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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9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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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9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9화 죽음을 거역하는 법 (1)

 

 

 

퍼엉-!

스태프 오프 파워의 마탑의 한 마법 실험실에서 작은 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흐음. 이러면 이렇게 되어버리는군.”

장신에 적갈색 머리를 가지고 있는 한 청년이, 방금의 폭발로 검은 먼지를 뒤집어쓴 로브를 탁탁 털며 투덜거렸다.

이 마법 실험실은 사실상, 그 전용의 실험실. 주변이 엉망이 되어도 남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오로지, 지금 것이 왜 실패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할 뿐이었다.

“그 백작에게 가져온 ‘바람 번개’의 완성도가 낮아서 그런가…….”

파지직-

유렌은 조용히 손에 녹색의 번개를 만들었다 없애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차례 실패하면서도, 유렌의 입꼬리는 슬쩍 올라가 있었다.

‘재밌네.’

유렌은 몇 달 전에 시작한 마법 실험에, 점점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선배의 조언대로 일단 기본기만 닦으려 시작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재미있어 질 줄이야.’

유렌은 이제는 사라져버린, 하얀 로드 안의 영웅. 베인을 생각하며 로브를 털털 마저 털었다.

마법 실험은 지금까지 해오던, 몸을 단련하는 육체적인 수련과는 확실히 달랐다.

육체가 아주 조금씩 쌓아 올라가며 차근차근히 높은 산에 등반하는 거라면, 마법 실험은 정 반대라고 볼 수 있었다.

일단 어떻게든 우당탕탕 올라가서, 그 올라온 방법을 다시금 떠올리는 것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럼 다음에는 번개의 세기를 조금 줄여야…….”

처음에는 이미 예전에 다른 사람이 완료한 실험을 똑같이 해보았다.

그렇게 정석을 쌓고 난 후, 조금씩 재료나 방법을 바꿔서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나아갔다.

유렌이 선택한 것은 여러 원소를 섞는 것.

어찌 보면 많은 마법사가 나아가고 있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실험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 정점을 보았지.’

전생의 자신을 죽인 그 마법.

7레벨의 대마도사가 자신에게 쏜, 다섯 원소를 섞은 대마법을 말이다.

‘2개의 원소를 섞는 것 자체는 어렵진 않아. 3위계 메이지 들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3개는 쉽지 않았다.

고위 마법사가 아닌 이상, 쉽사리 쓰기 힘든 마법 뿐이었다.

그 이상? 유렌이 찾아본 결과, 그야말로 역사에나 한두 번 나올까 말까 한 대마법에 쓰였다고 한다. 4개가 말이다.

‘그런데, 그는 그때 5개나 합쳐서 써버렸으니.’

유렌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그 대마법을 떠올리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파지지직-

‘일단 바람과 번개.’

그리고, 마도구 덕에 훨씬 속성이 강화되어있는 얼음……!

콰지직-

“오.”

생각보다 잘 융합되어가고 있는 마력 덩어리에, 유렌은 주머니에 있는 번개의 수정 가루를 조금 뿌렸다.

그대로 마력을 굳게하기 위해선, 마력 수정보다 좋은 재료는 없으니까.

다른 속성에 비해 아주 약간, 약해 보이던 번개가 눈에 띄게 강해졌다.

“아.”

파지지직-!

마법 실험실에, 이번엔 장렬한 번개의 소리가 달렸다.

똑똑-!

유렌이 이리저리 마력을 움직여 방출된 번개들을 정리하는 사이, 마탑원 하나가 머리를 숙이며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세이지 유렌. 으앗-!”

파직-

그는 잽싸게 몸을 놀려, 자신에게 다가온 작은 번개 하나를 피하며 외쳤다.

“위, 위저드 툰드라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음, 그래. 곧 간다고 전해드려라. 아! 거기 작은 번개 하나 또 간다.”

“으아앗!”

실험실에서 일어나 작은 소동은, 그렇게 몇 분간 계속 되었다.

 

* *

 

마탑의 손님 접대용 방.

“아. 툰드라. 잠깐 미안. 3분이면 끝나니까.”

“아, 응. 기다릴게.”

유렌은 이곳에 마탑원 하나와 이야기하며 들어와, 툰드라에게 양해를 구했다.

‘확실히 바쁘긴 한가보네. 하긴, 기본적으로 하는 일도 많은데다가, 요샌 실험에도 깊이 빠졌다고 했으니.’

그렇게 바쁜데도. 이렇게 아무 기별도 없이 찾아온 자신을 향해 15분도 안 돼서 바로 달려와 준다.

툰드라는 마탑원과 재빠르게 이야기를 나누는 유렌을 보며, 왠지 모를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음. 그래. 이번의 그 반지는 3개만 추가 생산을 하라고, 선배와 드워프들에게 말을 넣어줘.”

“옙. 알겠습니다!”

그리고 약 3분 후. 

일을 마친 마탑원은 인사를 하며 밖으로 나갔고, 겨우 한숨 돌린 유렌은 툰드라에게 다가갔다.

“방금은 그 ‘반지’의 일이야?”

“응. 맞아. 이번에 새로 줄 마탑원들이 생겼거든. 아직 2명 뿐이긴 한데, 혹시 몰라서 하나는 예비로 두고 싶어서.”

세간에는 ‘하얀 운석’이라고 불리는, 이 마탑의 특별 아이템인 하얀 반지.

그것은 정식 마탑원 중에서도, 특별히 인정받은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다.

“확실히, 좋긴 하지.”

툰드라는 자신의 검지에 낀 하얀 반지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처음에는 약지에 끼려고 했지만, 몇몇 사람이 크게 반대하여 결국 사이좋게 검지에 끼게 된 것이다.

“뭐, 이것들은 특별제니까 더 그렇고.”

유렌은 자신의 손가락에도 끼어있는 반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이것은 자신의 스태프와 다른 동료들의 몇몇 장비를 만든 후.

남은 ‘용의 뿔’로 만든 마법의 반지였다.

자신과 동료들의 반지는 그 귀한 뿔을 통째로 갈아서 만든 반지.

그리고 몇몇 마탑원들에게 내리는 반지는, 알 부분에 아주 조금 뿔이 들어있는 것으로 차이점이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아주 조금 든 반지만 해도, 일반적인 마법 아이템보단 훨씬 굉장한 효과를 자랑했다.

“뿔은 아직 많이 남았어?”

“드워프들이 거의 낭비가 없게 다듬어주어서, 일단 반지 만들 것은 세 자릿수는 충분히 만들고도 남는다고 봐야지. 물론, 일반 탑원들 용으로 말이지만.”

마탑은 앞으로도 커질 것이고, 인재도 점점 몰려들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반지는, 이미 가진 자들에겐 자랑스러움을.

가지지 못한 자에겐 갈망과 향상심을 주겠지.

뭐, 비밀 유출이 문제이긴 하겠지만 관련해서 손을 써 놓지 않은 건 아니니까.

“어쨌든 기다리게 해서 미안. 그래서 할 이야기는 뭐지? 일단 네가 초조해하는 걸로 보아서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맞아. 역시, 딱 봐도 아는구나.”

툰드라는 일부러 반지 이야기까지 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지만, 눈치가 워낙 빠른 유렌이다.

이미 그녀가 평소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에겐 이미 들어온 정보도 있었고.

“일단, 너도 당연히 알리라고 생각하지만. 서부 쪽에 커다란 문제가 생겼어.”

“그래. 아마 언데드의 발생이지? 아마도 대규모의.”

“……후훗. 역시나 알고 있구나. 맞아.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거의 그럴 거라고 보고 있어.”

툰드라는 이제 미리 알고 있는 유렌에게 더는 놀라지 않았다.

얼마 전, 그에게 이 베르헨 최고의 비밀 정보조직이 거의 통째로 넘어가지 않았던가.

그의 뒤에서 나오는 조직의 정보와 지금 들어간 새 조직의 정보까지 합쳐지니, 그의 눈과 귀는 더더욱 날카로워졌겠지.

"서부 쪽에 커다란 이변이 일어난 것 같아. 언데드가 발생했다는 영지가 한두 군데가 아니야. 그 중에게는 아예 영주민들이 땅을 버리면서까지 탈출한 곳도 있을 정도고."

툰드라는 고운 이마를 찌푸려가며 말을 이어나갔다.

“원래대로라면, 즉시 국내 외 성직자와 마법사. 그리고 병력을 모집해서 언데드들을 즉시 쓸어버려야 해. 하지만…….”

“대규모의 언데드 군대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

“응. 맞아. 최소한 평의회와 왕궁 측이 얻은 정보는 그래. 그래서 왕자파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 테니까. 음, 혹시 네가 얻은 정보 중에 확실한 증거가 될 만한건……?”

툰드라가 약간의 기대감이 섞인 얼굴로 보았지만, 유렌은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지만, 내가 얻은 정보들도 ‘확신’하진 못해.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고 봐야지.”

“그래…….”

툰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제 그녀의 길은 정해졌다.

“그럼, 당분간은 못 보겠네. 난 내일부터 소규모 파견대로 서쪽으로 떠나게 됐어. 일종의 선발 조사대 명목으로.”

“……선발 조사대라고?”

유렌은 그 괴상한 직책에 놀라 툰드라를 다시 보았다.

“후훗. 그래. 아무리 너라도 오늘 국왕 폐하와 단독으로 나눈 이야기까진 모르는구나. 직접 나에게 내려진 명이야.”

“……피해가 제일 큰 영지가 모두 공주파인 것과 관계가 있겠군.”

“맞아. 왕자파의 영지도 끼어있지만, 역시 제일 큰 타격을 입은 세 영지는 우리 쪽 영주들 뿐이야. 그들의 과도한 반대와 더불어 결과가 이 모양이니,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지.”

그렇다면 국왕이 그 괴상한 직책으로 조사를 시킨 것은, 이쪽을 도와주려는 셈일 가능성이 크다.

유능한 그녀를 조사대로 써서, 토벌에 필요한 증거를 찾아오라는 것일 테니까.

“어쨌든, 제법 위험한 일이니까. 한 번 가기 전에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어.”

툰드라는 약간 우물쭈물하면서도 끝까지 말했다.

그녀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진 말이었지만, 유렌은 어느새 다른 생각에 푹 빠져있었다.

“…….”

“저, 유렌?”

“먼저 가도 될까?”

“……어?”

갑자기 이 사람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 멍한 툰드라의 얼굴을 보며, 유렌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그 선발대의 선발대로 말이지.”

“……응?”

유렌은 깊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정보. 내가, 아니 우리 마탑이 확실하게 알아봐 주겠다는 거야.”

“뭐어?!”

툰드라의 얼빠지면서도 놀란 목소리가, 손님 접대용 방에 울려 퍼졌다.

 

* *

 

몇 시간 후. 

마탑 건물 근방 산의 꼭대기.

이곳에는 어느새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온 유렌과 아메리아. 그리고 레이칸이 작은 드래곤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저, 정말로 갈 거야?! 겨우 셋이서?”

“크롸롸-!”

“아, 아니지. 넷이서?!”

툰드라는 작은 드래곤으로 변한 드래고니안 - 사이케스의 항의에 재빨리 말을 바꿨다.

“정보의 생명은 신속함이지. 이 이상의 수가 움직이기는 힘들뿐더러, 오히려 방해만 될 수도 있어. 어차피 영지들이 망가진 이상. 이렇게 숨어 들 수 있는 소수 정예가 나아.”

“그,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야. 하지만…….”

툰드라는 말을 잇지 못했다.

분명 그와 동료들이 먼저 가서 조사해준다면, 그녀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너무나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녀도 일단은 소규모라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성직자. 그리고 군대의 병력과 함께 가는 거다.

그런데, 이들은 겨우 셋. 아니 넷이서 간다고?

아무리 유렌이 괴물같이 강하고, 사이케스의 뛰어난 기동력이 있어도 위험한 건 위험한 거다.

“그래. 가야할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고마워.”

굳건히 결심한 듯한 유렌의 그 모습에, 툰드라는 다시 어쩔 수 없이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자신과, 공주를 위해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니, 안 그래도 높았던 호감이 더욱 더 올라간 것이다.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었지만 말이다.

‘놈들의 짓일 확률이 높아.’

안타깝게도, 유렌의 마음속은 툰드라의 예상과는 조금 많이 다른 상태였다.

공주와 툰드라를 걱정하는 마음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집착하는 마음이 훨씬 강했다.

‘이런 일은,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니까.’

언데드의 대규모 발생.

본래대로라면, 사악한 사기들이 모여 자연적으로 발생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항상은 아니었다.

인위적인 경우도 분명 있었는데, 보통의 마법사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한 마력이나 힘을 잡아먹었다.

하지만, 놈들은 가능하다.

「저도 이번엔 가도록 할게요. 제 언령 마법이 도움이 많이 될 테니.」

그렇게 메시지를 전하며 나선 아메리아는 확실히 할 일이 아주 많았다. 

탑주의 업무 외에도, 슬슬 부화 조짐이 보이는 드래곤 알의 관리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녀의 특기인 범용성은, 지금 분명 빼먹을 수 없는 강력한 무기였다.

“이번엔 절 빼먹지 말아 주시길 바람다!”

쾅쾅-!

더욱더 덩치와 갑옷이 진화라고 부를 정도로 커진 레이칸도, 가슴을 치며 외쳤다.

교관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그도, 바쁘긴 매한가지긴 했다.

하지만, 현재 훈련생의 훈육은 그가 열심히 훈련 시킨 교관들로 해도 충분했다.

뭐, 부족하면 나중에 조오금 벌충하면 되지 않겠는가.

훈련이 부족한 훈련생이나, 부실하게 일을 한 교관. 둘 다.

“크롸롸롸롸-!”

마지막으로 유렌이 작은 드래곤 등 위에 올라타자, 사이케스는 기쁜 듯 크게 울부짖었다.

요샌 그가 너무 바빠서 자주 등에 태우지 못했다. ‘보상’도 뒤로 미뤄졌고.

하지만, 지금 서부로 가는 것 중 가장 빠른 이동편은 바로 그녀였다.

비록 저 강철 덩어리인 레이칸이 살짝 무겁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힘이 솟았다.

타탁-

차례대로 주문 제작한 마구(馬具). 아니, 용구(龍具) 위에 타자 작은 드래곤은 힘차게 날아올랐다.

“조, 조심해요! 저도 며칠 뒤에 갈 테니까!”

유렌과 일행들은 툰드라의 걱정 섞인 말에, 손을 흔들며 곧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쒸이이익-

사이케스는 그렇게 공기를 찢어 발기며, 화살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날았다.

몇 시간전. 

이미 해가 모습을 감춰버린 방향인, 서쪽으로.

 

* *

 

“헉...헉!”

마도 왕국의 가장 서쪽인, 이데른 영지의 한 숲.

베르헨에서 이곳에 파견된, 한 첩보원이 온 발에 마력을 실어 재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타다다닥-

이쪽에 특화된 전문가답게, 그는 이 울창한 숲속에서 말보다도 더 빨리 달리고 있었다.

‘이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해!’

어떤 중요한 정보를 알아낸 채 말이다.

‘이야기 속에서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첩보원은 너무 오랜 시간 달려 입안에서 피 맛을 느끼고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죽는 것은, 두려웠지만 각오는 한 터였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알고도, 아무것도 전하지 못한 채 무능한 사람으로 죽는 것.

그것만은 거절이었다. 

남자는 재빠르게 달려, 드디어 ‘까마귀’가 있는 장소에 도달했다.

“휴! 저기군!”

숲속 한구석에 있는, 나무로 만든 작은 오두막.

어지간히 눈썰미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아채지도 못할 어설픈 오두막이었지만, 지금의 그의 눈엔, 마치 궁전처럼 반짝거렸다.

그가 웃는 얼굴로 오두막의 문에 손을 댄 그 순간.

퍼어어엉-!

어딘가에서 마치 대포가 발사되는 소리를 느끼며, 그의 의식이 끊어졌다.

콰아아아앙-!!

오두막과 그 남자의 육체가 동시에 박살 나며 말이다.

“……처리되었다.”

그 말을 중얼거린 것은, 바로 1km도 더 떨어져 있는 어떤 녹색 머리의 남자였다.

귀가 뾰쪽하고 누구나 홀릴 정도의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그는, 자신의 옆에서 활을 튕긴 동족을 비웃었다.

“깔끔히 머리만 날리라니까. 정말 활 솜씨가 서투르군. 저렇게 온몸이 박살 나서야, 멀쩡한 언데드도 되기 힘들지.”

“……흥. 하등 생물의 시체 정도는 얼마든지 있다.”

활을 쏜 은발의 아름다운 엘프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등 생물의 시체가 없다고?

그럼 또 만들면 되는 것이다.

두 엘프는 잠시 그렇게 투닥거리더니, 곧 깊은 숲속으로 몸을 감췄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질, 커다란 의식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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