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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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6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3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3화 마법사와 기사도 (2)
‘검이라.’
스릉-
유렌은 천천히 검을 뽑으며, 손에 들린 검을 차분히 바라보았다.
‘오랜만이군.’
이 몸으로도 아예 검을 쥐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혼자서 몇 번 휘둘러 본 적은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눈앞에 겨뤄볼 상대가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실력이야 둘째치더라도, 그런 상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유렌의 마음가짐이나 기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유렌이 알렉스의 보조 검을 든 채, 조용히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특별한 자세도 취하지 않고, 그저 무방비 상태 그대로.
‘……어라?’
그것을 본 (견습) 기사 알렉스는, 순간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라도, 일단 그도 10년 이상 검술을 수련한 검사.
저 마법사에게,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검사를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것이 그저 무작정 돌격해, 상대의 검을 떨어뜨릴 생각이었던 그를 잠시나마 멈췄다.
‘흥. 그럴 리가 있나.’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마법사가 검을 잘 다룰 리 없다는 현실의 상식이, 감각이 보내는 경고를 간단히 무시했다.
“하앗!”
알렉스의 검이, 유렌의 손에 들린 검을 노리고 힘차게 휘둘러졌다.
일반 병사보다 배 이상은 빠르고, 검을 떨어뜨리게 하는 지점을 정확히 공략하는 휘두르기.
마법사는 물론이고, 적당히 검을 배운 사람에게도 위협이 가는 일격이었지만-.
휙-
‘어라?’
그저 상대 마법사가 약간, 아주 약간 움직인 것만으로도, 그의 공격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뭐, 뭐지?’
잠시 당황해하던 알렉스는, 마법사의 입에 걸린 미소를 보자 검을 꽉 하고 강하게 쥐었다.
“이, 이게!”
알렉스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다시 공격에 나섰다.
“핫-!”
재빠르게 마법사의 안쪽으로 파고들어, 검을 마법사의 오른쪽 어깨로 강하게 휘둘렀다.
쉬익-
깊게 벨 생각까진 없어도, 분명 피를 볼 생각으로 휘두른 일격.
하지만, 그것 또한 마법사가 슬쩍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완벽하게 빗나갔다.
“……어, 어떻게?!”
“몸에 쓸데없는 힘과 동작이 너무 많아.”
“……!”
느긋한 마법사의 말에, 알렉스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스승이나 선배 기사들에게 항상 지적받고 잔소리를 드는 그의 단점.
그것이 마법사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그것도, (견습) 기사인 자신이 검을 알려주겠다고 큰소리를 탕탕 친 직후에.
“으, 으아아아!”
창피함에 이성을 놓다시피 한 알렉스는,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쒸익-
쒸이익-!
하지만 아무리 강하고 빠르게 휘둘러봐야, 그의 검은 상대방의 로브 하나 스치지 못했다.
게다가, 단순히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콰당-!
유렌이 슬쩍 올린 발에 걸려, 균형을 잃은 채 우당탕 바닥을 구르고 만 것이다.
“크헉?!”
“발밑도 조심하고. 몸의 균형이 엉망이야.”
“……이, 이 자식이!”
분노한 알렉스가 다시 벌떡 일어나 덤비는 것을 보며, 유렌은 느긋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애송이를 놀리는 것도 재밌긴 하네.’
과거 소드마스터 시절.
자신이 검을 교육 대련해주면, 100명 중 98명은 황송하다는 얼굴로 덤볐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는 기사의 나라라는 제국에서도 몇 없는 소드마스터였으니까.
그렇게 몇 합 못가 도저히 자신이 이길 수 없음을 깨달으면, 상대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며 꾸벅꾸벅 고개들을 숙였다.
지적이라도 한마디 해주면, 그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아버리는 병사도 있었다.
한 마디로, 너무 얌전해서 심심할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역시 교육 대련은 이렇게 사납게 달려드는 놈을 굴리는 맛이지!’
퍼억-!
유렌의 왼 무릎이, 돌격해 들어오는 알렉스의 명치에 그대로 꽂혔다.
“커헉!”
알렉스는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아픔에 데굴데굴 굴렀다.
분명 가죽 갑옷을 입었는데도, 바로 직통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아까도 말했었지? 몸의 균형부터 잡으라고.”
“커억……컥!”
알렉스는 잠시 후, 숨을 고른 채 다시 일어나 이를 악물고 덤벼왔다.
비록 그는 바보였지만, 이쯤 되면 당연히 상대방의 실력 정도는 인식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저 마법사가 자신보다 훨씬 위의 실력인 것 확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아아아아-!!”
그것이 자존심인지, 체면인지, 아니면 그저 오기인지는 몰라도 그는 끝까지 달려들었다.
‘일단 기사의 중요한 재능은 확실히 갖췄군. 끈기와 오기.’
사실 멍청해 보이는 머리도 어떻게 좀 해야 할 것 같지만, 그런 건 좀 맞으면 나아지는 경우가 있긴 하니.
유렌은 싱글싱글 웃으며, 마음껏 손과 발로 상대를 두들겼다.
그렇게 10여 분.
“커헉……크윽!”
알렉스는 여전히 서서, 상대 마법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 그럼.”
지금껏 검을 움직이지 않던 마법사가, 드디어 느긋하게 오른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마라.”
이 손으로 검을 쓰는 건 오랜만이니, 다칠 수도 있으니까.
유렌은 천천히 검을 위로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휘둘렀다.
쒸익-
아주 평범한 베기였다.
그저 위에서 아래로 휘두른,
그냥 베기.
그것도 검의 간격과 알렉스는 2m가량 떨어져 있어, 단순히 허공을 벤 것에 불과했다.
“자, 잘 썼다. 그럼 이만.”
하지만 유렌은 만족했는지, 검을 돌려주며 그대로 밖으로 향했다.
“……자, 잠깐!”
알렉스는 떠나는 그를 보며, 굳어버렸던 몸을 다시 움직였다.
왜, 왜 이대로 떠나지?
터억-
그렇게 발을 한 발자국 움직인 순간-
쩌어억-
그가 입고 있던 가죽 갑옷이, 세로로 두 동강이 나 땅으로 떨어졌다.
“……이런 미친.”
알렉스는 넋이 나간 눈빛으로, 자신의 갈라진 가죽 갑옷을 바라보았다.
대체 저 마법사의 정체가 무엇일까.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계속 생각하면서.
* *
며칠 후.
공주가 소유하는 어느 한 저택.
“어서 오십시오. 세이지 유렌.”
“전하께서 이쪽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유렌은 저택을 관리하는 하인들의 인사를 받으며, 한 방으로 향했다.
조금 빠르게 걷는 그의 몸에서, 살짝 은색으로 빛나는 보랏빛 로브가 펄럭였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간 작은 회의실에는, 공주와 툰드라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세이지 유렌. 위계의 승급.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주님.”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네요. 원래 당장 올라야 정상인데.”
유렌은 조용히 자리에 앉고는, 공주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꺼냈다.
“혹시 저를 부르신 이유는, 제국 사신단의 일 때문입니까?”
“……!”
“……역시 알고 계셨네요.”
공주는 놀랐는지 눈이 커졌지만, 툰드라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이미 그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예상한 것처럼.
“놀랍네요. 저에게 공식적으로 왕명이 내려 온 것은, 불과 몇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죠.”
“비공식적으론, 이미 며칠 전에 정해진 게 아닙니까? 그 정도 시간이 있으면 모를 순 없지요.”
“……역시 대단해요.”
공주와 툰드라가 유렌의 뒤의 조직과 그 정보력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물론, 유렌이 한 말은 사실과는 좀 달랐지만.
‘한 번 떠본 건데, 딱 맞았었군. 그렇다면, 역시 그 애송이는 사신단의 일원이었나?’
다만, 아무런 이유 없이 무작정 떠본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 훈련장에서 신나게 두들겨 준, 젊은 (견습) 기사 하나.
그 사실을 말해주자, 슬슬 제국에서 사신단이 올 시기라고 알려준 노집사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때마침 자신의 저택에 초대, 대놓고 부탁이 있어 보이는 공주.
이 세 가지를 조합하면, 어느 정도 짐작은 가능하긴 했으니까.
“그럼 이야기는 빠르겠군요. 세이지 유렌. 이번 사신단 접대의 일, 저를 도와주시겠어요?”
유렌이 대놓고 말한 것처럼, 공주도 직접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만으로 제대로 할 자신은 없습니다. 안 그래도 제국의 사신단은 항상 올 때마다 행패를 부려 양국의 골만 더 깊어지기만 했었죠.
그런데, 아예 제국과 접촉한 경험이 거의 없는, 제 사람들이 제대로 대처하리라곤 생각이 안 됩니다.”
약간 자신감 없이 말하는 공주의 말을, 툰드라가 이어받았다.
“더군다나, 이번에 온다는 사신단의 단장은 5년 전. 지금까지 있었던 사신단 중 제일 크게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에요. 뭐, 왕자파가 저흴 엿 먹어보라고 넘긴 일이지만…… 거절할 명분이 없어요.”
“그래서, 접니까?”
“네. 맞아요. 일단 당신이든 조직이든 저희보단 그쪽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죠. 게다가 아무래도 제국에 대한 경험도 많을 테고.”
공주와 툰드라의 말에, 유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직 어쩌고 하는 거야 당연히 틀린 말이었지만, 어쨌든 결론은 맞았다.
이 왕국에서 자신보다 제국에 자세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더군다나 제국에서 보내는 사신단이라면, 당연히 기사일터.
제국과 기사.
이곳에서 유렌보다 더 적임인 이는 없었다.
‘왕자파의 견제라. 하긴, 두 귀족 가문이 그렇게 날아갔으니 슬슬 올 때도 됐겠지. 그렇다면 반대로 이걸 성공시킨다면…….’
공주파의 영향력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공주파 안에서의 자신의 영향력 역시 더 말할 것도 없고.
“좋습니다. 제가 맡도록 하죠.”
“휴우-. 감사합니다. 세이지 유렌.”
유렌이 쾌히 승낙하자, 공주와 툰드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보기보다도 더 정신적인 압박감이 있던 모양이었다.
툰드라는 이제 안심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서류 몇 장을 꺼내 유렌에게 건넸다.
“자. 여기 이번 사신단의 명단과, 예전 사신단들의 일으킨 사건들이 적혀있어요. 당신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많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번 보세요.”
“감사합니다……. 음?”
유렌은 명단에서 가장 위에 적힌 이름을 보곤, 그대로 잠시 몸이 굳었다.
사신단 단장 – 베스피론 슈르닌 (제국 와이번 기사단 단장)
아는 이름이었다.
‘베스피론 영감이라……. 그러고 보니, 과거엔 사신단으로 간 적도 있었다고 했지.’
설마 이런 데서 옛 스승의 이름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이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유렌은 입술을 살짝 움직여, 작게 웃었다.
* *
일주일 후.
공주의 심복이자, 근위 기사단 3부대장인 클레이스는 긴장했다.
곧, 자신이 대표가 되어 제국 사신단을 숙소로 안내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유렌이 도와주겠다곤 했어도, 공주의 공식적인 심복은 바로 그녀다.
더군다나 그녀는 왕국에선 많지 않은 기사단의 일원.
기사의 나라인 제국 사신단의 접대는 같은 기사에게 시키는 것이, 왕국의 관습 중 하나였다.
‘잘해보자. 아무리 왕국과 제국이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어도, 일단은 같은 기사. 기사들만의 공감대가 있을 거야.’
그녀는 자신의 뺨을 짝짝 때린 채, 당당히 제국 기사들을 맞이하러 향했다.
* *
“뭐야. 기사라고? 하! 마도 왕국의 여기사님?”
“와, 세상에. 진짜 종이 갑옷을 입고 있네? 허 참 어이가 없어서!”
“…….”
그리고 그녀의 결심은 겨우 5분 만에 와장창 박살이 났다.
“……이쪽입니다.”
“아이고, 차라리 마법사에게 안내를 받는 게 낫겠네! 이런 가짜에 받는 것보단.”
“그러게! 허약한 마법쟁이들도 싫긴 한데, 이건 정말 모욕이야.”
클레이스는 혼란스러웠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들은 제국의 사신단의 일원이다.
그리고 자신은 공주의 명을 받아 온 이곳의 책임자이고.
그런데 대체 저 말들은 뭔가.
그들이 말하는 것만 보면, 그냥 사신단인지 산적단인지 모를 정도였다.
“……흠.”
심지어 원래라면 그들을 말려야 할 사신단의 높은 사람- 단장, 부단장도 이쪽을 힐끗 보더니 그대로 숙소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자신의 안내고 뭐고, 죄다 무시한 채로.
클레이스의 가슴속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무례하다! 나는 왕국의 근위 기사단 3부대장! 클레이스! 공주님께 이 자리의 권한을 대행 받아 왔건만, 이 무슨 무례인가!”
클레이스의 호령에, 사신단의 기사들은 잠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몇초 후. 커다란 폭소가 울려 퍼졌다.
“크하하핫-! 기사, 기사래!”
“아하하핫-!! 진짜, 진짜로 왕국에선 저런 종이를 입고 기사라고 자칭하는구나!”
그들은 그렇게 한참이나 더 웃더니, 그 중이 거대한 덩치를 가진 한 기사가 클레이스에게 다가왔다.
“크하하핫! 정말 실컷 웃었어. 아가씨. 아가씨가 기사라고? 허!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뭐?!”
“아. 오해하지 말라고. 아가씨. 난 당신을 여자라서 무시하는 게 아니야.”
큰 덩치의 그 기사는, 뒤에서 웃고 있는 제국의 여기사 몇 명을 가리켰다.
“그럼 대체……!”
“그런 가짜 갑옷을 입으면서, 스스로 기사라고 자칭하는 게 어이가 없을 뿐이지.”
그리곤 빠르게 얼굴을 굳히더니,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 갑옷. 겉보기엔 참 훌륭한 풀 플레이트로군. 하지만 거기엔 가벼워지는 마법이 걸렸지? 우리가 그런 종이 같은 게 아니면, 갑옷도 제대로 못 입는 비실이를 기사라고 인정할 것 같았나?”
“……!”
클레이스는 자신의 아픈 곳을 찌르는 기사의 말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유렌이 갑옷은 벗고 가는 게 나을 거라고 말했던 게 이거였구나.
같은 기사인 점을 강조하려고, 그대로 입고 온 것이 후회되었다.
“그런 자기 몫도 못 하는 한심이가, 저 기분 나쁜 마법사들 명령을 들으며 우리를 대접한다? 스스로를 우리랑 같은 기사라도 자칭하면서? 하! 아주 웃기지도 않지. 이렇게 매번 우리를 무시하니, 우리도 가만있지 않는 거다!”
기사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을 그때.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발걸음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쿠웅- 쿠웅-
“응? 이게 무슨 소리래.”
“……어? 저건?”
쿠웅- 쿠웅-
거대한 철판이, 아니 갑옷을 입은 레이칸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뭐, 뭐야? 저 두꺼운 갑옷은.”
“세상에. 마상시합용 갑옷도 저 정돈 아닌데.”
“마, 마법으로 가볍게 한 게 아닐까?”
“멍청아! 저 발 주위에서 돌들이 튀는 것 좀 봐!”
기사들이 그저 입만을 쩌억 벌리고 있을 때, 레이칸은 자신의 마스터가 해준 말을 되새기며 그들에게 향했다.
-레이칸. 기사를 상대하는 것은, 간단하다. 딱 하나만 알면 돼.
-혹시, 기사도 말임까? 하지만 전 그런 건 잘 모르…….
-하하하핫! 기사, 기사도라. 푸흐흡. 그래, 맞아. 기사도가 필요하지.
-역시 그렇슴까……. 그럼 전 자신이 없슴다.
-아냐. 그들이 숭배하는 기사도란, 예절 이런 게 아니라고. 네가 아주 자신 있는, 그거야.
-예?
레이칸은 클레이스에게 소리치던 커다란 덩치의 기사에게 향했다.
그리곤,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안녕하심까. 전 이곳의 부책임자를 맡은 메이지 레이칸이라 함다.”
“……뭐?”
“메, 메이지라고?”
“저게 마법사?!”
“잠깐, 그럼 신체 강화마법을 쓰고 온 건가?”
“……아냐, 초록빛이 전혀 없잖아.”
당연히도 그 말에 기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너무나 말이 안 됐으니까.
하지만, 덩치가 큰 기사는 상대가 자신을 놀렸다고 생각했는지 이를 악물고 레이칸의 손을 맞잡았다.
“하! 그래, 메이지씨. 만나서 반갑군!”
꽈아아악-!
그리곤, 있는 힘을 다해 레이칸의 손을 움켜쥐었다.
“예. 만나서 반갑슴다.”
“……어?”
하지만, 레이칸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덩치 큰 기사는 오히려 자신의 손이 아려오는 걸 느끼자, 뭔가 잘못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어쨌든 레이칸. 그들에게 보여 줘야 하는 것은 딱 하나뿐이야.
-옙?
-힘이야. 그것도 압도적인 힘!
꽈아아아악-!
레이칸은 악수하던 손에 강하게 힘을 주었다.
우드드득-
“크아아아아악-!!”
덩치 큰 기사의 비명이, 숙소 마당 위로 높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