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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9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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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9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9화 얼음 속에서 피는 꽃 (11)

 

 

 

“음? 곧바로 바로 움직이겠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연회의 준비를 명하려던 변경백은, 놀란 얼굴로 눈앞의 젊은 영웅을 바라보았다.

불과 몇십 분 전.

작고 검붉은 드래곤에서 내려온 유렌은, 킹스윈 변경백과 그 가신들. 그리고 성 주변의 마을 사람들에게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오오오오-! 드래곤 나이트님!

-목숨을 살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설! 전설의 재래다!

사실 워낙 거친 이 북방의 땅에서,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는 것은 그닥 드문 일이 아니다.

그래서 보통은 상대가 목숨을 구해주더라도, 감사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크게 감격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경우는 그런 평상시와는 많이 달랐다.

-하하하핫! 설마, 내가 전설의 일각을 다시 볼 줄이야!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신 게 안타깝군!

-그러게 말일세. 자네 아버님은 항상 술만 드시면 드래곤 나이트의 전설을 말씀하셨지. 그래도, 자네라도 직접 본 게 어딘가!

일단 전설 속의 드래곤 나이트의 현신이라는 것이 컸다.

북방인들의 마음속 한쪽에 살아있는 전설이, 갑자기 현대에 현신.

자신과 주변인들의 목숨을 구해 준 것이다.

게다가, 워낙 그 광경이 엄청난 것도 있었다.

-세상에, 난 그렇게 커다란 눈덩이는 태어나서 처음 봤어! 겨우 눈사태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더만!

-그걸 절반도 아니고, 수십 갈래로 갈라버리다니! 혹시, 저 밑 제국에서 유명한 소드마스터인가 뭔가 하시는 분인가? 드래곤 나이트라면 기사이실 텐데?

-음? 아냐. 내가 듣기론 마법사라고 하셨는데……. 어쨌든, 그게 중요한가! 저 거대한 눈덩이를 박살을 내시고, 우리 모두를 구했는데!

지나가는 몬스터 하나를 베거나, 술 먹다 눈에 파묻힌 주정뱅이를 꺼내준 게 아니다.

항상 눈 속에 사는 북방인들 역시 상상도 못 한, 수백 미터 크기의 눈덩이가 굴러오는 재앙을 막은 것이다.

그 점과 드래곤 나이트의 전설이 섞여, 당연히도 사람들의 반응은 열광 그 자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열기에는 딱딱하기로 유명한 변경백마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일단 연회부터 열겠다고 한 것인데….

“아직 일은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저 젊은 영웅은 주변의 열기에도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거절하며 말했다.

“……그래, 그렇군. 그 눈덩이를 만든 그 마법사도 어느새 도망쳤다는 거로군. 금색의 예티 역시 그렇고.”

“예. 뭐, 크게 다쳤으니 이 근방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죠. 금색 예티 그놈 역시 그렇겠고요. 그렇기에 지금 처리하는게 훨씬 나을 겁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신경 쓰이는 것은…….”

유렌은 이제 거의 힘을 다했는지 희미하게 깜빡이는 흰색 로드를 지켜보다 말을 이었다.

“붉은 꽃. 예르비아가 이 설산에서 아예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걸 확실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뭐라고?!”

방금 유렌의 말은, 아직까진 분위기에 조금 취해있던 변경백의 정신을 단숨에 평상시로 되돌렸다.

슈욱-

유렌은 빛이 꺼져가는 흰색 로드를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설명은 직접 들으시는게 낫겠죠.”

「흠, 흠. 그러지. 후손들아. 들리냐?」

갑작스레 머릿속에서 들리는 메시지에, 변경백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

 

약 1시간 후.

“후우-.”

유렌은 툰드라와 함께 설산을 올라가는 도중, 약하게 숨을 내쉬었다.

마력을 쥐어짜내어, 그 거대한 마력의 칼날을 휘두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무리 유렌이라도,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괘, 괜찮아요? 유렌. 역시 조금 쉬었다 출발하는 게…….”

“괜찮습니다. 지금은 서둘러 가는 게 중요하니까요.”

툰드라의 걱정에 유렌은 고개를 저었다.

도망친 그 마법사나 금색 예티도 신경이 쓰였지만, 서두르는 데는 그보다 훨씬 큰 이유기 있었다.

「미안하네. 후배님. 하지만, 이젠 스스로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이 느껴져서.」

하얀 로드 속에 머문 사념체 - 베인은 전보다 희미한 메시지를 유렌의 머릿속에 보냈다.

그도 유렌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마력을 쓴 후였다.

하지만 건강한 육체로 실시간으로 마력을 회복하고 있는 유렌과는 달리, 로드는 마력을 보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마력이 다하면 베인의 사념체는 이대로 끝이다.

유렌은 그가 마지막 원을 이루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이것저것 신세를 많이지긴 했으니까.

드래곤과 붉은 꽃 - 예르비아의 행방도 걸려있긴 했고 말이다.

“으음! 잠시만요! 유렌, 이쪽에 타세요.”

쩌저엉-

평상시와는 달리 지친 유렌을 보다 못한 툰드라는, 눈 속에서 무언가를 소환해냈다.

-히이이잉-!

그것은 바로, 네 구의 말이 달린 고급스러워 보이는 마차였다.

단, 툰드라의 마법으로 만들어낸 것답게, 말이나 마차나 전부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호. 이건 뭡니까? 얼음의 마차라니. 처음 보는군요.”

“흠, 흠. 제가 최근에 연구하던 ‘탈 것’이에요. 너무 더운 지방만 아니라면, 녹지 않고 며칠이나 여행을 할 수 있어요. 이런 추운 지방이면 더 말할 것도 없고요.”

툰드라는 슬쩍 자부심이 담긴 얼굴로 말했다.

이것은 최근 자신이 연구하던 마법 중, 가장 자신작.

설산이나 얼음 등을 재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한 마법이었다.

단, 겉보기와는 달리 여러 사람이 이용하기는 힘들어, 일행이 갈라진 상태인 지금 소환해냈지만 말이다.

“지금은 저희 두 사람이니, 이 정도 이동은 문제도 아니에요! 자, 조금 쉬어주세요.”

툰드라가 밝게 웃으며 그를 마차 안에 밀어 넣자, 유렌은 얌전히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툰드라는 마차 앞자리, 마력으로 말들을 조정하는 곳에 앉았다.

‘……고맙긴 하네. 사실 꽤 힘들긴 했으니.’

유렌은 조용히 툰드라의 배려에 감사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왜 굳이 이런 범용성이 적은 마법을 개발하고 있던 거지?

그녀는 5레벨의 최고점을 찍은 위저드다. 

아직 레벨 상승의 전조인 ‘끝의 빛’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끝을 달리고 있음은 확실했다.

‘더 커다란 규모의 마법이나, 아니면 전투에 대한 마법을 익히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일 텐데……?’

툰드라의 마차로 설산을 오르는 동안 가진 유렌의 이 의문은, 머릿속에 들린 목소리에 의해 간단히 해결되었다.

「후배님. 아까 전부터 느낀 건데, 참 사고방식이 특이하네. 적어도 마법사의 사고방식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겠군.」

‘……무슨 뜻입니까? 아니, 그보다 마력을 좀 아끼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유렌은 갑자기 윙윙거리며 머릿속에 대화를 건 흰색 로드 - 베인에게 물었다.

「뭐, 이렇게 단 둘이 길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 정도는 상관없네. 마침 자네에게 받은 도움을 조금이라도 갚아 줄 만한 게 보여서.」

‘그게 무엇입니까?’

「후배님. 사실 마법사가 아니지?」

‘…….’

유렌은 조용히 흰색 로드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가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에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자신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뭐, 후배님이 원래 제국에서 태어나든, 영혼이 바뀐 것이든, 다른 기억을 품고 있든. 그런건 나에겐 아무것도 상관없어. 내가 평생 품고 있던 의문을 풀어준 건 후배님이니까. 그저 내가 말해 줄건 약간의 조언뿐이지.」

‘……그게 무엇입니까?’

「후배님. 마법이란 놈은 차근차근 쌓아가며 올라가는 거야. 지름길은 없다는거지. 나는 잘 모르지만, 아마 검이나 기사들도 그렇지 않나?」

‘……!’

차분한 ‘선배 마법사’의 조언에 유렌은 잠시 말을 잃었다.

「물론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는 이들은,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타고 올라가긴 하지. 후배님도 그렇겠고. 하지만 타고난 재능으로 빨리 올라가는 것과, 익혀야 할 것을 전부 뛰어넘은 채로 올라가는 것은 분명 다르지.」

‘…….’

유렌은 베인의 조언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래, 분명 기사의 길도 똑같았다. 

엄청난 재능으로 단박에 치고 나가는 이들도 있지만, 그것은 결코 기본을 무시하고 나간다는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엄청난 속도로 그것을 전부 익히거나 깨닫고 가는 것이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높은 경지에 지름길은 없다.

분명 알고 있었는데도, 마법엔 이를 적용하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최대한 효율적이거나 실전에만 쓸모 있는 마법만 생각했다.

그저 어디까지나 실전에서 이기는 것만이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마법사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마탑의 다른 마법사들이, 바보거나 재능이 모자라서 실험을 하거나 이런저런 불필요해 보이는 마법을 개발하는 게 아니야. 파하핫! 물론 진짜 바보들이나 재능이 없는 이들도 있겠지. 하지만, 후배님. 마법사들에게 마법이란 무엇이겠나?」

‘그 거대하고 복잡한 현상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느끼려는 거죠.’

유렌은 예전에 들었던 대마도사 테르파티스의 말을 인용해 대답했다.

당연하게도, 그 말은 베인을 만족시킨 듯했다.

마법사들에게 대마도사 테르파티스란, 위대한 선구자 그 자체인 인물이니까.

「그래. 그 ‘어떻게든 이해하고 느낀다’에 후배님이 비효율적으로 보는 마법들이나, 실험 등이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지.」

‘…….’

유렌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사실, 최근 왜 다음 레벨로의 빛이 보이지 않는지 생각하기도 했었다.

누가 들었으면, 3레벨에서 4레벨이 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기가 차 했겠지.

하지만 이미 유렌의 마력 자체는 4레벨이라곤 볼 수 없는 등급.

게다가 전투에 쓰는 몇몇 마법에 한해선 이미 4레벨을 아득히 초월한 화력을 내뿜었다. 그래서, 당연히 다음 레벨이 보여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 그의 스승이 알려준 여러 가지 무기술과 같았다.

그것으로 마스터에 올라가진 않았지만, 그것을 익힌 경험이 있기에 올라갈 수 있었지.

‘……조언, 감사합니다.’

「파하핫! 후배님의 성장에, 내 지분이 조금이라도 들어있다면 내가 이 시대에 남긴 것 역시 충분히 크겠군!」

조용히 나아가는 툰드라의 마차 속.

유렌은 조용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여태까지 쓸모없다고 무시해왔던, 하지만 이젠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무언가들을 생각하면서.

 

* *

 

“크르르릉-!”

어느 설산의 깊은 동굴 속.

금색 털의 예티가, 허겁지겁 동굴의 가장 깊은 안쪽으로 재빠르게 들어가고 있었다.

‘놈들이 언제 따라올 줄 몰라! 크르릉! 빨리, 빨리 그 장소로 가야 해!’

그렇게 한참 나아가던 그는, 마침내 자신이 목표하던 장소- 동굴 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대공동-로 들어가는 통로에 도착했다.

“크르릉! 노, 놈들은 따라오지 않았지……!?”

금색 예티는 그들이 따라붙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해, 고개를 마구 돌려가며 아무도 없는 동굴 속을 한참이나 서성거렸다.

만약 다시 그들에게 걸리면, 이젠 얼마나 두들겨 맞게 될까.

아니, 단순히 맞으면 다행이지. 

온갖 고통을 받고 난 후 처참히 죽을 수도 있었다.

특히, 그 섬뜩한 눈을 한 유렌이라는 괴물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20여 분.

겨우 그들이 자신을 따라오지 않았다고 확신한 금색 예티는, 슬그머니 대공동의 안으로 향했다.

‘저기에, 어머니의 가장 강력한 사념이 있어!’

왜 하필 어머니의 사념이 저렇게 커다랗고 텅 비어있는 공간에 있을까.

그런 의문을 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 대답이 그렇게나 엉뚱한 곳에서 나와버리고 말 줄이야.

‘설마 드래곤……! 이셨다니!’

금색 예티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 이상한 마법사가 내뿜는 ‘드래곤의 마력’이라는 것은, 그가 언제나 어렴풋이 느꼈던 어머니의 마력.

그 패턴 그대로였다.

금색 예티의 가슴은 자랑스러움과 불안함. 그리고 미칠듯한 기쁨으로 쿵쾅거렸다.

자랑스러움과 불안은, 생각보다 어머니의 정체가 생각보다도 훨씬 위대한 존재여서였다.

항상 가깝게 느껴졌던 어머니가, 이젠 훨씬 멀어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미칠듯한 기쁨은, 그 모든 감정을 압도했다.

이제 자신이 그 어머니의 강대한 사념을 차지해서, 그 마법사처럼 강력한 존재가 될 것이다.

“크르르…… 응?!”

그리고 기세 좋게 나간 금색 예티의 두 눈에, 커다란 대공동을 거의 전체를 차지한 하얀 드래곤의 거체가 들어왔다.

“……웬 원숭이냐.”

쿠우웅-!

거대한 드래곤의 머리가 이쪽을 보며 마력으로 간단하게 내뱉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금색 예티는 그 압도적인 마력이 짓눌려 죽을 것만 같았다.

……아니, 그건 그렇고 원숭이라고?

“크르……릉! 어머……니! 접니……다!”

“……음?”

드래곤의 거대한 머리가 갸웃거렸다.

아니, 저 이상한 금색 원숭이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어머니?

“크르릉…… 당신의…… 피는 받지 않았지만…… 저는 당신의…… 아들입니……!”

“뭐라는 거야? 이 미물이.”

쩌저저정-!

하얀색의 드래곤은 어처구니가 없어 콧김으로 금색의 예티를 가볍게 얼려버렸다.

제법 마법 저항이 강한, 특히나 얼음에 대한 저항은 아주 강한 금색 예티였다.

하지만 그런 저항력 따윈 드래곤의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었다.

“후우- 정말 오래간만에 일어나보니, 별 이상한 하등생물들이 다 달라붙는구나. 인간에 이어 이번엔 원숭이라고?”

드래곤은 상당히 피곤하다는 듯, 꼬리를 조금씩 움직였다.

일반적인 드래곤이라면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의 그녀는 여러 사정으로 굉장히 약화된 상태.

겨우 저런 원숭이 하나 얼리는데, 약간의 피로를 느낄 정도라니. 말 다 했다.

부웅-

그녀가 꼬리를 휘둘러 저 금색의 원숭이를 산산조각 내려던 찰나.

“음-?”

드래곤 특유의 완벽한 감각은, 저 금색 원숭이에게 묻어 있는 아주 약간의 마력의 잔향을 읽었다.

이것은 분명, 자신의 소중한 반려의……!

스르륵-

“크커엉! 커어어엉-!”

순식간에 금색 예티의 몸을 얼렸던 얼음이 사라지고, 다시 숨을 쉬게 된 그는 데굴데굴 구르며 괴로워했다.

“일어나라.”

“크르릉! 케엥!”

금색 예티는 온갖 액체를 눈코입에서 흘리면서도, 드래곤의 압박감을 느끼며 일어났다.

【네놈의 기억을 내놓아라】

그리고 이어지는 드래곤의 용언.

상당히 약화되어 있는 그녀였지만, 지금 이 원숭이의 기억은 반드시 살펴봐야 했다.

“……!!”

그리고, 그녀는 저 원숭이의 기억 속 일부에서 보았다.

원래대로라면 안전한 곳에서 봉인되어있어야 할 반려의 육체가, 왜인지 몰라도 백골화되어 눈에 쓸려 가는 것을.

“이건…….”

드래곤은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이 왜 천 년 이상 잠이 들었는가.

자신이 왜, 겨우 인간 마법사 따위가 와서 마력을 빼낼 정도까지 약화 되었는가.

그 모든 이유는 자신의 반려를 되살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는가.

하지만, 이미 소용이 없었다.

이곳에서 기운을 추스른 뒤, 다시 되살리려 했던 그의 육체가 이미 백골화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아무리 그녀가 천년 가깝게 모은 힘을 제대로 쓴다고 해도, 그것은 사체가 멀쩡할 때의 이야기.

지금 저 백골이 된 반려자의 상태로는 가능성이 전무했다.

“…….”

하얀 드래곤의 흰 눈이, 서서히 뒤집혀 갔다.

너무나 강한 분노와 허탈감. 그리고 슬픔이 그녀를 깊게 잠식했다.

“크롸롸롸롸롸-!!”

설산의 주인인 하얀 빙룡의 울부짖음이, 온 산맥으로 널리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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