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9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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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90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90화 죽음을 거역하는 법 (2)
언데드.
이미 죽음이라는 절대성을 마주했음에도 그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벗어난 불사의 존재.
단순히 사전에 나와 있는 뜻만 본다면, 언데드란 당당히 죽음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가는 존재로 보인다.
“크어어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극소수의 최상위 언데드에게나 통하는 소리였다.
그 이하의 언데드는 자신만의 길은커녕, 대부분 의지 없이 꼭두각시로만 쓰이는 게 현실이었으니까.
“망할! 또 좀비가!”
왕국의 가장 서쪽인 영지 이베른.
그곳의 한 마을에서 경비병을 하고 있던 청년 – 윌리엄은 숲속에서 새로이 나타난 놈들을 보며 욕설을 내질렀다.
“작작 좀 나타나라!”
휘익-!
그는 어설프지만 재빠르게, 단창을 휘둘렀다.
서걱-
청년의 어설픈 창질에도, 놈의 오른팔은 어깨와 함께 쉽사리 절단되었다.
원래 좀비는 그다지 강한 몬스터는 아니다. 그저 시체가 되살아나 움직일 뿐이니까.
오히려 전투력 자체는 생전보다 떨어질 때도 많았다.
“끄어어어……!”
하지만 저렇게 팔과 어깨까지 모두 잘리고도 끄떡없이 움직이는 점만큼은, 인간보다 월등했다.
“젠장……!”
윌리엄은 다시 한번 욕설을 내뱉으며, 새로 나타난 좀비 떼들의 옆으로 내달렸다.
다행히도 저 좀비들은 좀비가 된 지 얼마 안 된 놈들.
아직 제대로 언데드로 자리 잡지 못해, 뛰는 것조차 힘든 저급 놈들이었다.
만약 사람을 많이 잡아먹어 달리기가 가능해진 놈들이었다면, 단숨에 잡혀서 이쪽이 갈기갈기 찢겼겠지.
운이 좋았다.
윌리엄은 헉헉거리며 뛰다가, 잠시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한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운이 좋긴 개뿔이 좋단 말인가.
자신이 태어나고 평생 자란 고향이 언데드에 파괴되어 좀비투성이가 되어버리고, 마을은 불타고 사람들은 죽어 나갔는데.
‘……아냐.’
윌리엄은 머리를 흔들며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해준 말이 생각 났기 때문이었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자들부터 죽는다고. 그러니, 어떻게든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처음엔 말도 안 되는 개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은인이 사람들을 도와가는 걸 보자 윌리엄의 마음도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은인의 모습에, 경외감마저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웃자. 웃어! 난 아직 죽지 않았고, 내 가족들도 살아는 있잖아!’
윌리엄은 지쳐 헐떡이는 와중에서도, 입꼬리를 어떻게든 올리며 계속 달렸다.
그래. 조금만 더 가면 물자를 숨겨 놓은, 옆 마을의 창고가 나온다.
옆 마을 주민들은 이미 이쪽에 합류했으니, 그 물품들만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가져가면 몇 주는 더 버틸 수 있다.
타타탁-
“아…….”
하지만, 숲을 겨우 빠져나온 윌리엄의 눈에 보인 것은 이미 잿더미로 변해 폐허가 되어버린 커다란 창고의 모습이었다.
윌리엄의 몸에서 힘이 쭈욱 하고 빠졌다.
저기에 있을 식량이 없다면, 자신의 마을로 모인 이 주변 주민들은 오래 가지 못한다.
느려터진 중앙에서 병력이 오기 까진, 최소한 2~3주.
그것을 버틸 원동력을 잃은 것이었다.
“끄어어어-!!”
“끄롸아아악-!”
게다가, 불운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창고 안에서 서성이고 있던 몇몇 좀비들이, 재빠르게 윌리엄에게 달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뛰는 좀비들!’
윌리엄은 재빨리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힘이 빠질 대로 빠진 발은 그대로 헛디뎌 앞으로 구르고 말았다.
“커헉!”
넘어진 윌리엄의 시야로, 자신을 향해 재빨리 달려오는 다섯 마리의 좀비들이 보였다.
놈들과의 거리는 겨우 30m 정도.
몇 초도 걸리지 않아, 다가올 거리다.
“끄어어어-!”
25m, 20m.
젠장. 이래도 웃어야 합니까?
윌리엄이 죽음을 각오할 그때,
쒸이이이익-!
하늘에서 무거운 무언가가 낙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15m.
좀비의 울부짖는 소리가, 바로 근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그 순간.
쿠콰아아앙-!
하늘에서 거대한 쇳덩이가 내려왔다.
콰지지직-
저 앞의 땅이 움푹 패이고, 거대한 진동이 일어나며, 뼈와 고기가 으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어?”
철커덩-
좀비를 모두 으깨버린,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갑옷 모양의 쇳덩이.
그것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자, 윌리엄의 입이 쩍 하고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으로, 은인이 항상 말하던 위대한 존재가 스쳐 갔다.
언제나 멸망 직전에 신이 우리를 도와주려 내려준다는 존재.
바로 그것은…….
“사, 사도님?”
“끄어어어-!”
윌리엄의 얼빠진 목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수많은 언데드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
강철의 사도가 하늘에서 내려오기 조금 전.
쒸이이이익-!
유렌들이 탄 작은 드래곤 – 사이케스는, 밤새 날아 어느새 왕국의 최 서부에 다다르고 있었다.
「사이케스! 정말 대단해요. 마차로 오려면 일주일 가까이 걸리는 길을, 몇 시간 만에 오다니요. 그것도 이렇게 사람들까지 태우고.」
아메리아는 감탄하며 자신의 생각을 사이케스에게 전했다.
“크롸롸-”
머릿속으로 바로 전해지는 순수 100%의 칭찬에, 사이케스도 기분이 좋은지 날아가면서 꼬리를 크게 흔들었다.
붕-붕-.
“맞아. 정말 대단하지. 고위 마법사가 재빠르게 움직인다고 해도, 이 정도로 빠르긴 힘드니까.”
부우웅- 부우웅-
이어지는 유렌의 칭찬에, 사이케스의 꼬리가 아까보다 훨씬 더 크게 흔들렸다.
그걸 느낀 레이칸은 자신도 질 수 없다는 듯, 크게 소리쳐 칭찬했다.
“그렇슴다! 정말 대단함다! 이렇게 갑옷 무게를 늘린 상태인 있는 저를 태우고서도 밤새 날다니…….”
“……뭐?”
「예?」
“크롸?”
레이칸의 그 말에, 순식간에 침묵만이 달렸다.
그리고 잠시 후. 유렌과 아메리아는 그 말을 이해하고는 한숨을 푹 쉬었고.
“크롸롸롸롸-!!”
사이케스는 분노했다.
‘어쩐지 무겁더라! 이런 뇌까지 강철로 된 자식!’
비행하는 생물을 타면 당연히 토시나 발찌. 갑옷 등의 중력 마법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
그것은 기본 중 기본이 아닌가!
그런데 저 멍청한 자식은……!
작은 드래곤의 몸 전체에서 풍기는 살기에, 갑옷 속의 레이칸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아차. 실수 했슴다!’
그러면서 갑옷의 무게를 줄이려 마력을 집어넣으려 한 그 순간.
끄어어어-
셋 중 가장 날카로운 눈과 귀를 가진 레이칸은, 저 밑에서 언데드에게 쫓기는 인간을 발견했다.
본래대로라면 드래곤 상태에서 감각이 훨씬 월등한 사이케스가 발견해야 했지만, 그녀는 지금 분노로 인해 제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거 마침 잘 됐슴다!’
레이칸은 마침 속도도 느려진 드래곤의 등에서, 펄쩍 뛰어내리며 소리쳤다.
“먼저 내려가겠슴다!”
“어……? 잠깐!”
「꺄아악-!」
아무리 목적지에 거의 다다라 저공비행으로 날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높이는 300m를 훌쩍 넘었다.
그런 상황에서 레이칸은 갑옷의 무게를 더 늘려버린 채 뛰어내린 것이다.
쒸이이이익-
300m 상공에서, 1톤이 넘는 강철 덩어리가 땅으로 낙하했다.
쿠콰아아앙-!
그리고 작은 크레이터와 함께, 근방에 있던 좀비를 모두 반죽으로 만들어버렸다.
“……하하. 정말, 레이칸은 정말…….”
마력으로 몸을 강화하고, 갑옷에는 충격 방지 마법이 걸려있다.
하지만 그게 있더라도, 저런 식으로 이곳에서 낙하해서 멀쩡한 육체는 세상에 대체 몇이나 될까.
“으하하핫-! 다 덤비십쇼!”
콰아앙-!
게다가 드워프의 양손 망치를 크게 키워, 근처 언데드들을 와장창 뭉개버리고 있었다.
즉,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정도로 타격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였다.
레이칸의 그 충격적인 모습을 보자, 분노했던 사이케스마저 그저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입을 벌리고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몇 초 후.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유렌이 사이케스에게 외쳤다.
“사이케스! 우리도 내려간다!”
“크롸롸롸-!”
사이케스는 재빠르게 언데드들이 자꾸 불어나는 밑으로 하강.
겨우(?) 10m 정도의 높이에서 유렌과 아메리아는 얌전하게 뛰어내렸다.
“자, 그럼.”
땅에 내려선 유렌은, 순백의 눈처럼 새하얀 스태프를 꺼내 머리 위로 빙글빙글 돌렸다.
“잠깐 처리해볼까.”
유렌은 가벼운 스탭으로, 좀비와 구울 때 사이로 뛰어들며 살짝 웃었다.
* *
‘사, 사도가 세 분?’
간신히 목숨을 건진, 경비병 – 윌리엄은 자신들을 괴롭히던 언데드가 폭풍 같이 쓸리는 것을 보고 할말을 잃었다.
“으하하핫-!”
먼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던 강철 사도.
그는 말 그대로 거칠 것이 없었다.
보통 크기의 망치를, 자신의 몸보다 크게 키우더니 그대로 사방으로 내려찍는 게 아닌가.
콰아앙-! 쿠우웅-! 콰아아앙-!
그에게 덤벼들던 언데드들은, 그대로 그 어떤 반항도 못 하고 망치 한 방에 3~4개체씩, 그대로 반죽으로 변했다.
“끄어어어-!”
간혹, 아주 간혹 언데드가 강철의 사도에게 다가간 적은 있었다.
지금도 어떤 발이 빠른 구울 하나가, 독이 뚝뚝 떨어지는 손톱과 이빨을 휘두르며 달라붙었다.
하지만 그 순간.
쩌저엉-!
손톱이 그 번쩍이는 갑옷에 닿는 그 순간.
구울이 새하얗게 번쩍이며 한순간에 그대로 얼어버린 것이었다.
“음? 언제 왔슴까?”
챙강-!
그리고 그 두터운 주먹 한 방에, 얼어버린 구울은 그대로 산산이 박살 났다.
“...대단해.”
아니, 단순히 대단하다는 말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윌리엄 역시 초보긴 하지만, 일단 전사 나부랭이를 칭하고 있는 몸.
그런 의미에서 저 강철의 사도가 얼마나 강력한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었다.
【내 주변에 있는 언데드들은, 불타 사라져라.】
그리고 윌리엄은 저 옆에서 들려오는, 맑은 하늘처럼 청량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금발 벽안을 지닌 아름다운 노래의 사도가, 아름다운 목소리를 뽐내며 언데드들을 불태워 죽이고 있었다.
비록 그녀는 노래를 부르진 않았지만, 윌리엄은 그 아름다운 음색은 충분히 노래에 버금간다고 생각했다.
【좀비와 구울은, 저 사람에게 다가오지 못한다.】
심지어 저 노래의 사도는, 자신을 향해 저 신비한 목소리를 선물해 보호해주는 게 아닌가.
“오오.”
솔직히 어떤 원리인지는 몰랐지만, 자신의 몸 곁에 머무르는 이 푸른 빛이 확실히 좀비와 구울을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목숨을 구해주지도 도와주지도 않았지만 가장 인상이 깊은 사도가 있었다.
파지지직-!
그를, 대체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푸화아악-!
번개의 사도? 아니, 불꽃의 사도?
쩌저어엉-!
아니, 그것들도 아니었다.
은보라색 로브를 입은 그는, 그저 새하얀 스태프를 휘두르거나 마법을 썼을 뿐이었다.
다만, 그것이 워낙 순식간에. 그리고 수많은 언데드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죽일 뿐이었다.
쒸익-!
하얀 스태프를 한 번 휘두르자, 새하얀 얼음 폭풍이 열 마리의 좀비들을 단숨에 얼려버렸다.
휘익-!
그리고 한 손에서 간단한 바람 마법을 쏘아보네, 간단히 그 얼음 동상들을 부쉈다.
“끄어어어-!”
대놓고 빠른 발로 덤벼들려는 구울들에겐 별로 손을 쓰지도 않았다.
파지지직-!
녹색 빛이 섞인 번개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번쩍이자 알맞게 구워진 구울들이 쓰러졌다.
푸화아악-!
하얀 스태프의 끝에서, 푸른색 불꽃이 나가 다가오는 좀비들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쿠쿠쿵-!
피가 질척한 땅이 송곳 모양으로 솟아올라, 뛰어오던 구울들이 꼬챙이처럼 꿰어졌다.
그리고 그 뾰쪽한 땅에서 붉은 화염이 일어나, 그대로 불태웠다.
“끄어어어어-!”
이 모든 게, 겨우 10여 초가 되지 않은 사이에 일어나고 있었다.
‘……원소의 사도? 마법의 사도?’
멍한 윌리엄이 보든 말든, 그렇게 유렌은 계속 꾸역꾸역 뒤어나오는 언데드를 빠르게 처리해갔다.
말 그대로 ‘기본’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자신의 마법에, 만족하면서.
* *
“저,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 사도분들이 아니셨군요!”
20여 분 후.
계속 개미 같이 늘어나던 언데드들이었지만, 놈들도 결국엔 수가 한계가 있었다.
마지막 구울을 레이칸이 머리를 깨버린 후, 더는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 후 은인들과 인사를 나눈 윌리엄은 그들이 사도가 아니라 사림이며, 중앙에서 파견된 이들임을 알게 되었다.
“……네. 그래서, 중앙에선 하루빨리 대량의 언데드가 증식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필요로 합니다.”
유렌의 그 말에 윌리엄은 당황했다.
아니, 실제로 언데드가 대량으로 일어나 다들 죽어가고 있는데, 증거는 무슨 증거란 말인가.
“그 말에는 저도 동감합니다만, 정치라는게 원래 그렇죠. 파병에 반대하는 이들의 세력이 더 커서요.”
“……! 그, 그럴 수가!”
윌리엄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렸다.
중앙의 지원이 늦으면 늦을수록, 피해는 더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그렇게 다시금 절망에 빠지려는 윌리엄을, 유렌의 말이 간신히 끌어 올렸다.
“그래서, 증거가 필요합니다. 대량으로 언데드가 증식되고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말이죠.”
“그, 그게 뭐죠?”
“언데드의 목입니다. 이런 좀비나 구울 등이 아니라, 강력한 상위 언데드의 목이죠. 좀비 로드나, 구울 킹 정도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보다 조금 낮아도 가능하긴 할 겁니다.”
사실, 말이 안 맞는 일이긴 했다. 애초에 병력을 불러오는 이유가 그들을 처리하려고 부르는 것.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들의 목을 보내야 병력이 오는. 아주 황당한 사태였다.
“그게 아니라면, 악신의 증표라던가, 신의 신탁이라던가. 그런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이 필요하죠.”
물론 지금 말한 것들은 더더욱 가능성이 없었다. 말 그대로 역사책에서나 나올만한 사건들이니까.
그래서 언데드의 목을 먼저 말한 것이다.
‘뭐, 중앙 쪽으로 언데드들이 들어 온 순간, 잔말하지 않고 병력을 출동시키겠지만.’
유렌은 굳이 이것까진 말하지 않았다.
정치 싸움의 역겨운 점을, 이곳의 피해자에게 끝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신탁. 신탁이라…….”
하지만 윌리엄은, 유렌이 던진 말에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호, 혹시……?!”
그리고, 자신과 마을 사람들.
아니, 이 주변의 모두의 은인인 그녀가 생각난 것이다.
그래. 그녀는 성직자. 그것도 틀림없는 고위 성직자다.
그 고귀함으로 봐선, 어쩌면 성녀일지도 모른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급박한 환경 탓에, 머릿속에서 기적의 논리가 발현된 윌리엄은 흥분하며 외쳤다.
“어쩌면 신탁을 받으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희 모두를 지켜 주신, 힘과 폭력의 신. 데르빗의 성녀님께 말입니다!”
「네?」
“……아니, 그런 신이 다 있슴까?”
흉악한 이명을 지닌, 난생처음 들어보는 신의 이름에 일행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르빗이라고?”
갑작스레 옛 기억 속에 있던 이름을 들어, 눈이 커다랗게 변한 유렌만을 제외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