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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2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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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2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52화 마법사와 기사도 (1)

 

 

 

“와, 이거……. 정말 엄청나군. 여기 정말 방어 인원이 30명도 없었던 게 맞아?”

“네. 그렇습니다. 거기에 20여 명은 그냥 평범한 일꾼들이라. 실제로 전투를 벌인 인원은 10명이 채 안 됐다는군요.”

“……그 수로 70여 명을 이렇게 싹 처리해버렸다는 건가? 허! 정말 말이 안 나오는 군 그래.”

다음날.

당연한 이야기지만, 해가 밝자마자 수도 베르헨은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유렌의 마탑과, 백작이 연금당하던 별장의 위치는 분명 도시 한복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베르헨 도심에서 겨우 반나절에서 한나절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

그런 곳에서 수십 번의 폭발이 계속 번쩍였던 대규모의 전투와, 근처에 지진까지 발생시킨 커다란 대폭발.

이것이 같은 날 밤에 일어난 것이다.

당연히 평의회는 재빨리 조사관을 파견.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려 애쓰고 있었다.

저번 바위 언덕이 떨어진 곳에도 파견되었던, 평의회 소속 위저드- 세무인은 현지에 도달해 아는 얼굴을 맞이했다.

“위저드 툰드라.”

“아. 세무인? 여기도 네가 책임자야? 요새 참 바쁜 것 같네.”

“최근 여러 가지 사건이 참 많이 일어나니까요. 그래도, 이번 건은 벌써부터 견적이 보여서 다행입니다.”

세무인은 그렇게 인사를 끝내고, 종이를 꺼내 슥슥 적어가며 사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분명 처음은…….

“저희의 마탑 창립 현장에서 위저드 툰드라가 그들의 비리를 밝혔지요. 그래서 원한을 산 것 같습니다.”

“아, 메이지…… 아니지, 세이지 유렌.”

세무인은 유렌을 보며, 정중히 인사했다.

“전 아직 세이지 위계는 받지 못했습니다만…….”

“그야, 이것저것 일이 많아서 잠시 미뤄진 것뿐이죠. 드워프까지 발견하셨는데 당연히 곧 위계가 올라갈 겁니다.”

세무인은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아직’ 메이지 위계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유렌 슈나이더.

최근 베르헨 내에서 가장 긍정적인 방향으로 소문이 퍼진 남자.

불과 몇 달 전엔 가장 ‘부정적인’ 방향의 소문이 그였다는 걸 생각하면, 말 그대로 엄청난 변화였다.

외모, 위계, 강함, 명성, 재산, 업적 등등.

그 모든 게 수직 상승 중인 그에게 질투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반대로 동경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도 상당했다.

그리고 세무인은 바로 그 후자의 대표적인 경우였다

‘흠, 좋아.’

유렌은 재빨리 그것을 눈치채고, 그를 말로 구워삶기 시작했다.

사실 저쪽의 잘못이 대놓고 드러났기 때문에, 그의 의견이 크게 중요하진 않았다.

하지만, 유렌 쪽에도 세세하게 숨길 것들은 분명 있으니까.

“호오. 그러면 제자분들이, 미처 피난처에 들어가지 못하고 떠돌다, 그 흑마법사들과 마주쳤다고요?”

“예. 운 좋게 둘의 힘으로 제압할 수 있었죠. 그 과정에서 ‘끝의 빛’도 봤고요.”

“오오! 그거 축하드립니다. 하하. 마스터가 워낙 뛰어나시니 제자들도…….”

예를 들자면, 다른 드워프들의 존재 같은 것들 말이다.

포로로 잡은 놈들의 기억은 혼란스럽게 휘저어 놨으니, 이런 식으로 말만 맞춰놔도 들킬 일은 없겠지.

세무인은 오히려 자세히 조사할 거리가 줄어 좋다고 유렌의 말을 적어 넣었다.

그렇게 한창 이야기를 하던 중. 유렌은 슬쩍 백작 쪽은 어떻냐고 물어보았다.

“하아……. 이건 피해자이자 당사자께서 물으시는 것이니 말씀해 드립니다만, 이곳을 습격을 지시한 자는 역시 베이어른 백작이 맞는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습니까.”

그 말에 유렌은 동작을 크게 하며, 강하게 한탄했다.

“안타깝군요. 그런 잘못된 선택으로, 이런 수많은 목숨을 잃게 하다니.”

“예. 정말 그렇습니다.”

세무인 역시 침침한 눈가로 그 말에 동의했다. 그놈 덕에, 일이 배로 늘어났으니까.

“그렇담 백작의 별장이 폭발한 것도 역시…….”

“예.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가 난 것은 아니지만, 백작 쪽을 조사하는 담당자와 메시지를 나눠보니, 아마 폭발은 그쪽에서 일으킨 것 같더군요. 거기의 지하엔 위험한…… 아! 이런, 죄송합니다. 이 얘긴 못 들은 것으로 해주십시오.”

아무리 유렌에게 호의가 있다고 해도, 이 말은 위험했다.

자칫 말이 새어 나가기라도 한다면 큰 징계를 받을 수 있으니까.

자신도 모르게 너무 많은 것을 떠든 세무인은, 꾸벅 인사하더니 재빠르게 물러났다.

“흥. 세무인 녀석. 쟤가 저렇게 입이 가벼운지는 몰랐네요.”

“분명, 저번에 위저드 툰드라에게도 정보를 알려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기밀이 아니었지만, 방금 저 말은 100% 기밀일걸요?”

유렌 그저 어깨를 으쓱이고, 목소리를 줄여 말했다.

“아마 지하에 터질만한 무언가가 있었나 보군요. 안 그러면, 그렇게 크게 폭발할 리가 없죠.”

“흥. 말 그대로 천벌이죠. 저희는 그저 그 폭발하려는 놈을 백작에게 되돌렸을 뿐이고요.”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과 조금 전 세무인의 말.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크게 들려왔던 폭발음을 생각한다면, 결론은 이미 나와 있었다.

백작에게 부상이나 좀 입히려고 했던 짓이, 아예 백작을 통째로 날려버린 것이었다.

아니, 단순히 거기서 끝난 것도 아니다.

“운이 좋군.”

“예. 이번엔 정말로 그래요.”

어디서 많이 듣던 유렌의 말에, 툰드라 역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습격의 원인이자, 연금당한 별장의 지하에, 위험한 물건들이 가득 채워놓은 위험인물.

거기에 추가로, 그 대형 폭발이 백작 수하의 짓이라는 것까지.

물론 아직 그렇게 확정이 나진 않았지만, 조사단의 이야기를 듣자 하니 그렇게 발표가 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걸로, 베이어른 백작가까지 날려버리셨네요. 메그넘 가에 이어서요.”

“이걸로 날아갔다고 확신 할 수 있습니까?”

“네. 90% 정도는요. 어제까지의 베이어른 백작은 음흉하고 못돼 처먹긴 했지만, 확실히 머리는 좋고 수완가이긴 했어요. 하지만 내일부터의 새 베이어른 백작은, 아직 8살짜리 꼬마죠. 아니면, 머리 나쁘고 야심만 가득한 친척 중 하나가 그 자리를 차지하던가.”

“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군요.”

만약 다른 사건 없이, 단순히 백작이 급사만 한 것이었다면 어쩌어찌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백작가에겐 최악에 가까웠다.

하필 왕자파의 중심 쪽에서 밀려나고, 재산도 권위도 뚝 떨어졌을 바로 그때.

또 커다란 사건이 일어남과 동시에 가주가 죽은 것이다.

“저랑 공주님이 몇 년간 애를 써왔지만, 백작은커녕 메그넘 자작가 하나 치우기도 힘들었는데……. 후후. 당신이 나타나자마자, 이렇게 변하다니. 참, 신기해요.”

툰드라는 자신도 모르게 유렌을 뚫어지게 보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는지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흠, 흠. 어쨌든, 전 이만 베르헨으로 돌아가 볼게요.”

“가기 전에, 잠깐 같이 마탑 건물에 좀 들렀다 가시죠. 10분이면 되니.”

“……네? 무슨 일로……?”

“앞으로 자주 오실 텐데, 아예 개인용 방을 하나 내드리려 합니다.”

“……!”

유렌의 그 말에, 툰드라는 놀란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제…… 방이요?”

“예. 건물이 많이 넓기도 하고, 앞으로도 자주 오실 텐데 일반 손님용 방에 묵게 하긴 좀 그렇죠.”

심지어 전쟁터에서도, 자주 오는 상단의 상인을 위해 따로 전용 텐트를 두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동맹 관계나 다름없는 그녀야 뭐 말할 것도 없지.

유렌은 그렇게 생각하며 툰드라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

평소와는 다르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툰드라는, 곧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내해 주세요.”

“예, 저 2층의…….”

툰드라는 장소를 설명하며 가는 유렌의 뒤를 스르르 따라갔다.

왠지 오늘은 발걸음이 평소보다 훨씬 가볍다고 느끼면서.

 

* *

 

베르헨.

어느 세력 없는 한 남작가의 저택.

콰앙-!

“후우-! 이런 멍청한 놈 같으니!”

적당히 넓고 화려하지만, 대귀족들에겐 초라하기 그지없는 방.

다이드란 후작은 넘치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는지, 눈앞의 원탁을 그대로 후려쳤다.

빠직-

훌륭한 원목으로 만든 원탁이었지만, 후작의 주먹에 은은히 담겨 있는 마력엔 이기지 못했는지 크게 금이 갔다.

그것을 지켜보는 집주인- 남작의 얼굴 역시 똑같이 금이 갔다.

‘망할 놈들! 평소엔 말단이라고 무시만 하던 놈들이, 백작이 폭사했다는 말에, 갑자기 밀고 들어와서!’

하지만 당연하게도 남작은 그리 용감하지 못했으니, 재빨리 얼굴을 바꿔 다시 실실 웃었다.

남작에겐 다행히도, 여기엔 후작에게 소리칠 만한 인물이 최소 두 명이나 있으니 말이다.

“다이드란 후작! 아무리 참담한 소식을 들었다고 해도 왕자 전하 앞에서, 이 무슨 무례인가!”

그저 노익장이라는 말이 그대로 현실화한 것 같은 꼿꼿하고 건장한 노인이, 벌떡 일어나 눈을 부라렸다.

“음, 제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왕자 전하. 그리고 예니힌 공작님.”

그의 서슬 어린 기세엔, 최근 아무리 상승세가 큰 후작이라고 해도 몇 걸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아아암-! 아니, 그래서 우린 여기 왜 모인 거야? 나, 바빠 죽겠는데.”

그때. 가장 상석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던 왕자 – 야니우스가 눈을 비비며 투덜거렸다.

“……전하.”

10대 초반도 안 할 행동을 하는 30대 초반의 왕자.

이 꼴을 보자 노공작은 하마터면 그대로 머리를 짚을 뻔했다.

“응? 왜요. 할아버지.”

“……공석에선 그저 예니힌 공작이라 불러주십시오. 어쨌든 전하. 베이어른 백작이 죽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백작가 역시 이제 엉망이 되었습니다. 아마 저희를 도와줄 힘이나 여력은 얼마 남지 않을 겁니다.”

또박또박 상황을 정리한 외할아버지의 말에, 왕자는 피식 웃으며 손을 저었다.

“에이. 그깟 백작가 하나 없다고 무슨~. 그렇다고 그 멍청한 에레니안이 뭐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아암-. 전 어제 허리를 너무 놀려서…… 좀 쉴게요. 할아버지. 어이! 거기 너! 무슨…… 남작이랬지? 어쨌건, 나. 잠 좀 잘 테니 어서 침대로 안내나 해!”

왕자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일어서더니, 남작에게 앞세우며 침실을 찾아 나가버렸다.

“크으……”

이번에야말로 머리를 짚은 노공작의 모습에, 다이드란 후작 역시 작게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전하껜 말씀드려봐야, 큰 소용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일단 저희끼리 진행을 하죠.”

“……좋네. 후작. 그럼 어디 시작해보시나.”

세력의 중심점인 왕자가 없어도, 아니. 오히려 없기에 회의는 더 잘 굴러가기 시작했다.

“흠-. 좋은 생각이네. 에레니안 왕녀의 일파들은, 예전처럼 숨도 못 쉴 정도로 약한 상태가 아니야. 그 툰드라라는 위저드의 지지 이후, 마법계에서도 영향력이 조금씩 늘어났다고 들었고. 그러니, 이번에 한 번쯤은 눌러줘야 하네.”

“예. 그러니까, 아예 기회를 주는 척하며 명분도 실리도 다 잡는 겁니다.”

후작의 계획은 이러했다.

바로 얼마 후 베르헨에 도착하는, 제국 사신단의 접대 및 관리의 책임자를 공주를 임명하는 것이다.

“상대가 제국 정도가 되면 왕족이 직접 맞이하러 가도 문제가 없겠지요. 중요한 일을 일임하는 거니 억지로 공무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반발도 누를 수 있고…….”

“그래. 보나 마나 실패할 게 뻔하니, 책임도 당연히 물을 수 있겠지.”

이곳에서 가장 지위도, 권력도 높은 두 사람의 뜻이 통했다.

즉, 사실상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오! 정말로 훌륭하신 생각이십니다! 공작님, 후작님!”

“그렇습니다. 듣자 하니 이번에 오는 그 멍청한 제국 놈은, 무례하기로 유명한 늙은 기사라는군요. 5년 전에도 큰 소동을 일으킨 적이 있는 놈입니다.”

“그런 것까지 다 헤아리시다니……! 역시 왕국의 쌍웅이라 불릴 만하십니다!”

다른 귀족들의 찬양이 마구 이어졌다.

사실, 그들 역시 좋은 계획이라 생각했기에 나올 수 있는 아부였다.

“후우-.”

노공작은 그 찬양을 듣다가 조용히 발코니로 나가 눈을 감았다.

여러 가지로,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이걸로 네가 더 얌전히 지내면 좋겠구나. 에레니안.’

그는 사랑하는 외손녀의 이름을 되뇌며, 주먹을 꽈악 쥐었다.

 

* *

 

제국의 견습 기사.

알렉스는 혼란스러웠다.

‘……생각보다 훨씬 발전했군. 흥! 하지만, 이런 건 어디까지 겉면의 일부! 난 속지 않는다!’

마도 왕국의 수도 베르헨.

그곳에 알렉스는 사신단 선발대의 일원으로 와 있었다.

본디, 아직 견습 기사인 알렉스는 선발대의 일원으로 뽑히기엔 많이 부족한 실력.

하지만 사신단의 부단장이 친척이라는 점을 앞세워, 간신히 선발대의 말단으로 올 수 있었다.

-넌 제발 숙소에서 움직이지 마!

-아무리 그래도, 우리 선발대가 먼저 시비부터 걸고 다니는 건 말도 안 되니까, 얌전히 처박혀 있어!

하지만, 선배이자 상사인 정기사들은 항상 알렉스만 빼고 움직였다.

저 무식하고 자존심만 강한 시골뜨기가, 무슨 사고를 칠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연히도, 가만히 숙소에 박혀 있을 알렉스가 아니었다.

다른 기사들이 모두 외출한 사이, 여관 주인에게 평소엔 닫혀있던 훈련장이 오늘만 개방한다는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선 것이다.

아무리 선배들이라도, 비록 견습이지만 그래도 한 사람의 기사가 훈련장에 간다는 것까지 뭐라고 하진 않을 테니.

그렇게 생각하고 나온 베르헨의 거리는, 알렉스의 생각보다 훨씬 밝고 깨끗했으며 발전해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일부분이야! 일부분!’

알렉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훈련장에 들어갔다.

콰앙-!

퍼어억-!

“호오.”

훈련장에 들어간 알렉스의 눈이, 잠시 반짝였다.

제국에서는 거의 보기 드문 마법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더미나 강화 벽돌 등을 파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괴된 강화 벽돌을 잠시 바라보던 알렉스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스스슥-

분명히 부서졌다고 생각했던 강화 벽돌이, 스스로 재생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는 그것을 보고, 다시 바람 마법을 날려 박살내었다.

콰앙-!

‘……흠, 여긴 벽돌이 귀한가 보군! 그냥 바꾸면 될 것을.’

알렉스는 그렇게 정신 속 승리를 마치며, 더욱 안쪽으로 향했다.

“어?”

훈련장 한 구석.

한 은빛이 살짝 반짝이는 푸른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스태프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알렉스의 얼굴이, 급속도로 밝아졌다.

“오오! 그 소문이 정말이었나!”

마법 왕국의 사람들은, 사실 마음속에선 제국의 기사를 동경한다는. 은밀히 퍼진 그런 소문.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마법사 중에서도 소수는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니!

의심의 여지조차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체력 단련조차 싫어한다는 마법사가, 왜 저렇게 방망이나 붕붕 휘두르고 있겠는가.

시골구석에서나 퍼져 있는 헛소문을 단단히 믿은 알렉스는, 그대로 그 마법사에게 향했다.

“거기, 마법사!”

부웅-! 부우웅-!

하지만 그 적갈색 머리의 마법사는, 자신을 부른다고 생각하지 못한 듯 계속 방망이만 휘두르고 있었다.

“어이-! 거기! 어설프게 방망이나 휘두르는 마법사!”

“……?”

마법사는 그제야 멈춘 후, 알렉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째 자신보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지만, 알렉스는 콧바람만 내뿜었다.

그래봐야, 마법사다. 이 몸에게 한 수 배울 마법사 말이다.

“……저 말입니까?”

“그래, 거기 너.”

알렉스는 마법사를 불러, 자랑스럽게 자신의 검을 보여주었다.

“……이건, 검이 아닙니까? 설마 용병이 여기까지 들어오진 못했을 테고…….”

“어허! 용병이라니! 날 어떻게 보고! 난, 정식으로 서임을 받은 기사다!”

‘견습’ 소리를 빼먹고 소리친 알렉스는, 자신의 보조 검을 들어 마법사에게 내밀었다.

“자, 특별히 빌려주는 것이니, 잠깐이나마 써보아라. 내가 기특해서 그렇다.”

“……예?”

“이런 무기술의 불모지 같은 곳에서, 혼자 무기술을 단련하다니. 장하군. 하지만, 그깟 몽둥이는 무기라고 부를 수도 없는 하찮은 것. 내가 잠시나마 기사의 검을 빌려주고 한 수 일러주도록 할 테니, 평생 감사히 여기도록.”

알렉스는 그렇게 자신의 가르침을 받을 행운아를 의기양양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검술…… 말입니까?”

“그래! 나. 기사 알렉스님이 친히 말씀이야!”

실룩 실룩-

그 장신의 마법사는, 세상에 다시없을 미묘한 표정을 짓더니, 결국 입술을 슬쩍 들어 올렸다.

“좋습니다. 어디 실력 한 번 보죠.”

유렌은 그렇게 살짝 웃어가며-

검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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