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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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2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2화 얼음 속에서 피는 꽃 (14)
“……그래서 보고는 이게 확실한 건가? 우리가 세운 모든 계획은 죄다 실패에, 오히려 놈들의 배만 더 키워줬다는 사실이 말일세.”
“예. 그렇습니다.”
왕자파의 사실상의 수장이자, 현 왕의 장인인 예니힌 공작가.
화려하진 않지만 기품있는 공작의 집무실 속에, 무거운 침묵이 달렸다.
지금 이 집무실에 있는 것은 총 3명.
공작 본인과 왕자파의 두 번째인 다이드란 후작.
그리고 공작의 명을 받고 움직인 6레벨의 마스터 위계의 마법사 한 명이었다.
“내 잘못이로군.”
노공작은 분이 끓어오르면서도, 침착한 목소리로 애써 그렇게 말했다.
전체적으로 자신이 계획을 짜고, 자신이 선택한 사람에게 그것을 실행하게 했다.
그럼, 그게 누구 잘못이겠는가.
노공작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사과했다.
“면목이 없네. 내가 세운 계획이 부실해서 이렇게 됐군.”
“……아닙니다. 저야말로 너무 안일하게 행동했습니다.”
서둘러 6레벨 마스터 역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솔직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대선배이자 상사이나 다름없는 노공작이 저러니 어쩌겠는가.
“……계획은 좋았다고 봅니다. 아, 물론 실행 자체도 문제는 없었고.”
다이드란 후작 역시 굳이 노공작과 마법사를 공격하지 않았다.
사실, 그의 입장만 보면 이때 노공작을 어느정도 공격해서 입장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것이 이득이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노공작과 마법사의 실수가 보일 때였다.
‘……이걸 대체 누가 예상했을까?’
하지만, 후작 자신이 보기에도 노공작의 계획은 아무 문제 없었다. 저 마법사도 보고서만 보면 빠릿하게 할 것은 다 했고.
문제는, 저 신생 마탑의 운이 상상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놈들의 운이 그저 하늘에 닿을 정도로 좋았을 뿐입니다. 그렇게 마석이 발견될지, 또 그 킹스윈의 영지에서 드래고니안을 발견할지.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후작은 보고서에 적힌 상황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드워프들의 유적에서 마석 광맥의 발견.
게다가 자신들이 일을 꾸민 킹스윈의 영지에서, 놈들이 드래고니안을 수하로 삼아 이쪽이 보낸 마법사를 처리할지.
그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노공작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운도 계속되면 실력일세. 아니, 이쯤 되면 실력을 위장하기 위해 운으로 꾸미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
노공작은 깊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신도 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대부분은 확실한 운이겠지.
하지만, 그래서 더 무서울 수도 있다.
아무리 실력이 확실하더라도, 운이 지독히도 없으면 어느 세계에서든 오래 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반대로, 계속 강운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지금 그 마탑과, 그와 함께하는 공주파가 말이다. 그렇다면 그들이야말로 가장 상대하기 힘들고 어려운 적이 되겠지.
“어쨌든, 소식에 의하면 그 북방의 꽃인. 예르비아의 출하는 이달 내에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 말은 약간 미뤄지긴 했지만 킹스윈 영지는 타격이 없다는 말이죠.”
“즉, 그 말은 놈들의 영지 재정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소리군.”
“예. 그렇습니다. 오히려 출하량이 늘어났다며 추가 예약까지 받는 것을 보니 올랐으면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겠죠.”
노공작은 후작의 말에, 머리를 짚었다.
원래도 그는 변경백을 아예 무너트릴 마음까진 없었다.
그저 빚투성이로 만들어, 자금이 훨씬 풍부한 자신들이 서서히 잠식하려고 했는데.
완벽한 실패였다.
더군다나, 공주파의 일원과 지금까지보다 훨씬 가까워졌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또, 그 유렌 슈나이더란 놈은 북방에선 아예 ‘드래곤 나이트’란 이명으로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베르헨에서도 조금씩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마법사가 나이트라? 허헛. 웃기지도 않은 소리지만, 놈이라면 또 은근히 잘 어울리는군.”
노공작은 잠시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한동안은 놈들에게 손을 대지 말도록 하게나. 후작도 명심하게.”
“……방치는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후작은 내심 노공작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동시에 찝찝함을 느꼈다.
저렇게 미친 듯이 성장 하는 놈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그럼 더 위험해지는 게 아닐까.
“……물론, 아예 손을 놓아버리라는 것은 아닐세. 간접적으로는 견제를 조금씩 할 터이니. 하지만, 직접적으로 손을 대진 말게.”
“알겠습니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지. 뭘 해도 죄다 받아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는 경우. 하지만, 이런 건 그리 오래가지 못하네. 급격하게 성장한 만큼, 그만큼 빠르게 무너지니까.”
후작은 불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노공작의 말대로, 지금의 놈들은 뭘 하든 된다.
그게 운이든 실력이든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덩치가 커질수록, 반드시 제어하기 힘들며 실수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운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진 않겠고.
“차분히 기다리시게나. 아마, 그렇게까지 오래는 아닐 테니.”
노공작은 느긋하게 사냥감의 실수를 기다리는 사자처럼, 그렇게 눈을 조용히 번뜩였다.
* *
마도 왕국의 수도 베르헨의 외각 지구.
지금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대로를 지나가는 마도 마차에 눈길이 쏠려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마차 위에 난감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한 드래고니안에게 말이다.
“우, 우와-! 저, 저게 대체 뭐지?!”
“세상에! 리저드맨이 마차 위에 타 있다니! 토, 통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
“멍청아! 소문도 못 들었어? 저게 바로 드래고니안이라고! 무려 작지만 드래곤으로도 변신 할 수 있다고 하는!”
“허- 또 그 마탑이야? 분명 저기에선 드워프도 발견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엔 드래고니안?”
귀가 밝아 이 모든 소리를 직접 듣고 있는 드레고니안 - 사이케스는 왠지 모를 감정에 고개를 푹 숙였다.
오오!
그런 그녀의 움직임에, 다시 한번 시민들의 함성이 퍼졌다.
‘이, 이게 창피하다는 건가.’
그런 사이케스에게, 밑 마차에 타고 있는 툰드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참아요. 딱 베르헨 한 바퀴만 돌고는 금방 평의회로 갈 테니까.”
“괜, 찮다.”
“전혀 괜찮지 않아 보이지 않아요. 정 못 버티겠으면 말해요. 바깥에선 보이지만, 이쪽에선 바깥이 안 보이는 얼음벽을 쳐 줄 수 있으니까.”
어쨌든 드래고니안에 대한 소문은 내야 하기에, 시민들에게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필수.
-사이케스. 부탁하마.
사이케스는 그렇게 말한 유렌의 말을 듣고, 날카로운 손톱들이 있는 손을 꼭 쥐었다.
콰득-
보통의 살이라면 뭉텅이로 잘렸겠지만, 그녀의 손바닥에 있는 단단한 비늘은 손톱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좋아. 힘내자.’
그가 타보겠다고 한 것 외엔 거의 처음으로 받은 부탁이다. 결코 거절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사이케스는 부끄럼을 참은 채, 마차 위에서 시민들의 시선을 견디며 평의회로 향했다.
* *
「세, 세상에! 그건 대체 뭐에요?!」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의 본부 건물.
탑주 전용 업무실에서 여러 경비로 머리를 싸매고 있던 아메리아에게, 반가운 손님과 놀라운 것이 동시에 도착했다.
반가운 것은, 당연히도 바로 유렌.
그가 북방의 영지로 간 후, 이런 저런 괴상한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해 걱정이 많았던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가 놀란 것은 바로….
움찔 움찔-
유백색으로 번쩍거리는, 사람 몸통만 한 커다란 알.
바로 화이트 드래곤의 알이었다.
「드, 드, 드래곤이요?! 아니, 드래곤의 알을 대체 어떻게……!」
알의 정체를 안 아메리아는 거의 펄쩍 뛰다시피 놀라, 발을 동동 굴리기 시작했다.
매우 크게 놀랄 때만 보이는, 그녀만의 습관이었다.
“참 여러 가지 일이 많았습니다만, 일단 핵심만 설명하자면…….”
그리고 약 10여 분 후.
짧게 추린 유렌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축 늘어진 채로 의자에 걸쳐 앉았다.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는 드래곤의 알을 힐끗거리면서.
「세, 세상에. 그렇게 위험했었다니.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드래곤, 드래곤이라니!」
그녀는 유렌과 그 일행들이 무사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자신이 직접 드래곤을 만나지 못했다는 아주 약간의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저의 이 언령마법은 본래 드래곤의 용언에서 온 거죠. 물론 원본보단 못하겠지만요. 그 본류인 드래곤을 한번 보고 싶었네요.」
“예. 그래서, 제가 부탁을 하고자 온 겁니다. 물론 탑주에게 보고하려는 것도 있었지만요.”
「부탁이요?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어떤 일이시죠?」
아메리아는 유렌이 부탁을 한다는 말에 싱글벙글 웃으며 그 푸른 눈을 반짝이며 유렌을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에게 의지한다는 사실 자체로도 기뻐하며 말이다.
“이 알이 부화하려 하면, 언령 마법으로 그 과정을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음? 그 정도야 상관이 없는데, 왜 하필 제 언령 마법인가요? 다른 마법이나, 아니면 레이칸 같은 물리적인 경우도 있는데.」
유렌은 태어나려는 드래곤의 알껍질을, 근육으로 레이칸이 때려 부수는 상상을 잠시 해보았다.
음, 그건 아니었다.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그건 태어나는 해츨링이 너무 불쌍했다.
“드래곤에게 직접 들은 것인데, 언령 마법을 사용하는 자가 도와준다면, 부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언령 마법이 드래곤의 용언에서 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능하면 비슷한 종류가 해츨링에게도 도움이 되겠죠.”
유렌의 말에 아메리아는 납득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제가 이 아이의 어머니처럼, 부화할 때 언령 마법으로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메리아.”
「헤헷. 이 정도로 뭘요. 제가 제일 마땅한 인선인 이상 당연히 그래야죠.」
아메리아는 그렇게 싱긋 웃다가, 문득 자신이 조금 전에 말한 ‘어머니’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잠……깐.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해도, 알이나 해츨링은 아직 아이. 그것도 갓난아기잖아. 그것의 어머니라면, 당연히 아버지도 있어야……!’
다소 어처구니없는 형식의 유사 가족이, 아메리아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졌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 ‘아버지’ 자리엔 유렌의 얼굴이 들어갔다.
【……!】
순식간에 아메리아의 얼굴이 붉어지며, 입이 뻐끔거렸다.
“……? 아메리아? 무슨 일이신…….”
「아, 아,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이 아이는 태어날 때까지 제가 돌볼게요!」
아메리아는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는 듯, 꽤 무거운 커다란 알을 번쩍 들고도 방 밖으로 재빠르게 사라졌다.
그 황당한 모습에, 유렌은 만족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훈련은 제대로 하고 있으신가 보군.”
무게를 늘리는 토시와 각종 물건들을 차고서도, 20kg가 넘는 드래곤의 알을 가뿐히 들며 저렇게 빨리 움직이다니.
처음과 비하면, 신체 능력은 말도 안 되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조금 더 무게들을 늘려야겠어.”
유렌은 조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아메리아의 가슴이 두근거릴 말을 하며, 깊게 웃었다.
* *
마도구점 ‘레드 라이트닝’의 점주.
베두인은 다소 당황하고 있었다.
“그, 유렌이 있는 곳이 꽤 안쪽에 있나 보네요?”
“아하핫~! 맞아요. 저희가 이것저것 숨기는 게 많다 보니, 어쩔 수 없네요~. 곧 다 오니까 조금만 더 따라오시길~.”
“예, 옙.”
베두인은 셀레나를 따라, 지금까지 지난 것만큼의 철문들을 계속 지나 건물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너무나 엄중한 마탑의 건물상태에, 의아한 감정을 가지고서.
-선배님. 이번에 설산에서 직접 실험한 마도구. 죄송합니다만, 직접 가지러 오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베두인은 북방에서 엄청난 소문을 끌고 온 후배에게, 이런 쪽지를 받았다.
-오, 돌아왔구나. 유렌!
이 정도쯤이야 아무 상관 없었다.
워낙 바쁜 후배고, 또 직접 마도구를 실험해 주기까지 했다.
후배의 마탑에 직접 가는 것 정도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다만 베두인이 다소 당황했던 것은, 굳이 후배가 시간을 한밤중으로 지정한 것이다.
-흠, 이때밖에 시간이 안 되나?
하지만, 워낙 심성이 착한 베두인은 그런 후배도 충분히 이해했다.
-아하하~! 어서오세요~!
한밤중에 몰래 유렌의 마탑 건물에 도착한 베두인은, 마중 나온 셀레나를 따라 지금 그 건물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 시간에, 여기까지 불러 죄송합니다. 선배.”
그리고, 마침내 안쪽의 넓은 공간에서 유렌과 맞이할 수 있었다.
“아냐. 그럴 수도 있지. 그나저나 이번에도 참 많은 소문이 났는데, 일단 무사해서 다행이다.”
베두인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주위를 힐끗힐끗 둘러보았다.
척 봐도 꽤나 넓은 공간에, 대장간과 마도구를 만드는 수많은 기구가 있는 곳이었다.
“저, 유렌. 다른 거야 뭐 상관없는데, 왜 이리 건물 깊은 곳에 이것들이 있는 거지?”
베두인은 더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후배에게 물어보았다.
유렌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아마 선배에게 바로 필요할 것 같아서입니다.”
슈우욱-
유렌의 바로 옆에서 공간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 일그러진 공간에서 튀어나온 것은, 바로 새하얗게 빛나는, 아름다운 뿔의 조각이었다.
길이는 대략 2m, 둘레는 약 사람의 몸통만 한 것이, 싸늘한 한기를 가득 품고 있었다.
두근-
베두인은 저 뿔 조각을 보는 순간, 가슴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저 뿔 조각의 정체는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천재적인 마도구사의 감각이 맹렬히 알리기 시작했다.
저것을 반드시 마도구로 만들라고.
“유……유렌. 저……건?”
두근두근두근-!
너무나 심장이 두근거려, 베두인은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드래곤 뿔의 일부입니다. 아, 화이트 드래곤의 것이죠.”
“……!!”
드래곤의 뿔.
말 그대로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그 희귀한 재료의 이름에 베두인의 눈이 왕방울만큼이나 커졌다.
“아니, 그걸, 대체, 어……떻게!”
옛부터 드래곤의 뿔과 뼈. 그리고 심장은 가장 귀중한 마도구의 재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를 얻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 자존심 높은 드래곤들이 그것을 하등생물들에게 줄 리가 없는 것이다.
만에 하나 드래곤이 토벌당하더라도, 하등생물이 자신의 몸을 뜯어가기 전에 스스로 사체를 소멸하여 사라졌다.
그래서 드래곤의 신체 일부는, 정말이지 얻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재료였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이다.
아주 작은 조각도 아니고, 자신보다 커다란 조각이!
“드래곤에게 받았습니다.”
“……아, 아아. 그,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베두인은 드물게도 강하게 소리침과 동시에, 눈을 번쩍이며 유렌에게 물었다.
“유렌! 이걸 나에게 보여줬다는 것은, 나에게 맡긴다는 뜻이지?! 응? 그렇지?! 그렇다고 말해줘!”
마치 사람이 바뀐 것 같은 베두인의 기백에, 유렌은 살짝 뒤로 물러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으하하하핫! 드디어! 내 인생에서 이런 날이 다 오는구나! 음! 자, 잠깐. 그런데 이걸 어떻게 다듬지?!”
미친 듯이 웃던 베두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갔다.
저것은 단순히 단단하기만 한 게 아닌, 극한의 속성과 마력이 듬뿍 들어있는 극히 까다로운 재료.
베두인 자신이 다듬기엔, 너무나도 난이도가 높았다. 전설의 드워프라도 돕지 않는 이상…….
음? 잠깐. 드워프?
베두인의 머리에 그 생각이 번뜩이는 그 순간. 유렌은 건너편에서 키가 작은 소인들 몇몇을 우르르 데리고 나왔다.
“오오-! 사도님! 저희가 힘쓸 일이 무엇입니까?”
“으으! 이곳, 왜 이리 싸늘하지? 음? 저건……!”
“서, 서, 설마……!”
시끌벅적 나온 네 명의 드워프들은, 곧 공중에 떠 있는 뿔 조각을 보더니 모두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쪽은 천재 마도구사 베두인 디프르안. 나의 선배지.”
유렌은 덤덤하게 서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쪽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를 도와주는 드워프 들입니다.”
“유, 유렌……!”
베두인은 이제야 깨달았다. 왜 이 방에 이렇게 여러 가지 도구들이 있는지.
왜 유렌이 자신보고 이 도구들이 바로 필요할 거라고 했는지.
“하핫-!”
베두인이 웃으며 드워프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손을 부여잡았다.
가장 귀중한 재료를 함께 처리할 가장 유능한 동료들이 생겼다.
이제 베두인은 자신이 없었다.
못 만들 자신이 말이다.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당장 말만 해!”
베두인은 활기차게 유렌에게 소리쳤다.
“우리가 그 어떤 것이라도 만들어 줄 테니!”
그가 지금까지 인생에서 낸 것 중, 가장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