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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8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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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8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8화 변화의 바람들 (6)

 

 

 

1왕자가 평소 별궁으로 사용하는, 어느 베르헨 중심가의 커다란 저택.

언제나 밤과 새벽 한정으로 화려하고 시끄럽기 그지없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웬일인지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원래라면 주인의 숙면을 위해 오후까지 조용해야 했지만, 오늘은 불청객이 들어온 것이었다.

“아, 안 됩니다. 공작님! 아직 왕자님은 잠자리에……!”

“왕자님. 들어가겠습니다.”

끼이익-!

왕자의 외할아버지이자, 왕자파를 사실상 이끄는 예니힌 공작은, 시종들이 말리건 말건 덤덤히 침실의 문을 열었다.

“……꺄악!”

알몸으로 있던 젊은 여자 몇 명이, 허둥지둥 천으로 몸을 가리며 다른 문으로 모습을 감추어갔다.

“……그나마, 약은 다시 안 하셨군.”

공작은 방안에서 풍겨오는 좋지 못한 냄새를 맡으면서도, 아주 조금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3년 전. 

왕자가 몸과 정신을 망가트리는 괴상망측한 약을 하는 것을 본 노공작은 격노.

왕자를 단단히 혼내고, 그런 것을 권해줬던 주변 시종들의 목을 날렸다.

지금도 왕자의 행동에 화가 나 달려오긴 했지만, 그래도 약은 다시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공작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다.

“하아아암-. 어? 내 이쁜이들. 다 어디 갔어?”

물론, 아직도 잠에 취해 헛소리하는 저 망할 손주놈을 보면 다시 화가 치밀어 오르긴 하지만.

“왕자님!”

“……어? 하, 할아버지?!”

왕자는 당황해 데굴데굴 굴러 침대 밑으로 내려왔다.

그리곤 문밖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시종과, 딱 봐도 분노한 얼굴의 노공작을 보더니 이제야 겨우 상황을 인식했다.

“제가 어제 낮부터 계속 방문 의사를 밝혔지만, 모두 바쁘다고 거절하셨더군요. 이게, 그 바쁜 일입니까?”

노공작이 흐트러진 여자 속옷들과, 널브러진 술잔들을 보며 조용히 말하자 왕자는 그저 우물쭈물할 뿐이었다.

“아, 음. 그게, 할아버지. 음…….”

평상시엔 말 그대로 두려울 게 없는 왕자였지만, 딱 두 명 앞에서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한 명은, 당연히도 국왕인 아버지. 그리고 또 한 명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조용히 분노하고 있는 외할아버지였다.

‘……큭. 몸이 또 떨려.’

사실 국왕인 아버지에게 약한 것이야 뭐, 당연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자신보다 높으신 아버지니까.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조금 달랐다.

사실, 신분은 1왕자인 자신이 공작인 할아버지보다 당연히 높았다. 

굳이 좀 억지를 부리자면, 신분으로 찍어 누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왕자는 그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어디까지나 약간 버릇없게 구는 정도라면 몰라도, 저렇게 진심으로 화를 내는 노공작의 앞에선 언제나 꼼짝도 못 했던 것이다.

‘하, 하지만 이젠……!’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할아버지는 늙었고, 자신은 이제 한창 재능이 피어나고 있었다.

노공작 외에도, 자신을 지원해주는 개인적인 조직도 있고!

스륵-

왕자는 재빨리, 침대 옆에 놓인 화려한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왕자님? 제 말 듣고 계십니까?”

그리고 약 10초 후.

목걸이를 쓰고 멍해 있는 왕자에게 한숨을 쉰 노공작이 입을 여는 순간, 조용했던 방에서 커다란 고함이 들려왔다.

“무례하다! 예니힌 공작!”

“……!”

왕자가 기세등등한 얼굴로 소리를 높인 것이다.

공작 자신은 물론, 옆에서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시종들까지 크게 놀랄 정도의 박력 있는 소리였다.

“아무리 내가 어제 접견을 거절했다곤 하지만, 이 왕국의 1왕자의 잠자리에 다짜고짜 뛰어들 정도의 일인가?! 그렇게 급하다면, 무슨 일인지부터 알리고 다시 접견을 청하는 게 도리 아닌가!”

“…….”

노공작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왕자가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것보다, 그 말이 앞뒤가 맞는 것에 더 놀란 것이다.

‘……아니, 이놈이?’

“아무리, 내 외가의 주인이라고 해도 이런 무례는 다음부턴 용서 할 수 없다. 주의하도록.”

“……예, 면목이 없사옵니다. 왕자 전하.”

“……!”

일단 노공작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자, 왕자의 눈이 반짝이며 더욱 빛났다.

정말로, 저 할아버지가 먼저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만 노공작도 단순히 여기서 끝낼 생각은 아니었다.

노공작은 서둘러 근처에 있는 시종과 여자들을 내보낸 다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며칠 전, 재스턴 백작을 이용하셔서 비밀 조직으로 그 마탑을 치게 하신 것은 대체 어떻게 된 것 입니까.”

이번의 노공작은 화를 내지도,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참으로 대단했다.

하지만, 왕자는 다시 한번 목걸이를 꾸욱 쥐고는 그 말에 답했다.

“내가 판단한거네.”

“……예?”

왕자의 변명을 무너뜨리려고 준비하고 있던 노공작이 잠시 멍해졌다.

“내가 직접 판단해서, 그렇게 명을 내렸네. 안타깝게도 백작과 그 비천한 놈들의 힘이 부족해서 잘 되진 않았지만. 그럼 다음 걸 생각해야겠지.”

왕족이자 파벌의 수장이 대놓고 자신의 판단대로 하겠다고 한다.

왕자가 저렇게 강하게 나가면, 사실 공작으로서도 뭐라 하기가 힘든 건 사실이다.

충분한 명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왕자님, 놈들을 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이대로 놈들을 계속 키워주는 게 훨씬 위험하지 않나?! 솔직히 말하지. 내 멍청한 여동생을 계속 키워주고 있는 게, 대체 누구일까?”

“……허.”

노공작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 

어쨌든 자신이 책임인 이상, 공주파가 계속 치고 올라온 것은, 틀림없는 자신의 책임.

왕자가 이렇게 강하게 말하면, 그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노공작은 손자가 자신에게 소리를 치는 분노와, 그가 어느새 성장했다는 기쁨이 함께 가슴속에서 어우러졌다.

‘……음?’

그때. 노공작은 왕자의 반짝이는 목걸이에 시선이 닿았다.

뭔가 느껴지는 이질적인 마력에, 공작의 눈썹이 꿈틀거리렷다.

“어쨌든, 난 이미 다음 계획도 생각해뒀어. 나중에 말할 테니, 지금은 물러나도록.”

“예. 알겠습니다. 전하.”

노공작은 그대로 고개를 숙이며 작별 인사를 하곤, 방에서 물러났다.

‘……저거, 웬지 수상하군.’

저 목걸이에 대해 한 번 조사해보겠다고 생각하면서.

“……하, 하하하!”

그리고 잠시 뒤. 왕자는 조용해진 방에서 목걸이를 불끈 쥐곤 승리를 만끽했다.

그래, 이것만 있으면 할아버지든 뭐든 다 ‘자신’이 이길 수 있다. 진정으로 존경받는 위대한 군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내뱉은 말이 모두 목걸이의 건너편이 말해준 것임을 이미 잊은 왕자는, 그렇게 기뻐했다.

문제라면 할아버지에게 말로 이긴 결과를 기뻐하지, 그 과정까진 자세히 생각하지 않은 것이지만.

[전하. 저의 별것 없는 조언만으로도, 그 유명한 노공작을 논파하시다니. 역시 대단하십니다.]

[하핫! 그래, 그래. 나의 숨어 있던 왕재가 이제서야 깨어나는 것 같군!]

물론, 그렇게 이끌어간 ‘엘프의 수하’의 말재간도 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상대가 준 계획은 결국 실패였지만, 이미 왕자의 머릿속엔 그것은 없었다.

정말 별 것 아닌, 노공자과의 말다툼의 승리 하나로 그 모든 걸 다 잊었다.

[...예. 그렇습니다. 전하. 그럼, 이 기세를 살려 다음 계획을….]

[으음! 그래!]

너무나도 멍청한 왕자의 지능에, 목걸이 건너편에 이야기를 나누던 엘프의 수하가 빙그레 웃었다.

 

* *

 

“……그럼, 재스턴 백작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이군요.”

베르헨. 공주의 별궁.

이번에 있던 일을 유렌에게 설명 듣는 공주는, 차분히 그렇게 말했다.

재스턴 백작. 

공작이나 후작만큼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신경 쓰이는 대상 중 하나였던 왕자파의 백작.

“예. 행방불명 상태로 5년 정도는 안 보일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뭐, 그 후 다시 와도 좋은 꼴은 못 보겠죠.”

“확실히 그렇겠죠.”

공주는 검푸른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함부로 죽이는 것보단 훨씬 나은 방법이다. 마법으로 ‘생사’를 판단하는 것은, 귀족가 정도 되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희귀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마법사 계열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나름 이름있는 귀족이 살해당한 것이니, 평의회에서도 당연히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하지만, 직계가족이 없는 재스턴 백작이 행방불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져.’

그렇다면, 어떻게든 그의 작위를 탐내는 친척들이 필사적으로 일을 작게 만들려 하겠지.

일단 '생사' 마법을 써도 살아있다고 되어있으니, 일을 커지지 않게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왕자파 측이 어떻게든 일을 키우려고 하면 몰라도, 백작을 위해 그렇게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번사건은 방식이 거칠지 않았어? 그 공작이 손을 쓴 거라곤 생각이 안 드는데.”

툰드라가 반짝이는 은빛 머리를 찰랑이며 유렌에게 물었다. 

얼마 전. 서로 말을 놓기로 한 둘은, 서로 가볍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맞아. 안 그래도 공주님께 말씀드리려고 했지. 정보조직 수장을 심문 한 결과, 이번 습격은 왕자의 독단임이 밝혀졌습니다.”

“……! 역시나, 그렇군요.”

“그 멍청한 왕자가 또 멋대로 사고를 친 걸까요?”

툰드라의 말에, 공주를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이번 사건은 확실히 방식은 거칠었지만, 분명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성공했더라면, 이쪽도 분명 타격이 있었을 것에요. 오라버니 자신은 그런 걸 생각할 사람이 아니니, 아마도 다른 사람이 붙어있겠죠.”

“공작과는 다른, 새로운 측근이라는 거군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부탁드려요.”

이걸로 왕자파가 둘로 갈라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공주는 왠지 낙관은 하지 않았다. 

‘할아버님은 그래도 절제는 하시는 분이었다. 그게 알게 모르게 오라버니의 폭주를 막은 것이지. 

하지만, 새로운 측근은 그렇게 없다면? 오히려 할아버님이 밀려나신다면?’

그렇다면 누가 이기든, 이 나라 전체가 커다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엄청난 피가 흐르는 건 확실하고.

‘솔직히 가능성 자체는 적어. 그 할아버님이 오라버니와 측근에게 밀릴 가능성은…….’

하지만, 공주는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셨을 때처럼, 그 끈적끈적하고 뒷덜미가 서늘한 그런 예감이.

붕붕-

공주는 고개를 흔들며, 그 서늘한 감각에서 벗어났다.

그래, 지금은 어쨌든 해야 할 것을 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선…….

“아. 세이지 유렌?”

“예. 공주님.”

“이번에 마탑의 규모가 대폭 커진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여러모로 쉽지가 않으실 텐데, 축하의 뜻으로…….”

“……!”

“고, 공주님? 정말인가요?”

공주가 자신의 뜻을 밝히자, 유렌은 물론 그 말을 듣지 못했던 툰드라까지 놀랐다.

그래.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현 자신의 최대의 아군. 유렌과 돈독해지는 것.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주려는 것쯤은 아주 작은 것일 뿐이었다.

“네. 거기뿐 아니라, 그 주변까지 모두요.”

“……예?!”

공주는 놀란 유렌과 툰드라의 얼굴을 보며, 작게 웃었다.

자신이 거의 처음으로 둘을 한꺼번에 놀라게 해 줬다고 생각하면서.

 

* *

 

“자. 오늘의 구보 코스는 조금 변경한다!”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의 건물 주변.

오늘도 2기 훈련생들은, 온몸에 무거운 물건들을 차고 땀나게 달리고 있었다.

“허억-! 허억-!”

“후우-후우.”

그래도 이 훈련을 시작한 지 어느새 약 3주.

1/3 가까이가 탈락한 지금. 

기사단장의 손자인 엘빈과, 그 두 룸메이트는 아직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이제 완전히 친해진 셋은, 앞 교관의 말을 들으며 작게 수군거렸다.

“코스를 변경한다고? 오늘은 C 코스였는데, 여태껏 갑자기 변경한 적은 없지 않았어?”

“……코스는 그렇다만, 훈련의 변경은 매번 있던 일 아닌가. 조금 익숙해지면, 언제나 그만큼의 부하를 가해서 더 힘들어지지…….”

“그, 그럼 더 힘든 곳으로 간다는 걸까?”

지크의 암울한 예상에 톰슨이 겁먹은 듯하자, 아직 긍정을 잃지 않은 엘빈은 고개를 저으며 밝게 말했다.

“하핫. 우리는 지금까지 이 주변 산의 온갖 힘든 코스를 다 돌았잖아. 전력으로 뛰어서 경사 높은 산을 돌기도 했고. 이 주변의 다른 영지까지 가지 않는 이상, 설마 그런 일이 있기야 하겠어? 기껏 한두 바퀴 더 도는 정도겠지.”

엘빈의 일리 있는 말에, 두 룸메이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조금 더 뛰는 거라면 힘들긴 해도 아예 못 해 먹을 정도는 아니다.

워낙 많이 뛰어, 조금 과장하자면 눈 감고도 뛸 수 있는 곳이었으니, 조금 더 힘들 뿐이니까.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그 정도야, 지금의 우리에겐 별거 아니지.”

“응! 맞아. 고마워, 엘빈. 괜히 쓸데없는 걸로 걱정할 뻔했어.”

“하하. 그래. 벌써 훈련 기간이 절반 가까이 지났어. 우리 모두 끝까지 가보자고.”

셋은 그렇게 말하며, 교관과 다른 훈련생들을 따라 계속 달렸다.

확실히 힘들긴 했지만, 못 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들 때.

어느새 구보는 마탑이 소유하는 영지의 끝까지 나아갔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돌겠지.’

근처 마을이라면 몰라도, 여기는 분명 듣기로 어떤 높으신 분의 개인 영지.

실수로라도 들어가지 말라고, 교관들에게 단단히 못을 박혔던 곳이었다.

“그대로, 직진한다!”

“……어?!”

“따라와라!”

타다닥-

하지만, 교관은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계속 달렸다.

“이, 이리로 가도 되나…….”

“일단 뛰어!”

훈련생들은 잠시 혼란에 빠졌지만, 곧 훈련받은 대로 철저히 따르기 시작했다.

“여, 여긴……?!”

“무슨 산이 경사가!”

그리고 그들에게 그때부터 지옥이 시작되었다.

경사가 그렇게까지 가파르지 않았던 코스가 대부분이었던 기존의 산과는 달리, 이곳은 말 그대로 산 자체가 급경사였다.

“허어억-! 허어억-!”

“크헉-! 크흐억!”

겨우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훈련생들은, 다시 반 죽어가며 거의 기어오르다시피 해 산에 올랐다.

“자! 이곳은 원래 공주님의 영지! 하지만, 이젠 우리 마탑의 간부이신 세이지 유렌이 새로 공을 세우셔서 얻은 영지다! 듣자 하니, 공주님이 우리가 좁은 곳에서 훈련을 받는 게 안타깝다고 하시며 하사하셨다는군! 모두 감사하며 훈련을 즐기자꾸나!”

“……!”

교관은 싱글벙글 웃어가며 산에 올랐지만, 훈련생들은 아니었다.

물론 자신이 들어가려는 마탑의 세가 강해지는 거야 얼마든지 환영이었지만, 최소한 지금 이 순간은 아니었다.

일단 훈련에서 살아남아야 들어가던 뭐하든 할 거 아니겠는가.

‘고, 공주님!’

‘하, 한 달만 늦게 내려주시지!’

그렇게 생애 보지도 못하던 공주를 원망하며 산꼭대기까지 달린 그들은, 그제야 발을 멈추고 쉴 수 있었다.

“허어억-! 허어어억-!”

“허으으...”

“하핫. 녀석들. 힘들긴 하지만, 여기 경치는 끝내주지?”

잠시나마 교관에게 반항의 의지가 들었던 훈련생들이었지만, 점차 체력이 회복되어 주변을 둘러보니 그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와…….”

“좋긴 하네.”

삐쭉삐쭉 튀어나온 주변의 높은 산들과, 하얀 절벽. 그리고 이제 막 푸르러지는 수풀과 새파란 하늘.

이 모든 것이 모두 조화를 이뤄, 절경을 이루어 내고 있었다.

교관은 그렇게 감탄하는 훈련생들을 향해 웃으며, 다시 외쳤다.

“앞으로 새로운 코스로 뛸 곳은 돌아봐야겠지? 저~ 산까지 전부 다 새로 받은 영지다! 모두 휴식 그만! 다시 구보 시작이다!”

“……네?!”

“……아아악!”

절망 어린 훈련생들의 비명이 하늘 위로 높게 치솟아 오를 그때.

서쪽에서 어떤 커다란 까마귀가 하얀 쪽지를 달고 마탑 건물로 향하고 있었다.

까아악-!

베르헨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버릴, 흉흉한 소식을 가진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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