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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5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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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5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5화 변화의 바람들 (3)

 

 

 

“아, 진짜. 내 부하들은 다들 왜 이렇게 무능한 건지 모르겠네……!”

베르헨 중심가에 있는 어느 눈부시게 화려한 저택.

딱 봐도 비싼 것으로만 도배했다는 느낌이 드는 어느 크고 화려한 방.

마도 왕국의 1왕자 야니우스는, 와인과 안주를 꾸역꾸역 입에 들이부으며 불평하고 있었다.

‘에레니안. 그 멍청한 여동생의 이름이, 왜 점점 많이 들려오는 건지.’

왕자는 여동생의 얼굴을 생각하며 계속 투덜거렸다.

감히, 나에게 대항해?

“……할아버지도 이젠 늙으신 거지. 점점 커지는 놈들을 그냥 내버려 두다니.”

더는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다.

왕자이자 리더인, 자신이 나서야 할 때였다.

똑똑-

“어. 들어와!”

그때, 방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고, 왕자는 바로 출입을 허락했다.

본래는 여러 시종이 사이에 끼고, 길고 긴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비밀리에 움직이는 게 목적인 만큼 그 모든 걸 생략한 것이다.

“제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전하,”

“응. 그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용서하마.”

“…….”

왕자는 쾌히 불충한 신하를 용서한 다음, 그의 얼굴을 보며 이름을 떠올리려 애썼다.

분명…… 분명 성이.

“……이 불충한 재스턴의 죄를 용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하. 제가 백작위를 넘겨받은 지 수년이 채 안 되어서 아직 예의에 미숙합니다.”

“아, 아! 그래, 기억났다. 재스턴 백작! 하하. 그래그래, 용서한다니까. 뭐, 제대로 못 배웠으면 그럴 수도 있는 거야.”

꽈악-

재스턴 백작은 등 뒤에서 오른손을 부르르 떨며 간신히 분노를 억눌렀다.

저 망나니 놈이 글러 먹은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 

“그래. 백작이 그 비천한 정보를 파는 놈들이랑 연락을 맡았다면서?”

“예. 그렇습니다. 전하. 최근, 전하의 은덕으로 놈들의 수장들과도 연락이 닿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실 왕자는 전혀 힘쓴 것이 없고, 오로지 노공작의 지원이 크긴 했지만.

왕자는 잠시 멍해 있더니, 곧 목걸이를 손으로 누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 맞아. 그랬지. 그런데 내가 듣기론 분명 그곳에도 에레니안의 심복에게 붙은 놈이 있다고 하던데? 그것도 꽤 고위의.”

“……! 예, 맞습니다. 과연 전하이십니다!”

재스턴 백작은 놀라움을 숨기며 대답했다.

‘아니, 이걸 저 멍청이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저 사실을 알고 있는 자는 얼마 없었다.

기껏 왕자파의 1, 2인자인 예니힌 공작이나 다이드란 후작.

그리고 담당자인 자신과 실무자인 몇몇 수하 정도인데…….

‘공작님이나 후작님이 굳이 이 멍청이에게 알릴 이유는 없을 텐데?’

아직 매듭짓지 않을 일이다. 어디서 자기 입으로 떠들지 모르는 왕자에겐 전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럼, 대체 누가……?

“그래, 그럼 잘됐네! 그 멍청한 놈을 박살 내고 와.”

“……예?!”

백작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려다, 간신히 참았다.

아니, 저게 무슨 말인가?

“뭘 그렇게 놀라? 빨리빨리 몸속의 벌레부터 죽이는 게, 기본 아니야? 거긴 정보조직이라며? 가만히 내버려 두면, 놈이 그쪽으로 빼가는 정보만 더 많아질 거 아냐.”

“……예, 그렇습니다만.”

“네가 숨긴 개인 병력만으로 힘들면, 이쪽에 붙었다는 그 수장 놈과 함께 가면 되겠고,”

백작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억지 같으면서도, 또 아예 말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원래 저 멍청이는 절대로 혼자 저런 결론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그, 그래도 예니힌 공작님께 의견을 구해야…….”

“할아버지가 여기서 왜 나와?! 너나 할아버지나, 결국은 나를 따르는 거 아냐?! 그런데, 뭐? 누구한테 허락을 받겠다고?!”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전하.”

백작은 쩔쩔매면서도, 왕자의 완벽하게 변한 태도에 기가 죽었다.

“좋아. 용서하지. 백작. 하지만, 명심해. 어디까지나 명령을 내리는 건 나라는 걸 말이야. 자, 그럼 가 봐.”

“예. 전하.”

기가 죽은 백작이 물러나려 하는 그때.

왕자의 뒷말이 그의 귀에 들어왔다.

“……할아버지는 몰라도, 다이드란 후작은 세력이 많이 약해졌지? 누가 슬슬 백작 중 누가 치고 올라와도 전혀 이상하진 않은데 말이지.”

“……!”

백작은 그 말뜻을 즉시 알아들으면서도, 동시에 또 한 번 놀랐다.

더 이상 왕자가 바보로 보이지 않았다.

최소한, 오늘은.

“……명심하겠습니다.”

백작이 복잡한 생각에 잠기며 밖으로 나가자, 왕자는 소파 위에 누우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핫-! 저렇게 쩔쩔매는 꼴이라니!”

왕자는 낄낄거리며, 자신이 차고 있는 화려한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정말로 불러준 대로 말하니, 정무 쪽 일인데도 저 귀족이 꼼짝도 못 하지 않는가.

사실, 무슨 말인지도 잘 몰랐지만 말이다.

그동안은 외할아버지의 눈치가 조금 보여서 이쪽에서는 제대로 할 말을 못 했지만 이젠 달랐다.

‘술 먹고, 여자하고만 노는 것도 슬슬 질려가던 참이었는데. 잘됐지 뭐야.’

게다가, 그 멍청한 여동생이 계속 치고 올라온다니. 생각보다 할아버지와 다른 부하들이 생각보다 훨씬 무능했다.

이럴 때 유능한 군주인 자신이 나서야 할 때다.

뭐, 조언(?)이야 조금(?) 듣긴 하지만, 그건 군주라면 다 하는 일이고.

왕자는 목걸이를 다시 어루만지며, 다시 머릿속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좋아. 그분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려라.

-알겠습니다. 왕자님.

이 목걸이의 반대편에서, 자신에게 조언해준 

엘프의 수하에게 말이다.

 

* *

 

“끄어어어어……!”

“허억! 허억! 허억!”

“우웨에에엑-!”

마탑 스태프 오브 파워 소속의 한 언덕.

높이 100m 정도의 높지 않은 곳이지만, 그 중턱쯤엔 처참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수십 명의 훈련생이 쓰러지고, 토하고, 구르며 기어가고 있었다.

“으……하아-!”

쓰러지다가 기어가는 이 중엔, 제국 기사단장의 손자. 엘빈의 모습도 있었다.

“마, 망할…….”

평소 잘 하지도 않던 욕설을 내뱉은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그가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여러 가지 액체가 흙과 합체해, 거의 진흙에 가까운 흙들이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바들바들-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팔다리로, 언덕을 향해 기어가다 자신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토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무, 거워…….’

자신에게 채운 토시의 무게는 하나에 2kg.

즉 두 개이니 4kg. 

단련을 게을리해 일반인과 신체 능력이 별 차이 없었던 그에겐, 정말로 커다란 짐이었다.

‘……차라리 토시 한 개뿐이었다면.’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의 발목에 채워져 있는, 토시와 같은 무게의 발찌 한 쌍.

그리고 그것보다 더 무거운, 훈련용 로브 밑에 입은 조끼.

이것들을 전부 끼고, 제대로 움직이는 자신이 용할 지경이었다.

“커허허헉!”

바로 옆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자, 엘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자신의 무뚝뚝한 룸메이트이자 훈련생 동기엔 지크가 땅바닥과 포옹하고 있었다.

그 옆엔, 소심한 룸메이트인 톰슨이 끙끙거리며 기어가고 있었고 말이다.

“괘, 괜찮아? 지크?”

분명 방에서 처음 볼 때까지만 해도, 은근히 자신감이 넘쳤던 그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 자신감이 실시간으로 박살 나고 있는 것이, 엘빈 자신에게도 보이고 있었다.

‘무리도 아니지.’

그나마 엘빈과 톰슨은 신체 능력이 좋지 못한 편이기에, 최대한 가볍게 무게를 조절해 준 것이다. 

어떻게든 다치지 않고 움직일 수는 있게 말이다.

반면 지크는 이미 상당히 몸을 단련해 왔기에, 그가 차고 있는 그것이 자신의 2배 가까이 되는 무게로 알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에겐 없는 허벅지에 추가로 낀 것도 있었고.

“야, 괜찮아? 좀 일어서봐.”

“……괜찮다.”

“그래, 같이 힘내서 가자.”

엘빈이 간신히 일어나 손을 내밀자, 지크도 부르르 떨며 그 손을 잡았다.

“우, 우리 모두 힘내서 통과하자!”

약간 앞에서 기어가던 톰슨도, 둘이 손을 맞잡은 것을 보자 웃으며 외쳤다.

“그래. 우리 셋이 다 같이 가자!”

“……둘 다 고맙다.”

“하하. 빨리 일어나. 무거우니까.”

그렇게 셋이 우정을 막 싹틔우며, 지크가 간신히 일어나려는 그 순간-.

삐이익-!

저 멀리 보이는 언덕의 정상에서, 악마 같은 교관들의 알람 마법 소리와 고함이 들려왔다.

“선착순 15명! 이 안에 못 들어오는 놈들은, 죄다 추가 훈련이다!”

“……!!”

휘익-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엘빈은 재빨리 지크의 손을 놓았다.

둘이 함께라면, 저 안에 들지 못하는 것을 예감한 것이다.

“이 자식!”

쿠웅-

그렇게 다시 넘어진 지크는 빠르게도 엘빈의 발을 붙잡았다.

“야! 놔!”

“같이 간다……며!”

“상황이 달라졌잖아!”

“이런 얍삽한……!”

엘빈과 지크가 그렇게 땅바닥을 뒹구는 사이, 조금 앞에서 기어가던 톰슨이 재빠르게 몸을 일으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후다닥-

쉰다. 쉬고 말 것이다.

아무리 룸메이트라해도, 이럴 때 같이 죽을 순 없었다. 

일단은 자신이라도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야! 톰슨! 너도 같이 가자며!”

“……크윽!”

“미안해! 얘들아! 나 먼저 가서 쉴게!”

고함과 아우성. 신음과 비명. 

그리고 우정과 배신.

훈련생들의 온갖 악다구니들이, 언덕 위 맑은 하늘로 처참히 울려 퍼졌다.

 

* *

 

“그럼, 다시 한번 저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렌님.”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의 본부 건물.

그중 가장 깊은 곳의 한 방에, 라펠리오와 유렌은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갑자기 호위들과 함께 뜬금없이 나타나, 휘하에 넣어 달라고 말한 게 바로 어제.

유렌과 마탑 측은 간단한 조사만을 마친 뒤, 그들을 받아들여 주었다.

오히려 라펠리오가 ‘약간 무방비한 것 아닌가?’라고 걱정할 정도로, 빠른 선택이었다.

“이제, 그 이야기는 됐다. 그나저나, 너의 호위들은 훈련생들로 들어갔는데, 정말로 괜찮은 거냐?”

라펠리오의 자리는 아직 미정. 

하지만 유렌은 그의 능력을 이미 알고 있기에, 결코 낮은 자리에 둘 생각은 없었다.

그러면 당연히, 기사급의 능력을 갖춘 그의 호위들도 굳이 훈련생 기간을 거칠 필요는 없었다.

물론 나중에 훈련을 받아야 하긴 하지만, 그것과 아예 처음부터 훈련생으로 시작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니까.

“괜찮습니다.”

하지만 라펠리오는 확신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원래 다들 마법사가 되고 싶어 했던 이들입니다. 하지만 환경과 운이 따르지 않았죠.”

라펠리오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세간의 비웃음을 받았던, 지난 기사 출신 훈련생들이 지금은 전부 1레벨 이상의 마법사가 된 것을.

심지어는 몇몇 이들은 벌써 2레벨도 있을 정도로, 재빠르게 성장 중이었다.

자신을 위해, 그렇게 충성을 바친 호위들이다. 그들의 꿈을 응원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게다가, 내 편을 들어줄 이들이 이 조직 곳곳에 퍼지는 거니까.’

그렇게 라펠리오가 성공적인 이직을 꿈꾸고 있을 때, 유렌은 그가 제공한 여러 정보 서류들을 뒤적이고 있었다.

유렌의 눈이 빠르면서도 날카롭게, 서류를 훑었다.

“그럼,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좀 있는데.”

“네, 뭐든지 물어보시죠.”

자신의 유능함을 보여줘야 할 물음에 라펠리오는 등을 곧게 피며 대답했다.

라펠리오는 약간의 긴장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게 그리 크진 않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정보 전문가로서의 자신감은, 막대한 것이었으니까.

“그럼, 왕자파의 이 자작이 남부 영지에서 평의회에 갈 물품을 빼돌린 건, 소금이 아니라 모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된 거지? 게다가 환산 금액도 정확하지 않은 것 같은데.”

“……네?!”

하지만, 그것은 유렌이 입을 열자마자 바로 처참히 깨지고 말았다.

“한 번 비교해봐.”

“……예,예!”

라펠리오는 재빠르게, 유렌이 넘겨준 두 서류를 비교해보았다.

하나는 자신이 그에게 바친 서류 중 하나이고, 또 하나는 이 마탑에서 만든 서류 같았다.

‘……! 이, 이럴 수가.’

한참을 비교하던 라펠리오는, 자신이 알아 온 정보에 착오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자작의 영지에서 모피가 대량으로 팔린 기록과, 그 남부 영지에선 소금 가격이 전혀 변동이 없었다는 정보까지 보니 확실했다.

“그리고, 이 정보도 이쪽이 조금 틀린 것 같군.”

“아…….”

유렌은 표정의 변화 없이, 계속 서류들을 내밀었다.

아주 커다란 오차는 없지만, 그렇다고 결코 쉽게 넘기진 못할만한 실수들.

그런 것들이 점점 나올 때마다, 라펠리오의 고개를 점점 밑으로 내려갔다.

“이곳 베르헨에 관한 것이나, 대귀족 등의 거물들에 대한 것은 거의 흠 잡을 것이 없이 아주 정확해. 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군. 모든 정보가 다 정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교차 검증 등으로 그 오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 정보를 취합하는 입장에선 말이야.”

“……맞습니다.”

라펠리오의 양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조금 전까지, 호위들의 꿈을 이뤄줌과 동시에 자신의 미래까지 보장받으려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지금 유렌이 말하는 것은, 자신도 결코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예전엔 누구보다도 자신이 말해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높은 자리에 올라왔다고 그것을 잊은 것일까.

‘게다가, 새로운 길을 걷겠다면서도 여전히 끌고 오고 말았고.’

라펠리오는 한없이 부끄러우면서도, 동시에 강한 의문을 느꼈다.

“……이 정보들은 대체 어디에서 얻으신 겁니까?”

유렌이 내민 정보들은, 결코 평범한 수준들의 정보가 아니었다. 

정보의 양 자체야 당연히 조직을 따라오지 못하겠지만, 질 자체는 상당해 보였다.

“우리 마탑도 직접 정보조직을 개설했지. 아직 그 조직만큼 널려 퍼져있진 않지만.”

“……그, 그럴 수가!”

라펠리오는 할 말을 잃은 채 경악했다.

반년. 아니, 겨우 반년 정도 만에 이 정도 정보를 알아 오는 조직을 만들었단 말인가?

“별것 아니야. 이건 그저 돈으로 억지로 덩치만 조금 불린 정도에 불과하니까. 그래서, 더 제대로 운용을 하려면 아무래도 제대로 된 전문가가 필요하더군.”

“…….”

유렌은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라펠리오를 바라보았다.

유렌의 눈을 본 라펠리오는,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눈에는, 자신에 대한 강한 신뢰와 믿음이 넘실거렸다.

‘나, 나의 어디를 그렇게…….’

조금 전의 일로 자신감이 많이 꺾인 라펠리오에게, 그에게서 전해져오는 굳건한 믿음은, 마음을 다잡는 강력한 힘이 되었다.

“너에게 내가 가진 모든 정보에 관한 것을 맡기겠다.”

“…….”

그리고 이어지는 유렌의 말에, 라펠리오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지금까지, 자신을 강하게 신뢰하는 윗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어제까지 속했던 그 조직의 1, 2번도 항상 자신을 질투하고 숙청하려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눈앞의 그는 달랐다. 자신의 취약점을 바로 꼬집혔는데도,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아까 보인 실수와는 별개로,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저 믿음에 보답해주고 싶었다.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유렌의 그 깊은 신뢰는, 미래의 그와 십수 년이나 함께해 그의 능력과 성품을 아주 잘 알고 있기에 나온 것이긴 했다.

하지만 당연히도 현재의 라펠리오가 그것을 알 리 없었다.

“……죽을 각오로 해보겠습니다.”

라펠리오는 머리를 숙이며, 이글이글 불타는 눈을 하며 받아들였다.

“좋아. 그럼 정보를 총괄하는 너에게, 첫 번째로 너에게 물어보지.”

유렌은 씨익 웃으며, 조금 전 바로 받아온 한 정보가 적힌 서류를 건네주었다.

어떤 한 멍청한 백작이 라펠리오를 치러, 조작된 엉뚱한 장소로 병사들을 이끌고 출발하려 한다는 정보였다.

“……!”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했으면 하나?”

슥슥-

라펠리오는 무섭게 집중하며 재빠르게 서류를 훑어보더니, 다른 종이 한 장을 꺼내 무언가를 빠르게 적어나갔다.

그 정보의 특이점과 그로 인해 눈치챈 다른 새 정보. 

그리고, 그 새 정보를 이용한 다른 계획의 제안까지.

그 모든 것을,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모두 적어내었다.

“……! 호오.”

그가 적어낸 종이를 본 유렌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 계획대로 가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놈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좋아, 이대로 간다. 훌륭하군.”

“……감사합니다!”

한 무모한 백작과, 이제는 왕자파의 눈과 귀가 될 비밀 조직 ‘데르 헹’. 

그 모두를 하룻밤 안에 쓸어버릴 작전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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