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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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3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3화 변화의 바람들 (1)
대륙력 382년 3월.
신생 마탑 ‘스태프 오브 파워’의 중심자인 유렌 슈나이더가, ‘드래곤 나이트’라는 마법사에겐 다소 엉뚱한 별칭을 얻은 지 반년이 넘게 흘렀다.
그 후로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은 계속 성장. 드디어 2기째의 정식 훈련생을 받는다는 공고가 널리 퍼졌다.
거의 희망자 자체가 없었던 첫 번째와는 다르게, 이번 공고에는 많은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베르헨 내부에서만이 아닌, 그보다 훨씬 먼 곳에서까지 말이다.
* *
마도 왕국의 수도 베르헨의 근교.
수도로 향하는 그 대로엔, 이 근방에서는 보지 못한 방식의 마차가 베르헨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마차에 타고 있는 한 소년은,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그 밖의 풍경에 감탄했다.
“우와아-! 여기가 베르헨인가? 아니, 아직 좀 남았다고 했던가? 어쨌든 참 멋지네!”
10대 후반이라는, 막 청년이 되기 직전의 소년은 주변이 신기한 듯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곳은 아직 도시가 아닌 베르헨의 근교.
그다지 볼 게 많은 곳은 아니었지만, 제국 밖을 나가 본 적이 없는 소년의 경험은 이 모든 것을 신비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이곳이 그렇게나 오고 싶어 한, 그의 ‘꿈의 도시’라면 더더욱 말이다.
“도련님. 위험합니다. 들어오십시오.”
“하핫. 맞습니다. 그렇게 들뜨시다가, 마차에서 크게 부상이라도 입으신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장 주인님께서 바로 제국으로 돌아오라고 펄쩍 뛰실 게 분명하죠!”
그때, 마차 안에서 두 명의 청년들이 각각 다른 말투로 소년을 말렸다.
한 명은 딱딱하고 간략하게, 한 명은 가벼우면서도 능청스럽게 말이다.
“……! 그, 그러면 안 되지.”
그 말을 들은 소년은 휘둥그레 눈이 커지면서 허겁지겁 마차 안으로 몸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래, 자신의 수행원들의 말이 맞았다.
아직 도착하지도 않는 곳에서 일정 이상의 부상을 입는다? 겨우겨우 유학의 허가를 내주신 할아버지께서 어처구니없어하며 귀국시키실 게 뻔했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절대로 안 돼!’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진저리를 치며, 이곳에 오기 직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계속 극심한 반대를 하시다가, 이 왕국에 사신단으로 다녀온 이후 갑자기 허가를 내준.
자신의 할아버지이자 제국 와이번 기사단의 단장. 베스피론 슈르닌과의 대화를 말이다.
-저, 정말이세요? 할아버지? 정말 제가 베르헨에 유학해 마법사가 되어도 괜찮나요?!
-……후우. 그게 네 소원이라면 어쩔 수 없구나. 그래, 보내주도록 하마.
-저, 정말 감사해요, 할아버지! 정말로 열심히 해서 반드시 우리 제국에 필요한 마법사가 되도록 할게요!
-그래, 기왕 하는 거 열심히 해보거라. 마침 내가 베르헨에서 알게 된 마탑이 있으니, 수속은 거기로 해두마.
-제, 제국 출신 유학생은 바로 마탑에 들어가긴 힘들다고 들었는데……. 그래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죠!
소년은 제국에 다녀오자마자 갑자기 태도가 변한 할아버지에게 놀랐지만, 그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
“하핫. 도련님은 정말 기뻐 보이시는군, 우리완 다르게 말이야.”
“쓸데없는 소리 마라.”
반면, 두근거리는 소년을 지켜보는 두 청년의 얼굴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딱딱한 분위기의 청년은 물론이고, 가볍고 밝아 보이는 청년마저 그랬다.
자신들의 임무는, 단순한 저 철없는 도련님의 호위나 시중을 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으니까.
-너희도 내 손자와 같이 지원해, 그곳에서 마법사가 되거라. 음? 마법 이론은 거의 모르니 힘들겠다고? 허헛. 걱정하지 말아라. 너희의 신체 능력은 어지간한 기사급이니 그리 힘들지 않을 거다. 어쨌든, 가서 멀리서나마 유렌 슈나이더를 지켜보고 보고하도록 해라. 밀정 짓을 하라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그에 대해서 알아봐라. 그는 머지않아, 제국에 있어서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될 게 분명하니까.
사실 그들로서도 커다란 의문들은 많았다. 대체 마탑에 들어가는 게 신체 능력이랑 무슨 상관이며, 겨우 마법사 하나를 그렇게까지 과대평가하는 이유 등 말이다.
“하지만, 주인님이 주신 명이다.”
“그래. 의문이 없다고 하면 거짓이 되어버리겠지만, 일단 그렇게 명하셨다면 당연히 따라야지.”
사이가 험악한 외국에서의 체류.
적성에 맞지도 않지만 해야 하는 마법사.
소위 말하는 ‘거물’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야 하는 부담감 등.
둘이 앞으로의 많은 일에 대해 각오를 다지며, 작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그때-
“우와아-! 드디어 저기 성벽이 보인다! 와! 생각보다 훨씬 큰데?! 루바인! 헤리스! 너희들도 봐봐!”
하지만 그들이 모시는 도련님인 엘빈 슈르닌의 호들갑을 듣자, 둘은 동시에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 걸 숨길 수 없었다.
앞으로의 고생이, 눈에 보였으니까.
* *
「엘빈…… 슈르닐이라고요? 제국에서 온 유학생? 확실하나요?」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의 탑주 전용 업무실.
주인의 성품에 맞게 화려한 물건들은 없다시피 했지만, 은은한 기품이 흘러나오는 이곳에서 힘찬 대답이 들려왔다.
“넵! 그렇습니다. 탑주님. 평의회에서 바로 소식이 왔습니다! 약 30여 분 전. 엘빈 슈르닐이라는 제국 유학생이 체제 허가를 받으러 왔다고 말입니다!”
평의회와 나누는 연락 담당관인 그는, 탑주실에 직접 불려왔다는 사실에 놀랐는지 몸을 뻣뻣이 세우며 크게 대답했다.
「너무 그렇게 크게 소리치지 않아도 괜찮아요. 차분히 말해주세요.」
반짝이는 금발과 하늘색의 벽안을 가진 미녀- 마탑주 아메리아는 입을 열지 않고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배려도 담당관에겐 전해지지 않았다.
“시, 시정하겠습니다!”
「…….」
아메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짚을 뻔하다 참았다.
그랬다간, 저 담당관이 지금보다 훨씬 굳어질 것이 뻔했으니까.
‘휴우.’
최근 반 여년. 마탑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우수한 인재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참 좋은 일이었다.
이런 점만 빼면 말이다.
‘분명 이 사람도 처음 왔을 땐 나에 대한 태도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당연하지만, 이곳이라고 모든 인재를 훈련생부터 시작하는 신입으로만 뽑지는 않는다.
저 담당관처럼 외부에서 경력자를 데려오는 경우도 상당히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곳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하나 같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외부 영입이라도 반드시 처음에 한 달 이상은 다녀오는 훈련소를 다녀온 후라면 말이다.
‘……대체 무슨 훈련을 하는 거지?’
아메리아는 반드시 다음에 ‘정신 교육과 예절’이라는 훈련 과정을 견학하겠다 다짐하며 그에게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평의회에 제 대답을 전해주시길. 그와 그의 두 수행원은 확실히 우리 마탑에서 초대한 것이 맞다고.」
“넵! 알겠습니다! 즉시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아메리아의 대답에 마법사는 고개를 깊게 숙이더니, 재빠르게 후다닥 업무실을 빠져나갔다.
‘이 사람이 그가 말한 유학생이구나. 제국 기사 단장의 손자라…….’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 그를 받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일단 제국 출신 유학생을 바라보는 눈이 좋은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그가 그 단점 채울만한 장점은 이 서류엔 전혀 쓰여 있지 않았고.
‘……뭐, 그를 못 믿으면 누굴 믿겠어.’
하지만 아메리아는 살짝 웃으며, 미리 언급이 있었던 대로 세 사람의 서류를 준비했다.
그동안 ‘그’가 말해서 잘못된 일이 어디 하나라도 있었던가.
그녀는 서류들에 가볍게 사인을 하며, 곧이어 일을 마치고 갈 곳을 생각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흠흠~】
최근 그녀의 즐거움의 결정체이자, 머지않아 태어날 것 같은.
어떤 커다란 알을 생각하면서.
* *
다음날 새벽.
덜커덩- 덜커덩.
아직 해가 채 다 뜨지 않은 베르헨의 근교 마을에, 제국 풍의 한 마차가 마을 구석에 정차했다.
마차에서 내린 제국 기사 단장의 손자. 엘빈은 기지게를 켜며, 마부석에 있는 자신의 수행원들에게 말했다.
“하아암-. 미안해, 루바인, 헤리스! 내 고집으로 한밤중에 출발하게 해서.”
“아닙니다. 도련님.”
“하핫. 이 정돈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그게 헛소문이 아니어야 할 텐데요.”
수도 베르헨의 중심가와, 그들이 허가를 받은 마탑의 건물까지의 거리는 대략 마차로 수 시간 정도.
어제 평의회에서 예상보다 빠른 허가를 받은 이후, 본래 오늘 오후에 있을 집합 시간에 맞출 요령으로 아침에나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저기! 매일 새벽마다 그 마탑 근방 마을에서, 굉장한 구경거리가 펼쳐진대!
도련님의 ‘구경거리가 보고 싶다.’라는 이유로, 말 그대로 한밤중에 출발하게 된 것이었다.
이미 왕국의 경계에서 여기까지 고용한 마부는 보낸 후여서, 루바인과 헤리스. 둘이 밤새 마차를 몰아야 했다.
‘살짝 피곤하지만, 문제는 없다.’
‘오늘 오후에 있다는 시험에 문제가 없으면 좋겠네.’
당연히도 둘은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도련님의 저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도, 자신들의 임무 중 하나이니.
“그나저나, 우리가 가려는 마탑의 위상이 생각보다 훨씬 높은 것 같습니다. 어제 평의회에서 이름을 대자마자, 담당자의 평이 달라졌어요.”
헤리스의 말에, 루바인도 동의했다.
“네. 눈빛 자체가 달라지더군요.”
“헤헹. 당연하지. 할아버지가 알아보신 곳이니까!”
엘빈은 자신이 코를 높이며 으쓱거리다, 사람이 많은 곳에 시선이 멈췄다.
“음? 저기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어! 저긴가 봐!”
셋은 사람이 몰려있는 크고 화려한 대로 옆으로 향했다.
대로의 양옆엔 이미 천여 명은 되는 구경꾼들로 우글거리고 있었다.
“아니, 무슨 새벽부터 이렇게 사람이…….”
헤리스는 황당한 듯 중얼거렸지만, 엘빈은 싱글벙글 웃으며 주위의 사람에게 물었다.
“실례합니다. 여기가, 그 엄청난 구경거리가 시작되는 곳이죠?”
“맞소. ‘은빛 구보.’가 이제 곧 시작되지. 허헛. 마법사들의 구보라니. 믿어지오?”
“……그 구경거리 라는 게 구보입니까? 게다가 마법사들의?”
행인의 대답에 엘빈의 얼굴이 실망에 굳어지기 시작했다.
제국에 살며 기사 단장의 손자인 그로선, 구보라는 것은 정말 흔하다 못하게 질리게 본 그것이다.
게다가 마법사라니, 설마 병사나 기사들보다 잘 뛰겠는가.
그의 실망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단, 어디까지나 그의 상식 속 지식에선 말이다.
엘빈의 좋지 못한 표정을 본 행인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일단 한 번 봐보게나. 그럼 알 수 있을테니.”
그리고 바로 그때.
쿠웅-! 쿠웅-!
커다란 발소리들이, 동시에 그들의 귀에 들려왔다.
“오오! 왔군!”
행인은 신이 나 소리 질렀고, 다른 구경꾼들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려고 대로의 경계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저 멀리서 은빛 번쩍이는 무엇들이, 일정한 박자로 위아래로 들썩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쿠웅-! 쿠웅-! 쿠웅-!
그들의 수는 100여 명이 가까이 되어 보이지만, 그 커다란 발소리는 거의 하나의 소리로 들렸다.
“……무슨?!”
“저, 저게 마법사라고?!”
두 수행원- 루바인과 헤리스는 그것을 보며 입을 쩍 벌리면서 놀랐다.
반짝이는 은빛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발을 척척 맞추면서 쿵쿵 뛰어오고 있던 것이다.
“하나, 둘! 하나, 둘!”
저 커다랗고 우렁찬 목소리에 뛰는 것까지. 완벽한 정예 기사의 그것이었다.
그런데, 마법사라고……?
“말도 안 돼…….”
아니, 애초에 저 기이할 정도로 커다란 발소리도 이상했다.
소리만 들으면, 가히 천 단위의 병력으로 들릴 정도로 컸다.
단순히 발소리만 큰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발이 대로의 흙에 푹푹 박혀 그 큰 발소리의 원인을 알려주고 있었다.
실제로, 저들은 엄청난 무게를 지고 뛰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어?”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도련님- 엘빈의 눈 역시 커졌다.
심지어 저 중 일부는, 은빛 갑옷을 입지 않은 마법사의 로브를 입은 차림 그대로였다.
하지만 썩어도 기사 단장의 손자고, 나름대로 훈련도 받았던 그다.
엘빈의 눈이, 갑옷을 입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푹푹 파이는 마법사들의 발을 놓치지 않았다.
‘저, 저러려면 대체 로브의 무게가 얼마가 되어야……?’
심지어 로브를 입은 마법사 중 몇몇은, 엘빈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어려 보이는 게 아닌가.
“……저들이 다 마법사……?”
“허헛!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군! 그래, 저 갑옷을 입은 사람들도 기사가 아니라 죄다 마법사라네!”
“…….”
“자네들 외국에서 온 모양이지? 허헛! 저 마탑을 모르다니 말일세!”
옆에서 구경하던 행인의 말에, 제국에서 온 셋은 할 말을 잃었다.
할아버지. 혹은 주인인 베스피론에게서 아무 말도 듣지 못한 그들은, 자신의 상식이 산산이 깨져가는 것을 느꼈다.
쿠우웅-! 쿠우웅-!
그리고 들리는 거대한 발소리 두 개가, 그 깨져가는 상식을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어어?!”
“허억!”
두꺼운 철판…… 아니, 갑옷 모양의 거대한 아이언 골렘 하나가, 큰 소음을 내며 마법사들의 뒤에서 달려 나오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엔, 웬 거대한 날개 달린 리저드맨 하나가 두꺼운 갑옷을 입은 채 달리고 있지 않은가.
“몬스터! 아이언 골렘과 리저드맨이다!”
“도련님! 저희 뒤로!”
루바인과 헤리스는 재빨리 허리춤에 있는 칼을 뽑으려 손잡이에 손을 뻗으려다, 식겁한 행인의 소리에 제지당했다.
“어허! 이 사람들아! 진정해! 진정! 마탑의 마법사일세! 한 분은 드래고니안이지만!”
“……?!”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국에서 온 일행들은 아무리 봐도 몬스터로 보이는 두 이형을 가리켰다.
하지만 소동을 눈치챈 다른 구경꾼들 역시, 모두 한목소리로 그들을 말렸다.
“아이고, 또 착각하는 사람들이 나왔군!”
“칼까지 잡은 건 오랜만일세 그려.”
“자네들! 진정하고 저 큰 목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 들어보게나. 저 두 분이 직접 외치고 있는 걸세!”
“오른쪽 열! 걸음이 조금 늦다!”
“하나, 둘! 하나, 둘!”
……분명히 사람의 목소리였다. 게다가, 하나는 잘 들어보니 파충류처럼 약간 걸걸한 소리가 맞았고.
게다가, 훈련을 독촉하는 것을 보니 저들의 일행임이 틀림 없었다.
“……죄송합니다.”
행원인 루바인과 헤리스는 재빨리 사과하면서도, 도련님인 엘빈을 자신들의 뒤로 돌렸다.
만일을 위해서였다.
“……그나저나, 마탑이라니. 대체 저들의 소속이 어디입니까?”
문득 불길함을 느낀 헤리스가, 자신들을 말려준 행인에게 물어보았다.
세 명 중 가장 눈치가 빠른 그는, 무언가 불길함을 느꼈다.
왜 하필 자신들이 가는 마탑의 이름이 ‘스태프 오브 파워’인지.
왜 자신들이 가는 마탑 근처 마을에서, 이 행사가 매일 있는지.
왜 자신들의 주인인 기사 단장이, ‘신체 능력이 좋으니 괜찮을 것이다.’라고 하신 건지.
이렇게 쌓이면, 대답은 결국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허헛. 그것도 모르고 구경하러 온 건가? 그야 당연히……!”
행인은 빙그레 웃으며 외쳤다.
“무려 그 드래곤 나이트가 있다는,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이지!”
“…….”
“……예에?!”
언제나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 법.
두 수행원의 얼굴은 굳어졌고, 도련님의 얼굴은 거의 기절할 정도로 새하얗게 변해 비틀거렸다.
내, 내가 저기로 가야 한다고?
그리고 바로 그때.
“오, 왔군.”
마법사들의 가장 뒤에서 달리고 있던, 커다란 체격을 가진 적갈색 머리의 마법사- 유렌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했다.
엘빈 슈르닌.
옛 스승의 손자인 저 꼬마.
원 미래에선 그가 객사하는 바람에, 절망한 스승이 왕국에 대한 맹공을 주장.
대전쟁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었다.
하지만, 이젠 좀 다를 것이다.
“이번엔 절대 안 죽도록, 강하게 만들어주지.”
씨익-
유렌은 그들을 보며 깊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