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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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5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7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7화 마법사와 기사도 (6)
“……예? 뭐라고요? 클레이스 경이?”
“이젠 경이 아니에요. 위저드 툰드라. 그녀는 기사 작위를 아예 반납하고 가버렸으니까요.”
공주의 다소 허탈한 목소리가 툰드라의 귀에 들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명석한 머리로도 잠시 공주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뭐? 기사 작위를 반납?
그 클레이스가? 공주를 내버려 두고?
그것도 유렌의 마탑에 입문했다고?
마법사로?
이 말을 한 것이, 공주가 아니었다면 싸늘하게 비웃어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철컹-
하지만 공주가 저렇게 클레이스의 보검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보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저 보검은 클레이스가 기사가 된 날, 공주가 친히 하사한 그녀의 가장 소중한 보물.
절대로 몸에서 떼어놓지 않기로 유명한데…… 그것이 공주에게 반납되어 있는 것이다.
“……말리지 않으셨나요?”
툰드라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도 다소 허탈은 했지만, 그보다 훨씬 심한 것은 클레이스와 항상 함께했던 공주일터.
하지만 공주는 씁쓸한 표정은 지으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굳이 말리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처음엔 저도 그러려고 했습니다만…… 그녀가 떠나가는 이유를 말하자, 저도 차마 말릴 수가 없겠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가슴은 아프지만, 그래도 그녀는 적이 된 것은 아닙니다.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은 저희와 깊은 동맹 관계에 있으니까요. 그 일원이 된 것은 결국 저희와 같은 길을 간다는 거겠죠.”
“…….”
툰드라는 공주의 부실한 논리를 듣고도, 그냥 입을 다물었다.
지금은 동맹이지만 그게 대체 언제까지. 만약 왕위에 오른 후에도 그게 가능하냐는 말.
혹은 애초에 최측근이 동맹의 수하로 들어간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냐는 말.
이런 질문으로 얼마든지 그녀의 논리를 부술 수 있었지만, 공주도 바보가 아닌 이상 진작에 다 알고 있을 터.
툰드라는 그저 고개만 작게 저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후우. 이미 가 버린 건 어쩔 수 없지.’
감정과 생각을 차분히 정리한 툰드라는 고개를 들어 공주를 바라보았다.
그래, 어떻게 보면 긍정적으로 생각 할 것도 있었다.
툰드라가 후임 근위기사를 공주의 호위로 임명하고 간 모양이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이 방의 바깥에 있다.
공주와 늘 함께 있거나, 언제 갑자기 등장 할지 모르는 클레이스와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은 눈치를 안 봐도 되겠지.
더 이상 공주와 자신. 둘만 있을 때는 더는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툰드라는 클레이스도 미처 몰랐던, 공주와의 진짜 관계를 드러냈다.
“……그럼, 이젠 단둘이 있을 시기가 많아질 텐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해도 상관없지?”
툰드라는 완전히 말을 놓은 채, 빈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공주는 처음엔 다소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좋아, 얼마든지.”
“그래, 그러면…….”
다소 기분이 풀린 듯한 공주의 목소리와 즐거운 듯한 툰드라의 목소리가, 조금씩 섞여 방안을 채워나갔다.
* *
수도 베르헨은 다시 한 번 여러 의미로 시끄러워졌다.
근위기사단 3부대장 클레이스를 비롯하여, 여러 기사단에서 수십 명의 기사가 동시에 탈퇴한 것이다.
아무리 기사가 푸대접받는 마도 왕국이라고 해도, 결코 조용히 지나갈 만한 소식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그 탈퇴한 기사들이, 최근 화제의 중심에 있는 마탑에 우르르 입문했다?
이는 당연하게도, 아무 상관없는 시민들에게도 큰 화제가 되었다.
“너 소식 들었어? 그…….”
“아. ‘그’ 마탑에 기사들 단체 가입? 하하. 당연하지. 요새 계속 들리는 게 그 소리뿐인데.”
“대체 거기 탑주는 무슨 생각일까? 솔직히 마탑엔 기사든 병사든 전혀 쓸모없잖아?”
“그렇긴 해. 연구든 실험이든, 전투든. 진짜 마법사에겐 뭐 하나 앞서는 게 없는데 말이지. 뭐, 요새 와 있다는 그 제국 기사들이라면 좀 몰라도.”
“그렇지. 난 이번엔 그 마탑이, 솔직히 좀 많이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봐. 그 기사들도 참 웃기지? 그런다고 제대로 된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그나저나, 기사들이 어떻게 마법사로 들어간 거지?”
모두의 이해를 얻지 못하는 행동답게, 사람들의 반응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분통을 터트린 사람은 따로 있었다.
콰앙-!
스태프 오브 파워의 마탑 건물.
이곳에 화가 머리끝까지 찬 한 중년 기사가. 다짜고짜 정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클레이스!”
“거기! 함부로 들어오지 마십쇼. 누구랑 약속은 하셨수?”
하지만, 전 실행부대원이자 4위계의 세이지.
페닌이 험악한 얼굴로 나타나자, 기사는 즉시 발걸음과 입을 멈췄다.
기사는 화가 난 와중에서도, 사납게 다가오는 페닌에게 두 걸음 물러나 사과했다.
“……무례한 행동, 미안하네. 난 왕국 근위 기사단의 단장. 세르네토라 하네. 혹시 유렌 슈나이더라는 세이지나, 얼마 전 여기에 들어온 클레이스라는 사람을 좀 만나 볼 수 있겠나?”
“흠.”
페닌은 그의 신분을 알고도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분명 근위기사단의 단장이란 위치는, 신생 마탑 소속인 그보다 훨씬 높은 지위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류상의, 규칙에 불과한 이야기.
현실에선 ‘왕국의 기사’인 그는, 일반 4위계의 세이지 하나 윽박지를 수 없는 처지였다.
“유렌 대장은 지금 바쁘시고……. 어디 보자, 훈련생 클레이스는 지금 한창 훈련을 받는 중이라 만나긴 힘들겠수.”
“……훈련생? 그, 그게 무슨 말인가.”
“아, 말 그대로 훈련생이라는 말이요. 어쨌든, 나도 바쁘니 이만 돌아가슈.”
등을 휙 돌리며 제자리에 돌아가는 페닌을 보며, 세르네토는 주먹을 꽉 쥐며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그저, 아무 힘도 없는 지위 하나뿐.
힘으로도, 권위로도 뭐로 하나 저 세이지를 굴복시킨 순 없었다.
하긴, 차라리 순수한 권위라면 공주의 호위 기사였던 클레이스가 더 강했으니.
그가 씁쓸하게 웃던 그때.
“클레이스를 찾아오셨다고?”
“아, 옙! 유렌 대장! 그, 뭐냐, 근위기사라고 하시는데.”
때마침 2층에서, 어떤 커다란 마법사가 터벅터벅 걸어오는 게 아닌가.
‘……! 저, 저 사람이 그 소문의 유렌이라는 세이지인가?’
세르네토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재빨리 그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세이지 유렌. 전 근위 기사단의 단장직을 맡은…….”
“세르네토 경이시죠? 반갑습니다.”
“……!”
먼저 싱긋 웃으며, 자신의 이름까지 불러주는 그에게 세르네토는 적잖게 놀랐다.
분명, 그는 이 마탑의 실제 탑주나 다름없는 실세라고 들었다.
그런 그가, 굳이 상대하지 않아도 될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으며, 예의까지 차려주다니.
“클레이스는 지금 훈련 중이긴 하지만……. 원래 그녀의 상사셨죠? 보아하니, 별 이야기도 안 하고 나온 듯한데. 흠. 그러면 안 되지. 좋습니다. 따라오시죠. 훈련을 멈출 수는 없겠지만, 중간에 이야기를 나누실 순 있을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유렌은 그렇게 말하고, 건물을 잘 지킨 페닌을 칭찬한 후, 1층의 한쪽으로 그를 안내했다.
“아무 말도 없이 그만뒀다니, 그것참 심하군요. 화가 나서 오신 것, 다 이해합니다.”
“……감사합니다. 설마, 이 마탑의 분께 이렇게 공감을 받을 줄은 몰랐군요.”
가던 도중, 근위 기사만 십수 명이 아무 말 없이 그만뒀다는 말을 듣고, 유렌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들의 다급한 심정을 잘 알아서 받아준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건 좀 아니지.
부하가 그랬다면, 확실히 화가 날 수밖에.
유렌은 세르네토를 커다란 문 앞으로 안내.
이곳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며, 천천히 문으로 손을 가져갔다.
‘마법사들의 훈련이라. 일단 마력부터 제대로 늘리려나? 아니면 이론 훈련? 하여간, 잠시 불러내 이야기를 할 틈은 있겠…….’
끼이익-
커다란 문이 열리자 그곳에는 사람 수십 명이 간단히 들어갈 실내 훈련장이 보였다.
그리고 어디서 많이 본 은빛 반짝임 수십 개가, 동시에 세르네토의 눈에 번쩍였다.
“윽!”
잠시 눈을 비빈 세르네토는, 실내 훈련장의 안을 보며 경악했다.
“끄윽-.”
“으으윽-!”
그곳에서는 (전) 기사들이, 단체로 갑옷을 입은 채 훈련장 바닥에서 기어 다니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은빛 벌레가 단체로 꾸물거리는 것처럼.
“이, 이게 대체 뭡니까아-!”
당황한 세르네토의 고함소리가. 훈련생들의 피로와 고통에 가득 찬 신음 위로 높게 울려 퍼졌다.
* *
“허억-! 허억-!”
“자, 자! 쉬는 시간은 10분임다! 그 사이 몸을 확실히 풀어주도록 함다!”
“아, 알겠습니다! 교관님!”
마법사, 그것도 메이지가 교관으로 (전) 기사들을 훈련으로 데굴데굴 굴린다.
말로만 들으면, 이게 대체 무엇인가 하는 상황이지만 그 마법사의 모습을 보면 모든 것이 납득이 갔다.
우직- 우지직-
마치 강철의 산 같은 거대하고 두꺼운 갑옷을 입은 거인이, 내딛는 바닥마다 금을 가게 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무거운 갑옷을, 중력 마법으로 더욱더 무게를 늘리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고 불만을 가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당연히, 그를 처음 보는 세르네토 또한 마찬가지였고.
“허억- 허억-. 다, 단장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빠져나와 죄송합니다.”
“……여길 보니, 대충 네가 어떤 생각이었는지는 알겠다.”
그리고 지칠 대로 지쳐있는 옛 부하- 클레이스와 마주한 세르네토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음? 저거 말입니까? 기초 체력 훈련입니다. 생각보다 체력이 너무 부족해서, 일단 몸에 체력을 쑤셔 박아야지요. 물론 그들이 정식으로 입문하려면, 하급 마법 몇 개를 익혀 1레벨의 마법사가 되어야 하겠지만……. 일단은 모두 기본 체력이 먼저 아니겠습니까?
세르네토는 조금 전 유렌이 씨익 웃으며 한 말에 잠깐 부르르 떨다, 클레이스에게 말을 이어갔다.
“강함을 바랐겠지. 하지만, 그래도 굳이 이럴 필요성까진 있었나? 아무리 우리 왕국 기사들이 반쪽 기사라고 놀림 받고 무시당해도, 우리의 기사도는 있어. 주군을 섬기며, 지키고, 그 명예를 위해 일한다.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았던 거냐?”
세르네토는 진지한 얼굴로 클레이스에게 물었다.
그녀의 공주에 대한 충성심은 가까이서 봐온 그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이다.
그녀가 강함만을 바라고 그녀를 떠났다는 것이 말이다.
그런 세르네토의 질문에, 클레이스는 근육통으로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천천히 답했다.
“공주님껜, 정말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르네토 님의 기사도가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 왔으니까요.
다만…… 그것이 힘이라는 실체가 없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클레이스는 조용히, 자신이 책임자로 있었던 제국 사신단과의 일화를 말했다.
아무리 충성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능력이 없다면 그것이 과연 주군에게 도움이 되는가?
만약 유렌이 없었다면, 그녀의 충성의 결실이고 뭐고 그냥 거기서 끝이었다.
그리고, 그 후 한 가지 더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잠깐, 너 혹시……!
-헤헤. 역시 들켜버렸네요. 미안해요. 클레이스 경. 일단은 비밀로 해줘요.
사신단과 유렌의 마탑이 사이가 좋아진 후.
숙소에 가던 그녀가 마주친 건, 전 왕국 기사단 출신의 제국 기사였다.
“기사들이나 검술 유망주들의 제국 망명이,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현실을 눈앞에 봐서 놀랐을 뿐이죠. 사실, 딱히 이상한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더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곳에 가는 게.”
“……그래.”
“그리고, 그 후. 그녀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근위 기사 안에서도 제국 망명을 고민하는 후배들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기사단에서도요. 생각보다도 훨씬 많더군요.”
“……! 그, 그럼. 혹시?”
클레이스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 이들과 기사를 그만두려는 이들. 그들을 모두 설득해서 제가 데리고 왔습니다. 아무리 차별받고 무시당해도, 이곳은 저희의 조국. 확실히 강해지는 길이 있다면, 제국으로 가는 것보다 이곳에서 강해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비록 마법사 흉내나 낸다는 비웃음을 사더라도, 강해져 조국에 도움이 된다. 그것 역시 기사도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
“…….”
세르네토는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자신이 기사도를 운운하며 설교할 상대가 아니었다.
“공주님껜 정말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최소한 공주님의 이 나라에, 수십 명의 강한 기사를 남겨두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것이 저의 기사도……였습니다.”
“자! 휴식 시간 끝임다! 다시 집합함다!”
클레이스는 그렇게 고개를 꾸벅 숙이곤, 비틀거리면서 레이칸과 다른 훈련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세르네토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가만히 있더니, 곧 유렌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흠.”
유렌은 조용히, 다시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번쩍이는 은색 갑옷의 (전)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저 갑옷은 아메리아가 언령으로 가벼워지는 마법을 해지해버린 것.
덕분에 그들은 평소보다 몇 배 이상 무거운, 보통의 풀 플레이트를 입은 채 훈련에 입하고 있었다.
“기사도라…….”
유렌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용히 웃었다.
클레이스는 더는 자신이 기사가 아니라 과거형으로 말했지만, 유렌은 딱히 그렇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젠 마법사라고 신념을 품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그 신념을, 어떻게 부르는지야 본인의 자유고.
은빛 번쩍이는 갑옷 속에서, 마법사가 된 그들의 기사도가 각자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 *
왕자파의 재스턴 백작은 의기양양했다.
“그럼, 선수금은 확실하게 받았습니다. 앞으로 며칠 내로 보내드리지요.”
“흠! 그럼, 잘 부탁하네.”
이곳은 베르헨의 가장 큰 비밀 조직 ‘데르 헹’
비밀 조직이 가장 크다니.
뭔가 좀 이상하지만, 아무튼 그랬다.
이곳은 소위 말하는 ‘뒷세계’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과 힘을 발휘하는 곳.
물론 무력이야 진심을 발휘하는 귀족이나 마법사들에겐 택도 없겠지만, 대신 ‘정보’만은 진짜였다.
그리고 재스턴 백작은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 이곳의 최상위 간부와 개인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개인 계약은 그 어떤 정보 탐색이라도 의뢰 가능하고, 누가 자신의 정보를 찾으면 즉시 보고가 들어오는-.
이쪽에선 그야말로, 최상급의 대우를 받게 되는 셈이었다.
물론 그보다 높은 간부와 계약을 맺고 있는 사람에겐 그 반대가 될 수 있다지만, 백작이 계약을 맺은 간부는 5번.
1, 2번은 사실상 조직의 운영에만 힘을 쏟는다고 들었으니, 그런 사람은 거의 없는 셈이다.
‘좋아. 이것으로, 우리 왕자파의 정보는 내가 관리하게 되는 셈이군! 후후. 공작도 후작도 정보의 중요성이란 놈을 우습게 여기고 있어. 이대로 차근차근 나도 언젠간……!’
재스틴 백작은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며, 숨겨져 있는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와 싱글벙글 웃으며 대화하던 ‘5번’은, 곧 얼굴을 굳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재수가 없으려니, 저런 멍청한 귀족이랑도 엮이네. 뭐, 돈은 많고, 그걸 준 이상 할 일은 해야겠지만…….”
5번은 씨익 웃으며, 위층에 있는 어떤 좁은 방으로 나아갔다.
“그래도 조직의 규정이 먼저죠. 이건 사전에 고객에게도 말했으니까. 안 그런가요? 3번 형님.”
“그래, 고맙다.”
그곳에는 유렌의 전생의 옛 부하이자, 현재 그와 거래를 맺고 있는 ‘3번’ .
라펠리오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재스턴 백작이라. 이것 참, 재수도 없는 양반이군.”
“그나저나 형님. 진짜 그 사람에게, 공주파 쪽으로 붙을 거요? 아무리 그래도 다음 왕한테 찍히면 위험한데…….”
“난 누구에게 붙는 게 아니야. 그저 개인 계약을 약속한. 어떤 유망한 사람과 같이 일을 할 뿐이지.”
3번. 라펠리오는 미소를 지은 채, 직접 고객과 만날 장소로 발을 옮겼다.
그가 기뻐할 정보들을 가득 지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