제도 안 될 정도의 부를 얻을 수 있다.
“흥. 그렇다고, 발견했다는 드워프를 만나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한 마탑에 결정권이 있어 자기들은 힘들어?
후작가가 그깟 마탑 하나 움직이지 못하다니, 말이 되는가.
결국 그들은 의지가 없는 것이다.
그런 자들하고, 더 함께 갈 이유가 과연 있을까?
샤디아가 그렇게 씩씩거리고 있는 그때.
그녀의 하인 중 하나인, 터번을 쓴 갈색의 전사가 방문을 두들겼다.
“족, 족장님! 족장님과 만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찾아오셨습니다.”
언제나 침착 그 자체였던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자, 샤디아는 의문이 찬 목소리로 물었다.
“뭐야, 누군데 네가 그리 당황하는 거야? 설마 국왕이라도 직접 온 것은 아니겠고.”
“……그, 그게. 한 마탑에서 오셨는데…….”
“……마탑?”
갑자기 생뚱맞은 대답이 나오자, 샤디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그녀의 상회는 마탑이랑은 연관이 거의 없을 터. 그런데 대체 왜?
하지만, 그런 샤디아의 의문은 전사의 다음 말이 이어지자 재빠르게 사라졌다.
“그, 그게, 무려 드워프와 같이 오셨……!”
“뭐, 뭐어?!”
콰앙-!
샤디아는 재빨리 문을 열고는, 전사의 멱살을 쥐었다.
“어디야?! 드워프?! 아니, 마탑인지 뭔지!”
“컥……컥. 밑 1층에 있습…….”
“올라와! 아니, 올라오시라고 해! 당장! 10초 이내에! 빨리!”
“아, 알겠습니다!”
우당탕탕-
전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려간 틈에, 샤디아는 재빨리 거울을 보며 흐트러진 모습을 가다듬었다.
냄새다.
황금의 아련한 그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는, 그녀의 돈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이 꿈틀거렸다.
“시, 실례합니다! 아가씨…… 아니 회주님! 모시고 왔습니다!”
끼익-
그리고 다시 한 번 문이 열리며, 장신의 적갈색 머리 마법사와 그보다 훨씬 작은 드워프가 동시에 들어왔다,
파아앗-!
‘이거, 대박이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들어오는 두 사람의 뒤에서, 마치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황금의 환상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