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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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4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4화 마법사와 기사도 (3)
“뭐야? 이 트롤 멱따는 소리는!”
“데니스 손뼈가 아작 났다던데?”
“그 덩치만 큰 멍청이가 왜?”
“아니, 그 뭐냐. 마법사랑 악수하다가.”
“푸훕! 야, 갑자기 무슨 그딴 이상한 농담같지도 않은 농담을 하고 그래?”
“……일단, 저 두꺼운 철판을 입은 놈을 한 번 봐봐.”
“……? 뭐야, 진짜야? 저게 마법사라고?!”
“그래. 응급치료로 치료마법을 써 주더군.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데…….”
데니스라는 이름의 덩치 큰 기사가, 손을 쥐고 데굴데굴 구르고 10분이 지났다.
제법 널찍한 숙소의 마당은, 약 20여 명의 기사가 모여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숙소 안에 있던 다른 기사들까지 전부 달려 나온 것이었다.
처음엔 동료의 말을 믿지 않았던 기사들이었지만, 레이칸이 굳건히 서 있는 모습을 보자 그저 할 말을 잃었다.
“크으윽.”
데니스는 간신히 뼈가 붙은 오른손을 주물러가며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그가 당한 것은 말 그대로 치욕 그 자체.
마법사에게 악수로 손이 부서지고, 게다가 그 상대에게 치료마법까지 받다니.
그가 치료마법이 서툴러, 근처에 있던 치료 마법사에게 또 신세를 졌다는 것은 사소한 덤이었고.
“으으으.”
데니스는 다시 벌떡 일어나, 레이칸을 노려보았다.
레이칸은 미안했는지, 투구를 철컹철컹 긁으며 말했다.
“아깐 미안함다. 설마, 그렇게 약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슴다.”
레이칸의 그 굵직한 목소리가, 데니스의 마음을 후벼팠다.
“푸하하핫-! 이거 걸작이네!”
“데, 데니스! 크, 크흡! 야, 약해서 이를 어째?”
저 원수 같은 동료 놈들의 낄낄거니는 소리를 들으며, 데니스는 결심했다.
이대로라면 제국과 기사의 체면이, 아니 무엇보다도 자신의 자존심이 죽는다.
이건 절대로 기사로서 물러나지 못하는 상황.
데니스는 저 괴물같은 갑옵 마법사를 바라보며, 당당히 소리쳤다.
“한 번 더해! 아깐 방심했을 뿐이다!”
잠시간의 침묵 후. 동료 기사들의 폭풍 같은 야유가 쏟아졌다.
“우우-! 추하다! 데니스! 네 쪽이 먼저 힘 꽉 준 거 봤거든?!”
“방심은 무슨 방심! 넌 전쟁터에서 방심하다 칼 맞아 죽으면, 부활해서 다시 싸우자고 할래?”
“시끄러워 이것들아! 3자들은 빠져! 이건, 저 마법사와 나의 결투나 마찬가지라고!”
데니스는 다른 기사들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레이칸의 앞으로 가 섰다.
“자, 어쩔 거냐?!”
“뭐, 악수라면 언제든지 좋슴다.”
레이칸이 순순히 다시 손을 내밀려 하자, 데니스는 재빨리 왼손을 먼저 내밀었다.
“흠, 흠! 아직 오른손이 좀 아파서 말이야. 왼손도 상관없겠지?”
그러자 후방에선 다시 한번 큰 야유가 울려 퍼졌다.
“우-! 야 이 비겁한 자식아! 기사면 당당하게 붙어! 너 양손잡이잖아!”
“너 임마! 그러고도 지면 기사 작위 내려놔!”
당연히 데니스는 철저히 무시했고, 레이칸은 웃으며 왼손을 내밀었다.
터억-
둘의 손이 다시 맞잡고, 약 2초 후.
“흐랴아아앗-!”
기사의 커다란 고함소리와 함께, 기사와 마법사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시작되었다.
우드드득-
“끄아아아아악-!!”
그리고 다시 한번 기사의 비명이, 높게 울려 퍼졌다.
* *
-세상은 넓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흔한 말.
하지만 의외로 스스로 겪어보지 않으면. 그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견습 기사 알렉스만 해도 그랬다.
선배 기사들이 왜 자신보고 ‘시야가 좁다,’ 고 하거나 ‘세상 물정을 모른다.’라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자신은 시골에서 왔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이미 넓은 시야와 상식을 갖췄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멍청한 자만에 불과했었는지.’
그리고 그 생각은 이곳. 마도 왕국에 와, 두 가지 일을 겪으며 완벽하게 깨졌다.
첫 번째는 당연히, 열흘 전쯤 만난 검을 쓰는 마법사.
그 후, 선배 기사들에게 세로로 절단된 갑옷을 보여 주며 말했지만.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웃겼다.
자신보고 그렇게 시야가 편협하다고 하던 사람들이, 실제로 일어났으며 증거도 있는 일은 믿지 않는다니.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지금까지의 자신은 선배들보다 훨씬 편협했다는 것을.
그리고 두 번째는…….
‘아니, 세상이 넓은 건 알겠는데, 이건 너무 넓은 거 아냐?’
바로 지금이었다.
“우아아아-!”
“흐으읍!”
콰아앙-!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커다란 질량의 쇳덩어리들 두 개가 쾅- 하고 부딪혔다.
그리고, 약간 작은 쪽의 쇳덩어리가 그대로 공중을 부웅- 날아가 마당의 한구석에 처박혔다.
“끄어어억-!”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마당에선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또, 또 저 마법사가 이겼어!”
“와, 이걸로 몇 연승째야? 6연승 아냐?!”
“크하하핫! 그러니까, 너희들은 못 이긴다니까!”
“닥쳐. 10분 만에 양손이 전부 아작났었던 놈이 입만 살아서!”
데니스의 왼손마저 부러졌던 악수 이후.
엄청난 힘의 마법사(?)에 열광한 기사들은, 하나둘씩 그에게 도전하고 있었다.
물론, 무기를 가지고 덤비거나 하는 그런 심각한 도전은 아니었다.
악수로는 계속 뼈가 아작 날 수 있다고 판단. 방금처럼 몸통 박치기나 넘어트리기 같은 다른 힘겨루기로 변환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법사가 계속 이기는 중이었고.
“저, 선배님. 제가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니죠?”
“음, 알렉스. 이게 내가 평소에 말한 세상이 넓다는 말이다. 잘 기억해두도록.”
“……선배님도 손이 달달 떨리고 계시는데요?”
알렉스는 다른 기사들과 함께, 입을 쩍 벌리며 저 레이칸이라는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척 봐도 엄청난 무게의 갑옷을 입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는 저 강력한 힘과 체력.
완력은 말할 것도 없고, 격돌 과정을 봐도 발의 움직임과 균형을 잡는 것이 전혀 군더더기가 없었다.
어찌 보면 경이롭기까지 한 그 마법사의 움직임이, 다시 한번 반복되었다.
콰아아앙-!
그리고, 또 한 사람의 기사가 공중을 날아 담벼락에 처박혔다.
쿠르릉-
그 담벼락이 박살남과 동시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한 장년인의 묵직한 목소리가 마당을 짓눌렀다.
“헉-!”
“다, 단장님!”
동료들이 날아갔음에도 웃고 떠들던 기사들이, 이젠 긴장하며 벌떡벌떡 일어났다.
“……!”
기사들을 차례로 날려버리고도 숨도 헐떡이지 않던 레이칸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쿠우웅-
고함을 치며 나타난 장년인 – 사신단 단장의 몸에서 나온 엄청난 압박감이 그에게 쏟아진 것이다.
“다, 단장님. 이건, 그.”
“시끄럽다. 마법사한테 힘으로 밀린 머저리들아!”
“아- 하하.”
단장의 사나운 기세에, 기사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물러났다.
사신단의 단장이자, 제국 와이번 기사단의 단장인 베스피론 슈르닌.
비록 마스터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그 직전까지 도달했다는 강자 중 한 명.
그가 마법사의 대한 악감정은, 제국 내에서도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다른 기사들도 마법사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거기서 좀 더 나아갔다.
다른 기사들이야 엄청난 육체 힘을 보여준 레이칸을 보는 시선에, 서서히 호의가 실리고 있었지만 베스피론은 아니었다.
육체든 뭐든, 그 전에 마법사 아닌가.
“우리 못난 것들이, 아주 크게 신세를 졌나 보군?”
터벅 터벅-
‘큭! 압박감이 대단함다.’
단장이 있는 힘껏 기운을 내뿜으며 다가오자, 아직 육체적인 것 외에는 부족한 레이칸의 몸이 점점 굳어갔다.
‘내, 내가 움직여야 해! 이곳의 책임자는 나니까!’
하물며, 그의 뒤에 있던 클레이스는 말할 것도 없었다.
육체의 강인함으로 어느 정도 버티고 있는 레이칸에 비해, 그녀는 그것도 불가능했다.
‘으으…….’
그녀가 거의 의식을 잃기 직전.
쿠웅-!
어디선가, 스태프 하나가 날아와 레이칸과 그녀의 앞에 꽂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둘을 묶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흠?”
단장은 눈을 크게 뜨며, 스태프가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까지 해두시죠.”
“마, 마스터!”
그곳에는, 한 적갈색 머리의 마법사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마법사라고? 마법사가 지금의 일격을……?!”
단장 역시 놀라 중얼거리는 동안, 상황을 숨죽이고 보고 있던 기사 중,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앗-! 선배님! 선배님! 저, 저 사람입니다!”
견습 기사 알렉스는 상황도 잊고, 흥분해 소리쳤다.
멀쩡한 사실을 말하고도, 거짓말을 했다는 자신의 누명(?)을 벗을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거기, 견습! 뭐가 저 사람이라는 거냐!”
하지만 상황이 나빴다. 추상같은 단장의 호령에, 알렉스는 벌벌 떨며 뛰어가 사실을 알렸다.
“……호오. 거기의 마법사. 지금 이 멍청한 견습의 말이 사실인가?”
“예. 사실입니다.”
유렌은 별 부정도 안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옛 스승의 정정한 모습을 슬쩍 바라보았다.
‘이렇게 정정하실 때는, 더 괄괄하셨군.’
하지만 당연하게도, 단장은 유렌의 숨겨진 감정을 모른 채 그저 싸늘히 말했다.
“듣자 하니, 저 덩치 큰 마법사에겐 이쪽이 먼저 손을 댔다고 했지? 그렇다면 비록 이쪽에서만 부상자가 나오긴 했다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하지만!”
단장은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마법사 – 유렌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무리 견습이라도, 또 모자라다곤 해도 기사는 기사! 기사를 마법사가 멋대로 지도 하고 두들겨 팼다는 것은 참기 힘들군.”
“실력자가 초보자를 별 부상을 입히지 않고 지도하는 것. 이건 흔하면서도 오히려 장려되는 일 아닙니까?”
유렌의 반론에 잠시 단장의 입이 멎었다.
사실 그의 말이 맞긴 했다. 제국에는 이런 풍습이 있었고 오히려 많이 장려되었다.
단, 그 사람이 기사여야 하는 점이 있었지만.
“……제국에 대해서 좀 아는 듯한데, 그렇다면 그건 마법사가 할 짓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 않나? 마법사가 기사를 지도했다면, 그 반대도 상관없겠군그래?”
“……하핫. 네. 상관없겠군요.”
유렌은 옛 스승의 의도를 알아챘지만, 조용히 거기에 넘어가 주었다.
지금 그가 하려는 행동은, 유렌 역시 바라는 것이었으니까.
“허! 그래, 좋아. 그렇다면 내가 자네에게 한 수 알려주겠네. 나는 제국 와이번 기사단의 단장. 베스피론 슈르닌! 부족함은 없겠지. 어떤가. 내 지도를 받아 볼 텐가?!”
이글이글 불타는 옛 스승의 모습에, 유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전 세이지 위계의 유렌 슈나이더. 그 지도, 한번 받아보도록 하죠.”
오랜만에 받아볼 그리운 스승의 ‘지도’에, 유렌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 *
“음, 그러니까…… 결국 결투를 한다는 것과, 같은 말 아닌가요?”
“살상까진 가지 않을 테니, 결투는 아닙니다. 다만, 그에 준하는 치열한 대련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날 저녁.
공주와 툰드라는 황당한 얼굴로, 풀이 죽은 채 돌아와 보고하는 클레이스를 바라보았다.
아니, 사신단을 접대하라고 보냈더니, 이게 무슨 말인가.
육탄전 끝에, 대련 약속이라고?
그것도 바로 내일 저녁에?
“아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클레이스 경. 당신은 책임자로 가놓고, 무슨 대체 뭘 한…….”
“죄송합니다.”
날카롭게 쏘아붙이려던 툰드라는, 아무 대꾸 없이 사과하는 클레이스를 보고 오히려 당황했다.
“위저드 툰드라.”
“……후우. 아니에요.”
공주가 툰드라를 살짝 말리자, 그녀도 한 방 물러났다.
어쨌든 이미 일어난 일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마법사가 기사랑 육탄전을? 물론 세이지 유렌이 근접전이 뛰어난 것은 알지만, 그래도 상대방은 그……!”
툰드라가 드물게도 초조함을 드러내며 입술을 깨물자, 공주 역시 주먹을 꼬옥 쥐었다.
“네, 맞습니다. 마스터까진 아니지만, 제국에서도 소문난 강자라는 자죠. 아무리 그래도 마법사인 세이지 유렌이 근접전에서 마법에 제한을 받은 채 상대하면…….”
공주와 툰드라의 걱정 섞인 한숨들에, 클레이스의 고개는 더욱더 내려갔다.
그 숙소를 안내하는 것의 책임자는 결국 자신.
즉, 지금 일어난 것은 자신의 책임이나 다름없었다.
그녀의 자책을 눈치챈 공주는, 그녀를 빠르게 밖으로 내보냈다.
“그럼, 클레이스 경. 오늘은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이만 쉬세요.”
“……죄송합니다. 전하.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클레이스는 고개를 꾸벅 숙이곤, 그대로 공주의 곁에서 물러났다.
자신의 주군이 대놓고 배려를 해주는 것이 느껴져서, 더욱 가슴이 욱신거렸다.
“부대장님, 괜찮으십니까?”
“이야기는 대충 들었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아아, 고맙다.”
자신의 부하들인 근위기사들이 위로를 해주었지만, 그녀의 귀엔 잘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종이 갑옷과 소꿉놀이인가.’
나름으로 이름 있는 백작가의 딸인 그녀는, 마법 재능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멋진 전투 마법사로 활약하고 싶었던 그녀에겐, 2레벨도 힘들 수 있다는 마법사의 말은 큰 상처로 박혔다.
다행히 검에 대한 재능은 어느 정도 있어서, 기사는 될 수 있었다.
-왕국에서 태어나서 기사라니.
-큭큭. 역시 무식한 것들은 할 게 저것뿐이겠지.
하지만 ‘마도 왕국’에서의 기사다.
대우나 인식이나 뭐나, 다른 나라보다 훨씬 못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공주의 심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원래 그녀의 세력이 거의 없었던 때 있었다는 이유가 있었고.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반쪽에도 들지 못하는 건가.”
그나마 정이 깊은 주군은 자신을 위해주지만, 사실 클레이스는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존재감이 너무나도 커진 유렌과, 원래부터 천재로 유명했던 툰드라.
그 둘의 능력은 도저히 쫓아가지 못했다.
그나마 ‘기사’로서 이번 사신단의 일을 잘 처리하고 싶었지만…….
애초에 같은 기사라고조차 생각되지 않았다니.
“……난 대체 뭘 하는 거지…….”
클레이스의 한숨 섞인 소리와 함께, 공주 궁의 밤은 그렇게 깊어져만 갔다.
* *
다음 날 저녁.
유렌은 가벼운 마음으로, 제자들을 데리고 지도 장소로 향했다.
“마, 마스터 정말 괜찮으시겠슴까? 그 영감님. 굉장히 강함다. 물론 떨어져서 싸우면 모르겠지만, 붙는다면…….”
보기 드문 레이칸의 걱정에도, 유렌은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실은, 유렌 자신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7년 후.
눈 한쪽이 파이고, 오른손의 손가락 세 개가 잘린 스승도 그렇게나 강했다.
아마 몸이 멀쩡하고 더 젊은 지금은, 더 강하겠지.
“왔군, 마법사!”
약속 장소에는, 기사 10여 명과 클레이스. 그리고 웬일인지는 몰라도, 툰드라까지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예.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흥! 입은 살아선!”
단장은 상대가 자신을 도발한다고 생각하는지, 거세게 기운을 내뿜더니 곧 검을 뽑았다.
스릉-
자신이 물려받아, 전장에서 부러지기 전까지 몇 년간 사용했던 스승의 보검.
그것이 빛을 받아 번쩍이자, 유렌은 잠시 그리운 눈으로 그 보검을 바라보았다.
처억-
그리곤 스태프를 양손으로 잡은 채, 끝을 상대에게 향하며 자세를 취했다.
“……음?”
유렌이 스태프를 들고 취하는 기본자세는, 바로 스승에게서 배운 창술을 변형한 것.
자신의 창술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유렌의 모습에, 단장의 눈에 약간의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자, 그럼. 한 수 부탁드립니다.”
“……흥! 그래, 아주 잘 가르쳐주지!”
그래, 자신은 분명 스승에게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분명 그는 스승을 뛰어넘었었지만, 그 전에 이미 그는 세상을 떠났었기 때문이다.
‘이젠 보여드릴 수 있겠군.’
물론 육체도, 기억도, 상황도. 그때와는 모두 달랐다.
적어도 이 육체론 마스터도, 기사도 아닌 상태고.
하지만 그게 어쨌는가.
설령 이게 혼자만의 만족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자신의 기술을 흡수해서, 결국 자신을 뛰어넘어버린 제자를.
그에게 보여 줄 것이다.
“……간다!”
시작을 알리는 고함과 함께, 둘은 상대에게 동시에 달려들었다.
콰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