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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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1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81화 얼음 속에서 피는 꽃 (13)
화이트 드래곤 그리베니아는, 자신의 알을 놀란 눈으로 보는 유렌과 그 일행을 차분하게 바라보았다.
-하찮은 인간들.
본래라면 이렇게 생각했어야 할 그녀였지만, 지금은 많이 달랐다.
사고로 백골이 되어 사라졌어야 할, 자신의 반려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해준 것이다.
더군다나 그가 남긴 마지막 말로 인해, 그와의 결실인 이 알까지 발견하지 않았던가.
본래 반려를 따라 죽을 마음이었던, 그녀가 이렇게 침착하게 있는 것도 모두 저 알 덕이니까.
‘……따지고 보면 모두 이 인간들 덕이지.’
이제 그녀는 도저히 앞의 인간들을 도저히 낮게 볼 수 없었다.
반려의 이야기론 그들은 이 북방의 인간조차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도, 목숨을 걸고 드래곤의 공포마저 뚫고 자신에게 반려를 전해왔다.
‘정말, 감사한 일이야.’
설마 그 이외의 인간에게 이렇게 긍정적인 감정이 들 줄이야. 과연, 반려의 옛말이 맞았던 것인가.
“……그럼, 일단 그리베니아님?”
그리베니아는 유렌이란 인간이 자신의 본명을 불러도, 너그럽게 넘어갔다.
이제는 아무 빛도 나지 않는, 흰 로드를 쓰다듬으면서.
“호오. 역시 내 본명을 아는군. 그래. 내 반려를 봐서 이름을 부르는 걸 허락하지.”
“감사합니다.”
유렌은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혹시 그 옆에 둥둥 떠다니는 그 ‘알’이 제가 생각하는 그것 맞습니까?”
“아무리 나라도 네가 무엇을 생각하는 것까진 모른다. 다만, 네가 현명한 생명체임을 가정한다면 저것이 내 알이라는 것은 이미 깨닫고 있겠지. 그리고 내 부탁이 무엇인지도.”
“예.”
유렌이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리베니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 알을, 아니. 여기서 태어날 나의 아이를 부탁한다.”
그리베니아는 스스로 말하면서도, 이 부탁이 말도 안 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이 말을 듣는 저 다른 인간과 드래고니안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입들을 크게 벌리며 경악하고 있지 않은가.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호오.”
하지만 그럼에도 저 적갈색 머리의 인간은, 침착하게 되물었다.
그리베니아는 약간의 감탄의 감정을 느낀 후,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 곧 해츨링을 맡을 인간은 당연히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모든 것은 약 천년 전. 나와 반려를 죽이려고 마음먹었던, 엘프들과의 싸움에서 시작되었지.”
“…….”
유렌은 조용히 드래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엘프’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꿈틀거렸다.
‘망할 것들.’
저 빌어먹을 귀쟁이들은, 일단 좋지 않은 일엔 정말 어디서나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싸움의 결과는 이미 베인에게 대충 들었던 것이었다.
자만한 그녀를 감싸느라, 베인은 큰 부상을 입고 죽었다.
너무나 반려를 사랑한 그녀는, 그를 다시 살리기로 마음먹었다.
“그 방법은, 바로 나. 드래곤의 생명력을 천여 년간 끊임없이 주입하는 것이었지. 그 막대한 힘으로, 그의 영혼을 붙잡아 몸을 새로이 만드는. 드래곤으로서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는 극한의 땅에, 자신의 육체를 얼음으로 봉인했다.
그리고, 베인의 육체 역시 가장 깊은 지하에 숨겨놓아 자신의 생명력을 전달하는 데 온 힘을 다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나의 힘이 가는 방향을 바꿔놓은 것이다.”
누군가 봉인된 그리베니아의 생명력이, 베인의 육체에게 가는 것을 조작해버린 것이다.
“그게 가능합니까? 당신께서 모든 힘을 다해서 만든 것일 텐데.”
“……드래곤이 아니면 내 봉인에 손을 대는 것은 힘들지. 하지만 내 동족들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 오히려 그 귀쟁이 놈들의 기운만 느껴졌지. 그 영악한 것들이라면, 내 봉인 자체를 어떻게 하진 못해도 힘의 방향 정도를 바꾸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이니.”
그리베니아는 이를 으드득 갈면서,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반려를 확실하게 죽음에 이루게 하고, 그 백골을 내다 버린 것은, 그 빌어먹을 귀쟁이들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놈들이 틀어놓은 내 생명력의 대부분이 이곳에, 그리고 나머지가 산맥 곳곳에 퍼졌지.”
“……그렇다면 역시.”
유렌은 그리베니아의 말을 들으며, 주변의 흐드러지게 핀 붉은 꽃- 예르비아를 살펴보았다.
이 꽃들은 아주 미량이라지만, 꽃마다 드래곤의 생명력이 들어 있었던 셈이다.
괜히 그렇게 약효가 초월적으로 좋았던 게 아니었다.
소수의 양만 정해진 곳에서 매년 다르게 핀 것도, 아마 생명력이 올라오는 지점들이 조금씩 달라져서였겠지.
‘이 장소에 이렇게 흐드러지게 많이 핀 것도, 드래곤의 생명력이 모였기 때문이겠고.’
그리베니아는 잠시 감정을 가라앉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생명력을 비트는 그 과정 중 문제가 일어나, 내 몸속에 반려의 일부가 섞여들었다. 그리고, 그 섞인 생명력이 수백 년간 모여 이 알이 된 거지.”
“……음.”
그게 가능한가? 싶은 황당한 알의 탄생과정이었다.
하지만 그리베니아는 둥둥 떠 있는 알을 쓰다듬으며, 약하게 웃었다.
“나 또한, 이런 식으로 알을 낳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다. 하지만 탄생이 어쨌든, 이 아이는 반려가 남긴 유일한 나의 희망이다. 이대로 위험에 내버려 둘 수는 없지.”
“……그러면 왜 저희에게?”
그리베니아는 쓸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난 거의 천년 동안 생명력을 짜냈다. 100년 이상 잠들지 않으면 이 생명은 얼마 가지 못할 거다. 이미 나나 반려가 엘프와 인간에게 발견된 이상, 이곳에서 동면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그래서 그녀는 이곳보다 훨씬 북쪽. 그녀와 같은 화이트 드래곤들이 이전해갔다는 그곳으로 향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다지 사이는 좋지 않아도, 적어도 앞으로 잠든 기간 정도는 지켜주는 것이 동족의 규칙이니까.
하지만, 자신의 아이와 같이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내 반려의, 즉 인간의 마력 파장이 절반이나 이 아이에게서 느껴져. 그 멍청하고 고지식하기론 유명한 동족들이 이 아이를 받아줄 리가 없지.”
오히려 알을 얼음으로 깨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니 너희밖에 없다. 부디, 나와 내 반려의 아이를 맡아주길 바란다. 수백 년 동안 알이었던 만큼, 성장은 매우 빠를 터.
겨우 10여 년이면, 자기 앞가림은 충분히 할 테니 그동안만이라도 부디 부탁하마.”
그리베니아는 그렇게 말하고, 조금 전보다 더욱 허리를 숙여 부탁했다.
지금 그녀에겐 드래곤의 자존심이고 뭐고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식을 살리기 위한 어머니의 필사적인 부탁이었다.
무려 드래곤이 깊게 허리를 숙인 그 모습에, 일행은 모두 소스라치게 놀랐다.
특히, 드래고니안인 사이케스는 거의 경기에 걸린 듯 켁켁 거렸다.
하지만 유렌은 그 모습을 뻔히 쳐다보더니, 곧 조용히 입을 열어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부탁이니 만큼, 그만큼의 확실한 대가를 바랍니다.”
“……쿡쿡.”
고개를 들고 멍한 얼굴로 유렌을 보던 그리베니아는, 얇게 웃었다.
‘과연, 나의 반려여. 그대의 말이 맞구나.’
베인은 로드에서 사라지기 직전, 자신이 읽은 유렌의 생각에서 유추한 그의 성격을 말해주었다.
-호의에는 호의로. 적의에는 적의로. 상대가 누구라도 그렇게 돌려줄 거야. 그러니까…….
‘그래, 그대의 말대로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줘야겠지.’
그러면, 그 역시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아이를 지켜 줄 테니까.
그리고, 이것으로 인해 자신의 아이가 무사할 확률도 더욱 높아질 터이고.
뿌드득-
그리베니아는 그렇게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꺼냈다.
일행은 물론이고, 유렌조차 입을 크게 벌리고만 귀한 물건을.
* *
“네가, 이 땅을 다스린다는 영주. 킹스윈이라고 했나?”
“예, 예, 예! 그렇습니다!”
몇 시간 후.
킹스윈 변경백과 에드워드. 두 부자는 잠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착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희귀한 붉은 꽃. 예르비아가 이 넓은 곳 전체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아니, 이것뿐만이면 그나마 괜찮다.
그 가운데에, 엄청난 존재감과 위압감을 내뿜고 있는 백발의 절세 미녀의 정체는 더욱더 비현실적이었다.
드래곤이라니.
변경백과 에드워드는 원래대로라면 웃어넘겨야 할 농담이, 현실이라는 것에 더더욱 꿈만 같았다.
하지만, 역시 정신을 빨리 되찾은 것은 베테랑이자 아버지인 변경백이었다.
변경백은 드래곤의 뒤편에 서 있는 젊은 영웅-유렌을 힐끗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저 젊은 영웅 - 유렌이 도와준다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터.’
그동안 북방을 지켜온 변경백은, 어떻게든 드래곤의 위압감 앞에서 정신을 똑바로 유지했다.
“너희들이 뽑아서 돈을 번, 그 빨간 꽃. 예르비아라고 멋대로 이름을 붙였다지? 그것은 퍼져나간 나의 생명력이었다.”
“……그, 그렇습니까?”
“그래. 뭐, 너희들이 일부러 빼간 것도 아니고, 그것에 대해 딱히 벌을 물을 생각은 없다. 다만, 여태까지 멋대로 써서 돈을 번 것. 그것은 나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드래곤은 초췌한 얼굴로 말했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진 않았다.
에드워드는 물론이고, 변경백은 그야말로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 보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쉽게 낼 수 있는 돈이라고 해도 최악이었다.
영지의 가장 커다란 수익이 날아간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보상을 금으로 낸다고 하면 파산일 게 뻔했으니까.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분명히 자신들이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것이 분명했다.
“위, 위대하신 존재시여. 그, 그건…….”
“음? 설마 못 내겠다는 건가?”
우드득-
드래곤의 압박감이, ‘조금’ 강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두 부자는 가슴이 조여들어 거의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조금 진정하시길 바랍니다. 그리베니아님.”
“……흥.”
무려, 드래곤의 이름을 부르는 유렌의 말에 압박감이 사라졌다.
“……!”
두 부자는 무려 드래곤의 이름을 부르는 유렌을 보며 충격에 빠졌을 때, 드래곤과 유렌은 둘에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서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인가?
-네. 이쯤에서 물러나 주십시오.
“그리베니아님. 분명히 이 영지의 인간들이 저 꽃을 팔아 수익을 얻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를 봐서라도 옛일은 잊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흠.”
변경백과 에드워드는 믿을 수 없었다.
유렌의 말도, 그 말에 고민하는 드래곤도 말이다.
‘……드래곤에게 은혜를 입힌 것은, 말할 수 없이 귀중한 소중한 기회다. 그런데, 그것을 우리를 도와주는 데 쓰려 하다니.’
두 부자는 유렌에게 말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인간은 이해할 수가 없군. 겨우 이런 것을 바랄 줄이야. 인간의 영주여.”
“예, 옙!”
드래곤은 크게 봐준다는 어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의 가장 큰 은인인 유렌이 저렇게까지 말을 하니, 기존의 것은 없던 걸로 해주마.”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겨우 그게 대가로는 부족하지. 이 꽃은 모두 태워버리려 했지만, 유렌. 너에게 모두 넘기마. 어차피 꽃은 더는 피지 않을 테니, 상당한 재산이 되겠지.”
“……감사합니다.”
드래곤은 그렇게 못을 박고, 이만 가보겠다며 자신이 날아오를 하늘을 보기 시작했다.
-그럼, 내 아이를 부탁한다.
-예. 염려 마십시오.
그리고 드래곤의 눈이, 지금 잠시 알이 들어가 있는 유렌의 회색 주머니로 향했다.
그녀의 눈은 약간 촉촉해졌지만, 그것도 잠시.
“크롸롸롸롸-!!”
인간의 모습에서 커다란 드래곤으로 돌아오더니, 미련 없이 북쪽으로 향했다.
100여 년 후.
다시 눈을 뜨면, 자신의 아이와 다시 만나길 희망하면서.
* *
그렇게 드래곤이 사라진 후.
변경백과 에드워드는 간신히 허리를 똑바로 펼 수 있었다.
“그럼 변경백님? 저희는 따로 할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으, 음.”
변경백은, 젋은 영웅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저 영웅은 스스로 몸을 던져 자신과 아들. 그리고 성과 그 근방의 영민 수백 이상의 목숨을 구했다.
아니, 드래곤에게 당장 망할 뻔한 영지를 구했으니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목숨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변경백은 이 땅의 영주였다.
이 북방에 사는 목숨을 지켜나가기 위해선, 이젠 피지 않는 저 붉은 꽃이 필요했다. 일부라도 말이다.
“……자네에겐 정말 면목이 없네만, 저 꽃의 아주 일부라도 나에게. 아니 이 영지에 양도해 줄 수 있겠나? 무엇이든, 내 성이나 영지에서 바라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가져가도 좋네. 땅의 일부도 좋네. 물론 재산적인 가치론 많이 부족하겠지만, 제발 어떻게든 부탁하네.”
절절한 변경백의 목소리에, 유렌은 빠르고 가볍게 즉답했다.
“딱히 다른 것을 받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 꽃들의 3할을 넘기죠.”
“물론 내가 염치가 없다는 건 알고……?! 어? 3, 3할?!”
변경백은 지금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며 눈을 크게 떴다.
옆에서 아들 에드워드도 크게 놀란 것 보니, 잘못 들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예. 그 대신 이 꽃의 수확과 제조. 그리고 유통과 판매 등을 그쪽에서 맡아주셔야겠습니다. 어떠십니까?”
“그, 그야 물론 좋네! 그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당연했다. 이것은 무려 드래곤이 직접 인정한 유렌의 꽃밭.
그런데 저 과정을 도와준다고, 무려 3할이나 주겠다고?
변경백은 이 드넓은 붉은 꽃밭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이 정도에서 3할이면, 여태껏 얻은 이익의 수십 년 어치는 될 것이다.
비록 한꺼번에 풀면 가치가 팍 낮아지기 때문에 단번에 묵돈을 얻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영지의 미래를 바꿀 거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확실했다.
“……고맙네. 정말로.”
“감사합니다. 유렌님!”
두 부자는, 고마움에 떨며 말을 잊지 못했다.
변경백과 그 후계자의 눈에서, 여태껏 모셔왔던 공주를 보는 것보다 훨씬 강렬한 호의의 눈빛이 유렌에게 향했다.
‘좋아. 이 정도면 됐군.’
유렌은 묵묵하게 그 인사를 받으며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이 영지를 내버려 둬서 파산을 시키는 것은 공주파, 넓게 봐선 자신도 큰 손해다.
게다가 제작과 유통 등 모든 것을 새로 책임지는 것에도 많은 돈과 신경이 쓰인다.
그럴 바에는 변경백에게 일부를 주면서 같이 부탁하는 게 훨씬 편하고 들어가는 돈도 적었다.
‘물론, 그냥 주기도 그렇지.’
어차피 줄 거, 이렇게 드래곤에게 부탁해서 조금 생색을 내준다면?
“이번에야말로, 연회를 열게 해주게나! 우리 영지 대대로 남은, 최고의 영웅에게 그 정도는 하게 해주게.”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만은 함께 하시죠!”
결과는 보다시피 이랬다.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공주와는 별개로 자신과 함께 갈 한 귀족가의 탄생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연회를 즐겨보도록 하죠.”
“오오!”
* *
그날 밤.
킹스윈 변경백의 성에 아주 큰 연회가 열렸다.
그 주인공은 새로운 드래곤 나이트인 유렌과 그 일행들이었다.
-영웅들을 위하여!
-드래곤 나이트-! 드래곤 나이트-!
온 성안이 흠뻑 취하고 소리치며 유렌과 그 일행을 칭송했다.
“하하핫-! 모두 마시게!”
언제나 근엄했던 변경백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가지 커다란 일에서 영지를 지켰다는 안심.
그리고 저 영웅과 앞으로 함께하게 됐다는 기쁨이 합쳐져 그를 만취시켰다.
“……애초에 상대가 안 되었군.”
에드워드도, 살짝 취해 유렌에게 이것저것 말을 붙이고 있는 툰드라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푹 숙이며 쓰러졌다.
저 사람을 어떻게 이기겠는가. 사실, 이젠 그도 존경의 마음이 먼저 들어서 호승심조차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하룻밤을 웃고 떠들고 즐긴 일행들은, 다음날 푹 쉬고는 수도 베르헨으로 향했다.
“오, 오! 움직, 인다!”
“사이케스~! 꼬리~! 이쪽에 맞잖아~!”
“아, 미안! 오오! 이 알! 또, 움직,였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한 드래곤의 알과, 그것을 보살피기로 약속하고 받은, 귀중한 그 물건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